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61 lines
13 KiB
Markdown
261 lines
13 KiB
Markdown
|
||
기본적으로 캐서린에게 고용되어 마법사의 탑에서 근무하는 카렘이 탑 밖으로 나올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
||
|
||
어지간한 일은 브라우니인 메리의 선에서 끝났다. 아니, 오히려 카렘이 요리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
||
|
||
덕분에 여태 카렘이 탑 밖으로 나올 때는 하나의 경우.
|
||
|
||
식료품이 떨어졌을 때 뿐이었다.
|
||
|
||
탑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고작 셋 뿐이지만, 그 셋에 성장기의 소년과 성장기의 몸으로 고정된 여마법사 하나, 그리고 배부르게 먹었다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브라우니라면 말이 달라졌다.
|
||
|
||
그 덕인지 카렘은 탑 밖으로 외출하는 빈도가 높았지만, 그마저도 오가는 경로는 한정되어 있었다.
|
||
|
||
그리고 가을의 막바지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카렘은 난데없이 끝난 줄로만 알았던 전속 시종의 업무로 복귀해야만 했다.
|
||
|
||
"카렘 후배. 전속 시종 일은 끝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
|
||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억울한데요!"
|
||
|
||
"하지만 계약자가 안 끝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
|
||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된 카렘은 억울한 나머지 소리쳤지만, 그 마음을 딱히 알아주고 싶은 생각이 없던 메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
||
|
||
"쉿, 말이 많습니다. 변명은 그만."
|
||
|
||
"아타니타스 님. 전속 시종 일은 끝난 거 아니었습니까?"
|
||
|
||
"계약자한테 방향을 돌리는군요. 이럴 줄 알았지. 드디어 제 업무를 빼앗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습니까."
|
||
|
||
투덕거리는 카렘과 메리의 앞에 가던 캐서린이 고개만 돌려 어깨를 으쓱했다.
|
||
|
||
"꼬마. 난 한 번도 네 전속 시종 일이 끝났다고 한 적이 없었다만."
|
||
|
||
"네? 하지만 그동안은-"
|
||
|
||
"아니지, 잘 생각해 봐라. 내가 언제 끝난다고 말 한 적 있던가? 하물며 계약서에는?"
|
||
|
||
그 말에 카렘은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
||
|
||
모든 일이 시작된 보더스터의 내성, 카스테라를 앞에 두고서 오갔던 대화를.
|
||
|
||
'연봉 6크라운'
|
||
|
||
'꼬마. 네가 머무를 수 있는 개인실과 가구 제공.'
|
||
|
||
'1년에 두 번 물가 상승을 고려한 급여 조정.'
|
||
|
||
'직무는 전속 요리사를 겸한 전속 시종.‘
|
||
|
||
"그리고 계약서의 내용도 얼추 기억해보지 그러냐?"
|
||
|
||
"계약서요?"
|
||
|
||
그 독소 조항 하나도 없이 나한테 이득이 가득했던 계약서라면 카렘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그런 깨끗하고 친-노동자적인 계약서를 본 적은 없었으니-잠깐만.
|
||
|
||
"전속 시종일이 끝나는 문구가 없다...?"
|
||
|
||
"킬킬킬. 계약서를 꼼꼼히 읽기는 했지만, 이런 변화구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
||
|
||
카렘은 아차 싶었다. 설마 이런 함정이 있었을 줄은....! 그리고 그 반응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메리의 눈초리는 점점 가늘어졌다.
|
||
|
||
"카렘 후배애애애애-"
|
||
|
||
"아니, 이건 불가항력입니다."
|
||
|
||
"과연 제 영역을 넘보는 것이었습니까."
|
||
|
||
"아니, 그런 영역 줘도 안 가진 다니까요?"
|
||
|
||
"감히 집안일을 우습게 여기는 겁니까!?"
|
||
|
||
“이거 음해에요.”
|
||
|
||
일부러 했다는 것이 확 느껴지는 확대 해석을 통한 의견 왜곡에 카렘이 밀리기 시작하고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아지자 캐서린은 곧바로 중재에 나섰다.
|
||
|
||
"뭐, 메리. 너도 거기까지만 해라."
|
||
|
||
"자고로 브라우니에게 집안일이라는 것은 영혼과도 같은 것이며-"
|
||
|
||
"꼬마가 전속 시종을 겸한다고는 했지만, 네 일까지 한다는 것은 아니지."
|
||
|
||
캐서린은 팔을 높이 뻗어 진정하라는 듯 메리의 이마를 가볍게 손 날로 쳤다.
