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01 lines
14 KiB
Markdown
301 lines
14 KiB
Markdown
|
|
무표정으로 진실을 추궁하는 집요정의 날카로운 시선.
|
|
|
|
말없이도 느껴지는 진실을 추궁하는 눈빛
|
|
|
|
카렘과 고든은 수상할 정도로 그런 적 없다는 듯 노골적으로 뻔뻔하리만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
아무튼, 마음속으로만 나눴던 공감이다.
|
|
|
|
입 밖으로 나온 적은 없으니 그들은 결백했다.
|
|
|
|
수상할 정도로 무구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는 카렘과 태연하게 치킨을 뜯어 먹는 고든은 부외자가 보기에도 과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역으로 수상했다.
|
|
|
|
메리 또한 이걸 느꼈다.
|
|
|
|
그렇지만 일단은 한 발자국 물러나기로 했다.
|
|
|
|
"뭐, 추궁은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
|
|
|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호출?"
|
|
|
|
"예. 호출입니다."
|
|
|
|
"그러면 바로-"
|
|
|
|
"단."
|
|
|
|
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카렘을 제지했다.
|
|
|
|
"카렘 후배가 아니라 스타크 경을 호출하셨습니다."
|
|
|
|
"음. 나를? 뭐, 호위라도 하라는 건가."
|
|
|
|
고든은 수염에 튀김 가루가 묻은 것도 모르는 채로 태연하게 치킨을 뜯었다.
|
|
|
|
"예. 가계약을 하기에 앞서 변경백 각하가 오시기 전에 하트먼 경과 함께 부지를 둘러보고 만나시겠다고 하십니다."
|
|
|
|
메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
|
|
"그래서 호위가 필요하시다고 하셨습니다."
|
|
|
|
"호위는 언제부터 필요하다고 하셨나?"
|
|
|
|
"지금 바로 함께 가시면 됩니다."
|
|
|
|
"지금? 뭐, 딱히 상관은 없는데."
|
|
|
|
고든은 통에 뼈다귀만 남은 치킨을 툭 하고 던져넣고 아직 치킨이 한가득 담긴 나무 양동이를 두드렸다.
|
|
|
|
"이거 들고 가도 상관없나? 한창 먹는 중이었는데."
|
|
|
|
"어, 호위 중인데 치킨을 뜯으시려고요?"
|
|
|
|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는데."
|
|
|
|
"...호위하는데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요?"
|
|
|
|
호위가 호위 대상자와 주변에 집중하지 않고 치킨 뜯는 데나 집중하겠다는 소린데, 이젠 남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이? 그 전에 예의가 아닌 거 아닌가?
|
|
|
|
카렘은 속마음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고든과 양동이에 담긴 치킨을 번갈아 보며 그게 맞냐는 무언의 암시를 보냈다.
|
|
|
|
"하, 별걱정을 다하냐."
|
|
|
|
"전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
|
|
|
"눈, 그 눈으로 다 말하고 있잖아. 고작 치킨 좀 뜯는다고 호위에 문제가 생기면 소드마스터는 때려치워야지.
|
|
|
|
고든은 입구에서 멀뚱히 서 있는 메리를 뼈다귀로 가리켰다.
|
|
|
|
"게다가 마법사님 본인을 누구보다 주의 깊게 지켜볼 저쪽도 있는데. 치킨 좀 뜯는다고 문제가 될까? 무엇보다 시종장 쪽에서도 호위가 있을 텐데."
|
|
|
|
"그으...렇게 말씀하시면 또 제가 할 말이 없는데요."
|
|
|
|
결국 일은 시가지에서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
|
|
|
저번에 숲에서 그리즐리 비버를 상대할 때의 난전을 떠올리면 있던 걱정도 사라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메리도 뭔가 자신만만해 보이고.
|
|
|
|
"스타크 경. 계약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바로-"
|
|
|
|
"아니, 그러면. 전 뭔가 따로 할 일이 없나요?"
|
|
|
|
카렘은 곧바로 나가려는 메리를 붙잡고 물었다.
