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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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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에 카렘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빠르게 알아차렸다.

캐서린의 반응을 봤을 때 그녀가 말한 외출이라는 것은 단순히 윈터홈 바깥의 내성, 외성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전번의 아이스웜 토벌같은 일인 것이 분명했다.

단단히 준비하라는 말도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먹을 만한 요리, 혹은 부식을 준비하라는 것이겠지?

전번의 치즈와 말린 과일, 소시지, 육포와 버터 비스킷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몇 날 며칠을 먹기엔 역시 질리는 감이 있긴 했다.

카렘은 곧바로 메리의 도움을 받아가며 며칠 동안 준비했다.

출발하는 날이 되자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캐서린을 따라 탑을 나섰다.

"어, 메리?"

"뭡니까. 카렘 후배."

"단순한 외출이 아닌가 봐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카렘은 아직도 이전의 외출에 함께했던 토벌대의 구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동물을 탄 기사와 기수들 수십.

모험가와 병사 백 수십 명에 이들을 통솔하는 하마 기사들.

보급과 잡일을 위해 따라온 인부들까지.

하지만 지금 윈터홈의 광장에 모여든 면면은 이전보다 더했다.

어림짐작만으로도 완전무장을 갖추고 대기하는 기사의 숫자만 백 수십.

그들을 따르는 종자들과 일꾼들만 해도 전번의 병사와 모험가의 숫자를 넘어섰고, 병사들의 숫자는 이전 토벌에 비해 세 배는 되는 듯했다.

거기에 수레와 화려한 마차, 일꾼들까지.

윈터센드 이후로 윈터홈의 광장이 이렇게까지 북적거렸던 것은 처음이었다.

캐서린과 메리, 올리비에와 함께 타게 된 마차도 전보다 더 크고 넓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사정은 행렬을 따라 마차가 출발하고 들을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하지. 무려 주군 본인과 자녀들이 직접 이동하는 건데."

"어, 공작님과 자녀분들 전체가요?"

"정확히는 주군과 장남 고드윈, 차남 윌리엄이지."

공작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데 이만한 병력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후계자인 고드윈과 혹시 모르면 그다음인 윌리엄까지?

다른 가족들도 없이 둘만 데리고 움직인다면...

"후계자 교육인가요?"

"음, 어떻게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로군."

"그런데 후계자 교육에 실례긴 한데 윌리엄 공자님까지 가나요?"

"혹시나 고드윈 공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다음은 윌리엄 공자니까."

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메리에게 명령해 간식을 받아먹은 캐서린이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주군이 옵시디언베리로 만나러 가는 대상은 아이스랜드 전체에 있어서 어쩌면 국왕만큼이나 중요한 상대니까 말이지."

"...무슨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공작이라도 방문하나요?"

"공작, 틀린 말은 아니구나."

일반적으로 공작이란 인척 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의 영토에서는 왕이나 다른 바 없는 이들이니 카렘의 짐작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보통 한 달 전부터 성에 소문이 퍼졌을 텐데?

캐서린은 태연하게 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이건 몇 년에 한 번씩 있는 고정행사나 다름없으니까."

"이만한 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무려 공작이 움직이는 게요?"

"그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대체 그 상대가 누구길래 이렇게 질질 끄는 거지?

이번엔 딱히 순수하게 답해줄 마음이 없는 캐서린은 그저 씩 웃으며 메리가 내미는 비스킷을 씹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기분을 초치는 것은 역시나 올리비에였다.

창밖을 구경하던 그는 뭘 그리 질질 끄냐며 곧바로 답을 알려줬다.

"아무렴. 겨울을 보낸 굶주린 포식자와 몬스터를 쫓아내려는 이유 이전에 상대는 무려 아도비스 신왕이 가장 아끼는 금고지기니까."

"일개 금고지기, 잠깐. 아도비스 신왕이요?"

"그래. 사막의 지배자, 소벡 강의 전령, 모래폭풍의 화신-"

그 후로도 올리비에는 아도비스 신왕국의 지배자가 가진 수많은 별명을 읊조리기 시작했고 난데없이 소금이 뿌려진 캐서린은 못마땅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평소와 같았으면 마법을 하나 갈기고 봤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캐서린은 그저 혀를 크게 한 번 차고는 끊긴 말을 이었다.

