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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불문하고 강인함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도 있었다.
무력이 얼마나 강한가?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실 수 있나?
그리고 아이스랜드에서는 거기에 얼마나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가 포함된 것 같다고 카렘은 생각했다.
'후우! 자극적이라서 더욱 당기지 않나!? 하이폰!'
'버어어어. 물론이지! 이 매콤한 하이랜드 돼지의 안심을 좀 먹어보게.'
'물론이지! 끙. 기름진 음식엔 역시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아무렴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고서야 매워서 눈꼬리가 갓 태어난 사슴의 다리처럼 파르르 떠는 상황에서 입술이 부르트고 나서도 계속 먹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고 나서야 카렘은 자기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아무렴 요리사의 취향이 있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겠지.
카렘이 만든 붉은 마녀 깍두기를 거절했던 캐서린이 입술이 벌게진데도 연회에 나왔던 매콤한 음식들을 섭렵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소탐대실(小貪大失).
과하면 없느니만 못하고, 지나친 것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는 성현의 말씀처럼 이는 요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이었다.
간이 너무 세게 된 요리는 물의 양부터 재료까지 추가로 잔뜩 투입해야 하지만, 간이 약하면 그저 소금이나 조금 더 넣으면 족하니까.
비단 소금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비린내라는 것을 누구는 바다의 냄새라며 좋아하고.
기름에 녹아내린 진한 육향을 그저 누린내라고 질색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 혼자 대충 요리해 먹는다면 모를까.
결국, 남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요리사는 남의 취향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카렘은 지그메서에게 가룸이 담긴 통을 내밀며 물었다.
"조금만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레시피는 공유하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많이 줄 수는 없다!"
대회관에서의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카렘은 새벽일을 끝마친 메리를 이끌고 식료품 창고로 향했다.
윈터홈에 납품되는 식료품을 정리하고 요청된 물건을 확인, 옮기느라 분주했지만 카렘은 마음속의 두 눈을 딱 감고 거침없이 창고로 들어가 양념치킨을 만들기엔 부족했던 재료를 낚아채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카렘 후배. 고작 이 잼 하나를 찾고자 이렇게 이른 새벽에 나온 겁니까?"
"넵. 탑의 주방에 있는 잼 중에 원하는 게 없었거든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잼 종류만 열 가지가 넘는데. 하나도 없었단 말입니까?"
"그걸 그쪽이 말하는 겁니까. 혹시 양심이...?"
카렘은 고개를 돌려 뚫어지도록 원인을 응시했다.
메리는 고된 노동을 하는 만큼 카렘이 보기에 경악스러운 양의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그런 메리의 식사와 간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세 가지 있었다.
빵과 버터, 그리고 우유.
새하얀 밀 빵을 선호한다지만 그냥 빵이면 다 좋아하는 것 같은 사소한 사실을 치우더라도 하루에 메리가 먹어치우는 양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간식용 빵에는 잼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먹어치우는 잼의 양도 상당했다.
마법사의 탑에 납품되는 잼의 7할은 그녀가 흡입한다고 봐야 했다.
당장 메리가 든 상자에 담긴 잼들도 별 이상이 없다면 대부분 그녀의 몫이라고 봐야 했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메리는 뚫어지도록 쳐다보는 카렘을 외면하고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어쨌거나 탑으로 돌아온 카렘은 쪽잠을 자고 일어났다.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난 카렘은 캐서린의 아침 식사를 차리고 곧바로 메리에게 뒷정리를 맡기지 않고-
"감히 제 일을 뺏어가려는 겁니까! 정말이지 방심할 틈이 없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점심 준비하려면 준비할 게 있어서!"
"준비 말입니까?"
"기름이요. 기름."
아무렴 통닭이나 로스트 치킨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 이상 양념치킨에 기름을 빠트릴 수는 없었다. 양념에 버무리기 전엔 그냥 프라이드 치킨이었으니까.
닭고기야 냉장실에 보관된 것이 있었다.
