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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에서의 보육원은 기업과 개인, 혹은 단체의 후원에 의해 존립한다.
물론 정부의 보조금 또한 존재하지만, 나라는 어지간해서 직접적인 현찰로 지원해 주는 경우가 드물다.
기본적인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만 지원해 줄 뿐.
여러 자립 지원과 직무 교육, 기타 보조 프로그램 등의 비물질적 정책으로 수혜를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혜택. 주택 지원, 자립 수당 등은 보육원이 아닌 고아 개인에게로 향한다.
그럼 보육원은? 수십 명의 사람이 먹고 자는 것에 어디 의식주에만 돈이 들어가던가?
구조의 한계상 항상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보육원은 종교적 색채를 띤다.
놀랍게도 대깨 개독이니, 헌금 슈킹 람보르기니 부릉이니, 믿음·소망·사랑 다음에 오는 건 미성년자 성추행이니….
세상 온갖 욕을 먹는 기독교가 보육원을 지탱하는 가장 큰 후원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 탓에 기독교인들에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보육원의 주말마다 행했던 주일예배 시간에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졸지 않고 들었을 정도로.
이러한 연유 탓에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고아라면 성경에 대한 지식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신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아야 할 여지가 있었다.
- 형님들! 까 놓고 말해보자.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어?! 아씨, 나도 고아라니까?! 솔직히 까방권은 있지!
혀를 잘못 놀려 죄를 짓고도 수치를 알지 못해 수그림 없는 저 죄인을 보아라.
한 가지 죄악으로 만족치 아니하고, 스스로 높아 교만의 죄를 거듭하고 있다.
주께서는 모든 교만한 자와 악인을 존—나게 짓밟으라 하셨으니(욥40:12),
본래 무교인 나조차도 이번만큼은 그 목소리에 응당 따를 수밖에.
〔인성 ㄹㅇ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
〔초면에 ‘님 고아임?’은 미1친놈아
〔빨리 가서 사과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일단 기다려 봤는데, 안 오셔서 찾아 왔어요 오민성 님〕
〔이미 니 트리위키 논란 항목 ㅈ1ㄴ 많은데 또 추가하게??
〔인성아 제발 뇌필터 거치고 말 좀 뱉자….
- 인성아닉변좀해라 님의 2,000원 후원!
〔속보) 방금 상대 지금 도방중임 ㅋㅋㅋㅋㅋ〕
일단 트리아키아에서의 1차전은 내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제는 새로운 종목으로 2차전을 시작할 때.
세상의 풍파를 홀로 맞서야 했던 자들이 강제로 학습 당한 패시브,
각자의 탁월한 혀 놀림으로 수를 겨뤄야 한다.
- 유서하 님? 방금 채팅 유서하 님이셔??
〔뭣〕
〔헉 ㄷㄷㄷ〕
〔본인 등장 머냐 ㄷㄷㄷ〕
〔ㅇㅇ 저임〕
〔ㅈ됐다!!!!!
- 엄…. 일단 데스코드 오실래요? 쪽지로 주소 보냈어요.
막 도착한 쪽지의 링크를 클릭했다.
내 입장을 기다리는 음성 메신저 채널 하나.
비장한 마음으로 그곳에 입장했다.
이제부터 일반인(부모님 보유자)은 빠져라.
오늘 이 장소는 스치기만 해도 있던 양친이 사라지는 전쟁터로 변했으니까.
띠링!
- 안녕하세요.
“아, 음, 안녕하세요?”
- 엥? 여자셨어?
“제 이름이 그렇게 남성 같나요? 개인적인 이유로 나쁜 기분은 아니네요.”
- 아뇨…. 이름은 여성스러우신데, 최상위권에 계시길래 당연히 남자신 줄.
“와…! 첫 대화부터 성차별 발언을?”
- 흠. 이건 근데 팩트에 기반한 사실 아닌가요? 트리아키아 유저 성별비가 절반이라면 몰라, 90%가 남자인데 당연히 상위권도 그 비율을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오….”
- 그러니 이건 성차별이 아니라 실물 자료에 의거한 합당한 추론입니다.
이 사람, 쉽지 않다.
고작 이 정도의 공격은 어렵지 않게 흘린단 말이지?
역시나 고아. 자신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찬사를 보냈다.
“확실히 민성 님은 고아시네요.”
- 네. 저는 고아죠. 유서하 님처럼요.
〔시@발 티키타카 진짜 어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사람의 대화가 맞는 거냐?????
〔개씹 무례한데, 저 둘한테는 무례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파민 거다이맥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나선 안될 고아 둘이 만나버렸다!!!!!
아무래도 모자란 실력에도 말빨 하나만으로 방송의 체급을 키웠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틀리지 않은 듯했다.
받아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야말로 호적수라 칭하기 부끄럽지 않은 상대.
“그래도 초면에 ‘님 고아임?’은 확실히 당황했어요. 솔직히 시비 거시는 줄.”
- 에이. 제가 가정 교육을 못 받긴 했어도, 설마 그런 의도를 가졌겠어요? 당연히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죠.
“흐음…. 저도 가정 교육을 못 받은 입장이니 말씀드리는데, 고아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만한 발언은 자제 부탁드릴게요.”
- 확실히 제가 생각이 부족하긴 했습니다. 다시 사과의 말씀 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저 두 년놈 다 소프트 인방판 대표 악질 아니냐?? ㅋㅋㅋㅋㅋㅋ〕
〔그러네 ㅋㅋㅋㅋ 유서하 저년 악질인 건 우리 방에서는 유명한 사실이고… 인성이도 ㅈ1ㄴ 미@친놈이니까
〔가정 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은 이미 존재 자체로 선입견을 ㅈ1ㄴ 만들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존에 세웠던 계획은 폐기해야겠다.
이런 스트리머의 성격,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라면 본래 진행하려 했던 계획은 효과가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는 척하는 것, 막상 하려니까 내면의 남성성이 거부감을 보이더라.
“즙 한 번 짜서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 계집 행동이라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게요.”
- 너그럽게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과도 받았겠다…. 여기서 더 물고 늘어지는 건 남자답지 않잖아요?”
- 오우. 테스토스테론 냄새가 확 나네요. 혹시 골격근량이?
“저희 방은 육수가 하나도 없어서 그렇게 은근히 물어보셔도 타격 없어요.”
- 어라? 그래요?
??? 저희 존@나 육수인데요??-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아닌데?? 나 이미 서하 발닦개인데???-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손으로 눈을 가린다고 하늘까지 가려짐?? ㅋㅋ〕-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밴 난사 ㅅ1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엎드려!!!!
〔응 밴 해봐 부계야 ㅅㄱ〕-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 서하 육수 님의 100,000원 후원!
〔내 아내임〕
이쯤 되니까 육수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나를 긁기 위해 저러는 것 같다.
사장님 같은 예쁜 캠방 스트리머도 있는데, 듀라한인 내게 어디 매력이 있다고 저러겠는가?
다 컨셉임이 틀림없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발작 버튼이 눌리긴 했지만.
“…아무튼 없습니다. 직접 겪으셨잖아요? 실력 방송인 거.”
- 아. 아아….
“괜찮습니다. 뭐, 프로 게이머라면 몰라…. 일반인이 일반인한테 질 수도 있죠.”
- ……하하하.
“앗, 죄송. 지망생이라고 하셨나? 그런데 전진 하늘신전 같은 날먹 빌드 하시는 걸 보면 기본기가…. 음.”
- ……빨리 점수 복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혹시 친선 겜 몇 판 하실래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게 상대가 긁히는 포인트구나!
약점은 찾았으니 이제 실컷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
“흠… 민성 님, 혹시 지금 몇 점이시죠?”
- 이제는 2,605점이네요. 그런데 그건 왜?
“딱 200점 차이가 나네요. 저는 방금 막 이겨서 2,805점이거든요.”
- TOP 10이시네요?
“그쵸. 그런데 200점 차이는… 그… 트리아키아 판에서 좀 큰 차이죠? 개인적으로 리겜을 하더라도 급이 맞는 상대와 하는 게 생산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200점 차이 ㅈ1ㄴ 크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민성이 실력에 2800 찍으려면 며칠 걸릴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대로 돌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의 노력을 비웃는 일은 악행이지만, 선빵은 상대가 먼저 쳤다.
악으로 악을 멸한다. 이이제이의 참뜻은 여기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판에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도 재활을 핑계로 매일을 트리아키아에 갈아 넣으니까.
고아는 고아를 욕해도 된다면, 노력하는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을 놀릴 수 있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그러니 내게 손가락질해도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 아하…. 확실히, 음. 시청자들이 서하 님을 왜 그렇게 악질이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네? 제가요? 악질이요?”
- 부정하는 건 상관없는데, 말투에 웃음기는 좀 거두시는 게…?
“죄송합니다. 제가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
- 하핫! 고아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고아니까 더 웃으며 살아야죠. 내가 웃는 김에, 많은 사람한테 웃음도 줄 수 있으면 더 좋고.”
〔마인드 그냥 쳐돌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핑계 대지 말라고 이년아 ㅋㅋㅋㅋ〕
〔덕분에 배잡고 웃고 있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얘는 천성이 스트리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하야 이대로 방송 계속 할 거지???????
“슬슬 서열 정리도 마친 것 같으니, 이제 가 볼게요.”
- 이젠 그냥 대놓고 서열 정리라고 하시네?
“서로 알 거 다 아는 선수끼리 왜 그러세요? 대충 아시면서.”
- 와오…. 제가 방송을 5년 했는데, 이 정도로 쉽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네요.
“보육원 시절 매콤함이 다시 생각나죠? 제가 나온 곳은 저 정도 치는 사람은 널렸는데.”
- ……대체 어느 보육원에서 나오셨길래?
“그냥 널리고 널린 인천의 보육원이요.”
- 아 씨발. 인천. 어쩐지….
괜히 마계라고 불리는 곳이 아닌지라.
인천, 특히 그 마계 구석에 박힌 보육원은 정말 인간 미만의 짐승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내가 왜 보육원을 퇴소하고도 그 인연들과 연락을 싸그리 끊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서는 장애인 방패도 안 통하더라고.
“혹시 민성 님은 출신지가?”
- …서울 토박이입니다.
“아하. 조금 말랑말랑하다 했더니… 순혈 고아가 아니셨네.”
- 예?? 고아에 순혈도 있나요?
〔순혈 고아는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저 둘이기에 가능한 대화다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아에도 급이 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서울 쪽에서도 자기 전에 서열 정리라는 이유로 매일 뺨을 맞고 주무셨나요?”
- 요즘 시대에 그런 미친 곳이 아직까지 있다고요?!
“뭐…. 인천은 GOAT 중 GOAT니까요. 퇴소한 지 꽤 돼서 지금도 그런 문화가 남았는지는 모르겠네.”
- 그건 GOAT가 아니라 그냥 Goa T가 심하게 나는 것이 아닐까요.
〔와 얘 ㅈ1ㄴ 불쌍하게 살아왔네…….
〔상상 그 이상이다 ㄹㅇ…〕
〔오빠한테 시집 올 때까지 잘 살아와줘서 고맙다 ㅠㅠ〕-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내용은 존@나 피폐한데, 말투는 평온한게 몬가몬가몬가임〕
〔나라도 앞으로 열심히 애호해주마…〕-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애호한다는 건 대체 왜 밴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오민성 님으로부터 2연승을 거둔 나는 위풍당당하게 메신저를 빠져나왔다.
결국 저분에게 남은 것은 ‘가짜 고아’라는 칭호뿐.
따지고 보면 고아가 아닌 것으로 여겨질수록 좋은 게 아닌가?
일단 ‘순혈 고아’라는 별명을 얻은 나보다는 나은 것이 분명하다….
좋은 별명 얻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기대감 서린 마음으로 합방의 시간을 기다렸다.
어서 사장님께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사장님, 제가 적장의 목을 취했습니다.
마음 편히 16강을 준비하시지요.
그리고 잠시 뒤.
.
.
- 야 이 미친년아!!
“네? 저 잘한 거 아닌가요? 전쟁 전 일기토에서 이기고 돌아왔는데….”
- 어떻게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어어어!!!
“억울해요. 선빵은 민성 님이 먼저 때렸어요.”
- 보통 선빵 맞았다고 상대에게 해체쇼를 펼치니?!?!
혼났다.
그것도 많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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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대결은 정교하고 완성되어 있다.
실수 한번 없이 이어지는 정석의 흐름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는 의외성이 적다는 말과 같다.
마치 미리 짜놓은 안무처럼 매끄럽게 흘러간다고 해야 하리라.
반면 하위권끼리 벌이는 싸움은 전혀 다르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빌드를 멋대로 만들어 내고,
값비싼 유닛을 허무하게 내어주며,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유불리가 뒤바뀌는 것이 K-주식을 연상시킬 정도다.
실력의 완성도가 낮기에,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창조적인 발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석적이고 튼튼한 명승부보다도, 이러한 허술함 투성이의 난장판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있다.
매운 음식이 주는 통증 신호에 중독이 된 사람이 더욱 매운 것을 찾아 헤매듯.
공포 영화를 볼 때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코르티솔에 매료되듯.
일부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이 굳이 쓰레기통을 열어 보며 자극을 찾고는 했다.
“…시청자 수가 왜 이리 많아?”
- 원래 이런 컨텐츠 있을 때는 유동 인구가 팍 늘거든. 아마 결승 때는 훨씬 늘어날걸??
“사장님이 과연 결승까지 올라가실 수 있을까요….”
- 4강까지는 정배라 보는데… 그 이상은 힘들지 아무래도.
나 또한 찬호 님의 생각에 동의했다.
일단 8강을 뚫는 것이 우선시되었기에, 지난 사흘간은 용족을 상대하는 연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예린 님은 여캠 중 상위권의 실력자로 우승 후보에 꼽혔으나, 부동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그녀 하나를 꺾는다고 우승이 확정 지어지는 것은 아니란 뜻.
“매칭 보니까 4강에서 언데드를 만날 확률이 높네요. 변수 없으면 저 언데드 유저분이 올라오실 테니.”
- 그치. 나도 그래서 결승 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거야. 언데드 동족전은 컨 싸움 비중이 너무 크니까.
〔일단 16강부터 뚫고 말하자……〕
〔김칫국 ㄴㄴㄴ〕
〔솔직히 예린 vs 나리 정배는 전자 아니냐?
〔ㅇㅈ ㅋㅋ 예린 << 매번 대회 때마다 4강은 무조건 찍음〕
“슬슬 경기 시작하네요. 저희도 중계 시작하죠.”
- 3판 2선이니까, 2승만 챙겨보자! 나리야!
“2세트가 용족 맵이라서 대떡은 힘들 것 같긴 하네요.”
1세트의 맵은 밸런스 맵으로 유명한 ‘투쟁’이었다.
종족의 상성조차 따르지 않고, 각 종족전의 승률이 45%~55%에 근접한 개념맵.
본래의 종족 상성은 인류 > 언데드 > 용족 > 인류이므로….
아주 미세하게 용족이 유리한 요소가 있는 맵이란 의미였다.
그런데 하위권에서는 이 미세한 디테일이 큰 의미가 없다.
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극대화 시키지 못하거든.
그렇기에 종족 상성을 그대로 따라가, 언데드인 사장님이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게임 시작했네요.”
- 나리는 1시, 예린이는 5시? 와, 이 하마년. 또 원서치 먹었네?
“4인맵 구조상 원서치는 33% 확률인데, 유독 사장님은 절반 이상으로 원서치를 하시는 게 참….”
- 하마야. 하마. 전담 피는 하마.
지금의 맵에서 원서치는 매우 좋은 출발이다.
맵 사이의 러시 거리가 짧은 축에 속하기에, 초반 용아병 찌르기가 굉장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용족이 가진 미세한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원서치를 당하게 된다면?
뻔히 보이는 찌르기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리 사장님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 빌드는 시키는 대로 하겠지?
“부유하게 12앞 스타트. 이후 973으로 전환. 지금의 맵은 언데드가 가둬놓고 조이기 좋은 맵이니까요.”
- 둘 다 건물 올라가는 시간 나쁘지 않네. 나리는 12앞, 예린이는 앞마당 워리어 리지던스.
