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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장미가 전부 시들었으니 이제 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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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거인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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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른 위장을 경계하면서 귀리밥을 삼킨 고드윈은 데리야끼 돼지 바베큐 조각을 조심스럽게 꼭꼭 씹어먹다가 말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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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물은 계절에 따라 피어나고 저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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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붉은색이었던 거대한 장미는 가을이 코앞이라선지 진작에 빛이 바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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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흔적을 잊지 말라는 듯 강렬한 데리야끼 소스의 향기에 뒤지지 않는 은은하고 따뜻한 국물 냄새를 풍기며 고드윈을 유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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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금 국물을 먹으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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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참으신다고요? 피로해진 혀가 뜨끈한 국물을 부르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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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순서를 뒤로 미루더니. 이래서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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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의 얼굴에 당했다는 표정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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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국물과 만나면 한계까지 부풀어 오르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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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주재료는 곡물이었고, 지금 먹는 귀리밥 또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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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배가 빠르게 차오르는 작금의 상황에서 인제 와서 국물을 먹는 게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은 고드윈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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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드윈의 혀는 이성에게 어서 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말간 국물을 가져오라며 목젖을 붙잡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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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야끼 바베큐, 라따뚜이, 펠메니를 비롯해 그동안 고드윈이 먹은 음식은 카렘의 농간으로 하나같이 간이 세게 조리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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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혀가 피로해질 대로 피로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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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밋밋한 맛의 주식이 이를 달래주는 것이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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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질감이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귀리밥을 꼭꼭 씹어서 생긴 피로감이 이빨을 통해서 혀에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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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카렘의 속셈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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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빠르게 불러오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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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을 해소할 수 없는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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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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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보다 본능을 먼저 나가떨어지게 만들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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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성 또한 떨어져 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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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모르겠다. 한 그릇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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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거인의 장미 한 그릇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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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요리에 이름은 누가 붙였지? 지그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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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메서님이 한눈에 보고 척하니 붙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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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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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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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니. 뭐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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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결론에 카렘이 밀푀유 나베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릇에 덜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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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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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카렘. 너 이름 짓는 거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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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엔 다른 이름들이 더 오글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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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네가 원래 이 냄비 요리에 지으려고 하던 이름이 뭔지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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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Millefeuille) 냄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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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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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혀 굴러가는 자연스러운 발음에 고드윈은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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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은 직관적이네. 천장의 이파리라니. 하지만 세오폰 어도 아니고. 베르생제토 개구리 단어로 이름을 지은 거야? 차라리 거인의 장미가 훨씬 멋도 있고 그럴듯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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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맨날 저만 틀리고 이상하다고들 하죠.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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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 센스에 반비례해서 요리 실력이 천재적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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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시면 됩니다. 공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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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당신네가 오글거리는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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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속마음을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은 채 꾹 다물고 고드윈의 앞에 그릇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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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그 반응에 낄낄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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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작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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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한 거대한 장미 일부분이 형태가 무너지지 않은 채 말간 기름이 둥둥 떠오른 투명한 국물에 소복히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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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열기를 잃지 않은 그릇에서 올라오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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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은 고드윈의 위장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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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마시면 배는 금세 불러올 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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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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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사이 고드윈의 숟가락이 천천히 그릇을 향해 숟가락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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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잇장처럼 얇은 소고기는 양배추와 함께 숟가락이 닿자마자 그 모양 그대로 부드럽게 잘려나가 국물과 함께 숟가락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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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소고기는 마블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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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끓여내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부드러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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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더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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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본능이 이성을 앞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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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숟가락을 입에 조심스럽게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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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닿자마자 떨어지는 낙엽처럼 양배추가 산산이 조각나 입속에서 흩어지는 가운데 육수가 빠르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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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의 감칠맛을 조화롭게 품은 부드러운 육수는 한껏 달아오른 입안에 퍼져나가며 진정시키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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텁텁함과 짠 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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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고드윈은 이빨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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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빨을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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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소고기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육수나 진작에 흩어져버린 양배추만큼 부드럽진 않았지만, 혀를 움직이는 것 만으로 결대로 흩어지고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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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찢어지면 찢어질수록 그 틈에서 진한 맛과 기름기가 가뭄을 맞아 갈라진 대지에 스며들듯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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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바다의 향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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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버섯의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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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의 맛과 육향, 기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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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채소, 고기의 어느 하나 모나지 않으면서 특징적이지 않지만, 조화롭고 부드러운 풍미는 한껏 자극된 고드윈의 입과 코에 평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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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와 양배추의 꽃잎을 한 번. 이번에는 버섯을 함께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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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숟가락질을 반복하자 건더기는 금세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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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두 번, 세 번째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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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드윈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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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손에서 놓은 고드윈은 건더기와 함께 국물을 그릇 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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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예법? 