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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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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장미가 전부 시들었으니 이제 드시면 됩니다."

"음? 거인의 장미?"

차오른 위장을 경계하면서 귀리밥을 삼킨 고드윈은 데리야끼 돼지 바베큐 조각을 조심스럽게 꼭꼭 씹어먹다가 말고 고개를 돌렸다.

모든 식물은 계절에 따라 피어나고 저무는 법.

선명한 붉은색이었던 거대한 장미는 가을이 코앞이라선지 진작에 빛이 바래었다.

하지만 자신의 흔적을 잊지 말라는 듯 강렬한 데리야끼 소스의 향기에 뒤지지 않는 은은하고 따뜻한 국물 냄새를 풍기며 고드윈을 유혹했다.

"하, 지금 국물을 먹으면 안되는데."

"이걸 참으신다고요? 피로해진 혀가 뜨끈한 국물을 부르실 텐데."

"어쩐지 순서를 뒤로 미루더니. 이래서였군."

고드윈의 얼굴에 당했다는 표정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빵은 국물과 만나면 한계까지 부풀어 오르기 마련.

빵의 주재료는 곡물이었고, 지금 먹는 귀리밥 또한 같았다.

평소보다 배가 빠르게 차오르는 작금의 상황에서 인제 와서 국물을 먹는 게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은 고드윈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드윈의 혀는 이성에게 어서 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말간 국물을 가져오라며 목젖을 붙잡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데리야끼 바베큐, 라따뚜이, 펠메니를 비롯해 그동안 고드윈이 먹은 음식은 카렘의 농간으로 하나같이 간이 세게 조리된 상태.

즉, 혀가 피로해질 대로 피로해졌다는 말이다.

보통이라면 밋밋한 맛의 주식이 이를 달래주는 것이 정상.

하지만 질감이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귀리밥을 꼭꼭 씹어서 생긴 피로감이 이빨을 통해서 혀에 전해지고 있었다.

고드윈은 카렘의 속셈을 눈치챘다.

평소보다 빠르게 불러오는 배.

피로감을 해소할 수 없는 혀.

피로감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이빨.

탐욕보다 본능을 먼저 나가떨어지게 만들 셈이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성 또한 떨어져 나가겠지.

"하, 씨. 모르겠다. 한 그릇 줘."

"넵. 거인의 장미 한 그릇 나갑니다."

"그나저나 요리에 이름은 누가 붙였지? 지그메서?"

"지그메서님이 한눈에 보고 척하니 붙이셨습니다."

"아, 그럴 줄 알았지."

"예?"

그럴 줄 알았다니. 뭐가 말이지?

난데없는 결론에 카렘이 밀푀유 나베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그릇에 덜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럴 줄 알았다니요?"

"그야 카렘. 너 이름 짓는 거 못하잖아."

"제가 보기엔 다른 이름들이 더 오글거립니다."

"그래? 그러면 네가 원래 이 냄비 요리에 지으려고 하던 이름이 뭔지 말해봐."

"밀푀유(Millefeuille) 냄비요."

"그럴 줄 알았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혀 굴러가는 자연스러운 발음에 고드윈은 몸서리를 쳤다.

"뜻은 직관적이네. 천장의 이파리라니. 하지만 세오폰 어도 아니고. 베르생제토 개구리 단어로 이름을 지은 거야? 차라리 거인의 장미가 훨씬 멋도 있고 그럴듯하잖아."

"네, 네. 맨날 저만 틀리고 이상하다고들 하죠. 거 참."

"작명 센스에 반비례해서 요리 실력이 천재적인 거 아니야?"

"이제 드시면 됩니다. 공자님."

거 참 당신네가 오글거리는 거라니까.

카렘은 속마음을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은 채 꾹 다물고 고드윈의 앞에 그릇을 놓았다.

고드윈은 그 반응에 낄낄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 올렸다.

고드윈은 작게 감탄했다.

가을을 맞이한 거대한 장미 일부분이 형태가 무너지지 않은 채 말간 기름이 둥둥 떠오른 투명한 국물에 소복히 잠겨있었다.

아직 열기를 잃지 않은 그릇에서 올라오는 김.