“유령선으로 전진 리지던스 봤네요. 피해 최대한 덜 봐야 하는데….”
상대는 위에서 내려오는 유령선을 보았다.
즉시 용족의 정찰 일꾼이 1시의 방향으로 향한다.
유령선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보았기에 사장님의 위치를 확정한 것이다.
리저드맨 일꾼이 사장님의 빌드를 확인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부분.
본래 용아병이 구울 하나를 잡기 위해서는 3대를 때려야만 한다.
2대를 맞은 구울은 아주 미세한 피로 살아 남는 것이다.
허나 교전에 상대의 정찰 일꾼이 추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약한 공격력을 가진 일꾼이지만, 구울을 한 대 톡! 치는 것으로 용아병은 2번의 공격 만에 구울을 잡아낼 수 있으니까.
- 일단은 정찰 일꾼을 최대한 잡아보라고 시키긴 했지만….
“사장님이 일꾼으로 일꾼을 잡는 컨트롤을 보여준다? 절대 불가능하죠.”
- 하 씨, 어떻게 피라도 좀 못 깎아 놓나? 반피로 줄여 놓은 다음, 구울이 나온 뒤에 점사하면 편해지는데.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은 그러했지만, 컨트롤은 확실하게 예린 님이 우위에 있었다.
스켈레톤 일꾼은 열심히 리저드맨의 뒤를 쫓아갔으나,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그때쯤. 갓 나온 상대의 용아병이 달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사장님은 이제 막 구울을 찍혔을 뿐.
12앞 vs 전진 리지던스라 찌르기 타이밍 잡히는 건 쩔수다〕
〔여기서 피해만 안보면 7:3인데 ㄹㅇ〕
〔ㅇㅇ 지금 구도에서 용족이 공격 타이밍 추가로 잡기 힘듬〕
〔일꾼 안 잡히는 건 기대도 안함 ㅋㅋㅋㅋㅋ〕
〔제발 2마리 이하로만 잡혀줘라 나리야〕
어쩐지 내가 경기에 올라간 것만 같은 긴장감이 몸에 감돈다.
투쟁 맵에서 이러한 초반 구도는 너무나 흔하게 나오는 만큼, 수많은 연습을 통해 깎아 내었다.
부디 사장님이 실수하지 않고 연습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길.
- 아이고!! 한 마리 갔다!
“…일꾼 비비기 연습이 더 필요하겠네요….”
구울이 나오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본진 위로 올라가려는 용아병을 일꾼 무리가 막아섰다.
본래라면 일꾼을 뭉쳐 상대가 일점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했으나,
사장님의 저주스러운 손은 기어이 일꾼 하나를 헌납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구울 떴네요. 이제 잘 싸 먹으면 되는데….”
- 야야야!! 니 일꾼에 니가 길막 당하면 어쩌잔 거야!!
“진짜 미치겠네.”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아병 본진에 무혈입성 ㅋㅋㅋㅋㅋㅋ〕
〔앞마당에서 뽑힌 구울들 못 올라가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
〔아 ㅈ1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사장님이 허둥지둥 입구에 선 일꾼을 치우고 나서야, 늦게나마 본진의 구울과 합류할 수 있었다.
허나 시간이 끌린 나머지 용아병은 이미 자리를 잡아버렸다.
광산과 광산 사이에 틀어박혀 공격 범위를 최소화한 상대.
근처의 자원을 캐기 위해 다가온 일꾼을 견제하는 것에 최적인 위치였다.
- 이럴 때 일꾼 비비기를 써서 광산 위쪽으로 일꾼 하나를 넘긴 다음, 구석에서 용아병 밀어내면 되는데….
“그건 너무 상급자용 스킬이잖아요. 괜히 시도했다가 일꾼만 죽을 듯.”
- 맞긴 해.
결국 사장님은 구울을 희생 시켜가며 겨우 용아병을 잡아냈다.
상대 일꾼의 어시스트 덕에 죽어버린 구울은 무려 다섯.
꽤 아픈 손해다.
단순 교환비 계산만 해보자면 큰 손해는 없어 보인다.
사장님은 구울 값 125원과 일꾼 하나를 잡혀서 50원이 소모 되었으며….
상대는 정찰 일꾼 하나와 용아병 값까지 총 150원이 소모 됐다.
여기까지 보면 고작 25원의 손해로 읽힌다.
허나 보이지 않는 손해가 훨씬 크다.
첫째로 장기간 정찰을 허용해 주며 빠르게 테크를 올리지 않는단 것을 들켰다.
둘째로 상대가 광산 사이에 몸을 숨겼기에 자원 채취 효율이 현격히 떨어졌었다.
마지막으로 구울을 너무 잃었기에 일꾼 대신에 병력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 양호하지. 응. 솔직히 난 일꾼 하나 더 잡힐 줄.
“그쵸. 아직 유리하긴 해요.”
극초반 컨트롤은 사장님의 큰 약점이다.
그것을 이 정도 손해로 넘겼으니 괜찮다고 본 것이다.
병력의 체급이 커질수록 사소한 실수의 영향이 줄어드는 법이기에.
예상했던 대로 이후 사장님이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
막 펴진 세 번째 자원지에 용아병 무리가 기습적인 견제를 왔으나,
이러한 움직임은 나와 찬호 님이 여러 번 경고했던 상황이었다.
미리 병력을 두고 대비하고 있던 사장님은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 나리야! 지금 가면 이겨!! 빨리 가!!
“저희가 정해둔 공격 타이밍이잖아요! 이제 슬슬 출발해요!!”
- 오오! 간다!! 간다!!
큰 견제 없이 뽑힌 네크로맨서 무리가 상대의 앞마당으로 진출한다.
그리고 예린 님의 위치가 5시인 것이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했다.
건물로 방어 진형을 구축하는 심시티.
다른 위치라면 건물 사이의 틈을 용아병 1~2개로 막을 수 있었으나,
5시는 무려 3개의 용아병으로 길을 막아야 완막이 되기 때문이다.
네크로맨서의 원거리 공격에 용아병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다.
그렇다고 이를 피신 시킬 수도 없는 것이, 후방에 구울 무리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길을 비켜주었다가는 후방의 방어 타워가 순식간에 박살 날 것이다.
결국 예린 님은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용아병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 그렇지! 업그레이드 건물부터 깨!! 상대 공업만 막으면 9:1이야!!
“용아병 공1업되기까지 한참 남았어요. 무조건 중간에 깨지겠네요.”
건물로 넓은 입구를 틀어막았다는 뜻은, 그 건물이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단 의미다.
보통 심시티로 사용되는 건물은 용족의 업그레이드 건물인 공학소.
한창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공학소가 깨진다면, 언데드와 공업 격차가 나게 되어버린다.
사장님도 본진에서 공1업을 돌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건물이 깨지기 직전.
예린 님은 눈물을 머금고 방어 타워를 마구 지어대기 시작했다.
입구를 막은 건물이 깨진다면 상대가 곧바로 들이닥칠 게 분명하기에.
…그런데 지어지는 방어 타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 어어?? 이러면 상황 더 좋은데?? 상대 제대로 쫄아서 돈을 겁나게 썼어!
“이대로 완성되기 직전까지만 압박 주다가, 저희는 일꾼 찍으면서 배 째면 끝이네요.”
- ……그런데 나리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냥 병력 꼬라박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방어 타워 8개 넘게 지으면, 병력 물리고 바로 째라고 미리 말씀드렸거든요.”
- 캬!! 역시 서하야!! 너무 든든해!!
〔대서하 ㄷㄷㄷㄷ〕
〔뭔 프로그래밍을 해놨네 ㅁ1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상 뇌 대리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년은 그냥 승리를 입에 쑤셔 넣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님은 내 조언을 잊지 않으셨다.
적의 올인성 방어에 당해주지 않고, 차분히 멀티를 늘려가며 격차를 벌렸다.
시간이 지나자 네크로맨서 중 일부가 그림 리퍼로 변했고,
적이 추가 멀티를 먹지 못하게 단단히 밀봉했다.
결국 인구수가 2배는 벌어졌을 무렵.
어마어마한 물량의 언데드가 용족의 앞마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 짓쳐들기만 하면 되는 그 순간.
나는 여태까지 중 가장 큰 기대를 품고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대는 배반당하지 않았다.
[채고나리 >_<] : 왜 안 나가징…
[채고나리 >_<] : 비전 켜 줄까 예린아? ㅎㅎ
[예린예린] : ?
“캬! 이거죠!!”
- 엥…?!
씨1발 서하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방장이 잘못했다 이건….
〔진짜 하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1세트인데 감당 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패패 당하면 ㅈ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채고나리 >_<] : 네크로맨서 한 부대에 아케인 런처 9개는 좀… ㅋㅋㅋ
[채고나리 >_<] : 아쉬웠다 예린아?
사장님은 병력으로 상대를 끝내는 대신에, 비전을 켜서 상황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예린 님도 상황을 파악했다.
병력을 컨트롤할 필요도 없이, 그저 어택땅을 찍는 것만으로도 끝날 것이 분명한 격차를.
[예린예린] : 아
[예린예린] : 하……….
[예린예린] : GG
GG 선언이 나옴과 동시에 1세트 경기는 사장님의 승리가 확정 지어졌다.
나는 황급히 인터넷 창을 켜서 예린 님의 방송에 들어갔다.
반드시 지금 표정을 봐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사장님에게 생생하게 전해주는 것.
내게 주어진 의무나 다름없다.
- …저 언니 미쳤어?! 아아악!! 그리고 네크로맨서 한 부대 넘었잖아!! 왜 내려치기 해!! ……아니 여러분, 저 선빵 안 때렸어요!! 16강 발뻗잠 그거, 그냥 장난이었——!!
그제야 시청자들이 어째서 내 방송의 클립을 따서 나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걸 보고 어떻게 참아??
당장 박제한 다음에 놀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젠 대놓고 킥킥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년 이거이거 존@나 좋아하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까이 하면 안될 스트리머 1위 ㄹㅇ〕
〔웃는 소리 커엽긴 하네요 ㅇㅇ…….
〔어케 배워도 티배깅을 배우냐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파민 개 ㅈ댐 ㅋㅋㅋㅋㅋㅋ〕
그 이후.
2세트는 용족이 너무 유리한 맵이었기에 예린 님의 승리로 끝이 났다.
보복으로 티배깅을 하긴 했는데… 익숙하지 않은지 무척이나 어색하더라.
내 예술적인 발언에 단련된 사장님은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예린 님은 멘탈이 흔들렸는지, 마지막 3세트에서 큰 실수가 나와버렸다.
덕분에 사장님은 어렵지 않게 2:1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물론. 2세트의 예린 님과는 격이 다른 티배깅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내 제자 다운 훌륭한 재치라고 해야 할까.
이제 승자 인터뷰만이 남았다.
이미 빈사 상태가 된 예린 님.
그런 그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화면 속 사장님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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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내 주변에 정상인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네….
“예? 사장님, 제가 있잖아요.”
- 너가 제일 맛이 갔다고!!
오늘도 방종 시간이 다가왔다.
내 행적에 대해 사장님이 사소한 오해를 품은 것 같으나, 나는 스스로에게 당당하기에 거리낄 것 없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오민성이라는 사람과 나는 방송적 합이 꽤 들어맞았다.
그 인간과 나는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것을 반복했으니까.
뒷사과.
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내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대표적으로 사장님과 찬호 님을 상대로 할 때 그러했다.
허나 오민성은 어떠한가? 그는 초면인 나를 상대로도 반격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사장님과 찬호 님이었다면 내가 공격해 놓고 수습까지 해줬어야 하는 것들을, 그 사람은 본신의 능력으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WWE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순혈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같은 고아 태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고아 방패는 너무나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문제가 된다.
최강자는 무릇 세상이 지루한 법. 그런 상황에서 내게 대적할 수 있는 호적수가 나타났다는 것?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너리즘을 날려준다.
마음 놓고 패더라도 유일하게 죄의식이 생기지 않는 상대라고 해야 할까.
“민성 님, 타격감이 좋으신 분이더라고요. 종종 찾아가서 놀리려구요.”
- 너…….
“그분도 환영할걸요? 저희끼리만 가능했던 그 상호 확증 파괴적 담론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 시청자라면, 이미 도파민 역치가 엄청나게 높아졌을 테니까요.”
〔뭣?? 남캠이랑 고정 합방??
〔크아아아악!!!
〔ㅋㅋㅋㅋ 고아 난투 2차전 상상만 해도 개꿀잼이네 ㄱ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하야 내 뿔이 부서질 것 같아…!!!!!
〔제발 그만둬다오〕
〔시@발련아 육수 버려?!?!-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순수 재미는 미1치긴 했는데, 나 마음이 까매지고 있어…….
〔얘들 다 컨셉임???
〔반반인듯… 솔직히 나도 반쯤 우려졌다〕-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가라앉은 눈으로 채팅창의 분위기를 살폈다.
너희는 사장님 방송 끝나고 남아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털어주마.
- 그런데 서하야. 드디어 방송 진지하게 할 생각이 들었어??
“네? 갑자기요? 아직 고민 중이긴 한데….”
- 아니, 그런 컨텐츠?…라고 부르기엔 좀 과하게 미친 짓거리를 계속 준비하고 있길래. 봐봐, 지금만 해도 자연스럽게 기대감 심어주잖아.
“으음….”
솔직히 지금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것이 맞았다.
2차전. 재밌을 것 같거든.
어째서 무협 소설 속 낭인들이 적수를 찾아 비무행을 떠나는지 크게 공감이 되는 기분.
- 만약 정말 스트리머로 활동할 생각이라면, 내가 여러 팁이나 그런 것들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건 보통 영업 비밀 아니에요?”
- 음…. 너와 내 방송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파이가 겹치지 않는단 건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 너한테 빚이 좀 있거든….
“네? 제가 일방적으로 빚지고 있는 게 아니었나요?”
- 너희 방 악질들 대부분이 우리 방 출신이야…. 사실상 수용소 역할이지…. 어제부로 채팅창이 훨씬 깨끗해져서, 방송하기 엄청 편해졌어…….
“…….”
어쩐지! 내 방의 시청자들 중 유독 미친놈들이 많다고 했다.
빨간약을 먹게 되니 더욱더 학대가 마려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사장님의 시청자를 가로챈 듯한 죄책감이 이제는 한결 덜어진 것일까.
- 그럼 남은 이틀간 한번 생각해 봐. 언제든 나한테 상담해도 좋고!
“넵.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사장님.”
- 응. 서하 너도 수고했어!
띠링.
그럼 이제 나도 방종을 할 타이밍이다.
오늘의 지랄쇼는 무엇으로 할까?
그 전에 일단은….
공연 도중에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발부터 잡아두자.
“여러분. 방종 직전에 중요한 공지 하나만 하고 갈게요. 좀 큰 겁니다.”
〔헉 설마 이대로 인방 데뷔????
〔진짜 큰거 오냐?!?!?
〔제발 제발 제발 제바 ㄹ제발〕
〔이대로만 갑시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방송 킬 거지?!?!
- uuwuwwu11 님의 3,000원 후원!
〔나 안달나 빨리 말해줘 ㅈㅂ〕
“방종은 20분 뒤에 할 예정입니다. 남은 20분은…. 아시죠?”
〔아 씨@발 ㅋㅋㅋㅋ〕
〔익숙한 템플릿이다…….
〔너 설마 이 짓거리 매일 할 생각이었냐…?
〔야랄쇼 ON
?? 뭔데?? 뭐임? 유입도 좀 알려줘〕
〔보면 안다……. ㅅ1ㅂ…
저들이 내게 갖는 환상을 깨부숴야 한다.
그래야만 유서하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냥 트리아키아 실력이 뛰어난 스트리머라고 인식이 바뀌리라.
그러기에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육수를 우리는 여캠 스트리머’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너튜브를 켰다.
그리고 미약한 거부감을 참아내며 영상을 하나 틀었다.
“오늘의 방종 컨텐츠는? 바로 인기 아이돌 콘서트 관람입니다….”
아이돌 직캠. 그것도 남자 아이돌.
세상에, 내가 이딴 것을 직접 찾아보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했는데….
형용하기 부담스러운 의상을 한 남정네가 크게 확대된 섬네일.
나는 그것을 클릭하고야 말았다.
