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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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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수평선.

옵시디언베리의 몇 없는 고위 귀족을 맞이할 시설과 품위를 갖춘 고급 여관으로 숙박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음유시인의 노래, 이야기꾼의 만담, 극단의 공연 같은 내부 활동부터 도시관광, 낚시 같은 외부 활동과 그 외의 다양한 즐길 거리.

그리고 직접 요리를 즐기는 숙박객을 위해 일부 숙소 내부에 따로 주방을 마련해놓았으며 캐서린이 머무는 숙소가 바로 그런 숙소였다.

카렘이 머무는 곳은 숙소에 딸린 작은 하인실이었고.

차별대우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지만 카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것은 다시마였으니까.

다시마를 잡초 취급이라니, 순간 카렘은 욱할 뻔했다.

하지만 그 '욱'은 금세 수그러들 수 있었다.

아무렴 전생에서도 다시마나 미역을 활용하고 먹는 것은 동아시아 삼국을 비롯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서양에서 악마 취급이던 두족류조차 먹던 국가들도 해조류는 전부 뭉뚱그려 미역(Sea Weed)으로 취급했으며 그런 풍조는 근현대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동방에서 해조류는 잡초는 무슨.

말리고 볶고 끓이고 발효시키고 절여서 먹고 아무튼 해조류를 먹는 방식에는 도가 텄으며 그건 전생의 카렘도 당연했다.

그야 아무리 해조류를 싫어한다고 해도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그 이전에 라면을 끓일 때 들어가는 말린 해조류 고명은 다들 먹기 마련이었으니까.

그중에서도 다시마.

카렘은 매장 주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가득 안겨줬던 말린 다시마를 무명천으로 꼼꼼하게 닦으며 생각했다.

'들고 가실 수 있겠습니까?'

'음, 조금 짐이-'

'배달도 가능합니다.'

'카렘 후배! 전혀 많지 않습니다!'

아니 이거 말고.

아무튼, 다시마였다.

초절임, 쌈, 무침, 부각, 그냥 생 걸 초장에 찍어먹기.

다른 해조류들과 마찬가지로 다시마는 수많은 조리법과 용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용법과 간만 맞추면 디저트가 아니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쓸 수 있는 전통적인 베이스 육수.

요약하자면, 천연 MSG.

"카렘 후배.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괴악한 짓을 하려는 겁니까?"

"괴악한 짓이라니요. 메리.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야 괴악한 짓이지요."

주방의 한 자리를 점령한 메리는 칼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쾅! 도마에 올려놓은 대구의 머리를 단칼에 잘랐다.

"난데없이 북부의 독초를 먹더니 이를 유행시키고, 이번에는 바다의 잡초를?"

"정작 그 독초도 지금은 독초가 아니잖아요? 일단은 콜던에서는 그렇겠고."

"이제 날씨가 풀렸으니 주변 다른 지역으로 퍼지겠지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할 겁니까? 다시마라고 했던가요? 처음 들어봅니다만."

"육수를 우려야지요."

"육수?"

메리는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지만 카렘은 무시하고 가장 먼저 내장을 발라 말린 멸치를 집었다.

비록 카렘이 전생에 쓰던 국물 용 멸치에 비해 크기만 4배나 컸지만, 아무렴 내장도 다 발라져 있으니 국물 내는 용도로는 문제가 없었다.

커다란 냄비에 멸치의 기름기가 반응.

치지직 지져지는 소리가 울리며 연기가 작게 피어올랐다.

뜨거운 열기에 멸치가 바삭해지며 부스러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물을 붓고 손바닥만 하게 끊은 다시마를 투입했다.

"육수를 우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지금 우리는 중입니다."

"방금 불을 껐는데 말입니까?"

"이대로 잠시 방치할 겁니다."

그동안 자기 일을 일부 빼앗은 카렘을 보아온 메리였지만,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손에서 생선은 뼈와 살이 깔끔하게 발렸다.

"홍합이랑 백합은 해감을 안 해도 되나요?"

"살 때 이미 해감이 전부 끝난 상태더군요. 껍질은 진작에 솔로 닦았습니다."

