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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글로우 요새는 그 규모와 상주 인원답게 주방, 알현실, 변경백 집무실을 비롯한 특정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요새 곳곳에 널리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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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방 또한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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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사로서 로완이 혼자 생활한 약초방은 주방에서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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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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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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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그그그그그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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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의 인도에 따라 일행이 방에 들어오자 잠시 후, 넓은 방 전체가 쇠사슬이 부닥치는 소리와 함께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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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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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의 진동과 약간의 부유감을 느낀 캐서린이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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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으로 구동되는 승강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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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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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글로우 요새는 하여간 높아도 너무 높았다. 그렇다 보니 요새의 위까지 물자를 공급하다 사람이 먼저 퍼지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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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수백 년 전에 침공이 이뤄졌던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물자 공급이 늦어져 요새의 성벽 위에 몬스터가 침입했던 적이 있었다는 문헌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새 곳곳에 승강기가 설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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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마석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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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의 의문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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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지금 그들이 탄 승강기는 못해도 최소 백단위의 사람을 한 번에 요새 위로 올려보낼 수 있을 만큼 크고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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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도 무슨 산을 통째로 깎아 만든 것 같은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꼭대기까지 올려보낸다? 그것도 마석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서? 그럴 돈은 없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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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처음엔 가축을 이용한 축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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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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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각하의 군림 이후 대대적으로 개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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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아이스랜드는 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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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와 병사, 기사들을 뺀 일행 모두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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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끝으로 승강기는 몇 개나 되는 쇠사슬의 시끄러운 금속음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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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가 멈추자 일행은 곧바로 로완의 약초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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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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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장님. 문이 잠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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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품에 열쇠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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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의 유품(?)을 들고 있던 고든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열쇠로 문을 열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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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마자 느껴지는 진한 풀 내음. 약초방이라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 천장과 벽면, 책이 놓인 선반의 항아리와 유리병에는 수많은 식물의 꽃과 줄기, 이파리, 씨앗, 버섯이 정리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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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겸하지만 일터에 가까웠는지 숙소로서의 흔적은 침대 단 하나. 그 외엔 모두 약초사와 관련된 물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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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고 온 병력으로 주변을 경계시킨 월레스는 일행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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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부 뒤져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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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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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말을 끝으로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약초방의 곳곳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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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또한 마찬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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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들어왔을 때부터 신경 쓰인 유리병과 항아리로 가득한 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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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지만, 커피 냄새가 났는데. 이쪽이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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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카렘에게는 말린 알라우네 부산물을 찾는 것 또한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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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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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환생하고 나서 완전히 포기했던 영혼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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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자의와 타의가 반씩 섞인 필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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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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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은 지금의 목적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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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는 죽은 로완이 배신자인지, 아니면 로완으로 위장한 누군가인지 판결할 중요한 증거물을 탐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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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씨앗으로 가득한 항아리를 뒤적거리다가 뚜껑을 도로 닫은 카렘은 확인을 끝낸 항아리들을 치워둔 선반 쪽으로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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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뭐 찾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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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랑 버섯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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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나도 이쪽이나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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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더미 쪽으로 가셨던 거 아니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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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님이 귀찮게 하지 말고 이쪽으로나 가라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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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캐서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메리가 천장에 매달린 약초 더미를 풀어 내리고 캐서린이 이를 빠르게 확인하고 분류를 마친 것을 메리가 방 밖으로 치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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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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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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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완이라는 약초사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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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주방 이전에 간이 신전에서 보기는 했지만, 고작 한 번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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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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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사제였고, 현 약초사에. 사제분들이 거의 다 파견 나간 상황에서 간이 신전의 자리를 지키고 계셨죠. 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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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법사님의 방에서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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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면 스쳐 지나갈 때 맡았던 그 냄새가 말린 알라우네 냄새였던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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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로나 쓴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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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거 가지고는 수상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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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을 지녔다고 해도 말리고 볶아서 독은 제거된 지 오래고 게다가 향도 좋으니 향 주머니처럼 들고 다녔을 수도 있으니까. 수다를 떨며 항아리를 조사하던 카렘은 고개를 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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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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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고 볶은 알라우네 부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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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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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거 노리고 이쪽 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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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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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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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선반 안쪽에 놓인 커다란 항아리를 끌어다 내렸다. 뚜껑을 열자마자 커피 내음이 진하게 피어오르는 알라우네 부스러기가 항아리 목까지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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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한 냄새에 순간 눈이 뒤집히도록 숨을 깊게 들이마시던 카렘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조사를 위해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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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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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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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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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끈미끈한, 뭔가 전현생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가죽 같으면서 해파리 같은 묘한 질감의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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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우뚝 굳은 걸 보니 뭐 찾은 거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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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진 모르겠지만 찾은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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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럴-뭐? 진짜로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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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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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힌 뭔가를 항아리에서 잡아 꺼내자 알라우네 부스러기가 바닥에 와르르르르 쏟아졌다. 그 모습에 카렘은 마음이 욱신거린 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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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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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이 불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투명하고 쭈글쭈글하고 미끌미끌한 감촉의 천만큼 얇은 가죽 비슷한 물체가 항아리에서 끌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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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이게 대체 뭔 냄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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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무심코 코를 부여잡았다. 일전에 디저트로 먹었던 볶은 알라우네 내음 사이로 무시할 수 없는 고기 썩은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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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로완이 녹아내린 흔적에서 났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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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농축한 것 같은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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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잠시만, 이게 대체 왜 여기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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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님? 어떤 물건인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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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ShapeShi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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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손을 내밀었다. 카렘은 군말 없이 가죽을 탈탈 털고는 고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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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 적 있지. 이 질감과 반투명함. 무엇보다 마력까지. 셰이프시프터의 가죽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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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뭔가 심각하신데. 