〔개씨@발 관심 없다고!!!!!!
〔저리 치워 미1친년아
〔크아아악!!
〔전체화면만은 말아다오 제발 부탁이다〕
〔화질은 뭐 저리 좋은데 아〕
“우욱.”
〔우욱은 아오 ㅋㅋㅋㅋ 지도 부담스러워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순수하게 우리를 괴롭히려고 저러는 거 ㅅ@ㅂ
〔난 나가있을게… 20분 뒤에 돌아온다….
더 보기 껄끄러워 몰래 모니터 화면을 껐다.
단순 콘서트 촬영 장면이면 몰라도, 직캠은 확실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거부감이 들더라.
좋은 건 너네만 보도록.
?? 영상 끝났는데 다음 영상으로 안 넘어가는데??
〔이년 100% 안보고 있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씨@발…….
〔남돌빠는 아닌 거 호감이긴 하네요〕
〔ㄹㅇ 내 아내 합격〕
〔그와중 어떻게든 우리려 드네….
〔근데 진짜 이년 어디감??
대충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모니터를 다시 켜서 다른 영상을 틀어주길 반복했다.
15분 무렵에 시청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기에, 만족스럽게 너튜브 창을 꺼버렸다.
20분? 그걸 믿었는가? 그건 나약한 허수를 털어내기 위한 계책이었을 뿐이다.
“흠. 적당히 성골들만 남은 것 같네요. 좋습니다. 이제 공지 하나만 하고 방종할 게요.”
〔지는 안보는 거 킹받네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견뎌냈다….
〔어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냐….
〔이번엔 진짜 쉽지 않았음 ㅅ@ㅂ
〔ㅋㅋㅋㅋㅋ 20분 뒤에 온다는 놈들 싹다 컽!!!!
〔그래서 공지가 뭔데〕
“예고했던 중요 공지는…. 바로 몇 시간 전에 쇠 젓가락질을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대단하죠??”
〔야이 맞짱깔년아〕
〔진짜 돌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고작 이딴 것 때문에 내 소중한 15분이 날아간 거임???
〔개@새끼야
〔하ㅏ……. 그래 축하한다…….
〔찐텐으로 자랑하는 부분이 꼴받으면서 귀엽네 ㅅ@ㅂ
“에이.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봐요. 지금 정보는 여기 200명밖에 모르잖아요? 저희들이 단합해서 절대 유출 안 하면, ‘중요 공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엄청 안달 나지 않겠어요?”
자고로 비난을 피하는 법은 소속감을 다지고, 외적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다.
그리하여 나는 욕을 쏟아붓기 직전인 이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중요 공지. 사실 까고 보면 별것도 아닌 내용을, 유입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으면서 약올리자고.
아니나 다를까….
즉시 시청자들이 솔깃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하기는.
설령 일부가 유출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렇게 싸고돌던 비밀이 고작 젓가락질 성공이라고?
처음 정보를 접하는 처지에서는 이게 진실인지 아니면 기만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보안 유지를 위해서 다시 보기는 내릴게요. 그럼 진짜 방종하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작전 성공.
분탕질과 갈라치기로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내 계획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
본래 내 인생 설계는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적당히 정년이 찾아올 때까지 공기업에서 알박고 있다가, 은퇴 이후에는 연금으로 생명 연장하기.
국가가 인정한 명실상부 3급 지체장애인인 나는 당당한 장애인 연금 수령 대상자였던 것이다.
비록 취업 이후에는 소득 인정액 제한에 걸려 연금을 받지 못했었지만….
중증 장애인 확인서를 마패마냥 휘두르던 직장 생활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성실하게 저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안정되었으니까.
그런데 몸이 이렇게 바뀌어버린 이후에는 그런 내 미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고 말았다.
노년에 이르러, 현대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아 국고에 기생하려던 청사진은 물이라도 엎지른 듯 지워졌다.
이제 나는 그저 부모가 없을 뿐인 정상인이 된 것이다.
하여 과거보다 통장 잔액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 줄 뒷배가 사라졌기에.
“삼…십육만 원….”
꿀꺽. 침을 삼키며 지난 이틀간의 수입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이는 전체 수익이 아닌, 이를 둘로 나눈 하루당 평균 수익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고작 2일의 방송으로 70만 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이다.
물론 방송 초창기다 보니 후원금이 몰려든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솔직히 지금의 절반만 받더라도 공기업 시절의 박봉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이다.
조금 보수적으로 잡아 하루 20만 원.
한 달 내내 방송을 한다고 쳤을 때, 그럼 월수입이…??
저절로 숨이 헉, 하고 막혔다.
고작 평균 시청자가 400을 밑도는 내가 이러하다.
그럼 1,000명을 가볍게 넘는 사장님은 어떠할까.
어째서 매일 시급 3만 원이란 거금을 턱턱 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애연가는 모두 그러하듯, 나 역시 자기 직전에 니코틴을 보충하는 것이 루틴화되어 있다.
허나 저 액수를 보자 니코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압도적인 금융 치료가 도파민을 채우는 느낌.
“이런 미친!”
허나 그러한 감정도 플랫폼의 수수료를 확인하고는 금방 식었다.
소프트, 앉은 자리에서 날로 먹는 이놈들은 수수료로 무려 40%를 떼 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내가 얻게 된 순수익은 대략 43만 원.
눈앞에서 수입이 반타작 나는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결국 전담을 입에 물게 된 이유이다.
후우….
체내에 니코틴이 들어오자 조금 냉정해질 수 있었다.
2일간 잠깐 방송을 켠 것으로 40만 원, 이것만 해도 충분히 고소득이 아니던가?
게다가 사장님이 따로 챙겨주시는 시급도 있다.
덕분에 통장 잔고는 점차 여유로워지는 중.
지금 상황에서 불평하는 건 참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괜찮다.
40만 원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나는…. 나는…….
“야이 양아치들아!! 아무리 그래도 40%가 말이 돼…?!”
니코틴 금단 증상은 금융 치료로 대체할 수 있었다.
허나 그 역은 성립되지 않나 보다.
나는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
내 돈! 돌려줘요! 내 20만 원!
귓가에 소프트 특유의 잼민이스러운 TTS 음성으로 ‘그게 왜 니 돈임? 킄쿠.’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더욱 꼴 받는다.
전업 스트리머로 활동할까 고민중이던 내게 거대한 수수료는 마음의 기울기에 영향을 주었다.
설마 사장님이랑 찬호 님도 이렇게나 많이 빼앗기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의문으로 소프트의 수수료 정책을 검색해 보았다.
이후 알게 된 정보로는….
4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건 일반 스트리머일 뿐, 별도의 조건을 달성한 경우 수수료가 우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대 20%까지 감면되더라.
허나 조건이 하나같이 녹록지 않았다.
방송의 성장세로 보았을 때 다른 조건을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방송 시간만큼은 장기적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30%로 우대받는 것조차도 최소 3개월의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3개월은 마냥 기다리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운 기간.
여러 개 존재하는 우대 정책을 확인하며 다른 방도가 없을까 찾아보던 와중….
한 개의 활로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전·현 프로게이머가 방송 활동을 할 경우, 수수료에 혜택을 준다는 항목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 프로게이머에는 트리아키아가 포함되어 있다.
이거….
할만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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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의 공식 프로 리그는 개발사에서 주최하곤 한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를 줄지어 놓고 최강자를 가리는 것이다.
허나 트리아키아의 프로 리그는 조금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지옥 불반도의 거주민들이 어찌나 트리아키아를 사랑했던지, 공식 프로 리그가 열릴 때면 본선에 한국인만 90% 이상이더라.
심지어는 외국인이 4강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트리아키아가 한국인의 민속놀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자리한다.
그러한 명예 아닌 명예도 시간이 흐르며 옛것이 되었다.
전 세계 유저가 상향 평준화되어 한국인이 밀려난 것이 아니라,
그냥 공식 프로 리그 자체가 증발했다.
그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다른 게임이 연이어 떠오르며 인기가 식은 것도 한몫했으며….
모든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듣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승부 조작’ 사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공식 경기가 사라진 이후.
기업들이 간판을 내걸고 창단한 프로게임단은 차례로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그리하여 프로게이머가 계약을 맺고 게임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문화는 완전히 사장 되고야 말았다.
오래전. 아직 공식 리그가 존재할 무렵, 게임단의 유니폼을 입고 활동한 프로게이머.
그들이 흔히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일컫는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다.
그리고 1세대의 몰락은 2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아무리 게임이 반쯤 망했다지만, 어디 한국인의 트리아키아 사랑이 사라지겠는가?
한국 토종 기업이자, 거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소프트(SOFT)는 트리아키아 올드팬들의 성원을 받아 이벤트성 리그 하나를 개최한다.
추후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며, 단발성이 아닌 시즌제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개최하게 되는 대회.
STL의 시작이었다.
프로 리그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
공신력을 인정받는 대회 중에서는 STL이 압도적 위상을 차지한다.
이 새로운 장에서 본선 무대를 통해 실력을 각인시킨 이들이 바로 2세대 프로게이머다.
소프트의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인증 역시 기본적으로는 STL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그리고 STL은 방금 막 끝났지….”
문제는 STL이 반년의 주기로 열린다는 것.
정식 프로 데뷔를 하려면 반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프로 인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냐?
그것은 또 아니다.
공신력은 조금 떨어지되, 스폰서로 나선 기업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리그를 주최하는 경우도 잦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중규모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갈 경우, 프로게이머로 인정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되는 것 하나.
중규모라고 한들, 결코 경쟁력이 낮은 것은 아니더라.
그저 상금의 규모가 STL보다 확연히 적기에 그리 이름 붙였을 뿐….
최정상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프로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온갖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마침 예선 신청 마감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대회가 존재했다.
경쟁률은 사실상 그대로.
허나 준우승자와 우승자만 프로로 인정받는다.
가혹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이 읽혔다.
이번 STL 우승자인 강준오와 준우승자 임찬호가 참가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떻게 운이 좋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걸리는 게 여럿 있기는 하네.”
니코틴의 힘을 다시 한번 빌려, 냉정하게 장단점을 따져 보도록 하자.
만약 내가 무사히 본선에 진출했다고 가정하면….
공식 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나에 대해서 자세한 인터뷰를 진행하겠지.
Q. 혹시 참가 동기가 무엇인가요?
A. 결승전 올라가서 인방 수수료 10% 쌀먹하려고요.
음.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문제.
당연하지만 본선부터는 대회장에 직접 참석해야 하므로, 얼굴 공개는 강제된다.
신상 노출 또한 큰 문제가 아니던가?
이쯤 오니 내가 확고부동한 ‘유서하’ 그 자체가 된 것은 이해했지만,
아직 스트리머를 직업 삼을지 확정 짓지 않았다.
만약 정식으로 프로 게이머의 길을 걷는다면,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얼굴이 팔리게 될 테니까.
이번에는 장점.
당연하지만 스트리머로 활동하며 얻게 되는 수익이 올라간다.
이 수치는 확실하게 체감이 되는 부분인 만큼,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수익의 절반을 플랫폼에 바치는 것 자체도 좀 꼴받기도 하고.
또 가장 중요한 점이 남아있다.
솔직히 손이 멀쩡해진 이후, 부쩍 상승한 트리아키아 실력은 내 자존감을 상당히 채워주고 있었다.
랭크 상위권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하루 최소 15번은 랭크를 확인하고 있을 정도인데, 이것에 더해 프로 게이머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내 숙원을 유사하게나마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망상의 내용은,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기똥 차게 불러서, ‘저 찐따가 이런 가창력을 숨기고 있었다고?’라는 평가를 받고는, 전교생의 선망을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이룰 수 없게 된 소원이(노래를 못 부르기에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다른 형태로 선망을 받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어쩌면 사장님을 제외하고도 다른 스트리머 친구를 사귀게 될지도…!
남은 것은 내가 결승에 올라갈 실력이 되냐는 부분인데,
이를 전제한다는 것부터가 다소 오만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세 손가락 시절 뼈에 새기듯 맞닥뜨리던 ‘벽’.
TOP10에 들어갔음에도 그때의 암담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이 내 자신감을 굳건히 지탱해 주었다.
사람은 인생을 살며 몇 가지의 커다란 기회를 마주한다고 한다.
내게 있어서는 공기업의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가 그러했다.
그러면 지금이 바로 유서하의 삶에 전환점을 주는 기회인 것일까?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으니, 하나의 의식처럼 전자 담배의 연기를 깊게 머금었다.
내재 되어 있던 옅은 긴장과 초조함이 달콤한 향에 실려 날아간다.
잠깐의 고민.
그 끝에 결정했다.
“상남자 특. 시원하게 직진함.”
손을 뻗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내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
만약 실패한다고 한들, 내 남은 삶이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원래의 계획대로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되는 일.
얼굴 좀 팔린 거? 장담컨대 인방 업계를 떠나면 며칠이면 잊혀진다.
사람은 나의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관심하단 걸, 직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면 뒤따라 결정할 것이 있다.
계집처럼 애매하게 간을 보지는 않겠다.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사장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인터넷 방송 진지하게 한 번 해보려고요.]
*
우우웅———.
에너지 계열 음료가 대표 상품으로 유명한 기업에서 스폰하는 중규모 대회.
예선 참가 신청을 넣는 것에 시간을 꽤 쓰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잠에 든 것은 자정이 훌쩍 넘어갔을 무렵.
몸이 작아진 이후로 어쩐지 잠에 약해졌기에, 한창 늦잠을 자고 있었다.
우우웅——!
“으에….”
그런 나를 깨운 건 핸드폰의 진동이었다.
비몽사몽인 정신을 붙잡으며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누군지는 확인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사장님이겠지.
“네에…. 사장님….”
- 서하야! 문자 지금 봤어! 근데… 너 자고 있었어?
“어제 좀 늦게 잠이 들어서….”
- 하긴. 나도 매장 일이 아니었다면 자고 있었을 시간이긴 하지. 아무튼, 스트리머 한다는 거 정말이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는 어제 먹다 남은 커피를 머금었다.
시럽을 잔뜩 넣었기에 혀가 금방 달콤함에 잠겼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하기로 한 거, 열심히 해보려고요.”
- 와아! 응원할게!
“감사합니다.”
- 그럼 맨날 방종 때 하던 그 미친 짓도 더는 안 하겠네??
“예? 제가 그걸 매번 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사장님한테 들킨 건 노래 방송 때만인데?”
- 네 방종 야랄쇼, 지금 온갖 스트리머한테 클립으로 떠돌고 있어…. 같이 보며 웃자는 목적보다는, 방송 테러 느낌으로….
“뭣.”
이게 무슨 소리지??
지난 기행은 오로지 육수를 털어내기 위함이지,
진짜로 내가 미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설마 소프트의 대부분 스트리머가 나의 노래자랑 쇼, 사장님 그림 그리기, 남돌 직캠 공연을 보았다고??
아니지. 분명 어제 다시 보기는 내렸으니, 남돌 직캠 쇼는 나돌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큰일 난 건 다르지 않다.
앞선 2개의 기행도 정말 작정하고 펼친 미친 짓이었으니까.
“어어, 이러면 나가린데…?”
분명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그러한 명성을 이용해 하나둘 친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는데….
대체 어떤 정상인이 저런 기행을 일삼는 사람과 친구가 되겠다고 들겠는가??
아니, 그보다도 치솟는 쪽팔림이 내 얼굴을 달구기 시작했다.
시청자는 내 지랄쇼를 보아도 상관없다.
그들과의 인연은 채팅창으로만 한정되어 있고, 결국 서로 대화 한 번 나눌 일 없는 남남이니까.
반면에 스트리머는 다르다.
언젠가는 같이 합방하며 소통을 나누게 될 예정이기에.
아….
“클립 그거는 제가 못 막아요?! 저작권은 저한테 있는데…! 그걸 왜 제 허락도 안 거치고…!!”
- 다시 보기를 내렸으면 몰라도, 남긴 이상에는 이미 늦었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새로운 스트리머와 대화할 때,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 거지?
분명 나를 병신 보듯이 볼 텐데…!
- 그… 서하야. 너무 걱정만 하지는 마. 클립이 돈다는 건 일단 유명세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반응이 좋은 클립도 있…고…….