따뜻하고 고소한 냄새를 맡은 고드윈의 위장이 울렸다.

국물을 마시면 배는 금세 불러올 것이 확실했다.

고드윈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사이 고드윈의 숟가락이 천천히 그릇을 향해 숟가락을 뻗었다.

종잇장처럼 얇은 소고기는 양배추와 함께 숟가락이 닿자마자 그 모양 그대로 부드럽게 잘려나가 국물과 함께 숟가락에 담겼다.

안 그래도 소고기는 마블링이 가득했다.

천천히 끓여내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부드러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하, 더 먹어야 하는데."

이내 본능이 이성을 앞지르고 말았다.

고드윈은 숟가락을 입에 조심스럽게 털어 넣었다.

혀에 닿자마자 떨어지는 낙엽처럼 양배추가 산산이 조각나 입속에서 흩어지는 가운데 육수가 빠르게 흩어졌다.

바다와 육지의 감칠맛을 조화롭게 품은 부드러운 육수는 한껏 달아오른 입안에 퍼져나가며 진정시키기엔 충분했다.

텁텁함과 짠 기가 사라졌다.

그제야 고드윈은 이빨을 움직였다.

아니, 이빨을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부드러운 소고기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육수나 진작에 흩어져버린 양배추만큼 부드럽진 않았지만, 혀를 움직이는 것 만으로 결대로 흩어지고 풀어졌다.

고기는 찢어지면 찢어질수록 그 틈에서 진한 맛과 기름기가 가뭄을 맞아 갈라진 대지에 스며들듯이 퍼져나갔다.

은은한 바다의 향취.

채소와 버섯의 육수.

소고기의 맛과 육향, 기름기.

바다와 채소, 고기의 어느 하나 모나지 않으면서 특징적이지 않지만, 조화롭고 부드러운 풍미는 한껏 자극된 고드윈의 입과 코에 평화를 가져왔다.

소고기와 양배추의 꽃잎을 한 번. 이번에는 버섯을 함께 두 번.

그렇게 숟가락질을 반복하자 건더기는 금세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한 그릇을 비우고 두 번, 세 번째 그릇.

결국, 고드윈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숟가락을 손에서 놓은 고드윈은 건더기와 함께 국물을 그릇 채 들이켰다.

귀족의 예법? 이번만큼은 집어치우라지.

숟가락으로 찔끔찔끔찔끔찔끔.

고드윈은 더 참을 수 없었다.

"후우우우우우-"

"어째 투덜거리시더니 만족스러우신가 봅니다?"

"간이 짜고 귀리밥이 자시고 간에 이거 하나만 따로 냄비 통째로 들이키면서 먹고 싶을 지경인데 혹시-"

"당연히 안 됩니다. 풀떼기도 그렇게 먹으면 살쪄요."

"그냥 찔러만 봤다. 찔러만 봤어."

"한 그릇 더 드립니까?"

"그러어어어-허어어억!"

그릇을 가져가던 카렘을 잠자코 보고 있던 고드윈은 경악했다.

일반석에 놓인 양배추와 소고기가 가득 피어올라 있던 몇몇 냄비는 어느새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국물.

맑고 투명했던 국물은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부글부글 끓는 냄비는 각종 채소와 버섯, 얇은 고기가 냄비에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채소와 버섯, 고기의 엑기스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진하게 변한 육수에 전신을 후끈하게 자극하는 매콤한 향신료라니.

그리고 고드윈은 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입을 후후 불고 매콤한 공기를 쪼여가며 손님들이 건더기를 덜어서 먹는 사이. 어느새 시종들이 납작하고 새하얀 국수를 가져와 냄비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고드윈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걸 먹어야 하는데!

"카렘. 나도 저걸 먹고 싶은데. 역시 안 되겠지?"

"안 됩니다. 저 국수도 밀가루로 만든 겁니다."

"씁. 하얀 게 그럴 줄 알았지."

고드윈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 하다못해 거인의 장미를 저기 밑에처럼 매콤하게 끓여서 먹어야겠다."

"어, 아직 한참을 드실 게 남았는데. 여기서 국물을 더 드신다면-"

"나도 알아. 당연히 알지. 그런데 저걸 어떻게 참아?"

