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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에서의 보육원은 기업과 개인, 혹은 단체의 후원에 의해 존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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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의 보조금 또한 존재하지만, 나라는 어지간해서 직접적인 현찰로 지원해 주는 경우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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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만 지원해 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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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자립 지원과 직무 교육, 기타 보조 프로그램 등의 비물질적 정책으로 수혜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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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혜택. 주택 지원, 자립 수당 등은 보육원이 아닌 고아 개인에게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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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보육원은? 수십 명의 사람이 먹고 자는 것에 어디 의식주에만 돈이 들어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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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한계상 항상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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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대부분의 보육원은 종교적 색채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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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대깨 개독이니, 헌금 슈킹 람보르기니 부릉이니, 믿음·소망·사랑 다음에 오는 건 미성년자 성추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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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온갖 욕을 먹는 기독교가 보육원을 지탱하는 가장 큰 후원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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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 탓에 기독교인들에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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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냐면, 보육원의 주말마다 행했던 주일예배 시간에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졸지 않고 들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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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유 탓에 비단 내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고아라면 성경에 대한 지식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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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신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아야 할 여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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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들! 까 놓고 말해보자. 내가 뭐 그렇게 잘못했어?! 아씨, 나도 고아라니까?! 솔직히 까방권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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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잘못 놀려 죄를 짓고도 수치를 알지 못해 수그림 없는 저 죄인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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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죄악으로 만족치 아니하고, 스스로 높아 교만의 죄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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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께서는 모든 교만한 자와 악인을 존—나게 짓밟으라 하셨으니(욥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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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무교인 나조차도 이번만큼은 그 목소리에 응당 따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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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ㄹㅇ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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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에 ‘님 고아임?’은 미1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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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서 사과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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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기다려 봤는데, 안 오셔서 찾아 왔어요 오민성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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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니 트리위키 논란 항목 ㅈ1ㄴ 많은데 또 추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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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아 제발 뇌필터 거치고 말 좀 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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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성아닉변좀해라 님의 2,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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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방금 상대 지금 도방중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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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트리아키아에서의 1차전은 내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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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로운 종목으로 2차전을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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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풍파를 홀로 맞서야 했던 자들이 강제로 학습 당한 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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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탁월한 혀 놀림으로 수를 겨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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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하 님? 방금 채팅 유서하 님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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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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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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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등장 머냐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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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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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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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 일단 데스코드 오실래요? 쪽지로 주소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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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도착한 쪽지의 링크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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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을 기다리는 음성 메신저 채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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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마음으로 그곳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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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일반인(부모님 보유자)은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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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장소는 스치기만 해도 있던 양친이 사라지는 전쟁터로 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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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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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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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음,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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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 여자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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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이 그렇게 남성 같나요? 개인적인 이유로 나쁜 기분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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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이름은 여성스러우신데, 최상위권에 계시길래 당연히 남자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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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첫 대화부터 성차별 발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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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건 근데 팩트에 기반한 사실 아닌가요? 트리아키아 유저 성별비가 절반이라면 몰라, 90%가 남자인데 당연히 상위권도 그 비율을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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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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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이건 성차별이 아니라 실물 자료에 의거한 합당한 추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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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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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 정도의 공격은 어렵지 않게 흘린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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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고아. 자신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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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를 담아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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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민성 님은 고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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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저는 고아죠. 유서하 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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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티키타카 진짜 어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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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람의 대화가 맞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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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씹 무례한데, 저 둘한테는 무례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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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거다이맥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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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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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선 안될 고아 둘이 만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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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모자란 실력에도 말빨 하나만으로 방송의 체급을 키웠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틀리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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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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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호적수라 칭하기 부끄럽지 않은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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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초면에 ‘님 고아임?’은 확실히 당황했어요. 솔직히 시비 거시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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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 제가 가정 교육을 못 받긴 했어도, 설마 그런 의도를 가졌겠어요? 당연히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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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저도 가정 교육을 못 받은 입장이니 말씀드리는데, 고아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만한 발언은 자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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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제가 생각이 부족하긴 했습니다. 다시 사과의 말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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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저 두 년놈 다 소프트 인방판 대표 악질 아니냐??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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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ㅋㅋㅋㅋ 유서하 저년 악질인 건 우리 방에서는 유명한 사실이고… 인성이도 ㅈ1ㄴ 미@친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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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거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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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이미 존재 자체로 선입견을 ㅈ1ㄴ 만들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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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세웠던 계획은 폐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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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트리머의 성격,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라면 본래 진행하려 했던 계획은 효과가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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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는 척하는 것, 막상 하려니까 내면의 남성성이 거부감을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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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즙 한 번 짜서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너무 계집 행동이라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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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그럽게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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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도 받았겠다…. 여기서 더 물고 늘어지는 건 남자답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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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 테스토스테론 냄새가 확 나네요. 혹시 골격근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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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방은 육수가 하나도 없어서 그렇게 은근히 물어보셔도 타격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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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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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존@나 육수인데요??〕-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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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나 이미 서하 발닦개인데???〕-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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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눈을 가린다고 하늘까지 가려짐?? ㅋㅋ〕-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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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난사 ㅅ1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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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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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밴 해봐 부계야 ㅅㄱ〕-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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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육수 님의 10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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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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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까 육수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나를 긁기 위해 저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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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같은 예쁜 캠방 스트리머도 있는데, 듀라한인 내게 어디 매력이 있다고 저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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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컨셉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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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알고 있음에도 발작 버튼이 눌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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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없습니다. 