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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글로우 요새에 들고 온 된장은 많은 양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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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적다고 할만한 양도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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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에 들어있던 된장은 평소엔 개인적으로 먹고, 생각날 때 손님이 원한다면 대접하는 식으로 족히 몇 달은 먹을만한 분량이다.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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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최소 수백 인분은 먹을만한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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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다면 몇 달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된장이 완전히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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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완전히 동났다는 건 과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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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에 꽉 차 있던 된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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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이라지만 얻은 것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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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으면 친해진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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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요리사들과 보다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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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존경과 호기심으로 막연한 것이 아닌 친애적인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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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일과에서 주방의 비율은 월등하게 높아졌고, 덕분에 요리사와 시종, 하녀들과 친분을 쌓는 동안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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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의 누가 바람을 피웠다던지, 어느 시종의 고향이 언데드 무리의 습격을 격퇴했다던지, 요새 근교 마을에서 양파가 풍년이 들었다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소식들이 위주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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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루함을 달래기를 약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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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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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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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 다 끝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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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마지막으로 남은 된장으로 만든 차돌박이와 차돌 된장국수를 캐서린과 고든의 앞에 놓으며 물었다. 주어가 없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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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먼과의 현지 조사는 끝났다. 하지만 돌아가려면 멀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변경백 각하를 직접 알현해서 허락을 구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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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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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지만 결국 재량권의 영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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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그릇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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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뭔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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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파스타는 뭐로 만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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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파스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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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냄새의 정체 말이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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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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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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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그러는 사이 먼저 식사를 시작한 고든은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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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랜만에 먹는 집밥(?)은 나름 만족스러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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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결은 단단해 씹는 맛이 있는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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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목에 온기를 붙들어 매는 걸쭉하고 고소한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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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강과 폐부, 입속을 가득 메우는 고소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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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국물이 끝내주는데? 대체 뭘 했는데 국물이 가벼운 맛이 나면서 묵직한 거지? 게다가 조개 같은 맛도 조금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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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 우린 물에 조개껍데기 육수를 섞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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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그런데 이 진한 맛은 뭐지? 입에 쩍쩍 달라붙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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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입맛을 다시며 연신 국물을 국수와 함께 들이켰다. 걸쭉한 국물을 따라 느껴지는 채수와 바다의 향기, 진한 소고기가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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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그러니까 콩으로 만든 가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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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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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칫한 고든이 그릇을 도로 내려놓는 동안 캐서린이 이번에야 말로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이맛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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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네가 저번에 몰래 한 구석을 빌려서 실험한 그 끔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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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콩 가룸입니다. 아 왜요. 간장은 맛있게 드셨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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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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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간장은 맛있었다. 단 한 방울에서 느껴지는 결코 콩으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다채롭고 묵직한 감칠맛의 결정체,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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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릇을 내려다보자 캐서린은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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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걸었다고는 하나 무려 대마법사의 정화 마법을 단번에 깨트려버린, 맹독 몬스터의 독가스 공격에 준하는 압도적인 악취. 몬스터의 공격도 아니고, 고작 식품(인지 의심되는 물건)의 냄새에 기절할 뻔했다는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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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릇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그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만큼 먹음직스럽고 매우 '이국'적인 에우로파 그 어느 음식과도 다른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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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뭔가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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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끔따끔? 마음이 붕 뜨는 묘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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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맛이나 냄새가 아니라, 말 그대로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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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뭐라 언급하기에는 매우 미미한, 얼핏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미묘함에 캐서린이 고민하는 동안 고든은 그릇을 비우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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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콩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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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잘 먹으셨으면서 왜 그러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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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콩인 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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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콩 싫어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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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풋내랑 텁텁한 맛이 싫더라. 어쩐지 끝 맛이 텁텁하던데. 그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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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지만 고든의 그릇엔 국물의 흔적만 작은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그냥 핑계인 것처럼 보였지만, 카렘은 고든의 얼굴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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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치우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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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마음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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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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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편식이라니. 왠지 바보 같아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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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에게 답한 캐서린은 뒤로 갈수록 말을 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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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안 좋은 기억으로 시작했지만, 다 먹어놓고 싫다는 의미 없는 편식 발언을 보고 있자니 전부 바보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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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곧바로 스푼에 면과 국물, 건더기를 조금 담아 캐서린에게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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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의심을 놓지 못하던 캐서린의 눈썹은 스푼이 입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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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 악독한 네모 벽돌에서 이런 맛이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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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도 그 악독한 네모 벽돌로 만들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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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때 그 언데드 썩는 냄새는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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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하는 과정에서 나는 발효 냄새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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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같은 경우입니다. 치즈. 라는 말에 캐서린은 짧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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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치즈도 발효하는 과정에서 또는 끝난 후에도 끔찍하다 못해 피에 굶주린 와이번조차 기절할 정도의 냄새를 내뿜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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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메주가 발효하면서 내뿜는다는 냄새의 고약함은 고작 중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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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발효된 메주는 오히려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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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갓 구운 빵과 녹은 버터만큼은 아니지만, 볶은 견과류와 풍성한 곡물 냄새가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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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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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리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메리는 기도메타로 메주를 담그는 초창기부터 그 변천사를 카렘과 함께 경험한 동료(?)였다. 매우 신빙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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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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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메리가 내민 스푼을 후루룩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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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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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금 텁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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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흐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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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메리가 내미는 스푼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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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좋았지만, 자칫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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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하게 올라오는 느낌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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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정체 모를 느낌에 꺼림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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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번 먹기 시작하자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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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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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백 각하를 알현하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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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마법사님. 아직 할 일이 남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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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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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가계약서랑 편지, 서류. 