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19 lines
16 KiB
Markdown
419 lines
16 KiB
Markdown
|
|
"메리. 시종들한테서 스테이크 좀 챙겨와 주실래요?"
|
|
|
|
"날것이 필요합니까?"
|
|
|
|
"아뇨. 레어로."
|
|
|
|
"얼마나 가져오면 되겠습니까?"
|
|
|
|
"어, 저희 셋에 고든이 먹을 몫까지?"
|
|
|
|
"알겠습니다."
|
|
|
|
부탁을 받은 메리는 커다란 쟁반 하나를 챙겨 수레를 나섰다. 마지막 남은 고기를 포식할 기회가 박탈될 이들에겐 아쉽게 된 일.
|
|
|
|
하지만 고든의 식사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
|
|
|
그동안 큼지막한 냄비에 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가 보관된 나무통, 염장한 돼지비계, 마늘, 양파와 피망을 담아 고든에게 떠맡겼다.
|
|
|
|
조리기구만 챙긴 카렘은 테이블이 세팅된 모닥불로 향했다.
|
|
|
|
"뭐, 토마토 스튜? 그렇다기엔 재료가 빈약한 것 같은데?"
|
|
|
|
"스튜는 아니에요. 스테이크랑 국물 드시고 싶다 했잖아요."
|
|
|
|
"그래. 그런데 재료가 재료잖아."
|
|
|
|
"그렇기는 한데, 새콤하고 산뜻한 국물같은 소스도 상관없으시죠?"
|
|
|
|
고든은 어깨를 으쓱이며 긍정했다.
|
|
|
|
메뉴 요청자의 뜻에 카렘은 내용물을 비운 냄비를 모닥불에 얹었다.
|
|
|
|
그리고 염장한 돼지비계를 투입.
|
|
|
|
치지지지지지직-
|
|
|
|
비계가 튀겨지면서 녹으며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동안 카렘은 애용하는 식칼, 펠윈터의 거짓말을 뽑아 들어 재료 손질을 시작.
|
|
|
|
마늘, 양파를 잘게 다진 후 토마토를 큼직큼직하게 잘랐다.
|
|
|
|
"쯧. 시종들에게 스테이크를 받아 왔습니다."
|
|
|
|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죽상입니까?"
|
|
|
|
"과연 탑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을지 본성에서 파견된 시종과 하녀들이 영..."
|
|
|
|
카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메리를 응시했다.
|
|
|
|
그동안 여긴 내 영역이라며 탑을 혼자 관리한 그녀였다.
|
|
|
|
그녀가 캐서린을 따라 펑거스비에 가 있는 동안 탑을 조금이나마 청소한 나르케에게 위협하기까지 했는데 본성에서 파견된 시종과 하녀들을 일방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당연했다.
|
|
|
|
"그렇게 따지면 아타니타스 님한테 따지셨어야죠."
|
|
|
|
"하지만 그렇다고 고귀하신 분을 만나러 가는 계약자의 수행은 카렘 후배한테만 맡기기에도 영 마땅치 않은 것이..."
|
|
|
|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겠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여기 양파나 볶으시죠."
|
|
|
|
하지만 이미 끝난 일 가지고 무슨.
|
|
|
|
카렘은 메리에게 나무 주걱을 떠맡겼다.
|
|
|
|
솨아아아아-
|
|
|
|
그리고 다진 양파를 뜨거운 기름에 투입.
|
|
|
|
하얀 수증기와 시원한 소리가 퍼졌다.
|
|
|
|
퉁명스러워하던 메리도 더는 그럴 수 없었다.
|
|
|
|
냄비가 지나치게 뜨거웠다.
|
|
|
|
자칫 양파가 타버릴 수 있어 볶기에 집중했다.
|
|
|
|
지글지글지글-
|
|
|
|
"카라멜라이징 할 생각입니까?"
|
|
|
|
"아뇨.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요."
|
|
|
|
"그렇다면?"
|
|
|
|
"잠시만요. 어디 보자. 음. 역시 요리는 화력인가."
|
|
|
|
양파를 투입한 지 얼마나 됐다고.
|
|
|
|
뜨거운 기름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양파는 어느새 수분이 날아가 기름에 잠겨 노릇노릇하게 튀겨지며 메리의 국자를 따라 볶아지고 있었다.