“반응이 좋은 클립이라면?”
- 콜록…! 내 입으로 말하기는 힘든데.
“저 불안해요. 대체 뭐길래…?”
- 그거 있잖아. 네가 어제… 민성 님이랑 나눈 그, 고…아… 관련된 대화들. 웃참 실패하면 나락 가는 대화라고, 새벽 내내 엄청 클립 돌았대.
“네?? 어제 다시 보기는 전부 지웠는데?!”
- 민성 님 쪽 다시 보기가 남아 있어서.
“진짜 돌겠네……!!”
방송 결심 1일 차.
내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이 또한 하나의 업적일까…??
그리고 오늘 방송을 켜게 되면 어떠한 장면을 마주할지 눈에 훤히 읽혔다.
내 시청자들은 둘째 가면 서러울 악질 놈들.
분명 ‘내가 지랄 떠는 모습’을 본, 타 스트리머의 리액션을 영상 도네로 틀겠지.
“사장님. 저 급해요. 영상 도네 어떻게 막아요?”
- 서하야….
“네?”
- 선배 스트리머로서 조언하는데, 이미 늦었으니 그냥 즐기자. 그런 건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
“…….”
- 그렇게 천안문하면 오히려 더 신나서 몇 달 몇 년을 태울 걸…? 그냥 눈 딱 감고, 며칠만 시원하게 맞아….
시발.
눈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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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고아는 눈앞의 마시멜로에 손을 뻗지 않는다.
물론 15분을 기다려서 한 개를 더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간식은 전부 고학년 형·누나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서른 명에게 서른 개의 마시멜로를 나누어 줬더니, 25명이 무엇도 먹지 못하는 기적의 계산법이 인천 보육원에는 존재했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얻는 교훈은 동일하다.
코 앞의 편한 길을 택했다가는 몸에 멍 자국만 늘린다는 것.
그러니 내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차악을 고르고자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또 벨튀냐?
〔응 100번 해봐 100번 다 들어올 거야 ㅇㅇㅇ〕
〔왔냐? 왔으면 가라〕
〔서하님 어제 공지하신 중요 사항이 뭔가요???
〔부탁이니 오늘은 벨튀 5번만 하고 방송 켜다오….
-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서하야 ^^ 너가 꼭 봐야할 게 있어 ㅎㅎㅎ〕
- 본방키고보자 님의 1,000원 후원!
〔오늘은 야랄쇼 안하냐? 꼭 해라 꼭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내가 조리돌림당하는 건 확정된 미래다.
타 스트리머의 온갖 리액션을 강제로 목격당하게 되겠지.
만약 사장님과 합방하는 시간에 맞춰 방송을 켠다면?
그러한 영상 도네를 사장님과 같이 목격해야 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그러니 오늘도 일찍 켠 것이다.
혼자일 때 매를 맞기 위해서….
“큼. 벨튀 아니고요, 진짜 방송 켠 겁니다.”
〔ㅈㅉㅇㅇ???
〔이러고 벨튀하면 진짜 뒤진다〕
〔그래서 어제 중요 공지가 뭐임〕
〔얘 뭐 공지했음??
〔신뢰가 안간다 신뢰가〕
〔이래놓고 갑자기 튈 확률 99%라고 봄〕
“진짜라니까. 그 뭐냐… 어제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보잘것없는 저를 보러와 주는 분들이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소리 ㄴ〕
〔또 또 헛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무슨 지1랄을 떨 예정이길래 빌드업을 이렇게 함???
〔말에 영혼이 걍 하나도 없네 ㅋㅋㅋㅋ〕
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그지없다.
이렇게 절절한 진심을 알아주지 않다니?
절대 매 좀 살살 맞으려고 아부하는 것이 아니다.
-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이년 설마 눈치 챘냐?
“…저는 여러분을 믿고 있었어요. 제 방송에서 일어난 일들은, 저희들만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설마 그걸 밖으로 유출하실 줄이야….”
〔왜 갑자기 얌전해졌나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누가 다시 보기 남겨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뭔 떡밥이냐?… 같이 좀 웃자 제발〕
@@@@@@시@발놈들아 그래서 어제 중요 공지가 뭐냐고!!! @@@@@@@@@@@
〔그건 말이죠….
〔모르는 건가?? 흠, 아직 알려주기엔 너무 이르군…〕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르르 떨린다.
인방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내 행동이 타 스트리머에게까지 퍼지리란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대체 얼마나 퍼졌을까? 한 명? 두 명?
우리 시청자들이 내게 일말의 정을 느낀다면, 수십에 이르는 스트리머에게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상호간의 신뢰라고 부르리라.
- asqqdf1111 님의 1,000원 후원!
〔정보. 어제 새벽동안 이년 야랄쇼랑 GOA 토크 클립으로 따여서 ㅈ1ㄴ 뿌려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쌈장이랑 살맨이 리액션이 ㄹㅇ 야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영도 켜져 있냐?? ㅋㅋㅋㅋㅋ〕
〔닫혀있네 ㅅ@ㅂ 당장 켜라〕
“여러분. 제가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절대 말 안 들으시겠죠?”
〔당연한 걸 왜 물음??
〔캠 키면 봐준다 ㅇㅇ〕
〔ㅇㅈ 캠 켜면 분탕 안칠게〕
닥1치고 영도 빨리 틀라고!!!!!
〔님들 제발 부탁인데, 중요 공지가 뭔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공지 내용 : 젓가락질 성공했음〕
ㅈ1ㄹ하지 말고 진짜로 좀 알려줘보셈….
어차피 처맞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류는 어떻게 대처할까?
“네… 사실 기대도 안 했어요. 오늘 하루는 영상 도네 틀게요…. 대신 오늘 하루만.”
〔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제 ㅋㅋㅋㅋㅋㅋㅋ 넌 진짜 뒤@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 이년은 방송을 3일 했는데 3일 다 도파민이 터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에 영도는 5천 원부터 가능합니다. 너무 낮추면 끝도 없이 뇌절할 거잖아요.”
정답은 수금이라도 땡기는 것이다.
부서질 멘탈을 금융 치료로 달래야지….
나름 한 끼 식사값이나 되는 금액을 설정했음에도 채팅창의 열기는 도저히 식지 않았다.
대체 나를 놀리는 게 뭐 대단한 것이고 이렇게나 한 마음 되어 열정을 쏟아붓는 것일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싶지만,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 모든 리액션을 시청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 WWUUWWU1333 님의 영상 도네!
대망의 첫 빠따질이 시작되었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 그 영상을 클릭해 재생했다.
시선이 영상을 향하고는….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스트리머가 눈에 익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분이…?”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공식 리그가 존재할 무렵 우승컵(진짜)을 들어 올린 적 있는 레전드이며….
지금은 초보자 강의 위주로 컨텐츠를 찍는 은퇴 게이머.
현재 쌈장이라는 스트리머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정상이었다.
참고로 내가 뉴비 때 이분 영상을 보며 트리아키아를 연습했다.
그러니 익숙할 수밖에.
- 영도 후원 감사합니다! 뭐지? 누구셔? 아, 지금 랭킹 7위권에 계신 그분?? 어 알지 알지. 이 업계에 뉴비 귀하잖아. 스트리머셨나 보네?
“그만….”
- …화면이 좀 불안한데? 왜 저리 알록달록해? 어, 이거 틀어도 되는 거 맞죠? 틀게요?
저 섬네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목 놓아 노래를 불렀던 날.
그래도 이 클립이라면 그나마 나을지도?
내가 음 이탈이 잦기는 하지만, 심각한 음치는 아니니까.
- 오! 목소리가? 여자 분이셨, 허억…?!
“어?”
분명 듣기 좋아야 할 미성임에도, 괴악한 노랫소리가 그러한 미감각을 모조리 씹어먹고 있었다.
살며 처음으로 내 노래의 녹화본을 들어 보았다.
내가 이 정도로 노래를 못했다고…?
- 아니, 이분 트리아키아 스트리머 아니야?! 예? 이걸 첫 방송 켜자마자 했다고? 개미 털기?? 그게 대체 뭔…?
“이거 악의적 편집본이죠! 나 이렇게 못 부르진 않잖아!!”
〔놀라운 건 저게 원본이라는 거임….
〔성골이 괜히 성골이 아니긴 하네;; 저걸 어케 버텼음?? 인정함…〕
〔와 ㅅ@ㅂ
〔잠깐만 나 PTSD 올라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1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잠시만, 저 분한텐 진짜 죄송한데…. 더 듣기 너무 괴로워요. 일단 끌게요. 와….
“으큿…!”
진심으로 황당해하는 내 트리아키아의 마음속 스승을 보니,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속으로 온갖 욕설이 튀어나왔다.
머리를 벽에 박고 싶은 심정.
- 예? 또 영상 후원? 어… 같은 분이시네.
“그만해! 그만…!”
단 1분 만에 내 멘탈이 가루가 되었다.
계속 영상을 시청하기 두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기력하게 내 기행이 나도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
모 SF 영화의 주인공이, 딸의 곁을 떠나는 과거의 자신을 멈추고 싶었던 마음이 이러할까.
이건….
지옥이다.
- 영도 제목이 좀 꺼림직한데… GOA 대전? 으음, 일단 보고 아니다 싶으면 끌게요.
쿵!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꽉 틀어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끔찍한 점은…. 저 영상이 실시간이 아닌,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라는 점이다.
내가 영상을 멈추더라도 저 일이 없었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 야야야! 잠만! 대화가, 아니! 민성이 미쳤, 풉, 잠깐만! 야 이거 웃으면 안 되잖아!!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며 대화를 지켜보던 정상 님은,
이어진 ‘고아가 웃으며 사는 건 쉽지 않은 일., ‘순혈 고아., GOA—T의 연타에 결국 버티지 못하셨다.
- 크흫흡…!! 사람이 이걸 어떻게 참아…!!! 여러분,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나락 보내지 마세요!! 솔직히 니들도 웃었잖아!!
“아….”
- 여기서 제일 악질인 건 이 영도를 보낸 사람이죠. 아오, 이 나이에 진짜 조땔 뻔했네. 누구지? 닉네임이… ‘서하 육수’ 님?
“너였구나! 잡았다 이 씨발롬!!”
그간 후원액이 상당했기에, 영구 밴이 아닌 일반 채팅만 금지하는 채금만 넣었다.
그러나 오늘로 그것도 끝.
너는 영구 제명이다.
- 서하 육수 님의 500,000원 후원!
〔억울해요. 저는 그냥 서하 님의 매력을 다른 분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그랬어요….
당장 영구 밴으로 향하던 손길이 50만 원이라는 거금 앞에 턱 막힌다.
…어차피 내 클립이 흘러 들어가는 건,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분명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래도 너무 괘씸해.
순간 돈의 유혹에 혹했던 마음이 제정신을 찾았다.
결국 조금은 타협해, 임시 차단 24시간을 넣었다.
정 방송을 보고 싶으면 로그아웃하고 봐라. 오늘 너는 후원도 금지다.
그렇게 나는 몇 시간 가까이 두들겨 맞았다.
시청자들이 나를 아끼는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닐 테니, 그래도 열 명을 넘기진 않았으리라 믿는다고?
저 악질놈들은 최소 수십 명에게 여기저기 클립을 쐈더라.
덕분에 결론 하나가 내려졌다.
이미 내 첫인상은 회생 불가능. 소프트 업계에서 비정상인으로 낙인찍혔다.
“…여러분은 도를 넘으셨어요. 오늘 일, 후회하실 겁니다.”
〔어어 점마 어어어〕
씨1발 불안하네〕
〔흑화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하님 저희 슬슬 화해할까요?? ㅎㅎ;;
〔ㅈ된 거 같은데〕
쪽팔림이 쌓이고 쌓이다 선을 넘게 되자, 시꺼먼 감정으로 변해갔다.
세상이 나를 이유 없이 욕한다고?
그렇다면 기꺼이 욕할만한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
대외적 이미지는 이미 조질대로 조져졌기에 잃을 것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
“원래는 이제 지랄쇼 안 할 예정이었는데, 여기까지 밑바닥으로 박힌 거. 그냥 정기 컨텐츠로 정하겠습니다. 클립? 따려면 따. 나 이제 뒤 없어…!!”
〔헤이 헤이 헤이 헤이!!!!!
〔잠깐만요〕
〔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나만 좋냐?? 얘 야랄쇼 보다보면 조금 귀엽던데〕-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노래 더 불러주세요!! 동요 신청 받나요?? 개쳐귀여울 것 같음 ㅋㅋ〕-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육수 미1친새@끼들아 우리는 무슨 죄인데???
“어디 끝까지 가봅시다…. 이제 영도는 끄고, 사장님 올 때까지 노래나 불러 볼까요?”
〔ㅂㅂ 30분 뒤에 온다〕
〔도망챠———!!!
〔초비상@@@@!!!!!!
〔응 실컷 불러 ㅋㅋㅋ 이미 영도 ㅈ@ㄴ 보면서 익숙해짐 ㅅㄱ〕
〔캬 ㅋㅋㅋㅋㅋ 이거거던 ㅋㅋㅋㅋㅋㅋ〕
〔제발 동요 좀 제발!! 곰 세 마리 ㄱㄱㄱㄱ〕-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미1쳤냐?? 이년 노래는 구조상 절대 익숙해질 수 없음〕
〔극락ㅎㅎ〕
“참고로 이번 노래를 견디시면, 이번에는 진짜 중요한 공지를 하나 할 겁니다. 향후 방송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했거든요.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야겠지?”
〔아…………….
〔인질 제대로 잡혔네……〕
〔하 씨@발
〔방금 나가려다 목덜미 붙잡힘……〕
“노래 중간에 갑자기 공지할 거니까, 소리 줄이셔도 소용없답니다. 빨리 볼륨 키우세요.”
이제 그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다.
이왕 이렇게 이미지 박힌 것, 이대로 쭉 밀고 나가겠다.
매일같이 기행을 벌인다면 다른 사람들도 익숙해질 것이다.
그럼 더는 쪽팔릴 일도 없겠지.
만약 시청자들이 내게 조금만 상냥히 대해줬다면 지금의 내가 탄생하지는 않았으리라.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들이란 것을 기억하도록.
-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뭐해 이년아… 빨리 안 부르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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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키아 판이 노쇠했다는 것은, 현재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방송인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라는 것으로 증명 가능하다.
괜히 트리아키아를 한 판이라도 해봤다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나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 아니다.
가령 강나리만 해도 그렇다.
본래라면 26살의 여캠이란 슬슬 인플레에 밀려날 나이였으나….
이 업계에 한정해서는 십의 자릿수가 2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트리아키아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젊은 피’들이 뭉치는 것은 이상할 일 없는 이야기다.
그들은 합방을 위한 일정 조율, 컨텐츠 기획 등 공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단톡방을 하나 개설했다.
20대 여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까르르거리니 시너지(후원금)가 터지더라.
물론 단톡방이 3년 4년 이어지다 보니 점차 친목 관련 내용이 주류를 차지했지만….
아무튼 톡방의 주된 목적은 서로 간 일정을 조율하기 위함이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여러분 잠깐만요, 저 장실 좀!”
강나리의 16강 대진 상대인 이예린 또한 그 톡방의 일원이다.
화장실을 가는 사이에 얻은 잠깐의 휴식 시간.
그 톡방에 채팅 몇 줄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확인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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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그래서 말인데, 서하한테도 여기 들어 오라고 말 한 번 꺼내볼까?? - 13
[나리] : 걔 합방 타율 진짜 좋음 ㅇㅇㅇ 나도 너튜브 각 좀 많이 뽑았어 - 13
[나리] : 평청자 최소 400은 찍는 거 보면 체급도 있고 - 14
당연하지만 비공개로 이루어진 지금의 단톡은 오로지 인맥을 통해서만 입성할 수 있었다.
암묵적인 초대 조건은 아래와 같다.
첫째, 여자일 것.
남캠이랑 엮이면 피곤해진다.
둘째, 너무 하꼬가 아닐 것.
예전에 선뜻 하꼬를 초대했더니, 과하게 방송 욕심을 부려서 모두가 피를 봤다.
셋째, 20대일 것.
물론 초대된 상태에서 30줄을 넘기는 것은 허용이다. 쿨이 돌 때마다 조리돌림을 당하긴 하지만.