|
|
|
|
일단 전속 요리사고 (명목상) 전속 시종인데, 이런 곳에서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는 건가?
|
|
|
|
물론 여기 와서 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
|
|
|
주방을 빌려 캐서린의 아침과 점심을 만들었으니까.
|
|
|
|
그리고 메리와 함께 간식도 만들었다.
|
|
|
|
다만 이틀간 한 일이 그게 전부였다.
|
|
|
|
메리는 그게 뭐가 문제라도 되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
|
|
|
"마법사의 탑에서 하던 일과 같지 않습니까?"
|
|
|
|
"같을 리가 있겠습니까. 거."
|
|
|
|
비록 여러 사정, 주로 메리 때문에 맡은 일은 줄어들었다.
|
|
|
|
그래도 카렘이 하는 일은 여전히 많았다.
|
|
|
|
마법사의 탑에선 침입하는 알리시아나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요리하고, 지그메서의 교류회에서 본성의 요리사들과 관계를 나누기도 하며, 혼자서 반쯤 도박 겸 심심풀이로 하는 요리 연구와 기타 등등.
|
|
|
|
아니, 그중 처음을 빼고 나머지는 전부 사적인 일이기는 한데.
|
|
|
|
그렇다.
|
|
|
|
까놓고 말해서 카렘은 심심했다.
|
|
|
|
이를 짐작한 메리는 허리춤에 양손을 얹었다.
|
|
|
|
"정말이지. 저도 이것저것 일을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데. 카렘 후배도 참을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
|
|
"아니, 그쪽이 지금 저한테 그 말을 한다고요?"
|
|
|
|
"여기는 윈터홈의 마탑이 아닙니다. 여기저기 보이는 먼지와 처리되기만을 기다리는 일감이 어찌나 유혹-아니. 보기 힘든지."
|
|
|
|
"그쪽이 저보다 더 힘든 거 같은데요."
|
|
|
|
"그리고 계약자가 오늘 점심은 월레스 하트먼 경과 함께 사업 관계자들과 점심 식사를 가지시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실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
|
|
|
"어, 그 말은-"
|
|
|
|
"아무튼, 스타크 경. 바로 가시지요."
|
|
|
|
메리는 카렘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방을 나섰다. 멀뚱히 앉아 치킨을 뜯던 고든 또한 카렘을 보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양동이를 들고 방을 나섰다.
|
|
|
|
순식간에 조용해진 화려한 카렘이 묵는 손님방.
|
|
|
|
치킨 냄새와 깨끗한 닭 뼈만 남았다.
|
|
|
|
"흠..."
|
|
|
|
요새 밖에서 들려오는 어렴풋한 시가지의 소음만 들렸다.
|
|
|
|
카렘은 싱숭생숭하다 못해 뭔가 뻘쭘해져 의자에서 내려와 신발을 벗고는 옆에 있던 침대에 몸을 던졌다. 시트가 푹하고 잠기며 부드러운 비단 커버의 감촉이 전신을 감쌌다.
|
|
|
|
그러고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
|
|
|
"심심한데."
|
|
|
|
중요한 사업 자리에 관계자는커녕 포션과 요만큼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 대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심했다.
|
|
|
|
윈터홈에서는 앞서 생각했듯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
|
|
|
허구한 날 잠입하는 알리시아나 난데없이 불쑥 찾아오는 고드윈같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만드는 식사와 간식, 드물게 온실을 들르거나, 지그메서와의 교류회에 그마저도 없으면 틀어박혀 요리 연구나 할 텐데...
|
|
|
|
지금 여기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
|
|
|
카렘은 지금 갑작스럽게 할 일이 없어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
|
|
|
결국 점심은 혼자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
|
|
|
문제는 그때까지 시간은 한참이나 남아있다는 것이다.
|
|
|
|
"그나마 푹신푹신한 건 마음에 드는데."
|
|
|
|
한참 침대 위에서 다리를 휘적거리거나, 발뒤꿈치로 침대 시트를 팡팡 두드리던 카렘은 그 반동으로 휙하고 빠르게 일어나 앉았다.
