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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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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 같은 콜던.

카렘은 이젠 집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의 광경을 보자마자.

"우왁, 저게 뭐야."

질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옵시디언베리를 떠나면서 카렘이 봤던 온갖 종류의 언데드가 콜던 주변을 배회하며 다가오는 생자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야말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직전이나 다름없는 상황.

콜던이 언데드에 위협을 받는 것 같은 상황에 카렘은 그동안 언데드에 익숙해진 것이 무색하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아이스랜드에서의 생활은 환생하고 10년 동안의 고난을 겪은 보상이라는 듯이 매우 만족스러운 일상이었다.

이를 위협받을 것 같았으니 소년이 공포에 떠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캐서린은 이를 별걸 다 본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뭐 그런 걸 다 걱정하고 있냐?"

"예? 아니, 지금 콜던이랑 그 주변에 언데드가 가득한데요!?"

"뭐, 그리 걱정할 것 없다. 그동안 물리친 것도 있을뿐더러, 밖을 좀 더 자세히 봐라. 누구 하나 도망치는 사람도 없을 텐데?"

태연하기 짝이 없는 캐서린의 말에 카렘은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 바깥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멀리 보이는 콜던의 성벽 너머에선 병사들과 모험가들이 호위하는 농부들이 한창 땅을 갈고, 나무꾼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그 외의 모험가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언데드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갈취하는 중이었다.

모험가만이 언데드를 사냥하는 건 아니었다.

농부는 미처 빠져나와 멋모르고 다가오는 스켈레톤을 별걸 다 본다는 듯 가볍게 몽둥이로 머리를 날리고 있었고 나무꾼들도 좀비의 머리를 도끼로 쪼갰다.

스켈레톤 무리? 드라우그 집단? 병사 이전에 모험가들이 경쟁적으로 보일 만큼 앞다투어 달려나가 깨부수고는 반쯤 썩은 장비를 갈취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내가 아는 언데드 몬스터가 아닌데."

"하긴 넌 깡촌이래도 킹스랜드 출신이었지? 그러면 언데드를 볼 일도 없으니 그렇게 오해를 할 만도 하겠구나."

"언데드에 오해할만한 껀덕지가 있나요?"

"그래, 요약하자면 자연 발생한 언데드는 약하고, 누가 의도적으로 제작한 언데드는 강하지."

"그거 사람이 기른 과일은 자연산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요상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아니,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비유가 이상하네."

카렘은 어처구니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언데드라면 모름지기 원한을 품고 죽음에서 돌아와 산자의 생명력을 갈구하는 몬스터 아니었던가? 클리세대로라면 자연산(?) 제철 언데드가 더욱 강할 거 아니었어?

특정 몇몇은 조건을 맞추지 않으면 퇴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죽음을 거부하는 몬스터 카테고리를 무슨 가을철의 메뚜기떼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그동안 오는 길에 만났던 언데드 무리는 하나같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던가? 뭔가 이상한데?

카렘은 오랜만에 느끼는 인지 부조화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수염을 쓰다듬으며 바깥을 보던 올리비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딱히 틀린 비유도 아니구나."

"예?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요?"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올리비에는 수염 끄트머리를 비비 꼬며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마치 매우 복잡한 설명을 어린아이에게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고민하는 늙은 선생과도 같은 모습과 똑같았다.

"그래, 이렇게 말하면 되겠구나. 어린 시종이 요리를 배울 때, 아무것도 없이 재료와 도구만 쥔 시종이 요리를 잘할까? 아니면 현직 요리사가 붙어 관리 감독하는 시종이 요리를 잘할까?"

"...당연히 후자가 더 잘하겠죠? 아무래도 요령과 교육을 보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거다."

막말로 자연산 언데드는 그런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자연 발생해 영양과 교육이 부족한 저급 몬스터고, 누군가의 손길에 되살아난 몬스터는 모든 것이 풍족한 금수저 언데드라는 소린가? 이게 무슨...

"물론 그걸 고려해도 아이스랜드에서 자연 발생하는 언데드가 다른 지역의 놈들보다 비교적 약하기도 하지."

