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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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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동안 차갑게 식은 말린 알라우네를 우린 검은 액체에 손가락 굵기의 베이지색 쇼트브레트 쿠키가 퐁당 빠졌다.

쇼트브레드 쿠키는 쿠키 중에서 독보적으로 수분감이 적다.

퍼석하고 건조한 쿠키는 눈에 띄는 속도로 수분을 빨아들였다.

새하얀 백지에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베이지색 쇼트브레드 쿠키는 순식간에 연갈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너무 빨리 빨아들여 형태가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재빠르게 건져 올려져 접시에 빈틈없이 네모나게 놓이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쿠키의 모서리나 중간 일부가 뭉개지거나 바스러졌지만, 수분을 머금은 상황에 힘이 가해지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

피해를 감수한 끝에 접시 바닥에 배치된 네모난 쇼트브레드 쿠키 위로 진한 크림치즈의 산이 철퍽 쌓였다. 그리고 곧바로 나무주걱에 뭉개졌다.

크림치즈의 산을 이리저리 뭉개며 넓게 펴 바르던 주걱은 최종적으로 밑에 깔린 쇼트브레드 쿠키와 면과 각이 일치하도록 각지게 성형되었다.

디저트라고 내보이기에는 무척 단순한 과정.

하지만 그 맛은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볶은 콩과 견과류처럼 고소하지만, 고혹적이고 우아한 향기를 간직한 검은 액체를 품은 쇼트브레드는 질감이 느껴지지만 부드러울 것이다.

태울 듯이 볶아 느껴질 쓴맛은 진한 크림치즈에 가려져 버터의 느끼함을 가리는 수준에 불과할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손길의 주인은 멈추지 않았다.

쇼트브레드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그리고 가장 처음의 과정을 한 번 반복.

검은 액체에 짧은 반신욕을 끝내 연갈색으로 물든 쇼트브레드 쿠키는 크림치즈 위로 지층이 깔리듯이 빈틈없이 배치됐다.

그리고 바로 아래층이 그랬던 것처럼 쌓이는 산.

정체는 크림치즈가 아닌 진하고 무거운 헤비크림.

생크림에 녹여서 식힌 버터를 추가로 넣어 한층 더 꾸덕꾸덕하게 만든 헤비크림의 산은 먼젓번에 쌓인 크림 치즈처럼 가차없이 뭉개져 한 층 아래와 같이 반듯하고 각지게 펴 발라졌다.

간단하지만 섬세한 손길 끝에 완성.

이대로도 맛은 훌륭할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아직 한 스텝이 더 남았다.

4개의 층 가장 위에 발라진 새하얀 헤비크림의 층

그 위로 진갈색 가루가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함박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늘고 고운, 마치 먼지만큼이나 곱게 간 진갈색 말린 알라우네 가루는 폭설처럼 헤비크림 위로 두껍게 내려 새하얀 설원을 빈틈없이 가렸다.

"흐음, 이거 또 본 적 없는 물건을 가져왔나."

"과자를 케이크 빵 대신 쓴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군요."

"뭐, 안될 것도 없겠지? 종종 파이 시트로 과자를 쓰기도 하니까. 어허!"

찰싹. 접시로 손을 뻗는 고든의 손을 가볍게 후려친 캐서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군."

"문제요?"

그래. 캐서린은 팔짱을 풀고 살며시 턱을 괴었다.

"분명 이번엔 버터를 빼라고 했을 텐데."

"요 며칠 지나치게 느끼하게 드셔서죠?"

"그래. 그런데."

캐서린은 턱을 괸 손을 빼 접시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건 뭐지? 쇼트브레드 쿠키 아니냐?"

"거기만 들어간 게 아니라 크림에도 들어갔습니다."

"뭐? 휘핑크림에?"

"버터를 추가로 넣어 특별히 제작한 헤비크림입니다."

카렘은 테이블에서 쇼트브레드 쿠키가 든 바구니를 치우며 말했다.

"잠깐, 내 주문은 치즈 포함이었는데?"

"거기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응? 어디에?"

"2층에 깔린 게 크림치즈에요."

카렘의 설명에 고든은 오, 라고 하며 팔을 내렸다.

"버터를 추가로 투입한 휘핑크림. 헤비크림. 과연 그 이름만큼 마음에 와 닿는 묵직한 이름이었습니다. 어찌나 참는 게 힘들던지."

무표정으로 주걱을 치우며 아무런 티도 내지 않던 메리.

자세히 보니 동공이 희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보여주신 반응이랑 다르지 않습니까?"