기름은 전날 도축장에 쳐들어가 받은 비계가 있었으니, 이것들로 기름을 우리기만 하면 됐다.
바글바글바글바글- 치지지지지직-!
"크으-! 이 소리지."
물을 조금 담아 팔팔 끓인 상태 그대로 작게 손질한 비계를 전부 투하.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전부 증발하고 비계가 튀겨짐과 동시에 기름을 내뱉기 시작해 순식간에 냄비의 양은 불어났다.
"이만하면 됐네요."
"기름의 양이 상당하군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 기름을 전부 다 쓸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메리가 입을 벌리려던 그때.
주방의 문을 박차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캐서린이었다.
"망할 이런 고소한 냄새를 풍기면 일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돼지비계 튀김 좀 드시렵니까?"
"당연하지! 내가 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냐!"
캐서린이 테이블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리가 카렘이 내민 돼지비계 튀김 그릇을 들고 다가갔다.
돼지 비계 튀김은 라드를 만들 때 반드시 생성되는 부산물.
비계가 기름을 뱉어내면서 남은 미량의 단백질이 튀겨지면서 발생하는 고소함은 그 자체 만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거기에 메리가 소금, 후추 간을 했으니 결과는 더 말할 필요 없었다.
"으음. 이 바삭거리는 고소함. 참을 수가 없군!"
짭조름함으로 맛을 돋우고, 후추의 은은한 향과 매콤함으로 느끼함을 가린다면 남는 것은 압축된 돼지 비계의 고소함과 바삭한 식감.
메리가 내미는 돼지 비계 튀김을 씹던 캐서린은 책을 읽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얼 하려고?"
"네? 무슨 말씀이신지."
"뭔가 요리를 따로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냐? 설마 그 많은 기름을 전부 쓰지는 않을 테고."
"아뇨? 전부 다 쓸 겁니다."
연신 입을 움직이던 캐서린의 입이 멈췄다.
그리고 책을 향하던 고개를 돌려 카렘의 앞을 응시했다.
뜰채로 연신 찌꺼기를 거르는 카렘의 앞에 놓인 무쇠 냄비는 수프를 끓인다면 진지하게 성인 열 명이 먹고도 남을 만한 용량이었다.
그런데 뭐? 저 큰 냄비에 가득한 기름을 전부 다 쓰겠다고?
부자와 권력자는 어지간해서 잘 먹듯이 세오폰 왕국에도 튀김 요리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껏해야 팬에 기름을 자작하게 넣어 반쯤 굽듯이 튀기는 것이 전부.
한 나라의 왕도 그런 사치스러운 요리를 먹는 않을 텐데? 대체 뭘 만들려는 거지? 아니, 일단 튀김이라는 건 알겠는데.
집요정 브라우니답게 주인의 마음을 빠르게 눈치챈 메리도 물었다.
당연히 그녀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던지라 진심이 담겨있었다.
"카렘 후배. 윈터홈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위장에 기름칠이라도 할 작정입니까?"
"에이. 그건 좀 과장인데요."
"예. 과장입니다. 그렇지만 카렘 후배의 말은 과장이 아니죠. 대체 그 많은 기름을 전부 어디다가..."
"점심을 준비하려 했는데..."
카렘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이 펑펑 내리던 우중충했던 구름 한 점 없이 오래간만에 맑은 하늘에 창창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좀 이르지만, 간식이라도 먹죠? 도넛은 어떠신지?"
"참 좋은 선택입니다. 카렘 후배. 음료는 제가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넛이라는 말에 메리는 잃었던 얼을 빠르게 되찾아 카렘에게 동조했다.
전생에 취미 삼아 전력으로 다양한 요리를 섭렵했던 카렘.
유일하게 얼마 손을 대지 못한 것이 바로 제과제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렘은 걱정하지 않았다.
사람이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법.
다름 아닌 메리가 제과제빵을 할 줄 알았으니까.
"도넛 반죽? 어려운 일은 아니로군요. 그런데 왜...?"