"음, 정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물론 카렘도 고드윈의 마음을 이해했다.

아무렴 밀푀유 나베. 샤브샤브의 꽃은 마지막에 디저트로 먹는 국수와 죽이 있는데 그걸 참아? 뭐? 국수랑 죽은 디저트가 아니라고? 너희도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하지만 아쉽게도 고드윈은 먹을 수 없었다.

지금 고드윈에게 허락된 탄수화물은 귀리밥이 전부.

살이 빠지고 난 다음 기회를 노려봅시다. 고드윈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낸 카렘은 상석의 음식을 보충하던 시종을 붙잡고 양념장을 가져왔다.

그걸 그대로 국물에 투하. 남은 잔여물도 국물을 조금 넣고 싹싹 긁어서 깔끔하게 전부 투하했다.

국자로 바닥을 드러낸 냄비를 휘젓자 양념장이 풀어지며 맑았던 국물은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순식간에 바닥은 모습을 감췄다.

붉은 육수가 담긴 냄비는 뭉근하게 끓어올랐다.

고기와 양배추를 살짝살짝 건드리는 거품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구수했던 육수에 코를 자극하는 칼칼한 냄새가 더해지자 고드윈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제 갑자기 식욕이 확 도시나 보군요?"

"이렇게 자극적이고 매운 냄새가 돌기 시작하는데 당연하지."

"그런데 정말로 드시려고 하십니까?"

"배는 금방 불러오겠지만, 그건 이걸 먹고 난 다음의 내가 고민할 일이로군. 얼른 한 그릇을..."

그리고 고드윈은 카렘에게 말을 하다 말고 말을 잃어버렸다.

보통 말을 잃어버렸을 땐 충격적인 것을 봤다는 의미.

고드윈의 눈이 딱히 특별한 것을 포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거대한.

말 그대로 크다고밖에 묘사할 수 없는 거대한 에그 타르트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시종은 거대한 에그 타르트가 담긴 접시를 그대로 캐서린의 앞자리에 놓고 알리시아의 요청에 따라 접시에 덜어서 그녀에게 전달.

캐서린의 접시에 놓인 거대 에그 타르트를 메리가 반으로 가르자 안에 담겨있던 커스터드가 넘치는 댐, 아니.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왈칵 쏟아졌다.

식욕을 자극하는 매콤한 냄새는 뒷전.

고드윈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고드윈 공자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는데. 저거는 지금 공자님이 드셔서는 안 되는 물건입니다. 저기에 들어간 버터만 해도-"

"그래. 나도 알고 있지. 제기랄!"

"공자님이 살만 빼시면 얼마든지 드셔도 되니까요."

"지금 당장 먹지 못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지금 먹으신 것들 대신에 저걸 먹으면 잠깐의 행복입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가실걸요?"

"그거야 당연하-"

그때, 고드윈과 윌리엄이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 윌리엄의 양 볼이 빵빵 하다못해 터지도록 들어간 것은 거대 에그 타르트였다.

윌리엄은 반쯤 베어먹어 커스터드가 찰랑거리는 에그 타르트를 쥔 손을 고드윈을 향해 살짝 내밀고 거둬들이길 반복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 도발적인 모습에 고드윈은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형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도발을 하다니!

하지만 윌리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형제간의 우애를 가족들과 손님들에게 자랑했다.

"이건 어떠십니까."

"-저 망할 자식의 대가리를. 음?"

"내일부터 오늘만큼은 아니어도 오늘 같은 방식의 요리들을 끼니마다 드셔야 할 텐데. 내일 아침만큼은 저 거대 에그 타르트로 끼니를 대신하는 겁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나?"

고드윈은 어느새 카렘이 리필한 매콤한 국물을 들이켰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지!"

고드윈은 곧바로 식사에 집중했다.

명쾌한 해답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 덕분인지 움직임은 매우 가벼웠다.

"아, 카렘."

"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끼니를 디저트 한 개로 대체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이것도 많이 봐 드린 겁니다. 이 말도 공작부인한테 걸리시면 뭐."

"그런 건가."

고드윈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씁, 좋다 말았네.

자료 첨부

-거대 에그 타르트(마카오 goat 베이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