"그건 또 언제...?"

"카렘 후배가 말린 바다 잡초를 쓰다듬고 있을 때 끝냈습니다."

그리고 메리는 주방의 한쪽에 놓여있던 상자를 열어 보물게를 꺼냈다.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카드드득! 퍽. 드득! 퍽! 퍽!

맨손으로 거대한 보물게의 등갑을 뜯어낸 메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피를 빼고는 단번에 몸체를 팔 등분 하고는 집게와 다리를 분리했다.

카렘은 무심코 입이 쩍 벌렸다.

물론 메리의 가녀린 외형에서 뿜어지는 괴력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겨울동안 진작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고 그가 놀란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보물게.

전생에 드물게 먹었던 대게, 킹크랩, 바닷가재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살!

어지간한 성인 머리보다 거대한 몸체에 살이 가득 차 있었다.

메리가 잘라낸 껍질 사이로 보이는 다리와 집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등딱지가 쪼개자 알과 내장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향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부드러운 노란빛을 띠는 속살과 짙은 주황빛 알과 내장.

썩은 나무 같은 껍데기와 곳곳에 자란 따개비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래서 보물상자랑 비교하는 거였네요."

"그렇-흠? 허. 정말로 저것만으로 육수가 우려지는 거였군요."

"네. 아."

그녀의 말대로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지 멸치와 몇 배로 불어난 다시마가 담긴 냄비 속은 옅은 보리차 같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더 우릴 수도 있겠지만, 상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다시 냄비 밑에 불을 붙인 카렘은 육수가 끓기 시작할 때 다시마를 모조리 빼냈다.

어느 순간부터 칼질을 멈춘 무표정한 메리의 눈에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냄새는 제법 그럴듯하고 빛깔도 먹음직스럽군요."

"그냥 이대로 먹어도 맛있을걸요?"

"맛은...상상이 안 가는군요."

거슬림과 굴곡이 없는 은은한 바다의 향이 메리의 코를 부드럽게 자극했다.

때마침 육수도 완성.

전보다 몇 배는 불어난 멸치와 그 파편, 부스러기를 모두 거른 후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 메리에게 육수를 종지에 담아 내밀었다.

"말해서 뭐합니까. 직접 맛보고 평가해보시죠."

"그럼. 음. 으음?"

칼을 놓고 종지를 받아 조심스럽게 홀짝.

황갈빛 육수가 혀끝에 닿는 순간 경험한 적 없는 짙은 감칠맛이 흙에 녹아드는 물처럼 혀뿌리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좀 더 음미하기도 전에 브라우니의 입은 본능적으로 머금고 있던 육수를 모조리 목구멍 뒤로 넘겨버렸다.

하지만 바다를 품은 깊은 감칠맛이 훑고 간 감각은 고스란히 남아 숨을 쉴 때마다 코를 건드렸다.

"고, 고작 바다의 잡초와 멸치만으로 이런 맛이...?"

"음, 다시마도 그렇고 멸치도 말리면서 소금을 뿌렸나? 간을 할 필요는 없었나 보군요. 요리에 쓸 때는 간을 또 해야겠지만."

카렘은 육수를 맛보고는 표정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

아무렴 msg는 가정과 식탁의 평화를 불러오는 법.

이걸 참을 수 있으면 요리사가 아니지.

칼을 쥐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깊은 들숨 날숨을 내쉬던 메리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이건, 고작 이걸로 어떻게 이런!?"

"이만한 감칠맛을 다른 재료로 끌어내려면 보통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닐걸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소위 말하는 스톡을 우리는 데 몇 시간이 가볍게 걸리는 것은 당연.

그마저도 결과물은 사용한 재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쓰고 남은 채소와 잡뼈, 잡고기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

하지만 다시마 육수는 달랐다.

준비할 것은 다시마와 건어물 몇 종류가 끝.

다시마 육수의 진가라는 냉침 방식도 스톡을 끓이는 것보다는 일이 간단했다.

아무렴 조리사의 실력에 따라 퀼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찬물에 재료를 넣고 하룻밤 내버려 두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다시마 육수로 무엇을 만들려는 겁니까?"