넷째, 방송 경력이 짧다면 보증인이 존재할 것.
스트리머는 전부 관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업계에는 이상한 사람이 너무나 많기에 생긴 절차였다. 이번의 경우 유서하의 보증인은 강나리였다.
[이예린] : 요즘 클립으로 도시는 분 맞음?? - 14
[이예린] : 점수 보면 트리아키아에 진심인 것 같긴 한 듯 - 14
[나리] : 아… 클립;; - 14
[나리] : 서하가 겉보기론 많이 맛이 가보이긴 한데 - 14
[나리] : 의외로 방송 끄면 진짜 멀쩡하다? - 14
[나리] : 엄청 예의 바르고 소심해 ㄹㅇㄹㅇ - 14
그게 컨셉이었다고?
이예린은 어제 보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 도네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 만큼 도저히 강나리의 말이 믿기지 않을 수밖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여러분, 제 스승님이 유서하라는 분한테 처발리신 게 사실인가요??”
〔민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걍 압살 당함〕
2800점의 벽은 높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어어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 또 분탕들 와서 ㅈ같은 영도 튼다!!!
〔노래 자랑 ㅅ@ㅂ…….
4년이나 유지되어 온 단톡방의 맴버는 고작 16명.
트리아키아를 주력으로 하는 20대 여성 스트리머는 그만큼이나 적었다.
자신들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억지 트리아키아를 하는 여캠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매콤함에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나가떨어진다.
반면에 유서하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트악귀라고 했다.
게다가 점수도 자신들이 범접하기 힘들 만큼 높지 않던가?
저러한 조건이라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뭔가 궁금해지네. 한번 슬쩍 보고 올까요?”
어제 분탕들이 몰려와서 튼 영상 도네, 자신의 스승님과의 접점, 마지막으로 강나리의 추천까지.
호기심이 생기기 위한 조건이 뭉쳤다.
어쩌면 친교를 쌓게 될 사람에 대해 궁금해진 것이다.
소프트 검색창에 유서하를 친 다음 방송을 클릭했다.
정말로 강나리의 말대로 클립에서 목격했던 기행은 일부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그럴 확률이 높았다.
본래 클립이란 자극적인 부분만을 뚝 자르는 것이기도 했고,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한 법이기에.
그리고….
- 저희 그럼 상호 협의 맺었어요? 동요 한 번 때리면 앞으로 제 클립 수출 안 하기로. 그럼… 음…. ‘둥근 해가 떴습니다’로 할게요. 계약 내용 꼭 지키시기를.
“노캠으로 트리아키아만 하시는 진성 트악귀신 줄 알았더니, 저챗도 하시는구나. 생각보다 방송 분위기는 평범하———.”
- 큼큼, 아아. 노래 시작. 흐읍, 뚱근해가 떳씁니——다아—!!! 자리에써 일어나써——!!!
실시간으로 목격해 버렸다.
단 하루 만에 트리아키아 스트리머 사이에 묘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지랄쇼를.
“뭐, 무슨?!”
- 쪠일먼저 이룰 딲!! 자!!!
〔씨@발 이게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린아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와…… 뭐 내기에서 져서 일부러 이상하게 불렀던 게 아니라, 걍 찐으로 저렇게 부르는 거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짝 채팅창에 정상이 없는데??… 지금 저거더러 지금 귀엽다고 하는 거냐??
황급히 귀를 틀어막고 스피커를 팍 줄였다.
미친 강나리.
대체 저게 어디가 정상인이라는 거야?
웃참하고 있잖아! 웃참 하면서 부르고 있잖아!
아무리 봐도 태생이 저런 사람인데??
“내 스승님이 저런 사람한테 졌다고?!”
대략 3분간 이어지는 지랄쇼를 멍하니 관람했다.
참 힘차게도 부르더라.
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무렵, 이예린은 떨리는 손으로 유서하에게 후원을 보냈다.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안녕하세요. 그런데 목 괜찮으세요……???
-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황족예린…. 어라? 왜 이름이 익숙하지. 누구 팬닉인가??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본인이에요. 나리 언니 16강 상대. 잠깐 구경 왔어요….
- 아…. 시기가 좀 안 좋을 때 오셨네.
이예린은 그 말에 격렬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피폭 당해버렸으니까.
그것을 실시간으로 들어 버린 이상, 더는 유서하라는 사람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허나 그저 ‘평범하지 않다’로 그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평가였다.
유서하는 결코 그렇게 과소평가 당할 정도로 멀쩡한 사람이 아니었다.
- 혹시 지금 방송 중이신가요??
-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네 맞아요.
- 아하! 방송 중이시구나! 아 죄송, 임시 매니저 드릴게요. 이제 후원 말고 그냥 채팅 치셔도 될 듯.
ⓜ〔감사합니다. 별 건 아니고 잠깐 놀러 왔어용. 제 스승님 이기셨다길래 궁금해서.
- 저도 예린 님에 대해 알고 있어요. 어제 제 클립 보셨죠??
ⓜ〔헉 어떻게 아셨지.
- 아까 예린 님의 리액션 영도가 왔는데, 조금 인상 깊게 봐서요.
그 말에 이예린은 자신이 어제 그녀의 기행에 대해 어찌 반응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분명….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시원하게 웃었을 것이다.
- 제가 고아라고 비웃으시다니…. 선빵 접수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 괜찮아요. 서로 초면이니, 약하게 WWE만 걸게요. 방송이니까. 방송이니까.
ⓜ〔????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스친다.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는 기분.
이예린은 황급히 유서하의 채팅창을 확인해 보았다.
〔ㅈ됐다 예린아 빨리 도망쳐라〕
〔서하 야스토라, 또 사람을 때렸느냐???
〔시@발 초면이고 나발이고 바로 멱살 잡고 링 위로 올려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년은 독보적인 또1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보니까 고아라는 말만 들으셔도 까르르 웃으시길래, 제가 보육원에 있을 무렵 저희끼리 했던 농담 몇 개를 꺼내 볼게요! 절대 제 노래를 듣고 웃으셔서 삐진 게 아닙니다.
“잠깐만…!!”
ⓜ〔잠신맣요 님ㅁ〕
- 저희끼리는 서로 불량품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었어요. 기준은, 부모가 우릴 버리고 갔을 때 생년월일을 기록했느냐죠. 보통 제조 일자가 적히지 않은 상품은 하자품이니까요.
웃으면 좆된다. 진짜 좆된다!!
저번에는 기습적으로 들어왔기에 터졌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버티리라.
이예린은 자신의 허벅지를 최대한으로 꼬집으며 웃음을 참았다.
-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하나만 더.
ⓜ〔아뇨 젭라 그만ㄴ〕
- 제 보육원에서는 매 주말마다 기도를 시켰는데, 그 누구도 하느님이 어째서 기도에 답해주지 않냐고 궁금해하진 않더라고요. 왜냐면 아버지가 질문에 대답 안 해주는 건 고아한테 당연한 것이거든요.
ⓜ〔아ㅏ〕
살려다오.
더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에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 보육원 동기 중에서 꿈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적어 낸 친구가 있었어요. 나중에 기쁘게 축하해줄 수 있었죠. 보통의 고아들이 많이 그렇듯, 17살에 연인과의 자식이 생기며 강제로 꿈이 이뤄졌으니까.
“푸흐흡…!! 콜록! 아, 저 안 웃었어요! 그냥 기침, 기침!!”
ⓜ〔하나만ㄴ 더 한다몃너 왜 또해요!!!!
-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실화인데요? 아, 다른 것도 실화 기반에 MSG 좀 친 것이긴 해요.
“아하핳…!!!”
허벅지가 멍이 들 때까지 꼬집어 보았으나,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분명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란 것을 안다.
허나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도리어 자꾸만 웃음을 불러왔다.
거기에 더해 유서하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미쳐 돌아가는 내용을 읊으니….
원래 웃음이 많던 이예린은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
ⓜ〔저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앗! 조금만 더 놀다 가시——.
빠르게 채팅을 치고는 뒷말을 듣지도 않고 도망쳤다.
저곳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자신의 방송인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마경.
고아가 아닌 스트리머라면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와 ㅁ1ㅊ 내가 대체 뭘 들은 거냐??
〔본인이 직접 겪은 실화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린이 웃참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쳐웃기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일방적으로 처맞은 터라 정신이 얼얼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이예린의 선천적인 능력으로는 대적하기란 불가능.
다행히도 고아의 재능을 타고난 주변 인물이 하나 존재했다.
스승님. 스승님을 불러야만 했다.
유서하를 대적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동족인 오민성만이 유일하리라.
하물며 지난 클립을 보니, 꽤나 대등한 공방을 펼치지 않았던가?
이예린은 그러한 이유로 급하게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 어. 예린아. 왜? 나 곧 방송 켤 듯.
“스승님!! 도와주세요!!”
- 엥? 뭔 일 있냐?
“누가 저를 괴롭혀요!! 스승님만이 복수해 주실 수 있어요…!”
- 누군데! 누가 우리 제자를 내 허락도 안 받고 때려!! 얘는 나만 때릴 수 있는 내 샌드백인 거 몰라?!
“…아무튼 복수해 주실 거죠??”
- 그래! 전프로 현프로 빼고 말만 해!!
“뭔가 짜치게 조건이 많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전프로 현프로도 아닙니다. 스트리머 유서하 님 아시죠?? 그분이 저를——.”
뚜욱.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뭐지? 잘못 끊으셨나? 싶어서 다시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전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야!! 오민성!! 어디 갔어!! 전화받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튀 ㅅ1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서하 이름 나오자마자 끊네 ㅋㅋㅋㅋ 반응 속도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반속의 절반만 인겜에서 보여줬으면 본선은 진작에 뚫었겠다 ㅋㅋㅋㅋㅋㅋ〕
〔오늘 방송 존@나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서하에게 당한 것은 비단 이예린만이 아니었다.
앞서 오민성이 먼저 맞아 봤기에, 그 매콤함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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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스트리머님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노래 방송은 종료되었다.
슬슬 목도 아파왔기에 잘된 일이다.
슬쩍 시청자 수를 바라보니, 이번에는 무려 400명 가까이 남아 있었다.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남아 있는 수가 갑작스럽게 배나 뛴 이유에 대해 짐작이 갔다.
지랄쇼 중에 공지하겠단 것을 듣고 억지로 버틴 이들이 있을뿐더러,
지난밤 나돈 내 클립으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400명이라니.
이렇게까지 내 전력을 버텨낼 수 있는 이들이 많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이래서 사람을 더러 적응의 동물이라 부르나 보다.
“음…. 슬슬 예고했던 대로 중요 공지에 관해 얘기할까요?”
〔드디어 ㅅ@ㅂ
〔예린아 고맙다…. 네 덕이다〕
〔슬슬 얘 노래부르는 거 익숙해져서 조금 귀엽게 느껴짐〕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ㄹㅇ ㅋㅋ〕
〔동요는 확실히 커엽더라 ㅎㅎ〕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3주 뒤에 서아제약이 스폰서로 개최한 ‘타우린 트리아키아 리그’에 참가 신청을 넣었습니다. 아직 합격 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선 신청 커트라인 등수를 가볍게 웃도니 여유롭지 않을까 싶네요.”
〔뭣〕
〔저거 본선은 실시간 중계 아님??
〔얼공 선언 ㅎㄷㄷ〕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낚시가 아니라 진짜 중요 공지냐…??
〔헉헉헉헉허겋헉헉헉!!!!!
- llil11lI1 님의 10,000원 후원!
〔ㄹㅇ 프로 데뷔??? 트리아키아 프로들은 인방하는 국룰이다 제발〕
“방송에 관한 건…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일단 예선 전까지는 열심히 켤 예정입니다.”
그리고 결승전에 올라서 프로 게이머 인증을 받게 된다면 전업 방송인으로 전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음… 사실은 인과가 반대라고 보는 것이 좋으리라.
정확히는 전업 방송인을 할 예정인데, 수수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어떻게든 결승전에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애초에 사장님께 이미 방송을 진지하게 해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면 시청자들이 좋다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하기에, 그 꼴을 보기 싫어서 나중에 발표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이걸 공지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이 ‘이년이 과연 내일도 방송을 켤까?’라고 매일을 불안에 떨겠지만….
내 알빠는 아니다.
오히려 이탈자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는 것은 좋아할 일이 아닐까?
내 방송 스타일은 티배깅과 기행으로 이루어져 있어, 갑작스럽게 체급이 커지면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적당히 콘크리트만을 데려가며 지금 정도의 수입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야 대만족.
주기적으로 시청자를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만약 제가 예선에 통과하게 된다면, 본선 준비로 인한 장기 휴방을 가질 예정입니다. 아직 예선까지 3주도 넘게 남았으니 나중 가서 다시 공지할게요.”
??????
〔방송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장기 휴방은 씨@발아
미1쳤냐??? 본선 준비하면서 방송 켜라 ㅇㅇ〕
〔예선 광탈하라고 하루에 500번씩 저주한다 ㅅㄱ〕
〔ㄴㄴㄴ 얘 본선 통과해야 얼공함〕
〔장기 휴방 이후 얼공 vs 하던대로 꼴1릴 때 방송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불기 걸렸네 애1미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닥전이긴 함…….
“대신에 3주간 열심히 한다니까? 그냥 그것도 오지 말까요?? 으음…. 시원하게 2달 휴방 때려서 개미 제대로 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미안해〕
〔ㅈㅅ 그냥 장난이었음〕
〔서하님 응원해요! 꼭 본선 진출하시기를!!
〔제가 좀 장난이 지나쳤네요 ㅎㅎ;
〔매일 노래해도 괜찮으니까 제발 방송만 켜주세요 ㅠㅠ〕
〔윗놈 시@발련아 그건 아니야〕
물론 2달이나 휴방을 한다면 콘크리트고 뭐고 다 박살 나기에 그럴 생각일랑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내가 방송 쌀먹각을 노린다는 것을 모르기에, 적당히 무기로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채팅이 좀 심기를 긁네.
원래 목이 아파서 그만하려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이제 공지도 끝났으니까 하던 거 할게요. 이번 노래는 ‘싸랑의 보조 빳때리’입니다!”
기습 공연 선언에 채팅창이 경악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워졌다.
어디 매일을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육수를 우릴 수 있나 한번 보자.
*
- 서하야, 오늘 방송 끝나고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합방을 시작하자마자 사장님께서 물어보셨다.
기존의 내게 있어서 ‘식사만을 위한 외출’은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나,
위 문장의 서두에 ‘친구와’를 붙이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효율적인 행위라 여기던 것이, 단 세 글자의 힘으로 특별하게 뒤바뀌는 것이다.
“좋아요. 매번 얻어먹기도 좀 그랬는데,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 어라? 정말?
“저번에 얘기했던 교육비, 찬호 님한테 큰 거 한 장 받았거든요.”
사장님과 나 사이의 재력 격차를 고려하면, 내가 밥을 산다는 행위는 언뜻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허나 돈 자랑이 목적이 아니니 전혀 상관없다.
그저 내게 생긴 기쁜 일을 친구와 작게 기념하고 싶었던 것이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던가?
여태까지 불행도 행운도 누군가와 나눠본 적 없는 나다.
그러니 한 번쯤 ‘기념일’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 …서하야. 나 눈물 날 것 같아….
그런 말을 솔직하게 사장님께 드렸더니 목소리에 물기가 찬다.
정작 화자인 나는 멀쩡한데 말이다.
- 그래도 보육원에서 생일이나 그런 건 챙겨주지 않아…? 그것도 기념일이잖아.
“음… 형식상으로는 챙겨주긴 하지만, 케이크 대신에 대형 마트에서 떨이로 묶은 비주류 과자 세트로 선물을 퉁 치거든요. 보육원에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던 거죠.”
- 헉…! 그럼 여태 살면서 케이크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거야??
“에이. 그건 아니죠. 얼마 전에 제 돈으로 직접 사서 처음으로 먹어봤어요.”
- 얼마 전…. 하하, 그래도 다행이네. 그래도 먹어는 봤구나?
“네. 저어어번에 뒷사과 들켰던 날, 편의점에서 산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 먹어 봤어요! 확실히 케이크가 괜히 유명한 디저트가 아니더라구요. 우울했던 기분이 확 좋아지던데.”
