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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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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베리의 몇 없는 고위 귀족을 맞이할 시설과 품위를 갖춘 고급 여관으로 숙박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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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의 노래, 이야기꾼의 만담, 극단의 공연 같은 내부 활동부터 도시관광, 낚시 같은 외부 활동과 그 외의 다양한 즐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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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접 요리를 즐기는 숙박객을 위해 일부 숙소 내부에 따로 주방을 마련해놓았으며 캐서린이 머무는 숙소가 바로 그런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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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머무는 곳은 숙소에 딸린 작은 하인실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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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대우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지만 카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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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다시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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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를 잡초 취급이라니, 순간 카렘은 욱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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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욱'은 금세 수그러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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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전생에서도 다시마나 미역을 활용하고 먹는 것은 동아시아 삼국을 비롯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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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서양에서 악마 취급이던 두족류조차 먹던 국가들도 해조류는 전부 뭉뚱그려 미역(Sea Weed)으로 취급했으며 그런 풍조는 근현대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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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방에서 해조류는 잡초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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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고 볶고 끓이고 발효시키고 절여서 먹고 아무튼 해조류를 먹는 방식에는 도가 텄으며 그건 전생의 카렘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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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무리 해조류를 싫어한다고 해도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그 이전에 라면을 끓일 때 들어가는 말린 해조류 고명은 다들 먹기 마련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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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다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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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매장 주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가득 안겨줬던 말린 다시마를 무명천으로 꼼꼼하게 닦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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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가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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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조금 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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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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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전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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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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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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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임, 쌈, 무침, 부각, 그냥 생 걸 초장에 찍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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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조류들과 마찬가지로 다시마는 수많은 조리법과 용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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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용법과 간만 맞추면 디저트가 아니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쓸 수 있는 전통적인 베이스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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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천연 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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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괴악한 짓을 하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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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악한 짓이라니요. 메리.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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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괴악한 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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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한 자리를 점령한 메리는 칼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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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쾅! 도마에 올려놓은 대구의 머리를 단칼에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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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북부의 독초를 먹더니 이를 유행시키고, 이번에는 바다의 잡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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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 독초도 지금은 독초가 아니잖아요? 일단은 콜던에서는 그렇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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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씨가 풀렸으니 주변 다른 지역으로 퍼지겠지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할 겁니까? 다시마라고 했던가요? 처음 들어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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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를 우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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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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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지만 카렘은 무시하고 가장 먼저 내장을 발라 말린 멸치를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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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카렘이 전생에 쓰던 국물 용 멸치에 비해 크기만 4배나 컸지만, 아무렴 내장도 다 발라져 있으니 국물 내는 용도로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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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냄비에 멸치의 기름기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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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 지져지는 소리가 울리며 연기가 작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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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에 멸치가 바삭해지며 부스러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물을 붓고 손바닥만 하게 끊은 다시마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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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를 우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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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우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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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불을 껐는데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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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잠시 방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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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자기 일을 일부 빼앗은 카렘을 보아온 메리였지만,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손에서 생선은 뼈와 살이 깔끔하게 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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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이랑 백합은 해감을 안 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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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때 이미 해감이 전부 끝난 상태더군요. 껍질은 진작에 솔로 닦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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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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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가 말린 바다 잡초를 쓰다듬고 있을 때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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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리는 주방의 한쪽에 놓여있던 상자를 열어 보물게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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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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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드득! 퍽. 드득! 퍽!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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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거대한 보물게의 등갑을 뜯어낸 메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피를 빼고는 단번에 몸체를 팔 등분 하고는 집게와 다리를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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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무심코 입이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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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메리의 가녀린 외형에서 뿜어지는 괴력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겨울동안 진작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고 그가 놀란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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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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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드물게 먹었던 대게, 킹크랩, 바닷가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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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성인 머리보다 거대한 몸체에 살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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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잘라낸 껍질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집게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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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등딱지가 쪼개자 알과 내장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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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노란빛을 띠는 속살과 짙은 주황빛 알과 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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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 같은 껍데기와 곳곳에 자란 따개비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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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보물상자랑 비교하는 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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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흠? 허. 정말로 저것만으로 육수가 우려지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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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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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지 멸치와 몇 배로 불어난 다시마가 담긴 냄비 속은 옅은 보리차 같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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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릴 수도 있겠지만, 상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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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냄비 밑에 불을 붙인 카렘은 육수가 끓기 시작할 때 다시마를 모조리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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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칼질을 멈춘 무표정한 메리의 눈에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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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제법 그럴듯하고 빛깔도 먹음직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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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대로 먹어도 맛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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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상상이 안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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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림과 굴곡이 없는 은은한 바다의 향이 메리의 코를 부드럽게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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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육수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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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몇 배는 불어난 멸치와 그 파편, 부스러기를 모두 거른 후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 메리에게 육수를 종지에 담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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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서 뭐합니까. 