"뭐, 아이스랜드가 척박해서 농작물처럼 언데드도 비실비실하다. 뭐 이런 말이십니까?"

"오, 매우 정확한데."

"예?"

뭐지. 언데드는 걸어 다니는 식물이란 소린가?

카렘은 캐서린을 보며 눈만 끔뻑였다.

"애초에 생명이 살기 힘든 척박한 곳인 아이스랜드에서 피와 생명을 갈구하는 언데드가 되살아나봤자 멀쩡한 상태일리가 없겠지."

"그러면 저것들은 굶주린 상태란 말이로군요."

"그래. 뭐, 사람이나 짐승 몇몇 습격하면 원래대로 돌아오겠지만, 그래 봤자 하급 언데드지. 준비만 하면 너도 쓰러트릴 수 있을걸?"

"에이, 그건 좀 과장이죠."

"진짜라니까?"

두 대마법사와 요리사, 집요정이 탄 마차가 왁자지껄한 동안에도 행렬은 다가오는 언데드를 마법적, 물리적으로 갈아버리며 콜던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자리를 비운 공간은 금방 더러워지기 마련.

숨만 쉬어도 물을 마시는 듯한 봄철 아이스랜드의 습기를 생각하면 지금 마법사의 탑 내부의 상황은 뻔했다.

문과 창문을 열자마자 봄의 아이스랜드의 습기를 먹고 담요같이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 위를 먼지 덩어리가 회전초처럼 굴러다니며 크기를 키울 것이 분명했다.

가구 위, 바닥, 선반을 가릴 것 없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법사의 탑은 깨끗했다.

아니, 마법사의 탑 전담 일꾼 메리가 청소하는 것만큼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1층 입구부터 눈에 보이는 범위는 전부 사람이 청소하는 범위 내에서 깨끗했다.

다른 층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알았냐고? 마법사의 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메리는 알 수 있었다.

이 경악스러운 현실에 개탄하는 집요정 메리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사이 캐서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턱을 긁적였다.

"흠. 탑을 비운 지 제법 시간이 됐는데, 생각보다 깨끗한데. 내가 없는 사이에 시종들이 청소를-하진 않았겠군."

"그야 당연하죠. 제가 요리사로 들어와 주방을 차지할 때만 해도 경기를 일으켰는데. 지금 이쪽 상태를 봐요."

카렘은 마네킹처럼 제자리에 굳은 메리를 툭 건드렸다.

놀란 나머지 근육까지 굳어버렸는지 손엔 딱딱한 감촉만 느껴졌다.

"이야, 그런데 대체 어느 간 큰 사람이 집요정의 일거리를 건드렸지?"

"흐음. 이러면 짐은 직접 옮겨야 하겠군. 뭐, 별로 들 것도 없으니 상관은 없네만."

올리비에는 마법사의 탑 입구에 시종들이 허리춤까지 쌓아놓고 간 짐에서 자기 보따리 하나만을 챙겨 안쪽으로 들어갔다.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나마 오늘 비는 안 올 것 같은데...뭐, 정신을 차리면 알아서 옮기지 않겠느냐?"

"음, 그러면 혹시 모르니까 젖으면 안 되는 물건만 챙겨서 가야겠네요."

아도비스와 옵시디언베리의 요리사들과 교류하면서 받은 결과물은 거의 다 출발하기 전에 단단히 밀봉했으니, 카렘이 챙길 것은 말린 다시마가 잔뜩 들어간 자루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면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오냐."

캐서린은 카렘에게 손을 가볍게 휘적거렸다.

카렘은 곧바로 자기 자신보다 거대한 자루를 짊어지고 자리를 떠났다.

물론 그래 봤자 부피가 한없이 줄어든 다시마로 가득했을 뿐이었으니 카렘의 몸으로도 드는 것엔 무리가 없었다.

탑 입구에서 봤던 것처럼 카렘이 식료품 창고로 향하는 동안 본 탑 내부는 메리가 메일같이 쓸고 닦을 때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깨끗함과 더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곳은 나름대로 깨끗하지만, 모서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청소가 덜 된 것처럼 조금 더러웠다.