"이 독특하고 우아한 냄새 덕분인지 직접 와 닿는 버터의 향기 덕분입니다."

"아, 맞아. 그래. 이..."

캐서린은 다시 손가락으로 접시를 가리키다가 멈칫했다.

"이, 디저트의 이름이 뭐라고?"

"티라미수(Tiramisu)요."

"흠, 어감상으로는 세르비아누스 말인가? 꼬마. 세르비아누스 말은 언제 또 배운 거냐?"

"누구의 농간으로 할 일이 줄어서요."

카렘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숙하게 전생의 정보를 현생의 지식으로 덮어씌웠다.

"겸사겸사 그럴듯한 말을 조금 공부했죠."

캐서린은 티라미수를 몇 번인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게 중얼거리기를 반복하다 결론을 내렸다.

"tirare mi su. 기분이 좋아진다를 줄인 말이로군."

"먹어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테니까요?"

"흐으으음. 다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는데."

캐서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없이 메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메리는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같이 가져온 주머니를 건넸다.

캐서린의 손이 주머니를 열었다.

볶은 콩과 비슷하게 고소하지만 보다 진하고 품위 있는 냄새.

그와 함께 검은색에 가까운 진갈색 부스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라우네의 줄기와 이파리라고?"

"넵. 주방에서 얻어왔죠."

"...가공 처리를 했군. 이러면 먹는다고 탈 나지는 않겠지만, 그...안 찜찜하냐?"

캐서린은 주머니 속에서 진갈색 부스러기를 집어 들었다.

음식물, 식료품이 손에 닿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생기와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검게 오그라든 끝에 잿더미 같은 형태로 형체 없이 바스러지는 것이 그녀의 손에 걸린 저주.

하지만 바스러지지 않았다.

말린 알라우네의 줄기와 이파리 부스러기는 멀쩡했다.

그야 당연하지.

왜냐하면, 먹는 것이 아니니까.

이건 마법 재료에 속했다.

일단은.

"...마법 재료 중에 먹는다고 탈이 나는 물건이 아니기는 한데."

"아니, 마법사님. 그러면 저게 진짜로 알라우네의 그거라는 겁니까?"

"그래. 자주 사용되는 재료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걸 방향제로 쓰고 있었다니."

"아니, 허 참. 그-응?"

어이가 없어 태클을 걸려던 찰나.

고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보니 전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고든도 독초라고 믿고 있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은 이제 식사에 빠지면 아쉬운 약방의 감초가 되었다.

그리즐리 비버의 생식선 또한 마찬가지다. 콜던에서 지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리즐리 비버 바닐라가 대유행하고 있는 것이 누구 때문인데?

그래,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생으로 먹으면 맹독이기는 하지, 나도 잘 알아. 써본 적 있으니까.

그렇지만 가공하면 독이 없어지더랬다.

심지어 먹어도 딱히 탈이 나지는 않는다고?

그러면 먹어도 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언제 먹는다고?"

"그쪽은 조금 기다리시죠?"

"아니 또 뭐. 뿌릴 거라도 있냐? 무슨 몬스터의 맹독이었던 물건이 또?"

"아뇨. 그쪽이 너무 많이 먹어서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요."

"아."

카렘이 고든과 옥신각신하는 사이 캐서린은 준비를 끝냈다. 메리가 차림새를 가다듬는 그녀의 앞으로 티라미수가 놓인 접시를 통째로 앞에 놓았다.

"이거, 조금은 기대되는군."

캐서린은 조금 흥분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티는 잘 안 났지만.

케이크란 본디 한 조각씩 접시에 덜어 먹는 것.

품위 없이 한 판을 통째로 먹는 물건이 결코 아니다.

한 판을 통째로 먹는다니. 어찌 그런 품위 없는 짓을 할 수가 있나.

하지만 품위가 없는 행위는 어떨 땐 사람의 로망을 자극하는 법.

케이크 한 판을 통째로 앞에 놓고 혼자서 다 먹어치운다는 소망은 나이와 직위와 무관하게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다 한 번쯤은 품었을 로망.

남자들이 거대 통구이를 혼자서 뜯어먹는 것에 해당하는 로망이 넘쳐 흐르는 금기.

물론 일반적인 케이크 한 판과 비교하면 티라미수는 작았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한 판은 한 판.

로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바로 먹도록 하지."

캐서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메리의 포크가 움직였다.

스르륵.

티라미수의 한 귀퉁이로 향한 포크는 진갈색 알라우네 가루에 덮인 새하얀 헤비크림을 부드럽게 파고든 끝에 순식간에 바닥까지 닿았다.