직접 겪으셨잖아요? 실력 방송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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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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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뭐, 프로 게이머라면 몰라…. 일반인이 일반인한테 질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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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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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죄송. 지망생이라고 하셨나? 그런데 전진 하늘신전 같은 날먹 빌드 하시는 걸 보면 기본기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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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점수 복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혹시 친선 겜 몇 판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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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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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상대가 긁히는 포인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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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찾았으니 이제 실컷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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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민성 님, 혹시 지금 몇 점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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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2,605점이네요. 그런데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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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00점 차이가 나네요. 저는 방금 막 이겨서 2,805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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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 10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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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그런데 200점 차이는… 그… 트리아키아 판에서 좀 큰 차이죠? 개인적으로 리겜을 하더라도 급이 맞는 상대와 하는 게 생산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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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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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점 차이 ㅈ1ㄴ 크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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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이 실력에 2800 찍으려면 며칠 걸릴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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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돌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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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노력을 비웃는 일은 악행이지만, 선빵은 상대가 먼저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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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으로 악을 멸한다. 이이제이의 참뜻은 여기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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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판에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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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재활을 핑계로 매일을 트리아키아에 갈아 넣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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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는 고아를 욕해도 된다면, 노력하는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을 놀릴 수 있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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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게 손가락질해도 제 얼굴에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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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확실히, 음. 시청자들이 서하 님을 왜 그렇게 악질이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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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요? 악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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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하는 건 상관없는데, 말투에 웃음기는 좀 거두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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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제가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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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핫! 고아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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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니까 더 웃으며 살아야죠. 내가 웃는 김에, 많은 사람한테 웃음도 줄 수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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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그냥 쳐돌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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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핑계 대지 말라고 이년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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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배잡고 웃고 있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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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얘는 천성이 스트리머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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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야 이대로 방송 계속 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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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서열 정리도 마친 것 같으니, 이제 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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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그냥 대놓고 서열 정리라고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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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알 거 다 아는 선수끼리 왜 그러세요? 대충 아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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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오…. 제가 방송을 5년 했는데, 이 정도로 쉽지 않은 사람은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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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시절 매콤함이 다시 생각나죠? 제가 나온 곳은 저 정도 치는 사람은 널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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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어느 보육원에서 나오셨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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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널리고 널린 인천의 보육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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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씨발. 인천.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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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마계라고 불리는 곳이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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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특히 그 마계 구석에 박힌 보육원은 정말 인간 미만의 짐승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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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보육원을 퇴소하고도 그 인연들과 연락을 싸그리 끊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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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는 장애인 방패도 안 통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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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민성 님은 출신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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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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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조금 말랑말랑하다 했더니… 순혈 고아가 아니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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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고아에 순혈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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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 고아는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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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저 둘이기에 가능한 대화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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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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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에도 급이 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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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서울 쪽에서도 자기 전에 서열 정리라는 이유로 매일 뺨을 맞고 주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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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시대에 그런 미친 곳이 아직까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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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인천은 GOAT 중 GOAT니까요. 퇴소한 지 꽤 돼서 지금도 그런 문화가 남았는지는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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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GOAT가 아니라 그냥 Goa T가 심하게 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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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얘 ㅈ1ㄴ 불쌍하게 살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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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이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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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한테 시집 올 때까지 잘 살아와줘서 고맙다 ㅠㅠ〕-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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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존@나 피폐한데, 말투는 평온한게 몬가몬가몬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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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앞으로 열심히 애호해주마…〕-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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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한다는 건 대체 왜 밴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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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민성 님으로부터 2연승을 거둔 나는 위풍당당하게 메신저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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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분에게 남은 것은 ‘가짜 고아’라는 칭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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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고아가 아닌 것으로 여겨질수록 좋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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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순혈 고아’라는 별명을 얻은 나보다는 나은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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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별명 얻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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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기대감 서린 마음으로 합방의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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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사장님께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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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제가 적장의 목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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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16강을 준비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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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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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미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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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잘한 거 아닌가요? 전쟁 전 일기토에서 이기고 돌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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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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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요. 선빵은 민성 님이 먼저 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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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선빵 맞았다고 상대에게 해체쇼를 펼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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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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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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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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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대결은 정교하고 완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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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한번 없이 이어지는 정석의 흐름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는 의외성이 적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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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리 짜놓은 안무처럼 매끄럽게 흘러간다고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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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위권끼리 벌이는 싸움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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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빌드를 멋대로 만들어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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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유닛을 허무하게 내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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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유불리가 뒤바뀌는 것이 K-주식을 연상시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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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의 완성도가 낮기에,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창조적인 발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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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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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적이고 튼튼한 명승부보다도, 이러한 허술함 투성이의 난장판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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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이 주는 통증 신호에 중독이 된 사람이 더욱 매운 것을 찾아 헤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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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볼 때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코르티솔에 매료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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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사람이 굳이 쓰레기통을 열어 보며 자극을 찾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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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가 왜 이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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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런 컨텐츠 있을 때는 유동 인구가 팍 늘거든. 