"그런데 진짜로 시종들이 들어와서 치운 걸까?"

라고 말했지만 카렘은 말도 안 된다고 단정했다.

공작성 내부에 자리한 시설 이전에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두 명의 대마법사가 머무르는 장소였다.

캐서린은 당연히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금하는 보안 마법과 장치 같은 것은 설치되어 있다고 말했으며 이는 올리비에가 들어오고 나서 더욱 강화됐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어떤 마법과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진 카렘도 잘 몰랐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고.

"아니, 침입자가 어떻게 될지는 궁금해지긴 한데. 뭐, 나중에 물어볼까?"

마법사의 탑의 상황처럼 주방도 나름 깨끗했다.

상태도 카렘이 출장을 나갔을 때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출장 갈 때 들고 갔던 몇몇 식기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모두 제자리에 얌전하게 모셔져 있었다.

선반 안쪽도 마찬가지.

애초에 이쪽은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기에 카렘이 미리 정리한 덕분에 들어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다. 있어 봐야 소금 정도가 전부였다.

별거 없으니-바작

"응? 이게 뭐야. 육포 가루?"

카렘은 곧바로 발에 밟힌 원인을 만져보았다.

딱딱하게 굳었지만 크기가 작아 밟힌 바싹 마른 양념 근섬유, 육포의 흔적이 엄지와 중지를 비빌 때마다 그 안에서 굴러다니며 바닥에 흩어졌다.

자세히 보니 작은 조각, 부스러기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방에서 복도를 따라 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건 또 뭐, 침입자? 쥐?"

혹시나 해 카렘은 주방에서 호신용 프라이팬을 들고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된 기분으로 육포 가루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듬성듬성 떨어진 흔적 끝에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식료품 창고.

"그러고 보니 내가 건빵 종류 몇 개는 그냥 내버려 두고 갔었지?"

그것 말고도 카렘은 장기 보존이 가능한 육포나 뿌리채소, 향신료 따위도 그냥 내버려 두고 갔던 사실이 떠올랐다.

진짜로 쥐인가? 지금 와서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

전생이었다면 여자같이 높은 데시벨의 비명을 지르며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 자신이 있었지만, 환생하고 나서는 카렘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 지 오래였다.

어떻게 쥐를 먹냐고? 벌레로 일주일을 버티면 생각이 달라질걸.

끼이이이익-

카렘이 조심스럽게 창고 문을 열자 습기가 낀 경첩의 마찰 소리가 작지만 길게 울렸다.

각종 재료로 가득했던 평상시와 달리 지금의 창고 내부는 휑했다.

그야 앞서 말했듯이 카렘이 손수 치웠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또다시 앞서 말했듯 아주 완벽히 빈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입구에서 정면 가장 안쪽에 보이는 육포 꾸러미.

고개를 돌리자 각종 뿌리 채소와 말린 채소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고 창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한데 모아둔 건빵 자루에 누가 있네?

기괴하게도 돌만큼 딱딱해졌을 빵을 들고 갉아먹던 로브를 둘러싼 인영이 고개를 돌렸고 카렘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로브 안쪽엔 미형의 엘프 여자가 있었다.

메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못한 정도?

피곤함에 금색 머리는 푸석푸석하고 눈가는 다크서클로 찌들어 있긴 했지만, 둥근 강아지 같은 눈매와 지친 듯 아래로 쳐진 뾰족 귀, 그리고 주근깨가 약간의 귀여움을 보강했다.

창고지기 아우게르와는 확실히 다른 이목구비와 외형의 엘프 여인은 기어코 그 딱딱한 빵을 갉아 먹었는지 양 볼이 불룩했다.

카렘의 창으로 찌를 듯한 시선과 마주친 여자 엘프는 눈가를 떨다가 입안의 내용물을 꿀꺽 삼키고는 입꼬리를 떨며 미소지었다.

피곤함에 시들긴 했지만, 확실히 엘프답게 한 떨기의 꽃 같은 미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카렘은 단전에 힘을 끌어모았다.

"...."

"....침입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니야! 얘, 얘도 참! 침입자 아니야!"

"침입자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