|
|
|
|
"이렇게 할 겁니다."
|
|
|
|
토막 낸 토마토와 마늘을 투입.
|
|
|
|
그리고 나무통을 뜯어 얼핏 고추장처럼 보이는 토마토 페이스트 또한 크게 두 스푼 퍼 넣었다.
|
|
|
|
날 것의 냄새가 나던 것도 잠시.
|
|
|
|
뜨거운 기름에 분해된 토마토가 수분을 뱉어내며 페이스트가 융화되기 시작.
|
|
|
|
산뜻하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
|
|
"피망과 고기 넣는 걸 까먹었습니다."
|
|
|
|
"아, 걔들 차례는 아직 멀었어요."
|
|
|
|
"스튜를 끓이는 게 아니었습니까?"
|
|
|
|
"스튜 아닙니다. 그나저나 와인이 좀 있으면 좋겠는데. 아까 안 가져왔나. 고든? 어, 뭐야. 이 사람은 또 어디 갔어."
|
|
|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고든은 잠깐 카렘이 요리에 집중하던 사이 숲으로 이어진 발자국만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
|
|
|
"귀찮네."
|
|
|
|
하는 수 없이 카렘은 직접 수레의 구석.
|
|
|
|
비밀리에 숨겨 놓은 된장이 담긴 배럴 뒤에 있던 와인을 가져와 냄비 속에 부었다.
|
|
|
|
보글보글-
|
|
|
|
뜨거운 화력에 졸여지다시피 격렬하게 끓던 냄비는 차가운 와인 한 병이 통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
|
|
|
"이러고도 스튜가 아니라고 하는 겁니까?"
|
|
|
|
"넵. 스튜보다는 소스에 가깝겠네요."
|
|
|
|
"이렇게나 많이 말입니까?"
|
|
|
|
"그러면 지금 자리를 비운 양반이 있는데. 이만큼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
|
|
|
그거 때문에 스테이크를 저만큼 뺏어온 게 아닌가?
|
|
|
|
카렘은 척하고 그릇에 수북하게 담긴 스테이크를 가리켰다.
|
|
|
|
소스가 이만큼이나 필요한가 싶던 메리도 과장 조금 보태서 카렘의 상반신만큼 쌓여있는 스테이크를 보고 부정할 수는 없었다.
|
|
|
|
아니, 애초에 스테이크까지 갈 것도 없었다.
|
|
|
|
메리는 마법사의 탑에서 마법사들의 뒷바라지를 사실상 거의 혼자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고, 그런 메리가 고든의 출현 이전과 이후 눈에 띄게 불어난 식료품 출납량을 모를 리 없다.
|
|
|
|
하물며 소드마스터의 식성 때문에 보급 수레도 무려 한 대가 아니라 두 대가 껴있는 상황인데 잘못하면 소스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
|
|
|
일거리가 늘어난 메리는 행복했다.
|
|
|
|
무표정 때문에 알아차리기는 힘들지만.
|
|
|
|
심란한 것은 카렘 혼자뿐이다.
|
|
|
|
"어이, 카렘. 내가 뭘 가져왔게?"
|
|
|
|
그런 카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그리고 알 바 아닌) 고든은 가죽 주머니에서 새하얀 버섯을 꺼내 들었, 잠깐, 버섯? 저거 양송이버섯인 거 같은데?
|
|
|
|
"특유의 고소한 흙내가 나길래 가봤는데 가까운데 군락이 있더라고."
|
|
|
|
"마침 잘 됐네요. 건더기가 부족했는데."
|
|
|
|
"그래. 전에 먹어보니까 토마토소스에 이게 잘 어울리더라고."
|
|
|
|
양송이버섯은 작은 주머니에 한가득 들어있었다.
|
|
|
|
흙과 이끼를 헝겊으로 깨끗하게 닦은 카렘은 메리와 함께 버섯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썰기 시작했다.
|
|
|
|
"슬슬 식사 시간인가? 흠? 토마토 스튜?"
|
|
|
|
그리고 마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던 행렬의 책임자.
|
|
|
|
냄새에 이끌린 캐서린이 문을 열고 나왔다.