이번만큼은 집어치우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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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으로 찔끔찔끔찔끔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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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더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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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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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투덜거리시더니 만족스러우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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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짜고 귀리밥이 자시고 간에 이거 하나만 따로 냄비 통째로 들이키면서 먹고 싶을 지경인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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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안 됩니다. 풀떼기도 그렇게 먹으면 살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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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찔러만 봤다. 찔러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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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더 드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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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어어어-허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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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가져가던 카렘을 잠자코 보고 있던 고드윈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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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석에 놓인 양배추와 소고기가 가득 피어올라 있던 몇몇 냄비는 어느새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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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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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투명했던 국물은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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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글부글 끓는 냄비는 각종 채소와 버섯, 얇은 고기가 냄비에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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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버섯, 고기의 엑기스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진하게 변한 육수에 전신을 후끈하게 자극하는 매콤한 향신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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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드윈은 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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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후후 불고 매콤한 공기를 쪼여가며 손님들이 건더기를 덜어서 먹는 사이. 어느새 시종들이 납작하고 새하얀 국수를 가져와 냄비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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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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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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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나도 저걸 먹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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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저 국수도 밀가루로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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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하얀 게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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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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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하다못해 거인의 장미를 저기 밑에처럼 매콤하게 끓여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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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직 한참을 드실 게 남았는데. 여기서 국물을 더 드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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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당연히 알지. 그런데 저걸 어떻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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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정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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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도 고드윈의 마음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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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밀푀유 나베. 샤브샤브의 꽃은 마지막에 디저트로 먹는 국수와 죽이 있는데 그걸 참아? 뭐? 국수랑 죽은 디저트가 아니라고? 너희도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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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고드윈은 먹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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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드윈에게 허락된 탄수화물은 귀리밥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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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빠지고 난 다음 기회를 노려봅시다. 고드윈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낸 카렘은 상석의 음식을 보충하던 시종을 붙잡고 양념장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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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그대로 국물에 투하. 남은 잔여물도 국물을 조금 넣고 싹싹 긁어서 깔끔하게 전부 투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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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로 바닥을 드러낸 냄비를 휘젓자 양념장이 풀어지며 맑았던 국물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순식간에 바닥은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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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육수가 담긴 냄비는 뭉근하게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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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양배추를 살짝살짝 건드리는 거품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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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했던 육수에 코를 자극하는 칼칼한 냄새가 더해지자 고드윈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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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갑자기 식욕이 확 도시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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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극적이고 매운 냄새가 돌기 시작하는데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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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로 드시려고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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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금방 불러오겠지만, 그건 이걸 먹고 난 다음의 내가 고민할 일이로군. 얼른 한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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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드윈은 카렘에게 말을 하다 말고 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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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말을 잃어버렸을 땐 충격적인 것을 봤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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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의 눈이 딱히 특별한 것을 포착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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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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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크다고밖에 묘사할 수 없는 거대한 에그 타르트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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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은 거대한 에그 타르트가 담긴 접시를 그대로 캐서린의 앞자리에 놓고 알리시아의 요청에 따라 접시에 덜어서 그녀에게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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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접시에 놓인 거대 에그 타르트를 메리가 반으로 가르자 안에 담겨있던 커스터드가 넘치는 댐, 아니.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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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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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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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 공자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는데. 저거는 지금 공자님이 드셔서는 안 되는 물건입니다. 저기에 들어간 버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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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알고 있지.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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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이 살만 빼시면 얼마든지 드셔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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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먹지 못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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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먹으신 것들 대신에 저걸 먹으면 잠깐의 행복입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가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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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당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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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고드윈과 윌리엄이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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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윌리엄의 양 볼이 빵빵 하다못해 터지도록 들어간 것은 거대 에그 타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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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반쯤 베어먹어 커스터드가 찰랑거리는 에그 타르트를 쥔 손을 고드윈을 향해 살짝 내밀고 거둬들이길 반복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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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발적인 모습에 고드윈은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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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형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도발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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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윌리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형제간의 우애를 가족들과 손님들에게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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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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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망할 자식의 대가리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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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오늘만큼은 아니어도 오늘 같은 방식의 요리들을 끼니마다 드셔야 할 텐데. 내일 아침만큼은 저 거대 에그 타르트로 끼니를 대신하는 겁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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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말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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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어느새 카렘이 리필한 매콤한 국물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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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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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곧바로 식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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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해답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 덕분인지 움직임은 매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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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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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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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끼니를 디저트 한 개로 대체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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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많이 봐 드린 겁니다. 이 말도 공작부인한테 걸리시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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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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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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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좋다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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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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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에그 타르트(마카오 goat 베이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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