아마 결승 때는 훨씬 늘어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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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과연 결승까지 올라가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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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강까지는 정배라 보는데… 그 이상은 힘들지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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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찬호 님의 생각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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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8강을 뚫는 것이 우선시되었기에, 지난 사흘간은 용족을 상대하는 연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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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님은 여캠 중 상위권의 실력자로 우승 후보에 꼽혔으나, 부동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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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하나를 꺾는다고 우승이 확정 지어지는 것은 아니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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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 보니까 4강에서 언데드를 만날 확률이 높네요. 변수 없으면 저 언데드 유저분이 올라오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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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 나도 그래서 결승 가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거야. 언데드 동족전은 컨 싸움 비중이 너무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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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6강부터 뚫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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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ㄴ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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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린 vs 나리 정배는 전자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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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ㅋㅋ 예린 << 매번 대회 때마다 4강은 무조건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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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경기 시작하네요. 저희도 중계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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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판 2선이니까, 2승만 챙겨보자! 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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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가 용족 맵이라서 대떡은 힘들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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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의 맵은 밸런스 맵으로 유명한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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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의 상성조차 따르지 않고, 각 종족전의 승률이 45%~55%에 근접한 개념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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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종족 상성은 인류 > 언데드 > 용족 > 인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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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미세하게 용족이 유리한 요소가 있는 맵이란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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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위권에서는 이 미세한 디테일이 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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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극대화 시키지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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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종족 상성을 그대로 따라가, 언데드인 사장님이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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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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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는 1시, 예린이는 5시? 와, 이 하마년. 또 원서치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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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맵 구조상 원서치는 33% 확률인데, 유독 사장님은 절반 이상으로 원서치를 하시는 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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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야. 하마. 전담 피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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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맵에서 원서치는 매우 좋은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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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사이의 러시 거리가 짧은 축에 속하기에, 초반 용아병 찌르기가 굉장히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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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용족이 가진 미세한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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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처럼 원서치를 당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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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보이는 찌르기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리 사장님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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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드는 시키는 대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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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게 12앞 스타트. 이후 973으로 전환. 지금의 맵은 언데드가 가둬놓고 조이기 좋은 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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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 다 건물 올라가는 시간 나쁘지 않네. 나리는 12앞, 예린이는 앞마당 워리어 리지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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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으로 전진 리지던스 봤네요. 피해 최대한 덜 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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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위에서 내려오는 유령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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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용족의 정찰 일꾼이 1시의 방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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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보았기에 사장님의 위치를 확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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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저드맨 일꾼이 사장님의 빌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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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가 중요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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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용아병이 구울 하나를 잡기 위해서는 3대를 때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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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를 맞은 구울은 아주 미세한 피로 살아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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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교전에 상대의 정찰 일꾼이 추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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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공격력을 가진 일꾼이지만, 구울을 한 대 톡! 치는 것으로 용아병은 2번의 공격 만에 구울을 잡아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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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 정찰 일꾼을 최대한 잡아보라고 시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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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일꾼으로 일꾼을 잡는 컨트롤을 보여준다? 절대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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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씨, 어떻게 피라도 좀 못 깎아 놓나? 반피로 줄여 놓은 다음, 구울이 나온 뒤에 점사하면 편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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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은 그러했지만, 컨트롤은 확실하게 예린 님이 우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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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일꾼은 열심히 리저드맨의 뒤를 쫓아갔으나,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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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쯤. 갓 나온 상대의 용아병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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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장님은 이제 막 구울을 찍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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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앞 vs 전진 리지던스라 찌르기 타이밍 잡히는 건 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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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피해만 안보면 7:3인데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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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지금 구도에서 용족이 공격 타이밍 추가로 잡기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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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 안 잡히는 건 기대도 안함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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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2마리 이하로만 잡혀줘라 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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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가 경기에 올라간 것만 같은 긴장감이 몸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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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맵에서 이러한 초반 구도는 너무나 흔하게 나오는 만큼, 수많은 연습을 통해 깎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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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사장님이 실수하지 않고 연습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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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한 마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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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 비비기 연습이 더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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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이 나오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본진 위로 올라가려는 용아병을 일꾼 무리가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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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일꾼을 뭉쳐 상대가 일점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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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저주스러운 손은 기어이 일꾼 하나를 헌납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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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울 떴네요. 이제 잘 싸 먹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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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야야!! 니 일꾼에 니가 길막 당하면 어쩌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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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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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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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병 본진에 무혈입성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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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서 뽑힌 구울들 못 올라가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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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ㅈ1ㄴ 웃기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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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허둥지둥 입구에 선 일꾼을 치우고 나서야, 늦게나마 본진의 구울과 합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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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시간이 끌린 나머지 용아병은 이미 자리를 잡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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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과 광산 사이에 틀어박혀 공격 범위를 최소화한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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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자원을 캐기 위해 다가온 일꾼을 견제하는 것에 최적인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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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때 일꾼 비비기를 써서 광산 위쪽으로 일꾼 하나를 넘긴 다음, 구석에서 용아병 밀어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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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무 상급자용 스킬이잖아요. 괜히 시도했다가 일꾼만 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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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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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장님은 구울을 희생 시켜가며 겨우 용아병을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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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일꾼의 어시스트 덕에 죽어버린 구울은 무려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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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아픈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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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교환비 계산만 해보자면 큰 손해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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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구울 값 125원과 일꾼 하나를 잡혀서 50원이 소모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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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정찰 일꾼 하나와 용아병 값까지 총 150원이 소모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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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면 고작 25원의 손해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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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보이지 않는 손해가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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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장기간 정찰을 허용해 주며 빠르게 테크를 올리지 않는단 것을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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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상대가 광산 사이에 몸을 숨겼기에 자원 채취 효율이 현격히 떨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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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울을 너무 잃었기에 일꾼 대신에 병력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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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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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호하지. 