|
|
|
|
"토마토 스튜 아니라니까요. 다들 똑같이 그 소리를 하고 계시는데."
|
|
|
|
"뭐어, 아니라면 아닌 거지. 응?"
|
|
|
|
캐서린이 의아하게 도마를 내려다봤다.
|
|
|
|
"양송이버섯? 수레에 버섯은 없었을 텐데?"
|
|
|
|
"저기 저 사람이 채취했데요."
|
|
|
|
"뭐, 고든? 이 주변은 초행이지 않았냐?"
|
|
|
|
"냄새만으로 찾았다던데요."
|
|
|
|
손질을 끝낸 버섯을 어느새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한 냄비에 투입.
|
|
|
|
피망 또한 길쭉하고 굵직하게 썰어 흩뿌려 넣어준 후 뒤섞었다.
|
|
|
|
그리고 소스가 다시 한번 졸아들기를 기다렸다.
|
|
|
|
큼지막한 와인 한 병 전부, 양송이버섯 한 자루, 피망이 가진 수분까지 있었지만, 모닥불의 화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
|
|
|
소스가 졸아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
|
|
|
그렇다면 이제 과정은 간단했다.
|
|
|
|
큼직하고 넓은 팬에 소스를 듬뿍 담은 카렘은 레어로 구워진 스테이크를 빈틈없이 담고 모닥불의 빈 곳에 척하고 얹었다.
|
|
|
|
찬 공기와 팬은 금세 달궈져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
|
|
|
"이제 팬의 소스가 졸아들면 끝입니다."
|
|
|
|
"이래서 스테이크를 레어로 들고 오라 한 겁니까?"
|
|
|
|
"소고기는 너무 오래 구우면 질겨지잖아요."
|
|
|
|
"뭐, 웰던은 윈터홈에서도 몇 명밖에 못 하는 고급 기술이니."
|
|
|
|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있었다.
|
|
|
|
그건 바로 웰던 스테이크가 질기고 퍽퍽하다는 것.
|
|
|
|
하지만 이건 전부 오해에 불과했다.
|
|
|
|
카렘도 전생에 딱 한 번 진정한 웰던 스테이크를 먹어볼 수 있었다.
|
|
|
|
그리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상식.
|
|
|
|
소고기는 레어, 미디엄으로 먹어야만 한다는 상식은 개같이 부서졌다.
|
|
|
|
심부까지 완전히 구웠다고 믿어지지 않는 부드러움.
|
|
|
|
그러면서도 육즙을 전혀 잃지 않은 촉촉함.
|
|
|
|
물론 레어, 미디엄에 비하면 질긴 것은 분명했다.
|
|
|
|
하지만, 모두가 오해하는 껌처럼 질겅질겅 씹히는 그런 정도는 아니다.
|
|
|
|
그리고 왜 사람들이 웰던 스테이크에 그렇게 오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접했던 웰던 스테이크가 냅다 심부까지 불에 지져 육즙은 육즙대로 날리고 결은 결대로 질기게 만드니까 그런 것이겠지.
|
|
|
|
"그런데,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저걸 토막 쳐서 스튜로 끓이는 게 간편할 것 같은데."
|
|
|
|
"누가 산뜻하고 새콤한 국물에 스테이크를 같이 먹고 싶다고 해서요."
|
|
|
|
"흠, 그건 확실히 매혹적인 조합인데. 가능하다면 말이지."
|
|
|
|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
|
|
|
스테이크가 레어에서 미디엄이 됐다는 것을 감으로 확인한 카렘이 곧바로 팬을 들어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놓인 그릇에 세팅했다.
|
|
|
|
밑바닥에 소스를 깐 후, 캐서린의 접시에는 한 조각.
|
|
|
|
고든의 접시에는 두 조각.
|
|
|
|
팬을 거둔 카렘은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
|
|
|
"비프 피자이올라(Beef Pizzaiola). 맛있게들 드십시오."
|
|
|
|
"흐음."
|
|
|
|
캐서린과 고든은 그릇에 담긴 요리를 내려다보았다.
|
|
|
|
대체 이게 피자와 소스 말고 무슨 연관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릇에서 피어오르는 강렬한 토마토소스의 향기에 뜨거운 모닥불에 그을린 피망의 독특한 훈제 향과 양송이버섯의 고소함이 더해졌다.