많이 심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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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심각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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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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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고개를 들어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카렘을 쳐다보다가 고든, 침대로 향하던 메리까지 어리둥절하자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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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는 마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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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에서 노트를 꺼내 먼지를 털던 월레스가 그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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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이요? 마족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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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거의 다 불태웠다가 마왕이 용사 파티에 의해 암살당하며 실패한 마왕군의 주력. 셰이프시프터는 마왕군의 가장 우수한 첩보원이자 암살자였단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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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역사 수업 시간. 막연한 전설이었던 것에 카렘은 아득함을 느끼며 캐서린에게 넘긴 가죽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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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셰이프시프터의 가죽이라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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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의 가죽은 변신 망토와 투명 망토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지. 그렇지만 일개 약초사가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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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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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는 계절에 한 번씩 탈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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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가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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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형체가 변하는 특성 때문에 신성력에 유달리 민감해 접촉하면 하급 언데드마냥 녹아내린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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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가죽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주방에서 맡았던, 고든이 들고 온 유품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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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침대도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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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모두의 고개가 메리 쪽으로 돌아갔다. 두꺼운 시트를 뒤집은 메리는 거침없이 덮개를 벗기고 시트 내부를 파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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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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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침대 시트 속으로 팔을 쑥 집어넣어 뒤적거리다가, 곧바로 뺐다. 손에는 커다란 가죽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속에서 촤르르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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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와 비슷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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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을 비롯한 일행 모두는 동시에 시선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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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포대는 그렇게 큰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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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런 물건이 침대 시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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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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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자아. 어디 한 번 보물 상자를 열어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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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를 건네받은 고든은 활짝 열고 내용물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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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우네 부산물이 비처럼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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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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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분감 있는 미끈한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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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손에 들린 것과 같은 미끈하고 반투명한 가죽 여러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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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갑자기 든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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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갈색 알갱이들을 아쉽게 보던 카렘이 이마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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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가 로완으로 변장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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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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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손을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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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을 보니 확실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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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를 팔락이던 월레스는 탁 소리가 나게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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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의 시작은 몇 년 전 로완이 사제 생활을 은퇴했을 때. 그리고 작년 여름부터 페이지가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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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로완 전직 사제는 그때부터 대체 당해버렸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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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정황상 그게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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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시프터의 가죽이 한 장뿐이라면 억지로라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장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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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한 번씩. 작년 여름부터 해서 총 다섯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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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도 딱 들어맞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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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수에 그렇게 녹아내린 것도 말이 됩니다. 셰이프시프터는 하급 성수에도 치명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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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방은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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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모든 정황이 들어맞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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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장님! 시종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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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방의 문이 벌컥 열리고 기사가 뛰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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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기사가 다급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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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트에 언데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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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데드 이상 사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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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닙니다! 놈들이 프레젠트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성벽으로 피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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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보고를 받은 월레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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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초방을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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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또한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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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렘은 일행을 따라 월레스의 뒤를 따르는 동안 요새의 시가지. 프레젠트를 둘러싼 성벽을 향해 다가오는 언데드 무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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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리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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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설원을 까맣게 뒤덮은 언데드 무리가 성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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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꿀 냄새에 이끌리는 개미 군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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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되게 익숙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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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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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트요. 대처가 빠른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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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기에도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프레젠트는 혼란에 휩싸인 와중에도 일사분란하게 대피와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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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와 몬스터의 침공은 종종 있으니 익숙하지요. 다만 가을에 언데드 준동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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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월레스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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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오자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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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중심을 잃었던 카렘은 캐서린이 붙잡아주고 나서야 프레젠트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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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설원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성벽을 향해 천천히 몰려오는 수많은 다양한 언데드 떼거리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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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하던 처음과는 달리 카렘도 새까만 무리가 성벽 너머의 마을을 휩쓰는 광경을 보자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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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야말로 겨울이 보우하사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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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 님. 갑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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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길 봐라. 모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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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카렘은 다시 한번 성벽 너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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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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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놈들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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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나마 좋은 소식이지. 시간을 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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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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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맹수, 몬스터를 기반으로 언데드 무리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두 일관성 있지만, 일반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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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큰 놈들은 보폭도 커서 거리가 빨리 좁혀지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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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맥 너머의 원정대가 복귀한다! 변경백 각하께서 돌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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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성벽 위의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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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또한 마찬가지로 일행에 끼어들어 산맥 너머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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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가 질주하느라 눈보라가 발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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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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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마, 스노우러너, 멧돼지 등 수 많은 짐승에 올라탄 기수들과 함께 원정대의 선두에서 그 누구보다도 확고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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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수백 명의 건장한 야만 전사들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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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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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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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무심코 눈을 부여잡고 성벽에 머리를 박았다. 뭔가 싶었던 고든 또한 뒤늦게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단말마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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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어! 문 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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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열라고! 빨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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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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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곁의 야만 전사들은 점점 요새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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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야만전사들의 체크무늬 무릎 스커트는 격렬하게 흩날렸고 치명적인 절대영역을 온 사방에 또렷하게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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