쇼트브레드 쿠키는 분명 밀도가 높은 과자지만 수분을 한가득 머금은 덕분에 물에 젖은 모래성 이상의 저항감은 없었다.

아니, 크림치즈와 헤비크림의 수분에 그보다 못했다.

'헤비크림, 크림치즈, 쇼트브레드 쿠키.'

그리고 말린 알라우네 부스러기를 우린 검은 물과 그 가루.

마지막이 뒤숭숭하지만 메리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나머지가 하나같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두 가지.

그리즐리 비버 바닐라라는 사례와 말린 알라우네 부스러기의 그윽한 냄새가 그녀의 호기심을 폭증했다.

아니지, 지금은 아니야. 메리. 나중에.

메리는 작게 심호흡하고는 캐서린에게 티라미수를 먹였다.

하압.

캐서린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강렬한 쓴맛.

하지만 뒤이어서 느껴지는 쇼트브레드 때문에 오래가지는 않았다.

강렬한 버터의 풍미와 고소하고 촉촉한 쿠키에 쓴맛은 줄어들고 말린 알라우네 특유의 매혹적이고 고혹한 향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맴돌았다.

입을 움직일 것도 없었다.

두 층으로 이뤄진 촉촉한 쇼트 브레드.

헤비크림, 크림치즈의 지층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

그저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끝났다.

그러면 이제 비슷하지만 다른, 버터를 넣어 한층 크림의 맛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헤비크림과 우유와 치즈의 맛을 품은 농밀한 크림치즈와 섞여 쓴맛을 억제했다.

그렇지만 크림은 크림이고 치즈는 치즈.

안 그래도 느끼한 크림치즈에 버터를 첨가해 한층 더 느끼하게 만든 헤비크림의 중첩된 느끼함에 질려오려고 하자 다시금 쓴맛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기분 나쁜 쓴맛이 아니다.

볶은 견과류가 품은 고소한 향미.

타기 직전까지 그을린 콩의 냄새.

껍질을 벗긴 견과류를 농축시킨 부드러운 쓴맛.

아니, 그 어떤 묘사도 이를 정확히 품을 수 없었다.

순간 캐서린은 맛을 더 음미하지 못하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입안이 텅 비어 아쉬운 나머지 입을 연 순간.

"...허!"

냄새.

후각이란 맛을 느끼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달고, 쓰고, 시고, 짠맛 외의 모든 감각을 느끼고 증폭하는 기관.

이른바 미각수용체.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중독적인 쓴맛이 눈 녹은 것처럼 사라지고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자 입안에서 억제되어 있던 향기가 폭발.

단순히 먹고, 냄새를 맡았을 때와 차원이 달랐다.

농도가 한층 더 짙은 매혹적인 냄새가 비단 입안뿐만이 아니라 직접 통로와 맞닿아있는 몸 안쪽 전체를 훑으며 퍼졌다.

티라미수는 진작에 삼켰건만 짙은 여운을 남긴 황홀한 향기와 미약한 쓴맛이 입안을 자극해 침을 고이게 했다.

메리는 캐서린이 원하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말없이 포크를 움직였다.

한 번 맛을 봤지만, 여유는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혀가.

혀가 입안에 남은 짙은 여운이 조금 전에 느꼈던 감각을 다시 한번 느끼고자 몸을 자극했지만, 캐서린의 이성에 억눌렸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아직 많아.'

하지만 크게 자른 티라미수 조각이 입 앞으로 다가오자 캐서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재빨리 먹었다.

이미 한층 개방된 미각과 후각 위로 버터를 가득 품은 크림의 향기와 태울 듯이 볶은 짙고 매혹적인 향기가 폭발했다.

쇼트브레드 쿠키가 부드럽게 으스러지며 위에 올려진 크림치즈와 헤비크림이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그리고 느끼함을 느낄 때면 어김없이 끼어들어 씻어내렸다.

"이, 이건. 이따가 다 먹은 다음에 먹으라고 말하기에는 죄책감이 들 정도인데."

"계약자?"

"안 되겠다. 너도 얼른 먹어 봐라."

"그렇다면 사양 않고...!"

그 말에 메리는 눈에서 빚을 내며 맹수처럼 포크를 움직였다.

"아니, 잠깐!"

"무엇입니까. 계약자. 이미 억제했던 맹수의 고삐를 푸셨습니다. 저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내가 먹던 거 말고. 네놈이 먹을 물건은 따로 차리라고."

"아."

메리는 뻔뻔하리만치 조금 전 반응이 무색하게 얌전히 포크를 내리고는 새 접시를 꺼내 들었다.

자료 첨부

-티라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