응. 솔직히 난 일꾼 하나 더 잡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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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아직 유리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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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반 컨트롤은 사장님의 큰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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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이 정도 손해로 넘겼으니 괜찮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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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의 체급이 커질수록 사소한 실수의 영향이 줄어드는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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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이후 사장님이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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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펴진 세 번째 자원지에 용아병 무리가 기습적인 견제를 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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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움직임은 나와 찬호 님이 여러 번 경고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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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병력을 두고 대비하고 있던 사장님은 어렵지 않게 막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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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야! 지금 가면 이겨!! 빨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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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정해둔 공격 타이밍이잖아요! 이제 슬슬 출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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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간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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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견제 없이 뽑힌 네크로맨서 무리가 상대의 앞마당으로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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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린 님의 위치가 5시인 것이 커다란 단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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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로 방어 진형을 구축하는 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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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위치라면 건물 사이의 틈을 용아병 1~2개로 막을 수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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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는 무려 3개의 용아병으로 길을 막아야 완막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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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의 원거리 공격에 용아병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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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를 피신 시킬 수도 없는 것이, 후방에 구울 무리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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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길을 비켜주었다가는 후방의 방어 타워가 순식간에 박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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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린 님은 아슬아슬한 위치까지 용아병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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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업그레이드 건물부터 깨!! 상대 공업만 막으면 9:1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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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병 공1업되기까지 한참 남았어요. 무조건 중간에 깨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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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로 넓은 입구를 틀어막았다는 뜻은, 그 건물이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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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심시티로 사용되는 건물은 용족의 업그레이드 건물인 공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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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공학소가 깨진다면, 언데드와 공업 격차가 나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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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도 본진에서 공1업을 돌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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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건물이 깨지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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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님은 눈물을 머금고 방어 타워를 마구 지어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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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막은 건물이 깨진다면 상대가 곧바로 들이닥칠 게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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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어지는 방어 타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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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 이러면 상황 더 좋은데?? 상대 제대로 쫄아서 돈을 겁나게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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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완성되기 직전까지만 압박 주다가, 저희는 일꾼 찍으면서 배 째면 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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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나리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그냥 병력 꼬라박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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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방어 타워 8개 넘게 지으면, 병력 물리고 바로 째라고 미리 말씀드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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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 역시 서하야!! 너무 든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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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하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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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프로그래밍을 해놨네 ㅁ1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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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뇌 대리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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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은 그냥 승리를 입에 쑤셔 넣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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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내 조언을 잊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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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올인성 방어에 당해주지 않고, 차분히 멀티를 늘려가며 격차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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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네크로맨서 중 일부가 그림 리퍼로 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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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추가 멀티를 먹지 못하게 단단히 밀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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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구수가 2배는 벌어졌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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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물량의 언데드가 용족의 앞마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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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짓쳐들기만 하면 되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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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태까지 중 가장 큰 기대를 품고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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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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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배반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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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고나리 >_<] : 왜 안 나가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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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고나리 >_<] : 비전 켜 줄까 예린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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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예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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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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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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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서하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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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장이 잘못했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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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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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세트인데 감당 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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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패 당하면 ㅈ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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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고나리 >_<] : 네크로맨서 한 부대에 아케인 런처 9개는 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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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고나리 >_<] : 아쉬웠다 예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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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병력으로 상대를 끝내는 대신에, 비전을 켜서 상황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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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예린 님도 상황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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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을 컨트롤할 필요도 없이, 그저 어택땅을 찍는 것만으로도 끝날 것이 분명한 격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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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예린]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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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예린]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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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예린] :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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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선언이 나옴과 동시에 1세트 경기는 사장님의 승리가 확정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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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급히 인터넷 창을 켜서 예린 님의 방송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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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지금 표정을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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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반응을 사장님에게 생생하게 전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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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의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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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언니 미쳤어?! 아아악!! 그리고 네크로맨서 한 부대 넘었잖아!! 