|
|
|
|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은 방의 한구석으로 돌아갔다.
|
|
|
|
화려하기 그지없는 방에 전혀 그렇지 못한 구석에 처박은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가 들어간 가방 곁에 나무 배럴이 두 개.
|
|
|
|
하나는 간장이 들어있었다.
|
|
|
|
다른 하나는...
|
|
|
|
"된장인데. 흠."
|
|
|
|
카렘은 한동안 게슴츠레한 눈으로 배럴을 응시했다. 잠시 후, 천천히 다리를 내려 신발을 신고 휙! 일어나 뚜벅뚜벅 배럴을 향해 걸어가 쪼그려 앉았다.
|
|
|
|
"흐음..."
|
|
|
|
카렘은 애초에 된장을 만들려는 목적은 없었다.
|
|
|
|
그냥 메주가 간장의 재료이며, 또한 된장의 재료였을 뿐.
|
|
|
|
일종의 어부지리, 일석이조의 결과였다.
|
|
|
|
그도 그럴 것이, 결국 다 같은 메주에서 비롯된 물건이니까.
|
|
|
|
기왕 만드는 김에 유사 고추장도 마찬가지라면 마찬가지.
|
|
|
|
전생에서도 외국에 나갈 때 향수병을 느끼기는커녕 다들 힘들어할 때 좋다며 현지 음식을 퍼먹었을 정도였고, 환생 한 후 시간이 훌쩍 지나 인제 와서 향수병 때문에 뭔가 만들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
|
|
생각해보니까 간장도 첫째 공자 다이어트 때문에 만들기 시작한 거 아니었던가?
|
|
|
|
아무튼, 적어도 아직은 그랬다.
|
|
|
|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런 순간이 있다.
|
|
|
|
숨쉬기나 눈 깜빡이기처럼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자연스러운 행동을 생각한 나머지 도리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그런.
|
|
|
|
충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
|
|
|
1년 넘도록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다 돌연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을 흡입하게 되는 본능적인 충동.
|
|
|
|
"된장찌개...흠...에이, 두부도 애호박도 없는데 무슨."
|
|
|
|
라고 입으로는 말했지만, 머리는 맹렬하게 돌아가 육수 및 각종 부재료와 없는 재료의 대체품을 계산하고 있었다.
|
|
|
|
'육수로는 말린 다시마와 건어물. 설마 건어물이 없다고 해도 충분. 양파, 마늘, 대파, 고추가 없으니 붉마손 가루. 감자랑 맛은 달라도 질감은 비슷한 순무 고기는 당연히 있겠고-.'
|
|
|
|
점점 머릿속의 레시피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
|
|
|
"된장찌개...만들어볼까?"
|
|
|
|
냄새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
|
|
|
소위 된장, 고추장이 냄새난다는 소문의 근원은 그 장이 만들어질 때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내뿜는 냄새.
|
|
|
|
이미 100배 마법통으로 숙성이 끝나다 못해 소위 종갓집에나 있다는 수십 년 된 명품 장은 구리구리하기 보다는 기름에 볶은 고소한 콩과 견과류, 갓 찐 보리같은 냄새가 더 강했다.
|
|
|
|
그야말로 메주 띄우는 데 성공한 스카디님 만세.
|
|
|
|
최소 년 단위의 시간을 단축한 마도구 만세.
|
|
|
|
'뭐, 기왕 된장도 가져왔으니까.'
|
|
|
|
누구 줄 것도 아니고 혼자 먹겠다는데.
|
|
|
|
안 먹을 이유도 없었다.
|
|
|
|
'그러면 슬슬 배도 고프겠다. 만들어 먹지 뭐.'
|
|
|
|
체내 시계가 알리기를 슬슬 점심시간.
|
|
|
|
침대 위에서 멍하니 휘적거리는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
|
|
|
|
카렘은 힘을 줘서 나무 배럴을 가뿐하게 들었다.
|
|
|
|
'어디 보자. 주방이, 이쪽이었던가.'
