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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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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글로우 요새에 들고 온 된장은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적다고 할만한 양도 아니었지만.

배럴에 들어있던 된장은 평소엔 개인적으로 먹고, 생각날 때 손님이 원한다면 대접하는 식으로 족히 몇 달은 먹을만한 분량이다. 분량이었다.

못해도 최소 수백 인분은 먹을만한 양.

혼자였다면 몇 달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된장이 완전히 동났다.

아니, 사실 완전히 동났다는 건 과장이고.

배럴에 꽉 차 있던 된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 대신이라지만 얻은 것은 있었다.

사람은 같은 음식을 먹으면 친해진다던가?

카렘은 애프터글로우 요새의 요리사들과 보다 더 가까워졌다.

기존의 존경과 호기심으로 막연한 것이 아닌 친애적인 의미로.

카렘의 일과에서 주방의 비율은 월등하게 높아졌고, 덕분에 요리사와 시종, 하녀들과 친분을 쌓는 동안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내성의 누가 바람을 피웠다던지, 어느 시종의 고향이 언데드 무리의 습격을 격퇴했다던지, 요새 근교 마을에서 양파가 풍년이 들었다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소식들이 위주였지만.

그렇게 지루함을 달래기를 약 일주일.

카렘은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캐서린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다 끝나신 겁니까?"

카렘은 마지막으로 남은 된장으로 만든 차돌박이와 차돌 된장국수를 캐서린과 고든의 앞에 놓으며 물었다. 주어가 없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뻔했다.

"하트먼과의 현지 조사는 끝났다. 하지만 돌아가려면 멀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변경백 각하를 직접 알현해서 허락을 구해야 하니까."

"어,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 그렇지만 결국 재량권의 영역이지."

캐서린은 그릇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뭔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그래서, 이...파스타는 뭐로 만든 것이지?"

"파스타는 파스타지요."

"아니, 이 냄새의 정체 말이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인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후루루룩-

캐서린이 그러는 사이 먼저 식사를 시작한 고든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먹는 집밥(?)은 나름 만족스러운 듯 했다.

부드럽지만 결은 단단해 씹는 맛이 있는 고기.

차갑게 식은 목에 온기를 붙들어 매는 걸쭉하고 고소한 국물.

비강과 폐부, 입속을 가득 메우는 고소한 향기.

"이거 국물이 끝내주는데? 대체 뭘 했는데 국물이 가벼운 맛이 나면서 묵직한 거지? 게다가 조개 같은 맛도 조금 나는데."

"다시마 우린 물에 조개껍데기 육수를 섞었죠."

"허, 그런데 이 진한 맛은 뭐지? 입에 쩍쩍 달라붙는데."

고든은 입맛을 다시며 연신 국물을 국수와 함께 들이켰다. 걸쭉한 국물을 따라 느껴지는 채수와 바다의 향기, 진한 소고기가 일품이었다.

"메주, 그러니까 콩으로 만든 가룸입니다."

일품이었다.

잠시 멈칫한 고든이 그릇을 도로 내려놓는 동안 캐서린이 이번에야 말로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이맛살을 찌푸렸다.

"...꼬마. 네가 저번에 몰래 한 구석을 빌려서 실험한 그 끔찍한-"

"네 콩 가룸입니다. 아 왜요. 간장은 맛있게 드셨으면서."

"...그렇기는 한데."

확실히 간장은 맛있었다. 단 한 방울에서 느껴지는 결코 콩으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다채롭고 묵직한 감칠맛의 결정체, 이슬.

허나 그릇을 내려다보자 캐서린은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대충 걸었다고는 하나 무려 대마법사의 정화 마법을 단번에 깨트려버린, 맹독 몬스터의 독가스 공격에 준하는 압도적인 악취. 몬스터의 공격도 아니고, 고작 식품(인지 의심되는 물건)의 냄새에 기절할 뻔했다는 수치.

물론 그릇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그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만큼 먹음직스럽고 매우 '이국'적인 에우로파 그 어느 음식과도 다른 냄새였다.

더불어 뭔가 묘한 느낌.

따끔따끔? 마음이 붕 뜨는 묘한 감각?

이국적인 맛이나 냄새가 아니라, 말 그대로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뭐라 언급하기에는 매우 미미한, 얼핏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미묘함에 캐서린이 고민하는 동안 고든은 그릇을 비우며 투덜거렸다.

"제기랄, 콩이었다니."

"갑자기 잘 먹으셨으면서 왜 그러신데요?"

"그야 콩인 줄 몰랐으니까."

"어, 콩 싫어하셨습니까?"

"난 그 풋내랑 텁텁한 맛이 싫더라. 어쩐지 끝 맛이 텁텁하던데. 그거였나."