|
|
|
|
언제나 느끼는 것이라지만, 아는 맛이 두려운 법.
|
|
|
|
라고 해도 두 사람이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
|
|
|
물론 토마토의 감칠맛에 물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
|
|
|
진갈색으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의 고기와 지방은 빨간 소스에 대비되어 두 눈을 자극했다.
|
|
|
|
캐서린은 지긋이 요리를 감상하는 반면.
|
|
|
|
공복에 더는 참기 힘들었던 고든은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다 말고 코를 자극하는 훈제향에 어리둥절했다.
|
|
|
|
"그런데 이 독특한 향기는 뭐야?"
|
|
|
|
"독특한 향기요?"
|
|
|
|
"그래. 은은한 훈제 향. 뭐가 직접 들어간 건 아닌 것 같은데."
|
|
|
|
"아, 피망이 모닥불에 그을려서 나는 냄새일걸요."
|
|
|
|
"고작 불에 구웠다고 훈제 향이 난다고?"
|
|
|
|
아무튼 이 독특한 훈제 향이 안 그래도 주린 위장을 더욱 크게 자극했다.
|
|
|
|
고든은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속을 달래기 위해 얼른 고기를 잘랐다.
|
|
|
|
스테이크는 제법 두꺼웠지만 한 번 굽고 다시 끓인 터라 버터를 써는 것처럼 나이프에 속수무책으로 잘렸다.
|
|
|
|
고든은 큼직하게 잘린 스테이크 조각을 포크로 찍어 올렸다.
|
|
|
|
심부까지 선분홍색으로 잘 익은 스테이크 조각에서 육즙과 기름이 투둑투둑 그릇으로 떨어졌다.
|
|
|
|
이건 이것대로 입안에 집어넣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그건 조금 이따 하기로 한 고든은 포크를 내려 나이프로 소스와 피망, 버섯을 긁어모아 얹었다.
|
|
|
|
육즙이 뚝뚝 흐르던 선분홍색 단면은 새빨간 토마토소스에 물들었고 먹음직스럽게 그을린 진갈색 표면은 버섯과 피망에 둘러싸여 감춰졌다.
|
|
|
|
하지만, 고든이 궁금했던 건 이쪽.
|
|
|
|
아무렴 소스에 졸여서 나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
|
|
|
게다가 시큼한 냄새가 입맛을 더 자극했다.
|
|
|
|
때마침 메리가 캐서린에게 고든이 포크에 찍은 것과 같지만, 더욱 작게 만든 스테이크 조각을 내밀고 있었다.
|
|
|
|
때맞춰 고든도 냉큼 피자이올라 조각을 먹었다.
|
|
|
|
"음."
|
|
|
|
시큼하지만 진하고 풍부한 토마토소스가 입에 들어오자마자 은은한 단맛과 풍부한 과실의 향기가 먼저 느껴졌다.
|
|
|
|
양파를 대량으로 볶아 낸 채소의 단맛.
|
|
|
|
단순 과일즙이나 설탕, 꿀로는 흉내를 낼 수 없는 은은한 단맛이 토마토소스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
|
|
|
거기에 과실의 향기.
|
|
|
|
와인에서 비롯된 것이 틀림없었다.
|
|
|
|
그런데 익숙한 끝향은-
|
|
|
|
"이거 와인 넣은 거 맞지?"
|
|
|
|
"네. 아무래도 고기랑 같이 먹을 소스엔 와인이죠."
|
|
|
|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는데. 혹시?"
|
|
|
|
카렘은 보란 듯이 구석에 처박혀있던 녹색 와인병을 들어 올렸다.
|
|
|
|
고든에겐 익숙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
|
|
|
그도 그럴게, 다름 아닌 그가 직접 꿍쳐둔 물건이었으니까.
|
|
|
|
"망할! 수레 한구석에 몰래 처박아둔 한 병이었는데. 이건 또 어떻게 찾은 거야!?"
|
|
|
|
"보급을 관리하는 게 누군지는 아시죠?"
|
|
|
|
"메리겠지. 망할!"
|
|
|
|
"아무튼, 맛있으면 된 거 아니시겠습니까?"