왜 내려치기 해!! ……아니 여러분, 저 선빵 안 때렸어요!! 16강 발뻗잠 그거, 그냥 장난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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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시청자들이 어째서 내 방송의 클립을 따서 나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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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 어떻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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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박제한 다음에 놀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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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놓고 킥킥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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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이거이거 존@나 좋아하는 거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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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면 안될 스트리머 1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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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소리 커엽긴 하네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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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배워도 티배깅을 배우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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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파민 개 ㅈ댐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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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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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는 용족이 너무 유리한 맵이었기에 예린 님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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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으로 티배깅을 하긴 했는데… 익숙하지 않은지 무척이나 어색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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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술적인 발언에 단련된 사장님은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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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예린 님은 멘탈이 흔들렸는지, 마지막 3세트에서 큰 실수가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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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사장님은 어렵지 않게 2:1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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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세트의 예린 님과는 격이 다른 티배깅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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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자 다운 훌륭한 재치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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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승자 인터뷰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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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빈사 상태가 된 예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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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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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화면 속 사장님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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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내 주변에 정상인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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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사장님, 제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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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가 제일 맛이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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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방종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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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적에 대해 사장님이 사소한 오해를 품은 것 같으나, 나는 스스로에게 당당하기에 거리낄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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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마음으로 오민성이라는 사람과 나는 방송적 합이 꽤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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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간과 나는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것을 반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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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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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내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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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사장님과 찬호 님을 상대로 할 때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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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오민성은 어떠한가? 그는 초면인 나를 상대로도 반격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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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과 찬호 님이었다면 내가 공격해 놓고 수습까지 해줬어야 하는 것들을, 그 사람은 본신의 능력으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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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 또한 편안한 마음으로 WWE에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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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순혈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같은 고아 태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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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방패는 너무나 훌륭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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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자는 무릇 세상이 지루한 법. 그런 상황에서 내게 대적할 수 있는 호적수가 나타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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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너리즘을 날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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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패더라도 유일하게 죄의식이 생기지 않는 상대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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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 님, 타격감이 좋으신 분이더라고요. 종종 찾아가서 놀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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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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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도 환영할걸요? 저희끼리만 가능했던 그 상호 확증 파괴적 담론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 시청자라면, 이미 도파민 역치가 엄청나게 높아졌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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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남캠이랑 고정 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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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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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고아 난투 2차전 상상만 해도 개꿀잼이네 ㄱ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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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야 내 뿔이 부서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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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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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련아 육수 버려?!?!〕-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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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재미는 미1치긴 했는데, 나 마음이 까매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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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 다 컨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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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인듯… 솔직히 나도 반쯤 우려졌다〕-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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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눈으로 채팅창의 분위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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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사장님 방송 끝나고 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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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털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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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서하야. 드디어 방송 진지하게 할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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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자기요? 아직 고민 중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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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런 컨텐츠?…라고 부르기엔 좀 과하게 미친 짓거리를 계속 준비하고 있길래. 봐봐, 지금만 해도 자연스럽게 기대감 심어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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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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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 것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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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 재밌을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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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무협 소설 속 낭인들이 적수를 찾아 비무행을 떠나는지 크게 공감이 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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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정말 스트리머로 활동할 생각이라면, 내가 여러 팁이나 그런 것들도 알려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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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보통 영업 비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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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너와 내 방송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파이가 겹치지 않는단 건 둘째 치고, 개인적으로 너한테 빚이 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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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일방적으로 빚지고 있는 게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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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방 악질들 대부분이 우리 방 출신이야…. 사실상 수용소 역할이지…. 어제부로 채팅창이 훨씬 깨끗해져서, 방송하기 엄청 편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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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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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내 방의 시청자들 중 유독 미친놈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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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을 먹게 되니 더욱더 학대가 마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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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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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시청자를 가로챈 듯한 죄책감이 이제는 한결 덜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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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남은 이틀간 한번 생각해 봐. 언제든 나한테 상담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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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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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서하 너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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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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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나도 방종을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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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랄쇼는 무엇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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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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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도중에 나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발부터 잡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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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방종 직전에 중요한 공지 하나만 하고 갈게요. 좀 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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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설마 이대로 인방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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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큰거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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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제발 제바 ㄹ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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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만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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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방송 킬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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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uwuwwu11 님의 3,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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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달나 빨리 말해줘 ㅈ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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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은 20분 뒤에 할 예정입니다. 남은 20분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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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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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템플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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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이 짓거리 매일 할 생각이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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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랄쇼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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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데?? 뭐임? 유입도 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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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안다……. ㅅ1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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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내게 갖는 환상을 깨부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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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유서하를 이성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냥 트리아키아 실력이 뛰어난 스트리머라고 인식이 바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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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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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육수를 우리는 여캠 스트리머’가 하지 않을 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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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튜브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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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약한 거부감을 참아내며 영상을 하나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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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방종 컨텐츠는? 바로 인기 아이돌 콘서트 관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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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직캠. 