"그래, 어지간한 공작만큼이나 위상이 높으니 공작의 대리인이나 본인이 직접 맞이하는 것이 격식에 맞으니까."

"그런데 본인께서 직접 가신다면 굉장히 중요한 상대인가 봅니다?"

"아무렴. 상대는 아이스랜드를 반쯤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으니까."

"음, 그렇군요."

그제야 이해한 카렘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렴 그 정도면 위상이...잠깐,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소년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 잠깐 귀를 씻었다.

환생하고 세오폰 왕국을 벗어난 적이 없고, 직접 방문한 지역이라고 해봤자 킹스랜드와 아이스랜드의 몇몇 마을과 도시가 전부였던 카렘도 대략적인 아도비스 신왕국의 위치는 알았다.

육로로는 십 수 개의 나라를 거쳐서 가야만 하는 사막 국가.

해로로는 비교적 짧지만, 족히 한 달은 넘게 걸리며 기상이 악화하면 연장되기 일쑤.

그런데, 그런 먼 나라가 세오폰 왕국을 반쯤 먹여 살리다시피 한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아타니타스님. 먼 나라 사막 국가에서 눈, 얼음으로 넘쳐나는 이곳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는 겁니까?"

"그야 아도비스 신왕국은 여기서 나는 목재에 환장하니까? 지배자 본인과 귀족들은 물론이고 평민과 노예들도 어떻게든 구하려고 안달이 났다고 하더구나."

"음? 아니지. 흐음. 그렇군요."

고작 그런 이유라고 문득 생각했지만, 카렘은 점차 납득할 수 있었다.

세오폰 왕국은 사면이 바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항구를 통해서 올 것이 분명했다.

돈을 위해서라면 육로로든 바다로든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도는 것은 기본인 것이 상인의 본능이라고 한다면 여기도 그닥 다르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향신료와 비단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서방 수출품이었고 보다 이전 고대에도 보석으로 비단길처럼 상권이 형성됐었다.

더 이전으로 간다면 석기 시대에도 교역이 이루어졌었다고 하니.

다만 여기엔 거래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아이스랜드의 목재가 그렇게 품질이 좋나요? 그 먼 곳을 찾아올 정도로?"

"주된 거래 품목은 멜버른 참나무를 비롯한 특정 품종의 나무다. 특징은 주변의 기온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품고 있던 마력을 흘려 주변을 시원하게 만들지."

"어,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당장 전생에 에어컨을 발명한 K.윌리스 씨가 성자 취급을 받는데 고작 나무가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면 어떻게서든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물며 아도비스 신왕국은 사막에 자리 잡은 국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아이스랜드만 그런가요? 이만큼이나 추운 지방은 더 있을 텐데."

"육로로든 해로로든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이스랜드가 제일 빠를걸?"

"저어기 멀리 있는 사막에서부터, 여기까지 말이죠?"

"그래."

캐서린은 두 글자로 일축했다.

목적지인 옵시디언베리까지 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수월했다.

그야 수월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사와 병사들이 공작의 안전을 위해 편집증적으로 굴었으며 멋모르고 습격해오는 몬스터들을 물리적으로 갈아버렸으니까 당연했다.

산적? 산적이 미쳤다고 이런 삼엄한 무리를 습격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덕분에 여정은 안전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였고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데스크워크에 익숙한 올리비에와 그럭저럭 지루함을 참는 카렘과는 달리 일 중독에 시달리는 메리와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들어하는 캐서린은 좀이 쑤시는지 연신 꿈틀거렸다.

물론 종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세 차례, 식사를 준비하고 휴식을 취할 때는 얼굴에서 해방감을 뿜어냈으니까.

일반적인 의뢰나 상행이었다면 누릴 수 없었을 사치였다.

"계약자. 우선 식사 초대는 전부 거절했습니다."

"후우, 왜 이렇게 초대를 하는 건지. 영감탱이는 저런 초대가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군."

출발한 날부터 이어지는 식사 초대를 컨디션 불량을 이유로 거절한 캐서린은 어김없이 투덜거렸다.

"이젠 정식으로 최고 마법 고문이 되셨으니까 그러신 거 아닙니까?"

"관례상 서열로만 따지면 아이스랜드 대기사장과 맞먹는 위치이니 당연하지."

"어, 그 정도로 높은 위치입니까?"

"음."

올리비에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카렘에게 긍정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현실에 캐서린은 이렇게 귀찮아질 줄 알았다며 툴툴거렸다.