|
||
|
||
"어디까지나 내 수행은 메리, 네가 전담할 일이지. 꼬마의 전속 시종 일은 명목상일 뿐이다."
|
||
|
||
"...계약자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
||
|
||
계약자의 단언에 자신의 영역을 다짐받은 메리는 안도했고, 난데없이 불똥이 튈 뻔했던 카렘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
||
|
||
아, 물론 어쨌든 마법사의 탑에서 사는 덕분에 귀찮은 일은 모두 도맡아 하는 메리를 화나게 해 봤자 좋을 건 없었으니까.
|
||
|
||
아 물론 캐서린의 시중을 안 들어도 돼서 안도한 것도 있었다.
|
||
|
||
시간이 지났다고는 하나 캐서린의 외모는 너무 과했다.
|
||
|
||
물론 긍정적인 부분으로.
|
||
|
||
"...응? 근데 이렇게 되면 난 안 따라와-"
|
||
|
||
"무얼 꿍얼거리고 있는 거냐. 도착했다."
|
||
|
||
"아."
|
||
|
||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출발하기 전에 했다면 모를까, 지금 와서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
||
|
||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성, 윈터홈의 주인인 아이스랜드 공작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으니까. 여기까지 와서 혼자 마법사의 탑으로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그는 간이 크지는 않았다.
|
||
|
||
*
|
||
|
||
*
|
||
|
||
*
|
||
|
||
콜던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은 성, 윈터홈.
|
||
|
||
아이스랜드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알프레드 펠윈터의 집무실은 카렘이 생각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
||
|
||
공작치고는 소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
|
||
사치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파, 의자, 벽난로, 책장. 하다못해 벽에 걸린 뭔지 모를 생명체의 가죽과 박제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움이 한눈에 들어왔으니까.
|
||
|
||
하지만 생각도 거기까지였다.
|
||
|
||
"그래서, 그쪽이 직접 고용했다는 전속 요리사인가?"
|
||
|
||
집무실의 책상에 앉은 알프레드가 두 눈에 흥미를 가득 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대상은 하필이면 메리를 따라 캐서린의 뒤에 선 카렘에게 향하고 있었다.
|
||
|
||
"넵."
|
||
|
||
"긴장할 필요는 없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니."
|
||
|
||
알프레드의 호기심은 진심이었다.
|
||
|
||
대마법사가 잊은 물건을 가져오겠답시고 들고 온 짐이랑 계약조차 내팽개치고 돌아갔다가 왔는데, 그 곁에 왠지 모를 소년이 같이 있다? 관심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 없었다.
|
||
|
||
다만 카렘은 그 관심이 불편하기만 했다.
|
||
|
||
아니, 오히려 이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는 일반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카렘이 생각하는 일반 사람이란 권력자가 아닌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평민과 농노를 말하는 것이었다.
|
||
|
||
물론 이미 전생을 기억한다는 시점에서 평범은 저 멀리 가버린 상황. 물론 카렘의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는 않았다.
|
||
|
||
"알리시아의 자랑을 들었지. 요리를 굉장히 잘 한다고?"
|
||
|
||
"어, 알리시아 공녀님이 말입니까?"
|
||
|
||
"그래. 그 아이가 마법사의 탑에 침입해서 먹었다는 간식을 그렇게나 자랑하고 다니더군."
|
||
|
||
그리고 알프레드의 호기심은 의문으로 바뀌었다. 긴장을 하긴 했지만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하면 조숙한 모습.
|
||
|
||
"부족한 실력입니다."
|
||
|
||
"아니지, 그 애의 입맛이 까다로운 건 아비인 나도 무척 잘 아니까. 그나마 편식만큼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까."
|
||
|
||
"공녀님이 말입니까?"
|
||
|
||
"그래. 성을 돌아다니며 어찌나 자랑하던지. 본성의 주방장이 라이벌 의식을 가지기 시작하더군?"
|
||
|
||
그렇게 말하면서 알프레드는 카렘을 살폈다. 손에 굳은살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
||
|
||
"알리시아가 내게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으니, 실력은 진짜인 것 같은데."
|
||
|
||
"칭찬 감사합니다."
|
||
|
||
카렘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한 문장뿐이었다.
|
||
|
||
아니, 그 이전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줄이야.
|
||
|
||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
||
|
||
언젠가는 높으신 분과 마주할 일이 벌어졌겠지, 근데 너무 높으신데?
|
||
|
||
환경과 여건을 따지더라도 높으신 분들과 안 마주치는 것이 마주치는 것보다 힘든 것이 당연했다. 당장에 지금을 포함해 세 번이나 마주쳤으니까.