라고 말했지만 고든의 그릇엔 국물의 흔적만 작은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그냥 핑계인 것처럼 보였지만, 카렘은 고든의 얼굴에서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치우면 되겠습니까?"

"...아니, 마음이 바뀌었다."

"갑자기 말입니까?"

"그래. 편식이라니. 왠지 바보 같아졌달까."

메리에게 답한 캐서린은 뒤로 갈수록 말을 뭉갰다.

메주. 안 좋은 기억으로 시작했지만, 다 먹어놓고 싫다는 의미 없는 편식 발언을 보고 있자니 전부 바보 같아졌다.

메리는 곧바로 스푼에 면과 국물, 건더기를 조금 담아 캐서린에게 먹였다.

끝까지 의심을 놓지 못하던 캐서린의 눈썹은 스푼이 입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풀어졌다.

"...하, 그 악독한 네모 벽돌에서 이런 맛이 난다고?"

"간장도 그 악독한 네모 벽돌로 만들었다니까요?"

"...그러면 그때 그 언데드 썩는 냄새는 뭐였지?"

"발효하는 과정에서 나는 발효 냄새죠. 뭐."

치즈 같은 경우입니다. 치즈. 라는 말에 캐서린은 짧게 탄식했다.

확실히 치즈도 발효하는 과정에서 또는 끝난 후에도 끔찍하다 못해 피에 굶주린 와이번조차 기절할 정도의 냄새를 내뿜는 경우가 있다.

그에 비하면 메주가 발효하면서 내뿜는다는 냄새의 고약함은 고작 중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 발효된 메주는 오히려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난다고요."

"확실히. 갓 구운 빵과 녹은 버터만큼은 아니지만, 볶은 견과류와 풍성한 곡물 냄새가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봤죠?"

그리고 메리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메리는 기도메타로 메주를 담그는 초창기부터 그 변천사를 카렘과 함께 경험한 동료(?)였다. 매우 신빙성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끝났다."

캐서린은 메리가 내민 스푼을 후루룩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그나저나...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아, 조금 텁텁하지요?"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흐으으음."

캐서린은 메리가 내미는 스푼을 입에 담았다.

맛은 좋았지만, 자칫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약하게.

이 화하게 올라오는 느낌은 대체...

처음엔 정체 모를 느낌에 꺼림칙했다.

하지만, 한 번 먹기 시작하자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꿀꺽.

"변경백 각하를 알현하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어, 마법사님. 아직 할 일이 남지 않으셨습니까?"

"음? 뭐가 말이냐."

"그 많은 가계약서랑 편지, 서류. 정리하셔야지요?"

고든은 차돌박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거침없이 먹어 치우며 물었다. 캐서린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고작 그것들이야 나중에 시간 날 때 한 번에 몰아서 하면 끝날 일. 고작 가계약따위. 자기 전에 몰아서 하면 그만이다."

"오기 전까지 뭐 할 일 없으시다면서요?"

"귀찮은 초대 따위 다 거절해 버리고, 미뤄두었던 실험이나 해야지."

메리가 내민 차돌박이를 먹고 마음에 들었는지 캐서린은 작게 감탄했다. 대체 어느 소고기의 어느 부위인데 좀 식었는데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소고기 특유의 풍미가 강한지 궁금했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불안하지?'

멀쩡히 앉아있던 카렘은 윗입술을 앙 깨물었다.

잡담을 나누고 있을 뿐인데 뭔가 초조했다. 까먹은 게 있던가?

차돌박이를 음미하던 캐서린은 카렘을 콕 집어 가리켰다.

"그동안 잊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났으니 겸사겸사 실험을 끝내야지."

"흠, 굳이 저를 콕 집어서 말하시는-"

"그래, 너 말이다. 너. 성물을 제대로 조사해야지?"

남들 다 있는데 카렘은 무심코 이마를 탁 쳤다.

"제기랄! 설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 줄은...!"

"그걸 모르는 채로 지나가는 게 더 이상하기 전에 꼬마. 대체 주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분명 거침없이 마법을 난사 당하고 말 거야...!"

"무슨 엄한 일 당하기 전의 귀공녀처럼 꺅하고 있어!?"

"그럼 마법을 난사 당하게 생긴 일반인이 편안하게 앉아있겠습니까?"

"그러면 너 말고 누가 시험한다는 말이냐?"

"왜요? 저기 고든도 있는데?"

생각치도 못한 떠넘기기에 고든은 무심코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뭐, 나? 날 걸고넘어지는 거야?"

"소드마스터니까 한도 이상의 마법은 한 방쯤 버틸 수 있지 않나요?"

"아니, 뭐 못하는 건 아닌데. 엄연히 따지면 난 손님이다?"

"...아뿔싸."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누구의 말에 카렘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비록 하숙 생활을 하다 취업 하루 만에 강제로 끌려왔다고는 해도 손님이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무리 상대가 군대를 단신으로 저지하는 실력자여도 손님인데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뭐, 농담으로 받아주십시오."