'그 정도로 높으신 분이 되셨단 건가...?'

아이스랜드의 수많은 기사와 봉신, 충성 계약을 맺은 아이스랜드 공작을 대리해 그 많은 기사를 지휘하는 이가 바로 대기사장.

다른 지방과는 달리 아이스랜드에는 기사단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대기사장이 아이스랜드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기사단의 부단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단장은 당연히 공작 각하 본인이고.

카렘은 고개를 휘휘 저어 얼떨떨한 기분을 없앴다.

눈 깜빡하면 지위가 상승하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불 앞에서 딴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음? 오늘 점심은 도넛인가?"

캐서린은 냄비 속을 들여다보았다.

바글바글 끓는 기름과 함께 갈색빛으로 한가득 튀겨지고 있는 구체는 영락없는 도넛이었다.

허나 메리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도넛은 결코 아닙니다."

"음, 겉보기엔 영락없는 도넛인데도?"

"제 브라우니로서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도넛은 아닙니다."

"명예가 아니라 본능이겠지."

집요정은 자기 계약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캐서린은 여전히 수염을 쓰다듬는 올리비에에게 따졌다.

"이봐, 영감탱이. 그쪽은 뭔지 다 봤겠지?"

"아무렴, 여기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저게 도넛이 아니면 뭔데?"

"그건 요리가 완성될 때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참을성이 없구나. 키티."

"내가 항상 말하는데. 키티라고 부르면-"

"오, 다 완성됐나 보군."

올리비에가 캐서린의 말을 끊기 무섭게 끓는 기름에 부유하는 갈색 구체를 국자로 이리저리 굴리던 카렘은 구체가 익은 것을 확신하고는 곧바로 접시에 옮겨 담았다.

"아직 뜨거우니까 모두 조심해서 드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메리가 아직 김이 펄펄 뿜어내는 구체를 진작에 세팅을 끝마친 탁자에 놓인 접시에 덜고 포크와 나이프로 찍었다.

시퍼런 은제 나이프가 구체를 바삭! 하고 뚫기 무섭게 노랗고 끈끈한 액체가, 칼질을 끝마치자 구체의 단면에서 고소한 육즙의 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흰자의 단면을 타고 흐르는 녹진한 노른자는 달걀을 감싼 먹음직스러운 다짐육의 육즙과 함께 접시에 흘러내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모습에 캐서린이 감탄했다.

"반숙 달걀을 미트볼로 감쌌군?"

"하이랜더 에그라고, 아이스랜드 북부 부족민들의 토속 요리의 레시피를 지그메서가 손 봤습니다."

삶을 달걀을 양념한 고기로 감싸 달걀물과 튀김옷을 입혀 튀긴 요리.

재료, 조리법, 생김새 모두 스카치에그와 똑같았다.

물론 지그메서가 말한 원본 하이랜더 에드는 영 그런 물건이었다.

완전히 익힌 달걀을 다진 잡고기로 감싸 바싹 구운 다음 말린다고 했던가.

물론 지그메서의 평으로는 소금간만 하면 나름 먹을 만 하다고는 했지만, 식재료의 활용도라는 면에서는 카렘은 마이너스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구체를 가른 올리비에가 감탄했다.

"음! 이건 파이 시트로 감싼 미트볼인가?"

"미트볼 웰링턴이라고 합니다."

"전부 다른 종류라는 말인가?"

올리비에의 칼질에 겉의 표피, 페이스트리와 다짐육이 갈라지며 육즙과 함께 치즈가 폭발하듯이 쏟아져 마그마처럼 천천히 흘러 접시에 고였다.

거기에 미리 준비한 잼과 소스를 곁들이니 금상첨화.

두 마법사가 연신 만족하며 식사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 한 마법사의 식사를 수행하던 집요정은 커다란 접시에 담긴 구체들을 살피다가 카렘을 보았다.

지이이이-

찌르는 듯한 시선.

"시간이 부족해서 두 종류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저녁에는 어떻게 솜씨를 부려볼 테니까요."

"음."

"두껍고 푹신한 팬케이크는 어떠신지?"

"음!"

카렘은 항복이라는 듯 두 손 들고 말했다.

메리는 콧김을 내뿜으며 만족하고 본업에 집중했다.

자료첨부

-스카치에그(하이랜더 에그)-

-웰링턴 미트볼-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