그것도 남자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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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가 이딴 것을 직접 찾아보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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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하기 부담스러운 의상을 한 남정네가 크게 확대된 섬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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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클릭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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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씨@발 관심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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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치워 미1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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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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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화면만은 말아다오 제발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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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은 뭐 저리 좋은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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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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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은 아오 ㅋㅋㅋㅋ 지도 부담스러워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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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순수하게 우리를 괴롭히려고 저러는 거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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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가있을게… 20분 뒤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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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기 껄끄러워 몰래 모니터 화면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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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콘서트 촬영 장면이면 몰라도, 직캠은 확실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거부감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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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너네만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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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끝났는데 다음 영상으로 안 넘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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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100% 안보고 있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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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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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돌빠는 아닌 거 호감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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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내 아내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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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중 어떻게든 우리려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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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이년 어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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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모니터를 다시 켜서 다른 영상을 틀어주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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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무렵에 시청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기에, 만족스럽게 너튜브 창을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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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그걸 믿었는가? 그건 나약한 허수를 털어내기 위한 계책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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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적당히 성골들만 남은 것 같네요. 좋습니다. 이제 공지 하나만 하고 방종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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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안보는 거 킹받네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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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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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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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 쉽지 않았음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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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20분 뒤에 온다는 놈들 싹다 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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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지가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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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했던 중요 공지는…. 바로 몇 시간 전에 쇠 젓가락질을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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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맞짱깔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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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돌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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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딴 것 때문에 내 소중한 15분이 날아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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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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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ㅏ……. 그래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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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텐으로 자랑하는 부분이 꼴받으면서 귀엽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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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봐요. 지금 정보는 여기 200명밖에 모르잖아요? 저희들이 단합해서 절대 유출 안 하면, ‘중요 공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엄청 안달 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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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비난을 피하는 법은 소속감을 다지고, 외적을 만드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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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욕을 쏟아붓기 직전인 이들에게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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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공지. 사실 까고 보면 별것도 아닌 내용을, 유입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으면서 약올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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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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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시청자들이 솔깃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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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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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일부가 유출하더라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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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싸고돌던 비밀이 고작 젓가락질 성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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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정보를 접하는 처지에서는 이게 진실인지 아니면 기만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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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유지를 위해서 다시 보기는 내릴게요. 그럼 진짜 방종하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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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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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탕질과 갈라치기로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내 계획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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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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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내 인생 설계는 간결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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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정년이 찾아올 때까지 공기업에서 알박고 있다가, 은퇴 이후에는 연금으로 생명 연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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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인정한 명실상부 3급 지체장애인인 나는 당당한 장애인 연금 수령 대상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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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취업 이후에는 소득 인정액 제한에 걸려 연금을 받지 못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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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 확인서를 마패마냥 휘두르던 직장 생활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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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저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이 안정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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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몸이 이렇게 바뀌어버린 이후에는 그런 내 미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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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이르러, 현대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아 국고에 기생하려던 청사진은 물이라도 엎지른 듯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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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저 부모가 없을 뿐인 정상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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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과거보다 통장 잔액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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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 줄 뒷배가 사라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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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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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침을 삼키며 지난 이틀간의 수입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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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는 전체 수익이 아닌, 이를 둘로 나눈 하루당 평균 수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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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고작 2일의 방송으로 70만 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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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송 초창기다 보니 후원금이 몰려든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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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의 절반만 받더라도 공기업 시절의 박봉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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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보수적으로 잡아 하루 2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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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내내 방송을 한다고 쳤을 때, 그럼 월수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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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숨이 헉, 하고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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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평균 시청자가 400을 밑도는 내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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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000명을 가볍게 넘는 사장님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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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매일 시급 3만 원이란 거금을 턱턱 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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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애연가는 모두 그러하듯, 나 역시 자기 직전에 니코틴을 보충하는 것이 루틴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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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저 액수를 보자 니코틴 생각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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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금융 치료가 도파민을 채우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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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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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러한 감정도 플랫폼의 수수료를 확인하고는 금방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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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앉은 자리에서 날로 먹는 이놈들은 수수료로 무려 40%를 떼 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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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얻게 된 순수익은 대략 4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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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수입이 반타작 나는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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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담을 입에 물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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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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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에 니코틴이 들어오자 조금 냉정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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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간 잠깐 방송을 켠 것으로 40만 원, 이것만 해도 충분히 고소득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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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장님이 따로 챙겨주시는 시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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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통장 잔고는 점차 여유로워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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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서 불평하는 건 참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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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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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원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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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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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양아치들아!! 아무리 그래도 40%가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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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금단 증상은 금융 치료로 대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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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역은 성립되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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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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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돌려줘요! 내 2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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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소프트 특유의 잼민이스러운 TTS 음성으로 ‘그게 왜 니 돈임? 킄쿠.’