"농담이냐!"

"하아, 결국 아타니타스 님의 마법 실험체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내가 널 뜯어다가 키메라로 만든다는 것도 아닌데 뭐가 불만이냐? 성능이 불확실한 장비를 무려 이 대마법사께서 공짜로 알아봐 주겠다는 건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려 크라운 금화 수십 개로 시작하는 것이 대마법사의 아이템 감정 단가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확실하며, 가치를 보증하는 수단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캐서린이 어떻게 성물을 감정할지는 뻔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방어력을 시험하겠다며 냅다 쏴 갈기겠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카렘은 근질거리는 듯 손가락을 꿈틀거리는 캐서린의 손을 노려보았다.

"몸에 흠집 하나 안 날 텐데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냐?"

"그거랑 별개로 그냥 무섭다고요!"

"그런데 아까 말대로면 결국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네."

"그러면 왜 투덜거렸던 거냐?"

"한다고는 했지만 무서운 건 별개라서요?"

캐서린과 메리, 고든은 카렘을 각각 이해 못 함, 관심 없음,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카렘은 진심이다.

아무튼, 성물의 명확한 스펙은 알아봐야 하긴 했고 이해도 했다.

그런다고 냅다 마법이 날아오는데 안 무서워하는 게 더 이상했다.

허상인 호러 게임의 공포 요소를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과 똑같다.

허상이어도, 비현실이어도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다.

"기사가 칼을 뽑았으면 나무라도 베야지. 기왕 말 나왔으니 지금 바로-"

캐서린은 테이블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카렘은 그 모습을 보고 또 뭔가 싶었다.

"하기 전에 간식부터 먹으면 좋겠구나."

"...지금 식사를 다 마치시지도 않으셨는데요."

"감정을 시작하다 간식 시간이 되면 너도 일단 메리와 함께 자리를 비워야 할 텐데? 뭐, 네가 간식 준비를 온전히 메리에게 맡긴다면 상관없는 소리다마는-"

"바로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카렘은 그렇게 말하며 언제 타박했냐는 듯 도약하듯이 의자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섰다.

"쯧. 그냥 얌전히 계약자와 오순도순 마법 실험을 하시면 될 것을."

"오,허허허. 절대로 그럴 수는 없죠. 그쪽이 시시때때로 파고드는 그런 얍쌉한 기회주의적인 행동과 언행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언젠가 반드시 빈틈을 보일 터."

"여기서 제가 더 일을 뺏길 거라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간식은 누가 더 손을 보태는지 잊으셨습니까?"

"...뭐, 그에 관해서는 차차 이야기하자고요."

먹이를 노리는 맹금류의 눈빛으로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메리를 경계하던 카렘은 불현듯 캐서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뭔가 요구사항이라도 있습니까?"

"음, 그동안 만남을 가지며 너무 묵직한 것만 먹었다. 기왕 먹는 거 좀 가벼운 걸 먹고 싶은데."

"흠, 가벼운 디저트라..."

까다롭지만, 그렇게 어려운 리퀘스트는 아니다.

물론 디저트의 재료는 기본적으로 무겁다.

그렇다고 산뜻하고 가벼운 디저트가 없지는 않다.

"아, 그리고 기왕이면 버터도 빼라."

"뭣."

메리는 발레를 추는 오크를 목격한 너구리 같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후우, 꼬마. 대체 네놈의 레시피가 얼마나 유행하는지 아직도 입안이 니글-"

"계약자. 대체 그게 무슨 소립니까. 디저트에 버터를 뺀다니. 그게 대체-"

"그간 버터 안 들어간 디저트를 먹은 게 한 두 번이냐?

"버터를 뺀 디저트라니! 그 무슨 마력 없는 마법사 같은 소리입니까?"

"...그냥 네놈이 먹고 싶을 뿐이지 않냐?"

탑을 나선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사이좋은 주종의 대화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카렘은 고든의 곁에서 생각에 잠겼다.

"가볍고, 버터가 없는. 좀 까다로운데."

"아, 나도 기왕이면 하나 추가하고 싶은데."

"말해보시죠."

"치즈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그쪽은 안 느끼하십니까?"

"뭐? 내가?"

고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손을 내저었다.

하, 에그 타르트를 앉은 자리에서 수십 개씩 먹어 치우는 인간이다.

고작 며칠 느끼하게 먹었다고 속이 니글거린다고 할 리가 있을 리가 있나.

그나저나 한층 더 까다로워진 세 가지 요구 조건.

카렘은 머리가 아파졌다.

'버터를 빼고, 가볍고, 치즈가 들어갔더라?

그런데 메리의 반응을 생각하면 버터를 빼서는 안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