|
||
|
||
"자아, 자. 거기까지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
||
|
||
그때, 나 불만있소라는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있던 캐서린이 팔짱을 풀었다.
|
||
|
||
"제 전속 요리사를 괴롭히는 건 그만하시지요?"
|
||
|
||
"괴롭히다니. 알리시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어떻게 만족하게 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그 아이의 아버지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만."
|
||
|
||
"아니 그 이전에, 꼬마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
||
|
||
그 말에 카렘을 이리저리 살피던 알프레드는 빠르게 알아차렸다.
|
||
|
||
나이에 맞지 않게 차분히 대응한다고 생각했건만, 정작 당사자인 카렘은 얼굴이 새파랗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버리고 있었다.
|
||
|
||
누가 보더라도 긴장의 한계에 도달한 모습이 분명했다.
|
||
|
||
"음, 그건 내 불찰이로군."
|
||
|
||
"알아차리셨으니 다행입니다. 주군."
|
||
|
||
"그 전에, 우선 귀족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말하는 건데."
|
||
|
||
집무실의 책상에 앉은 알프레드가 양피지와 깃펜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 진중한 시선의 끝엔 카렘과 메리를 대동한 캐서린이 앉아 있었다.
|
||
|
||
"알리시아가 뭔가 크나큰 무례를 저지르지는 않았나?"
|
||
|
||
"사고를 치지는 않았지요."
|
||
|
||
"정말로?"
|
||
|
||
"멋대로 탑에 잠입했다가 들키고 간식을 먹어 치웠을 뿐입니다."
|
||
|
||
알프레드는 캐서린의 그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도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
||
|
||
"그것뿐이라면 정말로 다행이로군. 사과하도록 하지."
|
||
|
||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여기 꼬마보다도 나이가 어리신데 그러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과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
||
|
||
캐서린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알프레드는 넘어갈 수 없었다.
|
||
|
||
"아니, 이건 그냥 그렇게 넘길 수야 없지. 주인의 초대도 받지 않고서 숨어들었다니. 도둑이나 다른 바 없는 짓이야."
|
||
|
||
"엄밀히 말하자면 이 성, 도시 전체가 그쪽의 소유이지 않습니까?"
|
||
|
||
"하지만 아타니타스. 그대는 내 초대를 받아 내가 제공한 곳에 머물고 있지."
|
||
|
||
"접대의 관습. 거기까지?"
|
||
|
||
"신상필벌은 확실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내가 알리시아를 너무 오냐오냐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
||
|
||
알프레드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
||
|
||
어린아이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법. 알리시아는 바로 그런 어린이였으며 공작가의 막내딸인 그녀를 직접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
||
|
||
하물며 그녀의 집은 면적만으로 작은 마을만큼이나 거대한 펠윈터 가문의 본성인 윈터홈이었으니까. 모험의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
||
|
||
"그러고보니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공녀를 찾기 위해 성이 시끄러웠지."
|
||
|
||
"막내딸이라 너무 이뻐해서 버릇이 잘못 들은 것일지도 모르겠군."
|
||
|
||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교육과 체벌이 필요했다.
|
||
|
||
하물며 집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침입하다니.
|
||
|
||
이는 캐서린을 초대하고 주거를 제공한 알프레드의 위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
||
|
||
긴장하고 있던 카렘은 감탄하다 못해 감격할 것만 같았다.
|
||
|
||
현생의 애미애비mk.2에 비하면 참된 아버지였으니까.
|
||
|
||
"후우, 좋습니다. 주군. 아시다시피 무척 바쁜 와중에 어떤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
||
|
||
"바쁘다라...역시?"
|
||
|
||
"....크흠. 주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뭔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
||
|
||
“음.”
|
||
|
||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렘은 순간 욱하는 캐서린의 어깨를 붙잡았다. 메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지 않았으면 캐서린이 대뜸 앞으로 튀어나갔을 터.
|
||
|
||
그야 당연했다. 비록 그녀가 현자에 다다른 대마법사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살아 숨 쉬는 인간이었다. 이미 죽었다가 일어난 언데드가 아니라.
|
||
|
||
본래 같이 혹사당했을 마법사들이 산화된 탓에 그 모든 업무를 그녀 혼자서 담당해야만 했다. 왕에 비견되는 공작이라 예의를 차리고는 있었지만, 이건 선 넘었지.
|
||
|
||
"그렇다면 안그래도 맡긴 일거리가 많은 터. 미리 사과하도록 하지."
|
||
|
||
그리고 이어진 알프레드의 말은 그녀를 분노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