〔얘는 진짜 어떤 삶을 살아온거냐….
〔인생 첫 케이크가 편의점 케잌;;
〔말이 안나온다 음.
〔내 인생은 걍 ㅈ@ㄴ 편했구나…〕
- 흐읍…! 다,다음에는 내가 더 맛있는 케이크 사줄게! 그래, 너 생일날! 서하는 생일이 언제야?!
“생일… 음, 좀 애매하네요. 저는 불량품인 쪽이라서요…. 등본에 적힌 생일은 그냥 무작위로 정했거든요. 제 진짜 생일이 언제인지는 저도 몰라요.”
- 불량품?
불량품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장님을 위해,
시청자들이 아까 이예린 님과 있었던 대화를 클립으로 만들어 영도를 쐈다.
음. 이제는 사장님뿐만이 아니라 채팅창도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쓰읍…….
〔아까 들을 때는 웃겼는데 갑자기 뭔가 뭔가네……〕
〔진짜 실화였다고…?
- wwuwwuw777 님의 100,000원 후원!
〔아까 웃어서 미안하다…. 이걸로 마음 갈 때 케이크 사드셈….
〔아니 우리는 불량품 그게 니 얘기인줄 몰랐지;;
존1나 애호 마려워지네 진짜〕
〔제가 갱년기는 아닌데 눈에 습기가 좀 차네요……〕
합방 시작 30분도 지나기 전에 두 방송의 분위기가 제대로 박살 났다.
단언컨대 이럴 의도라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방송인들은 독특한 일화를 재밌게 포장해 얘기하지 않던가?
그것처럼 나 역시 특이한 과거에 대해 썰을 풀어본 것인데 대체 왜??
“아니 분위기 왜 이래…? 여러분 저 고아인 거 이제 아셨나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아니 그건 그런데〕
〔이렇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엄…….
〔걍 또1라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생이 고단했어서 뭔가 뭔가임〕
〔사실 얘 정도면 엇나간 건 아니긴 함 ㅇㅇ….
〔ㅇㅈ…….
- 평소에 서하 너가 유머 소재로 쓰던 것들 뒤에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충격이긴 해….
“음.”
- 혹시 그런 얘기를 꺼내면서 괴롭거나 하지는 않았어?? 설마 방송 때문에 무리하고 있던 거 아니야…?
“예? 제가요?”
사장님의 말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내 지난 발언들의 의도를 부정하는 잘못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반대죠. 오히려 지금이 만족스럽기에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을 꺼내는 겁니다.”
난 지금 잘 먹고 잘 산다.
사장님 덕에 통장 잔고도 채웠고, 몸에 니코틴도 빵빵하다.
미래 설계도 나름대로 끝내 두었다.
척 보기에도 과거에 매여 있을 이유라곤 추호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장님의 오해와 달리,
도리어 힘들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순간. 상황을 직시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이 바로 유머인 것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내가 있던 보육원에는 위트 넘치는 희극인이 많았다.
마음에 안 드는 동생 비꼬기를 멈추질 않더라.
세 손가락이면 딸칠 때 남들보다 1.5배는 더 흔들어야 하냐 놀리고,
내 손으로는 가위랑 주먹밖에 못 낸다고 매번 용돈을 걸고 내기하자고 강요하며,
단체로 게임만 했다고 하면 손병호 게임밖에 안 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참 다양하게도 돌려졌네….
아무튼 그들은 보육원을 나오고 나서도 나름의 벌이는 하며 제 삶을 지내고 있다.
반면에 항상 비관에 빠져 있던 몇몇 친구는 대다수 끝이 좋지 않았다.
“제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웃음으로 끝나야만 해요. 동정을 받기에는 지금의 제가 님들보다 행복하거든요. 누가 누굴 연민해? 여러분은 친구 있어요? 전 사장님 있음.”
- 엣.
“아으, 오글거려. 우욱! 두드러기 올라오니까 이 떡밥 그만하죠…?”
〔기습 친구 비틱은 또 뭐야 ㅋㅋㅋㅋㅋ〕
〔마인드 지리긴 하네… ㄷ〕
〔애 낳으면 잘 키우겠다 ㅋㅋ 진짜 내 아내임〕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 wwuwwuw777 님의 50,000원 후원!
〔암튼 담부턴 GOA 개그 쳐도 맘껏 웃어도 된단 거?
“여러분은 웃어도 되는데, 스트리머는 안됨. 나락 가기 싫으면 웃참 하셔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긴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니들은 참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일하게 나락 면역인 빛.민.성. ㄷㄷㄷㄷ〕
〔동족은 ㅇㅈ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분위기를 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덕분에 합방은 무난하게 진행됐다.
역시 내 인생에 피폐, 후회 태그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이후.
나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마중 나온 사장님의 차를 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매번 운전 감사합니다.”
“에이. 별것도 아닌데 뭘. 뭐 먹을까?”
“드시고 싶은 것 없으세요? 제가 사는 건데.”
“그럼 스시 오마카세로.”
“…저 내릴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장난이야 장난! 이 시간까지 오픈한 오마카세는 없다고!”
사소한 잡담을 이어가며 이동했다.
결국 이 근방에 지금까지 열려 있는 곳은 국밥집 정도밖에 없더라.
그래도 사장님은 불평 없이 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사장님, 갑자기 왜 저녁을 먹자고 부르신 건가요?”
“으음…. 그게 말이지.”
살짝 망설이는 말투.
나는 의문스럽게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서 닫혀있던 입술이 열렸다.
“만약에 너무 힘든 일이 있는데, 속으로만 앓고 있다면…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갑자기요…?”
“…너가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꺼낸 이야기들은 이제 극복했다는 뜻이라면, 그렇지 못한 것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
확실히 너무 어두침침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기는 했다.
내가 학창 시절 구체적으로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인천 보육원에서 어떤 주기로 맞았는지 같은.
하나같이 방송에서 하기 걸리는 말들이었다.
“서하 네가 가진 대인 기피증이나, 외모 칭찬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도 혹시 그런 과거와 관련이 있…으려나?”
“어. 음. 그…렇긴 하죠.”
그건 내 몸이 여성으로 바뀐 것에 근간을 둔 문제다.
정말 어찌할 수도 없는 것이, 내 인식에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변하기 요원한 일이다.
생각해 보니 내 이런 모습도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도 있겠구나.
“괜찮아요. 음. 아직 큰 문제로 번질 건 없어 보이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사장님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몸이 어리다고 마음까지 어린것은 아닌데.
손을 피하고자 움직이려다, 사장님의 눈빛을 보고 그만두었다.
나를 가득 걱정하는 얼굴이었기에.
그렇게 사장님과의 저녁 약속은 끝이 났다.
내일은 드디어 방송 시작 4일 차.
시청자들 앞에서 약속한 개인 방송을 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 진짜 스트리머의 삶을 살기 앞서….
조금 더 확실하게 육수를 죽여야겠다.
어쩐지 점점 더 육수가 늘어나는 것 같거든.
.
.
“여러분. 아직 한참 남긴 했는데, 크리스마스 날 휴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야이 씨@발련아
〔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나 까매질 것 같아…….
〔구라치지마 씨1발
〔육수들 죽어!!!!!!!!!
〔미^친년아 제발〕
〔그러지 말아다오 부탁이다〕
안녕하세요. 신입 스트리머 유서하입니다.
취미는 타 스트리머 나락 보내기와, 시청자들 뿔 부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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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이예린은 비교적 트리아키아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다른 여캠들이 절망적으로 재능이 없고, 이예린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아무튼 그나마 덜 이빨을 갈리게 한다는 이유로, 여캠을 좋아하지만 트리아키아에 진심인 시청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방종 시간은 새벽 2시.
강나리처럼 아침에 매장을 열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새벽까지 방송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제 역시 방송을 마치고 늦게 잠에 든 이예린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루틴화 된 습관으로 핸드폰부터 찾아 들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와 있던 메세지 하나.
“…누구지?”
저장되지 않은 연락처에서 흐린 눈으로 보기에도 장문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스팸인 것일까?
혹시 중요한 연락일 수도 있으니, 눈가를 비비며 알람을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스트리머 유서하라고 합니다. 연락처는 어제저녁 강나리 님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이예린 님 본인이 혹시 맞으실까요?? 다름이 아니고 어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자……. ……본래라면 당일에 사과드려야 예의에 맞지만, 새벽까지 방송 중이셨기에 일어나자마자 문자를 남깁…….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뭐, 뭐야 이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초장문의 메세지.
그 글자 수를 세어 보면 능히 소설 한 편을 넘길 정도로 정성이 가득 들어간 MMS 문자였다.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두에 가장 궁금했던 핵심 내용이 전부 담겨 있었으니까.
그 아래의 본문은 전부 어째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당황스럽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을 길게 풀은 내용이 여러 묘사를 사용해 반복되었을 뿐이다.
적어도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왜 자신에게?
“이게 유서하 님이라고…? 진짜 동일 인물…?”
클립에서 보았던 엽기적인 행동들.
호기심으로 방문했던 자신에게 억지로 나락 방어전을 시킨 인물과는 도저히 매칭되질 않는다.
그만큼이나 문자의 내용은 정중함을 넘어 소심함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제야 지난 강나리의 말이 떠올랐다.
방송 ON/OFF가 확실하며, 보여주는 모습 대부분이 컨셉이라는 증언.
또한 방송 중이 아닐 때는 상당히 예의 바르다는 것까지.
“구라가… 아니었어…?”
이예린은 누가 몽둥이로 머리라도 후린 것처럼 멍하니 문자를 바라보았다.
그만큼이나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동시에 어떻게든 자신에게 용서를 받고자 끙끙 앓으며 장문의 메세지를 쓰는 유서하가 연상이 되었다.
캠을 안 켜서 얼굴은 모르지만, 그러한 공백은 충분히 상상으로 메꿀 수 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하핳!! 반전 진짜 뭐야??”
빠르게 답장을 작성했다.
언제 잠결에 있었냐는 듯 정신이 맑게 깼다.
▶[방금 일어나서 이제야 확인했네요 ㅠㅠ 정말 괜찮아요! 저도 방송용 WWE는 구분하니까, 너무 마음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문자 방송에서 공개해도 되나요?]
솔직히 이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만큼이나 충격적인 반전이었고, 오히려 매력으로까지 느껴졌던 탓이다.
메세지를 받은 지 5시간이 넘어서야 답장을 보냈으니, 회신까지 조금 걸리겠지.
그러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던 그 순간.
우웅—!!
◁[아뇨 절대 공개 금지임ㅂ니다 절대로 안ㄴ되니까 꼭 좀 부탁드릴게요]
황급하게 써 내린 티가 여실히 드러나는 문자가 도착했다.
이예린은 그 문자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하핳!! 나리 언니랑 왜 친해진 건지 알겠다. 뭐야, 생각보다 귀여우신 분이셨네??”
▶[넵!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일단 나리 님한테 급하게 연락처를 구하긴 했는데, 전하고 싶었던 말씀은 드렸으니 연락처는 이만 지우겠습니다. 제 일방적인 연락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네?? 아뇨 지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진짜 본인 맞으세요…? 첫인상과 달리 넘 예의 바르신데 ㄷㄷ]
◁[업무 중과 아닐 때 성격이 다르다는 소리는 종종 들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진짜 인격이 바뀐 급이네요. 아무튼 다음에 또 방송 중에 놀러 갈게요…! 대신에 그런 장난을 치실 때는 깜빡이만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대본을 짠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보니 조금 조절이 어렵지만…. 염두에 두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게 미리 준비한 발언들이 아니었다고??
대체 방송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뛰어나면 저런 장면을 순간의 기지로 뽑아내는 것일까.
이건 이것대로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하루의 시작치고는 제법 독특한 날.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한 이예린은 어김없이 방송을 켰다.
“린하! 오늘도 소통 좀 하다가, 민성 스승님 오기 전까지 개인 연습 들어갈게요!”
〔린하〕
〔ㅎㅇㅇ〕
〔또 가지무침이야??
〔성실하긴 하네〕
〔대회 끝나고 공겜 ㄱ??
〔쥐흔 ㄴ〕
〔혹시 영도 열렸나요??
“공겜…은 지각 5 스텍 쌓일 때만 하니까요…. 아직 3 스텍이라…. 그리고 보이는 라디오 중에는 영도 틀어 놓습니다!”
- 서하 육수 님의 영상 도네!
영상 도네가 열렸단 말이 나오자마자 터지는 후원 하나.
요 며칠에 걸쳐 익숙해진 닉네임이었다.
이방 저방을 찾아다니며 유서하의 클립을 홍보하기로 나름 이름을 떨친 시청자니까.
소통 방송 중에만 후원을 하는 분이신지라, 분위기를 못 읽고 마구 난사하며 비호감을 쌓는 부류는 아니었다.
지금의 영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영상의 제목은 뒷사과. 비록 섬네일에 캠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으나, 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어…. 또 서하 님 클립? 어제 노래 방…송…은 저도 직관하긴 했는데. 혹시 그건가요? 제목이 뒷사과인 걸 보면 아닌가?”
〔뒷사과면 ㅋㅋㅋㅋㅋ 그거네〕
〔또 그 미@친 괴성 들어야 하냐?? 제발 틀지 말고 스킵좀…〕
〔쟤는 ㅅ1ㅂ 어딜가도 보이네 ㅋㅋㅋㅋㅋ〕
〔유서하 방송 꺼져 있으면 ㅈ^ㄴ 돌아다니는 듯〕
〔뒷사과가 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내용인지 알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 노래 클립 아님 ㅋㅋㅋㅋ 걍 웃긴 거니까 트셈 ㄱㄱ ㅋㅋㅋㅋㅋ〕
이예린은 살짝 긴장한 채 영상을 재생했다.
만약 짐작대로 노래 방송이라면 빠르게 소리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웃으며 들어줄 만했으나, 반복해 듣기엔 힘든 것이 유서하의 노래였기에.
허나 영상에 담긴 것은 여태까지 익히 보았던 기행 중 하나가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유서하의 방송 클립조차 아니었고, 강나리의 스승인 임찬호의 방송에서 추출된 것이었다.
그 내용은….
- 오늘 많이 불쾌하셨을까요…? ……방송 중도 아닌데…… …진심…. ……아니었고, 혹시나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
“예?? 이거 찬호 오빠랑 서하 님이세요??”
???? ㅋㅋㅋㅋㅋㅋ〕
〔저거 말하는 거 유서하임???
〔뒷사과 제목 정직한거 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놀러 가자마자 나락쇼 걸던 애랑 동일인물이라고?? ㄹㅇ???
〔악쓰며 노래 부르는 것만 듣다가, 목소리 기어들어가는 거 들으니 적응 ㅈ1ㄴ 안되네 ㅁ@ㅊ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봐도 존1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거. 설마 뒷사과하다가 걸린 거예요??”
〔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 원래 성격 소심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구라치지 마〕
〔악질짓 방송용 컨셉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시@발 씹반전이네;;;;
〔개귀엽네 ㅋㅋㅋㅋㅋ 노캠인데 왜 육수가 있는지 알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수 또@라인줄 알았는데 진짜 뭐임…???
- 아,아니!! 이제 가신다면서요! 그걸 왜 지금 말…!! …사실 전 방송이 켜진 걸 알고 있었….
당황의 감정이 선명하게 서린 목소리.
심지어는 누가 들어도 믿지 않을 변명까지 내뱉기 시작했다.
허나 쏟아진 물이 주워 담아질 리 있을까.
오히려 그러한 필사적인 모습이 더욱 웃음을 자아내었다.
이예린은 최대한 웃음을 참았다.
노래 방송을 보고 웃은 것으로 보복당한 것이 고작 어제의 일이 아니던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클립 속 유서하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그녀는 뒷사과가 들킨 일에 대해 진지하게 쪽팔려 하고 있었다.
만약 이것을 보고 웃참을 실패했다가는….
유서하가 2차 나락쇼를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저번의 대화가 ‘초면인 것을 고려한 가벼운 WWE였단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원한이 서린 유서하의 진심 펀치는 얼마나 아플까?
일단 이예린으로서는 결코 맞아보고 싶지 않았다.