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더욱 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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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스트리머로 활동할까 고민중이던 내게 거대한 수수료는 마음의 기울기에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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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사장님이랑 찬호 님도 이렇게나 많이 빼앗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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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의문으로 소프트의 수수료 정책을 검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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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알게 된 정보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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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건 일반 스트리머일 뿐, 별도의 조건을 달성한 경우 수수료가 우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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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0%까지 감면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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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조건이 하나같이 녹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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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성장세로 보았을 때 다른 조건을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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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만큼은 장기적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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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로 우대받는 것조차도 최소 3개월의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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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은 마냥 기다리기엔 너무나 부담스러운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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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 존재하는 우대 정책을 확인하며 다른 방도가 없을까 찾아보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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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활로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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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스트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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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프로게이머가 방송 활동을 할 경우, 수수료에 혜택을 준다는 항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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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그 프로게이머에는 트리아키아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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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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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만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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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게임의 공식 프로 리그는 개발사에서 주최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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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를 줄지어 놓고 최강자를 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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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트리아키아의 프로 리그는 조금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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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옥 불반도의 거주민들이 어찌나 트리아키아를 사랑했던지, 공식 프로 리그가 열릴 때면 본선에 한국인만 90% 이상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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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외국인이 4강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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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키아가 한국인의 민속놀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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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명예 아닌 명예도 시간이 흐르며 옛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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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저가 상향 평준화되어 한국인이 밀려난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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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식 프로 리그 자체가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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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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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임이 연이어 떠오르며 인기가 식은 것도 한몫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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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듣기만 하면 발작을 일으키는 ‘승부 조작’ 사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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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경기가 사라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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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간판을 내걸고 창단한 프로게임단은 차례로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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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프로게이머가 계약을 맺고 게임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문화는 완전히 사장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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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직 공식 리그가 존재할 무렵, 게임단의 유니폼을 입고 활동한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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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흔히 트리아키아 유저들이 일컫는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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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세대의 몰락은 2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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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게임이 반쯤 망했다지만, 어디 한국인의 트리아키아 사랑이 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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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기업이자, 거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소프트(SOFT)는 트리아키아 올드팬들의 성원을 받아 이벤트성 리그 하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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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며, 단발성이 아닌 시즌제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개최하게 되는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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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L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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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리그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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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을 인정받는 대회 중에서는 STL이 압도적 위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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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장에서 본선 무대를 통해 실력을 각인시킨 이들이 바로 2세대 프로게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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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의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인증 역시 기본적으로는 STL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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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TL은 방금 막 끝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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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STL이 반년의 주기로 열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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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프로 데뷔를 하려면 반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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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프로 인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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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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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은 조금 떨어지되, 스폰서로 나선 기업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리그를 주최하는 경우도 잦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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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중규모 대회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갈 경우, 프로게이머로 인정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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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되는 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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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규모라고 한들, 결코 경쟁력이 낮은 것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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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상금의 규모가 STL보다 확연히 적기에 그리 이름 붙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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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프로들은, 현상금 사냥꾼처럼 온갖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들이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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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예선 신청 마감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대회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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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은 사실상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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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준우승자와 우승자만 프로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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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가능성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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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TL 우승자인 강준오와 준우승자 임찬호가 참가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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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운이 좋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걸리는 게 여럿 있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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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의 힘을 다시 한번 빌려, 냉정하게 장단점을 따져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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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무사히 본선에 진출했다고 가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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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나에 대해서 자세한 인터뷰를 진행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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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참가 동기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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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결승전 올라가서 인방 수수료 10% 쌀먹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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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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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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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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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본선부터는 대회장에 직접 참석해야 하므로, 얼굴 공개는 강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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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노출 또한 큰 문제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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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오니 내가 확고부동한 ‘유서하’ 그 자체가 된 것은 이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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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트리머를 직업 삼을지 확정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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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식으로 프로 게이머의 길을 걷는다면, 더 이상 발을 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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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팔리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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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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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스트리머로 활동하며 얻게 되는 수익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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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는 확실하게 체감이 되는 부분인 만큼,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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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의 절반을 플랫폼에 바치는 것 자체도 좀 꼴받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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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장 중요한 점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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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손이 멀쩡해진 이후, 부쩍 상승한 트리아키아 실력은 내 자존감을 상당히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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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 상위권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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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최소 15번은 랭크를 확인하고 있을 정도인데, 이것에 더해 프로 게이머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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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숙원을 유사하게나마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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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망상의 내용은, 학교 축제 때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기똥 차게 불러서, ‘저 찐따가 이런 가창력을 숨기고 있었다고?’라는 평가를 받고는, 전교생의 선망을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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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이룰 수 없게 된 소원이(노래를 못 부르기에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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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형태로 선망을 받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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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장님을 제외하고도 다른 스트리머 친구를 사귀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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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내가 결승에 올라갈 실력이 되냐는 부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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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전제한다는 것부터가 다소 오만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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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손가락 시절 뼈에 새기듯 맞닥뜨리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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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에 들어갔음에도 그때의 암담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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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더 오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이 내 자신감을 굳건히 지탱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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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생을 살며 몇 가지의 커다란 기회를 마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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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는 공기업의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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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이 바로 유서하의 삶에 전환점을 주는 기회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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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으니, 하나의 의식처럼 전자 담배의 연기를 깊게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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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 되어 있던 옅은 긴장과 초조함이 달콤한 향에 실려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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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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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에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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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특. 