정리하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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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차돌박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거침없이 먹어 치우며 물었다. 캐서린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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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것들이야 나중에 시간 날 때 한 번에 몰아서 하면 끝날 일. 고작 가계약따위. 자기 전에 몰아서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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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까지 뭐 할 일 없으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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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초대 따위 다 거절해 버리고, 미뤄두었던 실험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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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내민 차돌박이를 먹고 마음에 들었는지 캐서린은 작게 감탄했다. 대체 어느 소고기의 어느 부위인데 좀 식었는데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소고기 특유의 풍미가 강한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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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난 왜 이렇게 불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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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앉아있던 카렘은 윗입술을 앙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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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을 나누고 있을 뿐인데 뭔가 초조했다. 까먹은 게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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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박이를 음미하던 캐서린은 카렘을 콕 집어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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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잊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났으니 겸사겸사 실험을 끝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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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굳이 저를 콕 집어서 말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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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 말이다. 너. 성물을 제대로 조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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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있는데 카렘은 무심코 이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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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설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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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모르는 채로 지나가는 게 더 이상하기 전에 꼬마. 대체 주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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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거침없이 마법을 난사 당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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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엄한 일 당하기 전의 귀공녀처럼 꺅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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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법을 난사 당하게 생긴 일반인이 편안하게 앉아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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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너 말고 누가 시험한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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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저기 고든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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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도 못한 떠넘기기에 고든은 무심코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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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 날 걸고넘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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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니까 한도 이상의 마법은 한 방쯤 버틸 수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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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못하는 건 아닌데. 엄연히 따지면 난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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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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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누구의 말에 카렘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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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비록 하숙 생활을 하다 취업 하루 만에 강제로 끌려왔다고는 해도 손님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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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대가 군대를 단신으로 저지하는 실력자여도 손님인데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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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농담으로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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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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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결국 아타니타스 님의 마법 실험체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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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뜯어다가 키메라로 만든다는 것도 아닌데 뭐가 불만이냐? 성능이 불확실한 장비를 무려 이 대마법사께서 공짜로 알아봐 주겠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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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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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크라운 금화 수십 개로 시작하는 것이 대마법사의 아이템 감정 단가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가치를 보증하는 수단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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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이 어떻게 성물을 감정할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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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방어력을 시험하겠다며 냅다 쏴 갈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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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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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근질거리는 듯 손가락을 꿈틀거리는 캐서린의 손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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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흠집 하나 안 날 텐데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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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랑 별개로 그냥 무섭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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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까 말대로면 결국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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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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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투덜거렸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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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는 했지만 무서운 건 별개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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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메리, 고든은 카렘을 각각 이해 못 함, 관심 없음,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카렘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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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성물의 명확한 스펙은 알아봐야 하긴 했고 이해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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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냅다 마법이 날아오는데 안 무서워하는 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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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인 호러 게임의 공포 요소를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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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이어도, 비현실이어도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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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칼을 뽑았으면 나무라도 베야지. 기왕 말 나왔으니 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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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테이블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카렘은 그 모습을 보고 또 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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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전에 간식부터 먹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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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식사를 다 마치시지도 않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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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시작하다 간식 시간이 되면 너도 일단 메리와 함께 자리를 비워야 할 텐데? 뭐, 네가 간식 준비를 온전히 메리에게 맡긴다면 상관없는 소리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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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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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그렇게 말하며 언제 타박했냐는 듯 도약하듯이 의자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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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그냥 얌전히 계약자와 오순도순 마법 실험을 하시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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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허허허. 절대로 그럴 수는 없죠. 그쪽이 시시때때로 파고드는 그런 얍쌉한 기회주의적인 행동과 언행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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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반드시 빈틈을 보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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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가 더 일을 뺏길 거라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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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간식은 누가 더 손을 보태는지 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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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에 관해서는 차차 이야기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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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노리는 맹금류의 눈빛으로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메리를 경계하던 카렘은 불현듯 캐서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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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요구사항이라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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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동안 만남을 가지며 너무 묵직한 것만 먹었다. 기왕 먹는 거 좀 가벼운 걸 먹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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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가벼운 디저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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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지만, 그렇게 어려운 리퀘스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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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저트의 재료는 기본적으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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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산뜻하고 가벼운 디저트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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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기왕이면 버터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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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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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발레를 추는 오크를 목격한 너구리 같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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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꼬마. 대체 네놈의 레시피가 얼마나 유행하는지 아직도 입안이 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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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대체 그게 무슨 소립니까. 디저트에 버터를 뺀다니. 그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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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버터 안 들어간 디저트를 먹은 게 한 두 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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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뺀 디저트라니! 그 무슨 마력 없는 마법사 같은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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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네놈이 먹고 싶을 뿐이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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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을 나선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사이좋은 주종의 대화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카렘은 고든의 곁에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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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버터가 없는. 좀 까다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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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기왕이면 하나 추가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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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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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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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안 느끼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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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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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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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에그 타르트를 앉은 자리에서 수십 개씩 먹어 치우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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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며칠 느끼하게 먹었다고 속이 니글거린다고 할 리가 있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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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한층 더 까다로워진 세 가지 요구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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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머리가 아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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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빼고, 가볍고, 치즈가 들어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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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리의 반응을 생각하면 버터를 빼서는 안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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