〔변명하는 거 존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감 ㅆ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쟤 찾아오면 이거 한 번 더 틀어서 쫒아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격감 ㅆㅅㅌㅊ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흡! 저는 원래 예의가 바른 분이시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절대 웃지 않을 겁니다…!!”
〔필사적 웃참 ㅋㅋㅋㅋ〕
〔와 ㅅ1ㅂ 이걸 참아?? ㅈ@ㄴ 독하네 ㅋㅋㅋㅋ〕
〔어케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으면 찾아올듯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방송 중에는 개악질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의 일과 겹쳐서 그런지 터지려는 웃음을 참는 것이 버거웠다.
그러나 차라리 공포 게임을 하면 했지, 다시는 그 고아 나락쇼를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자신이 웃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유서하가 뒷사과를 한 일은 웃기지 않는다. 웃을 이유가 없다.
“뒷사과는 비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 짓는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당장 저만해도 뒷사과 받았을 때 약간 있던 불편함마저 사르르 녹았으니까요…!!”
????
??
〔너도 뒷사과 받음??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반오십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속보 ㅋㅋㅋㅋㅋ 예린이도 뒷사과 받았다 오피셜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을 참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에 집중했기에 나온 실수.
어쩌면 필연이라고 봐도 좋았으리라.
반면에 이예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서하의 함구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억! 개조땟다…! 자,잠깐만요! 제가 말실수를 했고, 그냥 뒷사과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 걸 잘못 말한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긴가민가했는데, 저 클립 주작 아닌 100% 실화였네 ㅅ@ㅂ
〔응응 그래그래 ㅋㅋㅋㅋ 그런 걸로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입막음 당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서하 성격상 무조건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두통에 눈을 질끈 감으니, 어떠한 미래가 아련히 보였다.
그 미래 속에서 자신은 2차 나락쇼에 강제로 참여하고 있었다.
*
오늘의 하루도 어제처럼 좋은 날이었다.
그러니 익숙한 루틴으로 일상을 시작했다.
시럽을 가득 넣은 블랙커피를 손에 들고, 몇 번 방송을 켰다가 끄며 벨튀를 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채팅창에 욕설이 늘어나더라.
저들에게는 안타깝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고통이다.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해서야 내 콘크리트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러니 나는 단조를 거듭하는 대장장이가 된 마음으로, 묵묵히 벨튀를 계속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채팅창에 욕설 대신에 웃음만 도배 되는 거지?
설마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는 마조히즘적 성향을 가진 시청자가 늘어나 버린 것일까?
조금 의문이 들었다.
우웅——.
슬슬 진짜로 방송을 켜볼까 생각하던 무렵.
문자가 한 통 왔다.
당연히 사장님인 줄 알았지만, 예상 밖의 인물이 보내었다.
이예린. 이번에 새롭게 내 전화번호 목록에 추가 되며, 기존의 저장 인원을 2배로 늘리는 것에 혁혁한 공을 세운 직장 동료였다.
[사고 쳤습니다…. 죄송합니다….]
??
짧은 문자는 사과의 말을 담고 있었지만, 어째서 내게 사과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냐고 답장을 보내고는 방송을 켰다.
그래도 한동안 열심히 한다고 약속은 했으니까.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입니다. 방송 설정을 건드리다가 몇 번 실수로 방송이 켜졌던 모양인데,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닌 딱 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쳐귀여운 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갑자기 다들 왜 이래? 뭐 좋은 일 있나요?”
- qnrPwjd18 님의 1,000원 후원!
〔아주 좋은 일이 있죠 ㅎㅎ 벨튀할 때는 좋았지??
어쩐지 서늘함이 느껴진다.
마치 맹수에게 노려지는 것도 모르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토끼가 된 기분.
그만큼이나 지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체 뭔데요…? 조금 불안한데….”
〔좋아하는 코미디 드라마가 시즌2 방영을 시작해서요 ^^
〔스포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일단 닥치고 있어보자 ㅋㅋㅋㅋㅋㅋㅋ〕
〔영도 함 켜봐 ㅋㅋㅋㅋㅋㅋㅋ〕
〔하 씨 입 ㅈ@나 간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영도 켜보셈 ㅎㅎ〕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단합하며 입조심을 할까.
물경 500을 넘는 인원들이 한마음이 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일단 시키는 대로 영상 도네를 허용으로 바꾸었다.
어쩐지 본능이 그러한 움직임을 막았으나, 결국에는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해버렸다.
- 유서하넌뒤졌다 님의 영상 도네!
클립의 주인공은 오늘 아침 대화를 나누었던 이예린 님.
불안감이 고개를 치켜든다.
그녀와 나 사이에서 있었던 일, 방송을 켜기 직전에 도착했던 사과 문자, 벨튀 도중에 갑작스럽게 웃음으로 도배 된 채팅창까지.
단서들이 슬며시 조합되며 하나의 가정을 내놓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설마. 그럴 리가. 분명히 부탁까지 했잖아.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 …으아악!! 에라이 모르겠다! 이미 사고 친 거! 죄송해요 서하 니임!! 근데 저한테 초면에 왜 그러셨어요?! 당신도 한 번 당해봐!! 사실 오늘 아침 문자가 하나 왔는데, 확인해 보니까 서하 님이 저한테——.
까지만 듣고 영상을 정지했다.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건,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미래였다.
대체 어째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뒷사과 MK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이미 문자 내용까지 절반 넘게 공개함 ㅅ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예린이 적당히 팼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 업보다 ㅅ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장문은 진짜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밴하시던지77 님의 10,000원 후원!
〔서하 님 ㅎㅎ 분내 존1나게 나시네용 ㅎㅎㅎ〕
〔대체 얼마나 소심한거냐?? ㅋㅋㅋㅋㅋㅋㅋ〕
〔순수 커여움 ㄹㅇ GOAT다 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알았어 육수 하면 되잖아 시@발 ㅋㅋㅋ 한다고 ㅋㅋㅋ〕
〔노캠으로 내 대가리가 깨질 줄이야 ㅋㅋㅋㅋㅋ〕
“아……….”
- 수출용계정555 님의 20,000원 후원!
〔저거 이미 클립으로 따서 ㅈ@ㄴ 뿌렸는데 저 잘했죠?? ㅎㅎ〕
“아아…!!”
이예린!!
나는 당장 이예린의 방송을 찾아갔다.
그리고 한창 소통 방송 중인 그녀에게 채팅을 보냈다.
〔예린님 ㅎㅎ 쪽지로 데스코드 링크 보냈으니까 메신저 들어오세용 ㅎㅎ〕
- 헉…! 진짜 왔다…!! 여러분 나 조땠잖아…!!
〔어제 너무 가볍게 인사만 드렸죠?? 오늘 제대로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거절하시면 재미없어요 ㅎㅎ〕
- 그, 말이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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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갈게요! 들어갈게요!!
내게 이런 수모를 줘 놓고 본인은 편안하게 방송하겠다??
절대 그 꼴 못 본다.
입이 가벼운 죄.
그 죗값을 징수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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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 버린 암울한 과거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무런 유감이 없다.
내가 어디 고아로 태어나기를 바랐고, 장애인이 되기 위해 손가락을 떼어냈겠는가?
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책임이 없다.
그러니 과거의 일을 농담의 소재로 삼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를 괴롭힌 고통은 나의 과실이 아니었으므로.
허나 타인의 관점에서는 다른 결로 읽히는 듯하다.
설령 내가 웃음을 목적으로 그러한 농담을 던지던 들, 마음 편히 웃을 수는 없어 보였다.
어제의 채팅창 여론이 그러한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돌이켜 고찰해 보았을 때.
이 모든 건 상호 간의 신뢰가 부족하기에 발생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자전적 소재를 엮은 해학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는 건지 혼동하는 것이다.
물론 스트리머를 상대로는 이러한 점을 의도적으로 노려서 대응을 곤란하게 만들고는 했다.
당황에 빠진 상대의 반응 또한 유머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허나 시청자까지 혼동하게 만드는 것은 내 의도와 상충하는 결과다.
훌륭한 배우는 무대 바깥의 초청객들에게 웃음을 줘야 하지,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과거, 주로 고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당분간 봉인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방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청자는 ‘유서하’를 깊이 이해하게 되며, 나라는 인간이 과거에 연연하지 않음을 자연히 신뢰하게 될 테니까.
띠링!
- 저, 저 들어왔어요…! 서하 님!
“깜빡. 깜빡.”
- 예?
“문자로 다음부터는 깜빡이 켜고 들어오시라면서? 그래서 켜 드렸습니다.”
- 아…. 제바알….
〔깜빡깜빡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순간 뭐하나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씨 자꾸 머리 깨려고 하네;;
〔요망한 년 ㅅ@ㅂ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분명 그러했을 텐데.
오늘의 사태는 지난밤의 결심을 완벽히 허물어 버렸다.
시청자? 그게 뭔데?
나는 오늘 이예린이란 사람을 반드시 두들겨 패고야 말겠다.
설령 내 직업적 책임 의식을 잠시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물어는 봅시다. 왜 그러셨나요?”
- 그게…. 처음은 그냥 말실수로 끝났는데… 생각해 보니까 어제 저만 일방적으로 맞았잖아요? 갑자기 억울해져서 홧김에….
“아하. 결과적으로는 고의다?”
- 아뇨아뇨! 고의가 아니라 실수! 진짜 실수입니다!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흐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네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당장 저만해도 평생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도 없는데요, 뭘.”
- 헉!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아뇨? 이해는 이해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따로 지셔야죠. 성인이니까.”
〔ㅈ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 실수했다고 넘어가면 경찰이 왜 있음?? ㅋㅋㅋㅋ〕
〔소신발언) 뒷사과 공개한 게 그 정도의 죄인가요?? ㅎㅎ 오히려 방송감 ㅈ되는 것 같은데 ㅎㅎ〕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ㅇㅈㅇㅈ 뒷사과하고 들킨 게 잘못 아?닌가???
〔아주 벼르고 있네 ㅋㅋㅋㅋㅋ〕
- 밴하시던지77 님의 10,000원 후원!
〔뒷사과 ^또^ 들킨 것 때문에 찐텐으로 이가는 부분이 개쳐귀엽네요 서하님!
〔이년은 가끔 저러는 거 보면 우리려는 건지, 않으려는 건지 헷갈림 ㅋㅋㅋㅋ〕
〔듣도보도 못한 신박한 방식으로 분내 풍기더라 ㄹㅇ〕
〔ㅇㅈ 문제는 한번이라도 말려들면 제대로 우려진다는 거임…〕
〔뽀뽀 ㅈ@ㄴ 마려움 진짜〕
나는 채팅창의 분위기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지랄 방송을 몇 번 거치며 조금은 줄어드나 싶더니, 이번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육수들이 다량 증식한 것이 아니던가?
하나하나 밴을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지나간 내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지금 예린 님 때문에 육수가 너무 늘어났잖아요…!!”
- 네? 그거 좋은 거 아닌가요?
“……알겠습니다.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거죠?”
- 대체 방금 말 어디에서 긁힌 거야?!
일말의 동정심도 사그라든다.
마인드를 임전 태세로 바꾸며, 신체의 모든 에너지를 지금의 싸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도 막타는 사장님이 16강에서 쳐야 하는 만큼, 목숨은 붙여주도록 하겠다.
“예린 님이랑 대화를 해보니, 생각보다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 어… 갑자기…? 일단 감사…합니다?
“아직은 서로 어색한 부분이 있죠? 일단은 서로 알아가자는 취지로, 예린 님 트리위키부터 정독하겠습니다!”
- 뭣…! 자,잠깐만!!
중간 이상의 체급을 가진 방송인들은 어지간하면 개인 트리위키 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방송인들 사이에서는 타인의 페이지를 흝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다.
방송 중 발생한 온갖 흑역사나 논란, 사건·사고들이 대놓고 기재 되어 있기에.
그리고 나는 방금 그러한 금기를 대놓고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어디 보자, 아쉽게도 논란 항목은 없고. 그럼 여담 항목이…. 오?”
- 야아아!!
“……의젖이셨어요?”
- 꺄아아악———!!! 아니야아악!!
〔미@친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명치를 갈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긴 뭐가 아니야 ㅋㅋㅋㅋ 2년 전부터 대놓고 2단계는 커졌는데 ㅋㅋㅋㅋㅋㅋ〕
〔이예린 쟤 저거 언급하면 ㅈ1ㄴ 발작하지 않음??? ㅋㅋㅋㅋㅋㅋ〕
〔ㅇㅇ 지금 발작하네 ㅋㅋㅋ〕
“예린 님! 가슴을 수술한 게 왜 부끄러운 일입니까?! 당당하게 말하세요! 내 가슴의 과반수는 실리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러분의 시각적 만족감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 내가 진짜 진짜 수술한 건 아니지만, 누가 그런 걸 방송에서 대놓고 말해요!!
“아하. 죄송합니다. 장기 휴방 이후, 수술 흉터가 아물 쯤에 복귀하셨지만…. 제가 아무래도 오해했던 것 같네요….”
- 네! 그리고 가슴의 비대칭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잦단 말이에요! 그럴 경우 일반적인 확대 수술이랑 동일하게 취급하는 건 좀 억울한 일이 아니겠어요?!
“오. 꽤나 디테일하게 알고 계시네요?”
- 이,이정도는 상식이니까!!
그러한 변명으로는 전체적인 치수의 상승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으나, 적당히 넘어가고 다음 내용을 읽어가기로 했다.
대한민국 법원에서도 말투·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간접증거로 인정한 판례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니, 오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인이 부정한다면 100%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디 다음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예? 고등학생 때 성인 웹툰을 보셨다고요?”
- 그건 그냥 어릴 때의 호기심으로! 아니, 엄청 옛날에 썰 풀듯이 흘린 건데 그것까지 적혀 있어요?!
“어….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의문이 생긴다.
이건 청소년 보호법의 구조상 힘든 일이 아닌가?
음….
다시 생각해 봐도 어렵다.
아무래도 방송용으로 적당히 창작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건 장난으로 꺼낸 말이신 듯?”
- 네? 어, 진짜긴 해요. 의외로 여자도 그런 것에 흥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론 지금은 안 보지만요!
“아뇨. 그런 성차별적인 말이 아니라, 미성년자가 어떻게 성인 웹툰을 볼 수 있어요?? 애초에 성인 인증을 통과 해야 하잖아요.”
- 그건 당연히 엄마 주민 번호를 빌려서 뚫었죠.
“아……! 아하. 그런 방법이……?? 저는 못 쓰는 방법이라 발상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네요.”
- 허억…!!
〔어어어어〕
〔갑자기 훅 들어오네 ㅅ1ㅂ ㅋㅋㅋㅋㅋㅋ〕
〔평생 코끼리를 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코끼리를 상상할 수 있겠음 ㄷㄷ〕
〔기습 탈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이렇게 변화구를 던진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 보면 중학교 시절에도 15세 이상 연령 제한이 걸린 게임을 하던 애들이 있었죠. 그것도 다 그런 식이었겠네요?”
- 콜록! 콜록!
“애초에 피시방을 갈 돈이 없어서 가질 못했지만, 설령 갔더라도 헛돈 날릴 뻔했네요. 아니지, 연령 제한 없는 트리아키아만 했으려나?”
- 드,드디어 시작인가?!
“네? 이번 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방금 깨달아서 했던 말인데.”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의식하지 못했던 과거의 비사를 밝혀낸 기분에 머리 한구석이 시원했기 때문이다.
결코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물론 지금부터는 다르다.
- 잠깐만요!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쓰레기가 되잖아요!!
“저런. 안타깝네요.”
- 여,여러분!!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분명 어제 하던 거 또 하시는 줄 알고…!!
“마침 학창 시절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면…. 고아로 태어난 게 마냥 단점만 있진 않더라구요.”
- 긍정적인 얘기! 그런 밝은 얘기는 너무 좋아요!! 뭔데요??
“가끔 학교에서 단체 예방 접종을 맞으러 갈 때, 가족 관계를 조사하잖아요? 그럴 때 저는 기다릴 필요가 없거든요. 몸만 가면 되니까.”
- 꺄악!! 좋은 얘기라면서!!! 날 속였어!!