"제과제빵엔 자신이 없단 말이죠."
그 말에 메리는 이게 무슨 오우거가 댄스하는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장본인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같은 말을 하지만, 카렘은 기억 속의 레시피를 있는 그대로 따라 하고, 없는 재료를 대체하는 수준 이상의 제과제빵을 할 줄 몰랐다.
제과제빵의 꽃은 정확한 계량, 발효, 시간.
그리고 제발 잘 구워지라고 하늘에 사지가 불타도록 비는 의지!
후자는 카렘도 자신 있었지만, 전자는 카렘은 요만큼도 몰랐다.
자연 발효와 이스트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그 요만큼이었다.
과연 메리는 카렘의 요구대로 훌륭한 도넛 반죽을 만들었다.
카렘의 말에 따라 1차 발효, 반죽을 주먹 크기로 성형, 2차로 발효.
그리고 위의 과정이 모두 끝나자 캐서린이 물었다.
"그래서 그걸 모조리 튀길 셈이냐?"
"넵. 점심을 만들기 전에 시험 삼아 튀기려고요."
"발효를 두 번이나 한 도넛이라. 그거참 어마어마하게 부드럽겠군."
"그거야말로 제가 원했던 겁니다. 메리. 과일 펀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메리가 밖으로 나간 사이, 카렘은 곧바로 도넛 반죽을 차례대로 투입했다.
2번에 걸쳐 발효한 덕분에 내부에 공기를 한껏 머금은 반죽은 그대로 떠올라 기름에 튀겨지기 시작했다.
음량을 1/10으로 낮춘 폭포 같은 소리.
튀겨지는 반죽을 조금씩 건드려가며 잠긴 부분을 확인하던 카렘은 곧바로 도넛을 뒤집었다.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익은 도넛의 중앙을 기름의 표면을 경계로 노란 수평선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 꿀만 발라 먹어도 환상적일 것 같구나."
"하지만 그걸로 만족하실 수 없으시죠?"
"당연하지! 이렇게 된 이상 내 기대를 만족시켜야 할 거다!"
"제가 언제 아타니타스님을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요?"
"붉은 마녀 피클."
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카렘은 냉큼 고개를 돌려 기름 냄비에 집중했다.
아무렴 그건 뭐랄까, 오랫동안 고향의 맛을 맛보지 못한 토박이의 폭주 결과라고나 할까.
소년은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괜히 기름에 둥둥 떠다니는 도넛을 건드렸다.
다행히 그녀의 시선은 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도넛들은 일단 전부 다 튀겨졌네요."
"그래서, 무엇으로 내 기대를 충족시킬 셈이지?"
"이것들로 할 겁니다."
카렘은 테이블에 깔때기와 잼이 담긴 병들을 차례대로 꺼냈다.
이어진 광경에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응시하던 캐서린이 무심코 탁자를 치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도넛에 깔때기를 찔러넣은 카렘은 병에 든 잼의 1/4을 쑤셔 넣었다.
깔때기를 뽑자 그 많던 잼은 어디로 갔냐는 듯 깔때기 구멍에 엄지손가락만 한 잼만이 보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광경을 똑똑히 보고 있던 캐서린은 잠시 넋을 잃었다.
사과, 포도, 자두, 무화과 같은 카렘이 아는 과일과 모르는 과일들로 만든 불과 몇 시간 전에 가득 받아왔던 잼의 1/3이 그렇게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음료 준비를 끝내고 고개를 돌린 메리의 반응이야 뻔했다.
"티타니아 맙소사! 그렇게나 많은 잼을 모조리 그 안에!"
"내 말이 그 말이다!"
화룡점정으로 이전에 쓰고 남았던 슈가파우더를 뿌리자 항상 캐서린이 먹은 후에 먹던 메리도 이번엔 참기 힘들다는 듯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카렘이 쟁반에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잼 도넛을 들고 테이블에 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메리가 반을 갈랐다.
자료첨부
-잼 도넛-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