"네?"

"그야 이만한 물건이 고작 육수라니. 분명 범상치 않은 물건을 만들려는 것이 분명하겠지요?"

메리는 도마를 툭툭 두드렸다.

그녀의 눈빛이 어땠는지는 말이 필요 없었다.

그렇지만.

"딱히 정한 건 없는데요."

"예?"

"아니 진짜로."

해산물을 보고 눈이 뒤집힌 것도 있고. 전생에 직접 봤던 그 어떤 갑각류보다도 거대한 보물게를 보고 잠시 정신줄이 끊겼던 데다가 다시마를 보고 눈이 또 뒤집혔던 거라.

솔직하게 말해서 카렘은 뭐 하나 정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투로 미간을 찌푸린 메리는 이내 그 말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고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럼 오늘은 제가 요리하도록 하지요."

"음?"

"이만한 육수와 해산물이면 부야베스를 만들기에는 차고 넘치다 못해 사치 그 자체로군요. 어부의 요리긴 하지만."

그러고 카렘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메리는 곧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야베스요?"

"음? 아. 모를 만도 하겠군요. 베르셍제토의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의 가정식입니다. 원래는 남는 잡고기로 만드는 해산물 스튜죠."

아니 그야 카렘도 부야베스는 뭔지 알았다.

프랑스식 해산물 스튜라 하면 그럴듯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프랑스식 해물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토마토도 없으니 정말로 재료의 여하에 따라선 진짜로 해물탕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

바로 해산물 요리답게 재료의 질에 따라 요리의 질이 껑충 널뛰기한다는 것.

몇 달 만에 온전히 주방을 점령한 메리는 희열이다 못해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칼을 재빠르게 놀렸다. 어떻게 카렘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었다.

칼이 도마를 난타하자 그 위에 올려져 있던 당근, 양파, 대파와 마늘이 순식간에 잘려나가 기름을 두른 큼지막한 냄비에 볶아졌다.

채소가 어느 정도 볶아졌을 때, 메리는 보물게, 조개, 생선 순으로 냄비에 투하하고는 육수와 주방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향신료를 투입했다.

"그런데 뭔가 해산물을 순서대로 층을 쌓는 느낌입니다?"

"재료에 따라 익는 순서가 다른 것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보물게의 껍질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뭔가 이해가 가는 설명이라고 카렘은 생각했다.

해물탕이든 고기탕이든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고기 맛이 줄어드는 만큼 국물의 맛이 진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데 맛이 계속해서 우러난다는 건 좀 사기 아닙니까?

그렇지만 냄비가 팍팍 끓기 시작해 냄새가 퍼지자 카렘은 순간 눈이 풀렸다.

똑똑똑-

숙소 문을 누가 두드렸다.

메리는 주방에서 불을 보고 있으니 카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캐서린이면 숙소 주인이니 문을 두드리진 않겠고, 올리비에인가?

"아타니타스님은 지금 계시지 않으시니-"

"음? 오, 카렘이로군. 혹시 기억하는가? 빅토르일세."

"음? 빅토르 경?"

익숙한 목소리에 카렘은 문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중후한 외모와 회색으로 바래고 있는 검은 수염과 머리.

문을 열자 윈터홈에서 종종 보았던 고드윈의 수행원인 빅토르가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경. 무슨 일로...?"

"첫째 공자님과 둘째 공자님이 아타니타스 공에게 초대를 받아서 지금 오는 중인데 맙소사 이 냄새는..."

소식을 전하다 말고 빅토르는 잠시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해 카렘의 영혼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보물게인 건 확실한데. 그것 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이 깊은 내음은 뭐지?"

"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그리고 단순히 소식만 전하려 했던 빅토르는 메리 앞에서 팍팍 끓고 있는 부야베스를 보고서는 질끈 눈을 감았다.

"과연 고드윈 공자님의 지식 주머니를 날로 위협하는 건 여전하군!"

"아니 그건 전적으로 공자님 탓이잖습니까. 애초에 저건 제가 만든 것도 아니라고요."

이건 음해라며 카렘은 단호하게 항의했다.

자료첨부

-부야베스-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