|
|
|
|
당연하지만, 에프터글로우 요새의 구조는 잘 몰랐다.
|
|
|
|
도착한 지 일주일은커녕 며칠도 안 되는데 구조를 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
|
|
|
다만 요 이틀간 들른 곳이라곤 몇 군데가 되지를 않아 다른 건 몰라도 주방의 위치와 캐서린, 메리, 고든이 머무는 방의 위치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했다.
|
|
|
|
방을 나선 카렘은 주방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
|
|
|
요새는 귀족이 머무는 거처라기보다는 이름대로 요새로서의 성질이 강한지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의 격식은 차리는지 각종 장식이 벽에 걸려있었다.
|
|
|
|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장비.
|
|
|
|
박물관에 걸릴 것 같은 인물화와 풍경화.
|
|
|
|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따로 있었다.
|
|
|
|
"허, 거 참 흉악하게 생겼네."
|
|
|
|
벽에 걸린 각종 맹수와 몬스터의 박제한 머리와 가죽 장식.
|
|
|
|
에프터글로우 요새 벽면에는 단연코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
|
|
|
윈터홈에도 가죽과 박제 장식이 있었다고?
|
|
|
|
거긴 벽걸이 트로피로 머리가 셋 달린 코끼리만 한 늑대 가죽 벽걸이나 4천 년은 묵은 것 같은 (상아가 포함된) 고대 메머드의 대가리 같은 물건이 명패에 걸려있지는 않았다.
|
|
|
|
하나같이 생전의 위엄과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거대한 가죽과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머리는 박제사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
|
|
|
"추운 지방의 짐승은 덩치가 크다고 하다지."
|
|
|
|
열전도율이니, 지방이니 뭐니 하는 잡스러운 생각과 함께 벽의 가죽과 머리 박제 장식을 구경했다.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장식에 무심코 목적지를 지나칠 뻔했던 카렘은 얼른 뒤돌아 주방으로 들어갔다.
|
|
|
|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기 주방은 진짜 넓네.'
|
|
|
|
애프터글로우 요새는 윈터홈과는 다르게 주방이 오직 하나였다.
|
|
|
|
하나뿐인 주방에서 요새의 수많은 거주자를 먹이기 위해선지 그 규모는 어지간한 강당보다 훨씬 넓었다. 거기에 갖춰진 화덕이고 오븐이고 냄비도 하나같이 거대했다.
|
|
|
|
가장 압권인 것은 주방의 중앙에 배치된 거대한 화로.
|
|
|
|
바이킹이 떠오르는 털북숭이 요리사들이 땀을 흘리며 회전기를 돌리거나 자리를 바꿔가며 위치를 조정했다.
|
|
|
|
그에 따라 꼬챙이에 꿰인 수많은 동물과 정체를 추측하기 힘든 다양한 크기의 몬스터가 연기가 뿜어지는 장작불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
|
|
|
기름과 육즙이 아래의 화덕으로 떨어져 통구이의 기름과 육즙이 지닌 풍미를 품은 연기가 피어올라 통구이를 감쌌다.
|
|
|
|
연기는 천장의 굴뚝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
|
|
|
하지만 그 전에 주렁주렁 매달린 다양한 소시지 다발에 닿았다.
|
|
|
|
장작불과 육즙, 기름의 연기는 소시지를 훈연시켰다.
|
|
|
|
천천히, 은은하게 훈연되는 소시지에는 수분과 육즙, 지방의 이슬이 맺혔다.
|
|
|
|
그렇게 맺힌 이슬은 화덕에 떨어져 다시금 연기를 일으켰다.
|
|
|
|
"윈터홈에도 이런 건 없었는데."
|
|
|
|
"그야 당연하오! 하이랜드 지방을 넘어 세오폰 왕국 전체에서도 이만큼 거대한 주방과 화덕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오!"
|
|
|
|
호의를 가득 담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주인이 카렘의 등을 찰싹 후려쳤다.
|
|
|
|
***자료첨부***
|
|
|
|
-애프터 글로우 요새 주방 중앙 화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