직접 맛보고 평가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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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음.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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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놓고 종지를 받아 조심스럽게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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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갈빛 육수가 혀끝에 닿는 순간 경험한 적 없는 짙은 감칠맛이 흙에 녹아드는 물처럼 혀뿌리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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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음미하기도 전에 브라우니의 입은 본능적으로 머금고 있던 육수를 모조리 목구멍 뒤로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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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다를 품은 깊은 감칠맛이 훑고 간 감각은 고스란히 남아 숨을 쉴 때마다 코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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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작 바다의 잡초와 멸치만으로 이런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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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시마도 그렇고 멸치도 말리면서 소금을 뿌렸나? 간을 할 필요는 없었나 보군요. 요리에 쓸 때는 간을 또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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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육수를 맛보고는 표정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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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msg는 가정과 식탁의 평화를 불러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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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참을 수 있으면 요리사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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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쥐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깊은 들숨 날숨을 내쉬던 메리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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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고작 이걸로 어떻게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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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감칠맛을 다른 재료로 끌어내려면 보통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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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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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스톡을 우리는 데 몇 시간이 가볍게 걸리는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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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결과물은 사용한 재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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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쓰고 남은 채소와 잡뼈, 잡고기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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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시마 육수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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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할 것은 다시마와 건어물 몇 종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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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육수의 진가라는 냉침 방식도 스톡을 끓이는 것보다는 일이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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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조리사의 실력에 따라 퀼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찬물에 재료를 넣고 하룻밤 내버려 두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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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다시마 육수로 무엇을 만들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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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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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이만한 물건이 고작 육수라니. 분명 범상치 않은 물건을 만들려는 것이 분명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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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도마를 툭툭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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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빛이 어땠는지는 말이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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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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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정한 건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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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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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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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을 보고 눈이 뒤집힌 것도 있고. 전생에 직접 봤던 그 어떤 갑각류보다도 거대한 보물게를 보고 잠시 정신줄이 끊겼던 데다가 다시마를 보고 눈이 또 뒤집혔던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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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서 카렘은 뭐 하나 정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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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투로 미간을 찌푸린 메리는 이내 그 말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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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제가 요리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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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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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육수와 해산물이면 부야베스를 만들기에는 차고 넘치다 못해 사치 그 자체로군요. 어부의 요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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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카렘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메리는 곧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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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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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 모를 만도 하겠군요. 베르셍제토의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의 가정식입니다. 원래는 남는 잡고기로 만드는 해산물 스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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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야 카렘도 부야베스는 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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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해산물 스튜라 하면 그럴듯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프랑스식 해물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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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토마토도 없으니 정말로 재료의 여하에 따라선 진짜로 해물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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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큰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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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해산물 요리답게 재료의 질에 따라 요리의 질이 껑충 널뛰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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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온전히 주방을 점령한 메리는 희열이다 못해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칼을 재빠르게 놀렸다. 어떻게 카렘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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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도마를 난타하자 그 위에 올려져 있던 당근, 양파, 대파와 마늘이 순식간에 잘려나가 기름을 두른 큼지막한 냄비에 볶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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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어느 정도 볶아졌을 때, 메리는 보물게, 조개, 생선 순으로 냄비에 투하하고는 육수와 주방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향신료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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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해산물을 순서대로 층을 쌓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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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에 따라 익는 순서가 다른 것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보물게의 껍질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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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해가 가는 설명이라고 카렘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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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탕이든 고기탕이든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고기 맛이 줄어드는 만큼 국물의 맛이 진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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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맛이 계속해서 우러난다는 건 좀 사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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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냄비가 팍팍 끓기 시작해 냄새가 퍼지자 카렘은 순간 눈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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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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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문을 누가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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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주방에서 불을 보고 있으니 카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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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면 숙소 주인이니 문을 두드리진 않겠고, 올리비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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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은 지금 계시지 않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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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 카렘이로군. 혹시 기억하는가? 빅토르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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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빅토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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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에 카렘은 문구멍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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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외모와 회색으로 바래고 있는 검은 수염과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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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윈터홈에서 종종 보았던 고드윈의 수행원인 빅토르가 반갑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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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경.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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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자님과 둘째 공자님이 아타니타스 공에게 초대를 받아서 지금 오는 중인데 맙소사 이 냄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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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전하다 말고 빅토르는 잠시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해 카렘의 영혼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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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게인 건 확실한데. 그것 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이 깊은 내음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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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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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순히 소식만 전하려 했던 빅토르는 메리 앞에서 팍팍 끓고 있는 부야베스를 보고서는 질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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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고드윈 공자님의 지식 주머니를 날로 위협하는 건 여전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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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전적으로 공자님 탓이잖습니까. 애초에 저건 제가 만든 것도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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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음해라며 카렘은 단호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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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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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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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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