〔슬슬 나락쇼 본격적으로 시작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이년 키득대는 거 보면 이제부터다 ㅋㅋㅋㅋ〕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악질년 ㅋㅋㅋㅋ〕
“그럼 이번에는 재밌는 얘기는 어때요?”
- 그,그냥 안 듣는 건 안 되나요….
“에이. 이번에는 심각한 내용이 아니고, 그냥 학교 다닐 때의 가벼운 에피소드였어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 저 불안해요…. 이거 익숙한 스타트야…!!
학습 능력이 없진 않구나.
역시 여캠 중 트리아키아를 그나마 잘하기로 손에 꼽는 스트리머.
그러나 늦었다.
이미 자리에 앉은 이상, 쇼는 계속된다.
“중학교 3학년 막바지에, 진로 수업이 있던 날이었어요. 가정환경 조사지를 받았죠. 대충 가족 구성원이니, 부모님 직업이니, 가족에게 배운 소중한 가치는 뭐니 물어보는…. 제가 적을 게 있나요? 그냥 공백으로 두고 냈죠.”
- 나 더 이상 듣기 싫어!! 꺼내 줘!!
“그랬더니 초청받고 찾아오신 상담사 선생님이 저를 다그치더라구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적어 내라고.”
- 꺄아아악—!! 나,나는 슬퍼! 웃으면 안 돼!!
“아니… 이 다음이 재밌는 내용인데, 방금 걸 듣고 웃으면 문제 있는 거죠. 그렇게 제 가정사를 선생님께 풀었더니, 엄청 미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분위기 좀 풀고자 농담 하나 했습니다.”
- …뭐라고요?
“그래도 마지막 질문의 ‘가족과 갈등이 생겼을 때 푸는 법’에 대한 답변은 지금이라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요. ‘독백’이라고.”
-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또 웃으면 조때는 개그잖아!!
〔이년은 중학교 때부터 ㅆ악질이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멀쩡히 일하러 온 상담사 쌤은 뭔 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이 또1라이 새1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백은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나 3초동안 이해 못했음;; 와…. 와,라는 말밖에 안나오네… 와 ㅋㅋ〕
어린 시절의 나는 유머에 소질이 없던 탓인지, 상담사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곤 반쯤 우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이번에는 웃음이 많은 청중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같은 유머에도 이렇게나 반응이 다른 것을 보면.
“그 밖에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엮인 이야기, 졸업식에 가족사진을 혼자 찍은 이야기 등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더 들어 보실래요?”
- 아니!! 아니이이!! 거기서 더 하시면, 저도 생각이 있어요!!
“쓰읍,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는데 다 듣고 가시면 안 되시나?”
- 만약에 더 하신다?? 저 오늘 아침에 온 뒷사과 문자 내용, 여기서 낭독할 겁니다…!!
“뭣.”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그건, 그건 절대 안 된다.
어차피 공개가 되어버린 본문이지만….
내가 직접 듣게 된다면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잔인한 행동을…?! 사람의 마음이 없으신가요??”
- 그러니까 서로 이쯤 하자고요!! 많이 때렸잖아!! 여기서 더 하셨다가 또 뒷사과하시게?!
“크으으윽…!!”
〔유서하 잘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 꺼지면 또 후회할 확률 ㅈ1ㄴ 높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때리고 뒷사과도 함 더 하죠?
〔나락쇼 → 뒷사과 → 뒷사과 공개 → 보복 나락쇼 → 뒷사과 → (반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한 도파민의 순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제 ㅋㅋㅋㅋㅋㅋ〕
분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업무 모드와 뒷사과 공개에 대한 보복으로 무장했지만….
이러한 무장이 벗겨지는 즉시 뒷사과가 마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이 증오의 연쇄를 끊어야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린 님은 내게 휴전을 제안했다.
“좋…습니다. 마무리는 저희 사장님한테 맡기도록 하죠.”
- 나리 언니쯤은 제가 이기거든요?!
“흠. 그래봐야 스승이 만년 아마추어인데….”
- 아오, 오민성!! 도움이 안 돼!!
그렇게 휴전 협정은 체결되었다.
최소한 누군가 먼저 깨뜨리지 않는 한은 지속되리라.
물론 영원한 조약은 세상에 없다는 걸 안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고르자면….
선제공격을 하는 쪽이 마음에 들기는 하다.
이번처럼 쉽게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내 손으로 깨는 것이 나으니까.
그래도 뭐.
이번에 잘 놀았으니, 다음에 쿨이 찼을 때 또 가지고 놀도록 하자.
자고로 없이 살던 고아에게는 장난감 하나하나가 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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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린 님과의 대화는 또다시 ‘유서하 나락쇼’의 클립을 낳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후폭풍은 없었다.
사장님한테 이번에는 예린 님과 하하 호호 소담을 나누었다고 했더니, 한숨 한번 푹 내쉬고는 그러려니 하더라.
아무래도 익숙해졌나 보다.
점차 소프트 업계에서 내 이미지가 고착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한 역할에는 망할 시청자들이 큰 몫을 해주었다.
분명 지난번에 동요를 불러주는 조건으로 클립 나르기를 멈추기로 해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네발로 달려가서 영도를 쏘는 것이 아니던가?
부지런한 게 나라를 떠받치는 수출 역군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오늘도 변함없이 벨튀로 시청자들의 속에 불을 지르고,
트리아키아 점수를 올리며 순위가 뒤처지지 않게 유지 시키며,
어떻게든 육수를 우려내는 놈들을 밴했다.
그리고 합방의 시간.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어! 서하야! 오랜만이다!
“찬호 님. 푹 쉬셨나요?”
- 덕분에. 야, 건너 듣기로는 나 없는 동안 장난 아니었다고 하던데…?
“오해입니다.”
- 이미 아까 방송 켜자마자 쏟아지는 영도 다 봤어….
“그놈들 아이디가 뭔가요? 싹 다 밴하게.”
- 우리방 영도 단가 만 원부터라서. 배신은 조금?
“…제 시청자들은 대체 왜 그런 짓에 돈을 아끼지 않을까요?”
정말 의문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지갑이 두툼한 덕분에, 같은 시청자 수의 방송과 비교해 후원이 잘 터지는 것 같긴 하지만….
- 부부부계정785 님의 30,000원 후원!
〔저거 난데? 밴 하려면 하셈 ㅎ〕
〔당당한 거 존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스그청이다 서하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모은 악질임〕
〔슬슬 받아들이자〕
죄다 이런 놈들인 것이 문제다.
보통 커다란 금액을 턱턱 후원할 때, 자신의 닉네임을 스트리머에게 각인 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나?
왜 나의 시청자들은 그러한 명예 욕구가 조금도 보이지 않을까.
심지어 지금처럼 부계정임에도 만 원 이상을 쏘는 경우가 너무나 잦았다.
“…3만 원이니까 채팅 제한만 할게요. 기간은 7일.”
그러한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만 원 이상을 쏘는 시청자는, 영구 밴 대신에 채팅 제한으로 판결을 낮추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계정이더라도 영구 차단은 피하고 싶겠지.
내가 방송을 켜기 전, 사장님과 합방하던 시절.
내 방의 시청자는 만원이든 그 이상이든 괘념치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구 밴을 하겠다 결심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게 생각처럼은 안 되더라.
이게 후원금으로만 먹고사는 처지다 보니까…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모든 후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전업 스트리머를 선언한 이후로 사장님께 합방 알바 비는 받지 않고 있기에,
(합방을 진행할 때는 후원이 더 자주 나오기에 상호 이득인 관계다.)
저렇게 만 원 이상의 금액은 특히 감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도저히 독하게 마음을 먹을 수 없다고 해야 할까.
“아이씨. 그래도 좀 화나네. 14일로 늘릴게요.”
〔어차피 후원으로만 긁는데 채팅제한 의미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얌전한 채팅용 계정은 따로 있다고 아 ㅋㅋㅋㅋㅋ〕
〔이 방은 준비물이 좀 많이 필요하네요〕
- 서하 육수 님의 50,000원 후원!
〔채팅 제한 해제 단가 얼마인가요??…〕
“그런 거 없습니다. 얌전하게 형기 채우세요.”
- 서하 육수 님의 50,000원 후원!
〔ㅠㅠㅠㅠ 50년인데 ㅠㅠ〕
이제 정말 제자CK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흘 뒤. 사장님이 여태 연습했던 성과를 증명할 날이 온 것이다.
- 으으…! 슬슬 떨려온다. 서하야, 괜찮겠지?
“이런 대회 몇 번 나가 보셨잖아요. 이제 와서? 게다가 많이 연습했으니까 괜찮습니다. 엄청나게 느셨어요.”
- 진짜로?!
“네. 저는 사장님의 티배깅 재능을 눈여겨봤다니까요? 이젠 당당한 티배깅 유저라고 자칭하고 다니셔도 될 수준입니다.”
- 내가 실력이 늘었냐고 물은 건 티배깅이 아니라 트리아키아 쪽이야….
“아… 그건… 음… 네. 파이팅.”
- 똑바로 대답해라.
“하하. 장난이고, 그쪽도 많이 느셨어요.”
서슬 퍼런 목소리에 조금 쫄았다.
학창 시절 PTSD가 올라올 뻔.
- 그런데 서하야, 이젠 사장님도 아닌데 언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이젠 입에 붙어서 못 바꿉니다. 바꿀 생각도 없고요.”
- 죽어도 언니라고 부르진 않는구나… 대충 사정은 아니까 강요하진 않을게.
“감사합니다.”
제자CK는 공신력을 가진 대회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소프트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이벤트성 경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공식 해설진만 구했을 뿐. 실물 경기장을 섭외하진 않았다.
모든 참가자는 본인의 방송을 켜고 참가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자CK의 중계권은 소프트 스트리머라면 자유롭게 풀려있다.
나 또한 소프트의 스트리머였기에, 사장님이 나오는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었다.
부디 일정이 단 하루로 끝나지 않기를.
- 아무튼 여러분!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3일간 폐관 수련에 들어갑니다…! 매장도 닫은 채 연습에 집중할 예정이니, 본선 때 많이 응원해 주세요!
- 예예! 형님들! 복귀하자마자 죄송하지만, 저도 제자 놈 도와주느라 당분간 일찍 방종합니다! 그간 너무 방치했으니 벼락치기라도 시도 해야지.
경기 일정은 길지 않다.
이틀에 걸쳐 16강을 나눠 치르고, 그 이상부터는 각각 하루씩 소모된다.
결승 직전 이틀의 휴식일까지 포함하여 총 일주일.
조금 빡빡하지만, 직전에 열렸던 STL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받아내기 위한 일정이다.
“저는 뭐… 하던 대로 방송을 하다가, 이번 제자CK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개인 대회 연습에 들어갈 것 같네요.”
- 어라? 너 개인 대회 나가냐?? 곧 개최되는 거면…. 타우린 리그?
“맞아요. 찬호 님은 안 나가시죠?”
- 나야 뭐. STL 준우승했으니까. 그런데 거기 좀 쟁쟁할 텐데? 내 주변 좀 치는 애들 다 신청 넣었어.
“혹시 누구누구 있을까요? 여쭤봐도 되려나.”
- 으음…. 내가 아는 사람만 세면… 룡이, 울제, 준서 형, 도현이 형, 인성이…도 나가긴 하는데, ‘치는 애들’에 포함이 안 되긴 하네.
들려온 이름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마지막은 빼고.
용족 맵에서 지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용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정룡.
언데드의 가장 강력한 지상 유닛, [데스나이트 울라리]를 기본 유닛마냥 생산하는 미친 생산력이 특기인 ‘울제 태왕준’.
그밖에 전성기 때 크게 유명세를 떨친 올드 게이머들까지.
라인업이 무슨 STL 못지않게 살벌했다. 마지막은 다시 한번 빼놓고.
- 너도 인성이가 누군지 알지? 클립으로 봤어.
“네. 저랑 비슷한 부류시던데. 여러모로.”
- 그래…. 둘이 대화하는 거 보고 웃참하느라 미치는 줄 알았다. 어떻게 다사다난한 둘이 딱 그런 식으로 엮이냐? 아무튼 리그에서도 만날 수도 있다는 거 알아 두라고.
역시 오민성 님도 나가시는구나.
제발 예선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광탈 시켜버리고 매일 같이 놀리러 가게.
그렇게 나와 찬호 님은 폐관 전 마지막 기회라는 듯, 열심히 사장님을 지도했다.
그래도 컨트롤에 관한 부분은 도저히 늘지가 않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 어휴! 마지막 합방 수고했다!
- 두 스승님 모두 수고하셨어요…!!
“사장님, 종종 댁에 찾아가서 알려드려도 괜찮죠?”
- 나야 너무 좋지!
〔아…… 약속한 합방이 끝났다…….
ㅅ1ㅂ 그러고 보니까 얘 합방 기간중에만 방송 켜겠다고 했네〕
〔그래도 매일같이 방송 켜줄 거지???? 대회 전까지 열심히 한다면서!!!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와서 육수나 우려라 ㅇㅇ〕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벨튀라도 좋으니 방송만 켜다오….
“음. 저도 당분간은 일찍 갈 듯? 아직 사장님 실력이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거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봐줄 부분이 많아서.”
〔씨@발련아 방송 켜서 돈 벌라고〕
〔오긴 온다는 거지?? 그거면 됐다……〕
1일 1방송만 ㅈㅂ〕
〔이년 일주일에 두세 번 키고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 거라고 할 확률 높음…〕
〔사람이 어떻게 밥을 일주일에 두 번만 먹어요???
“방송 주기는 뭐…. 여러분 하는 거 보고요.”
- 야, 서하야. 너 조련 좀 친다? 내 방 시청자들도 이렇게 길들였어야 했어야 했는데!!
“찬호 님은 이미 늦으셨어요.”
- 그러게 말이다…. 준우승한 다음에 휴방하는 것도 이렇게나 눈치 보이니 원.
“아무튼 다들 수고하셨어요. 저도 이만 가볼게요.”
- 그래! 수고했다. 중계 같이하기로 했지? 그때 보자!
“넵!”
.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올 듯 오지 않을 듯 시청자들을 놀리긴 했으나, 그래도 성실하게 방송을 켰다.
이제는 벨튀를 해도, 곧 진짜 온다는 뜻이라며 좋아하더라….
조금 이른 방종 이후에는 사장님의 댁에 찾아가서 직접 코칭을 해주길 반복.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3일이 훌쩍 지나갔다.
- 으아악! 떨린다!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더니, 오히려 더 긴장돼…! 연습한 것만큼 못 나오면 어떻게 하지…?!
이미 공식 해설 방송에서 제자CK의 본격적인 개최를 알리고 있었다.
참가자는 각자의 방송을 켜고는 대기했는데, 그 여유 시간에 잠깐의 대화를 나눌 틈이 있었다.
심지어 사장님의 출전 순서는 가장 첫 번째.
개막전을 맡은 만큼, 저리 긴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럼 사장님. 제가 긴장이 풀리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 드릴까요?”
- 그런 게 있어?! 부탁할게!!
“좋습니다….”
목을 가다듬었다.
사장님만을 위한 필승의 주문.
미리 준비한 그것을 읊어주었다.
“사실 어제저녁 예린 님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 너 설마…!
“덕분에 내기 하나가 성립됐죠…. 16강에서 지는 사람이 공포겜 하기로.”
- 야아아악——!! 나,나나나, 진짜 무서운 거 싫어한다고오!!!
“그건 예린 님도 마찬가지던데.”
- 야 이년아 그런 내기를 왜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아아악!!
“대충 아시겠죠? 자,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 꺄아아악—!!!
이것으로 마법의 주문은 끝났다.
어차피 남 일이니까, 마음 편하게 찬호 님과 중계하면 되겠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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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육수를 우리지 않는 스트리머 - 다운로드 진행 상황
## 작품 정보
- **Novel ID**: 373613
- **작품 URL**: https://novelpia.com/novel/373613
- **총 회차**: 회차
- **작가**: 7시30분
## 다운로드 현황
| 항목 |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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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다운로드 | EP.0 (0.md) |
| Episode ID | 4909643 |
| Viewer URL | https://novelpia.com/viewer/4909643/ |
| 다운로드 일시 | 2025-12-03 21:41 |
| 다운로드 수 | 0화 |
| 건너뜀 | 0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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