|
|
|
|
분하지만 고든은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
|
|
|
울분을 담아 스테이크를 씹었다.
|
|
|
|
하지만 이빨이 완전히 맞물리기도 전에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고기는 버터처럼 썰리던 것처럼 저항감 없이 찢어졌다.
|
|
|
|
그제야 고든은 알아차렸다.
|
|
|
|
이거 스푼으로 잘라도 찢어질 만큼 부드럽겠는데.
|
|
|
|
그리고 소고기 특유의 진한 육향이 폭발.
|
|
|
|
고기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점점 더 많이 뿜어지는 육즙.
|
|
|
|
감미로운 고기의 맛과 향은 소스와 어우러지며 서로가 가진 풍미를 한층 위로 끌어올렸다.
|
|
|
|
특히 소스에 들어간 양송이버섯이 돋보였다.
|
|
|
|
자루 하나를 다 넣었는데도 양송이버섯은 느껴지지 않았다.
|
|
|
|
고든이 버섯의 존재감을 느낀 것은 씹은 다음에서였다.
|
|
|
|
토마토소스와 피망에 가려져 있던 버섯은 진한 육향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뒤 특유의 진한 대지의 향기로 뒤덮었다.
|
|
|
|
응축된 토마토의 감칠맛과 양파의 단맛.
|
|
|
|
훈제 향을 풍기는 피망과 뒤늦게 존재감을 보인 양송이버섯.
|
|
|
|
일말의 누린내를 와인의 과실 향으로 억제한 소고기의 풍미까지.
|
|
|
|
씹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
|
|
|
이미 고든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첫입에 먹은 고기와 소스는 삼킨 지 오래였다.
|
|
|
|
그나마 소고기의 육향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물고 늘어졌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은은한 마늘 향이 입안을 훑어 지나갔다.
|
|
|
|
그리고 이어지는 피망의 상쾌한 씁쓸함은 토마토소스가 남긴 일말의 감칠맛과 미약한 기름기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
|
|
|
"진짜 맛있어서 내가 봐준다."
|
|
|
|
"에이 거 이제 남작이신 분이. 제가 나중에 한 병 사드릴게요."
|
|
|
|
"뭐? 네가? 저게 얼마짜린 줄 알고?"
|
|
|
|
"이쪽은 돈이 계속 쌓이기만 해서 오히려 걱정이거든요."
|
|
|
|
아, 그렇다면 문제없겠지.
|
|
|
|
입 안을 와인의 원한과 함께 깔끔하게 씻어낸 고든은 칼을 움직였다.
|
|
|
|
그대로 스테이크의 반절을 통째로 찍어 올렸다.
|
|
|
|
씹는다기보다는, 뱀처럼 삼키는 모습에 가까운 그 꼴.
|
|
|
|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직관한 캐서린은 고든을 타박했다.
|
|
|
|
"좀 음미하면서 먹어라. 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그렇게 먹으면 맛이 느껴지기는 하냐?"
|
|
|
|
"충분히 맛을 느끼고 씹어 먹고 있습니다만?"
|
|
|
|
"이제 귀족도 됐는데 그에 걸맞은 격식을 갖출 생각은 없고?"
|
|
|
|
"음, 나중의 저한테 맡기도록 하지요."
|
|
|
|
지금은, 하읍. 꿀꺽.
|
|
|
|
고든은 남은 반 토막을 단번에 삼켰다.
|
|
|
|
캐서린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느긋하게 메리가 내미는 피자이올라 조각에 집중했다.
|
|
|
|
하지만 카렘은 느긋할 수 없었다.
|
|
|
|
"아이고 맙소사. 이쪽 손은 두 개뿐이라고요. 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요!"
|
|
|
|
"꿀꺽. 양손에 팬을 하나씩 쥐고 하면 되겠는데?"
|
|
|
|
"하, 진짜 돌겠네!"
|
|
|
|
참으로 먹이는 보람이 없었다.
|
|
|
|
하지만 카렘의 마음과는 달리 몸은 수레에서 팬을 하나 더 꺼내오고 있었다.
|
|
|
|
식사 시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
|
|
|
***자료첨부***
|
|
|
|
-카르네 피자이올라(Carne pizzaiola)/비프 피자이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