시원하게 직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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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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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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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패한다고 한들, 내 남은 삶이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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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원래의 계획대로 평범한 직장에 취직하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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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좀 팔린 거? 장담컨대 인방 업계를 떠나면 며칠이면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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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의 생각보다 타인에게 무관심하단 걸, 직장 생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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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출전을 결심했다면 뒤따라 결정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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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처럼 애매하게 간을 보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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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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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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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인터넷 방송 진지하게 한 번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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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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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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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계열 음료가 대표 상품으로 유명한 기업에서 스폰하는 중규모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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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참가 신청을 넣는 것에 시간을 꽤 쓰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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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잠에 든 것은 자정이 훌쩍 넘어갔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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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작아진 이후로 어쩐지 잠에 약해졌기에, 한창 늦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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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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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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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깨운 건 핸드폰의 진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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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인 정신을 붙잡으며 핸드폰을 귀에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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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는 확인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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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사장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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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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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야! 문자 지금 봤어! 근데… 너 자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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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좀 늦게 잠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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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긴. 나도 매장 일이 아니었다면 자고 있었을 시간이긴 하지. 아무튼, 스트리머 한다는 거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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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비비며 일어나고는 어제 먹다 남은 커피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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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을 잔뜩 넣었기에 혀가 금방 달콤함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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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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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하기로 한 거, 열심히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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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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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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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맨날 방종 때 하던 그 미친 짓도 더는 안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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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 그걸 매번 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사장님한테 들킨 건 노래 방송 때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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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방종 야랄쇼, 지금 온갖 스트리머한테 클립으로 떠돌고 있어…. 같이 보며 웃자는 목적보다는, 방송 테러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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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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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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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행은 오로지 육수를 털어내기 위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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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내가 미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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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소프트의 대부분 스트리머가 나의 노래자랑 쇼, 사장님 그림 그리기, 남돌 직캠 공연을 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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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분명 어제 다시 보기는 내렸으니, 남돌 직캠 쇼는 나돌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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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큰일 난 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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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2개의 기행도 정말 작정하고 펼친 미친 짓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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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이러면 나가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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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그러한 명성을 이용해 하나둘 친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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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정상인이 저런 기행을 일삼는 사람과 친구가 되겠다고 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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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도 치솟는 쪽팔림이 내 얼굴을 달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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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내 지랄쇼를 보아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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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의 인연은 채팅창으로만 한정되어 있고, 결국 서로 대화 한 번 나눌 일 없는 남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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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스트리머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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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같이 합방하며 소통을 나누게 될 예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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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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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 그거는 제가 못 막아요?! 저작권은 저한테 있는데…! 그걸 왜 제 허락도 안 거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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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를 내렸으면 몰라도, 남긴 이상에는 이미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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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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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스트리머와 대화할 때,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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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를 병신 보듯이 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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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서하야. 너무 걱정만 하지는 마. 클립이 돈다는 건 일단 유명세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반응이 좋은 클립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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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좋은 클립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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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록…! 내 입으로 말하기는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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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안해요.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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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있잖아. 네가 어제… 민성 님이랑 나눈 그, 고…아… 관련된 대화들. 웃참 실패하면 나락 가는 대화라고, 새벽 내내 엄청 클립 돌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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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제 다시 보기는 전부 지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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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 님 쪽 다시 보기가 남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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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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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결심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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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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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하나의 업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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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방송을 켜게 되면 어떠한 장면을 마주할지 눈에 훤히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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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청자들은 둘째 가면 서러울 악질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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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가 지랄 떠는 모습’을 본, 타 스트리머의 리액션을 영상 도네로 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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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저 급해요. 영상 도네 어떻게 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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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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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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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스트리머로서 조언하는데, 이미 늦었으니 그냥 즐기자. 그런 건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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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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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천안문하면 오히려 더 신나서 몇 달 몇 년을 태울 걸…? 그냥 눈 딱 감고, 며칠만 시원하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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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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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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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고아는 눈앞의 마시멜로에 손을 뻗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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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5분을 기다려서 한 개를 더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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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간식은 전부 고학년 형·누나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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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명에게 서른 개의 마시멜로를 나누어 줬더니, 25명이 무엇도 먹지 못하는 기적의 계산법이 인천 보육원에는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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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얻는 교훈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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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의 편한 길을 택했다가는 몸에 멍 자국만 늘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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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 중, 차악을 고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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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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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벨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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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100번 해봐 100번 다 들어올 거야 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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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냐? 왔으면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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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님 어제 공지하신 중요 사항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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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니 오늘은 벨튀 5번만 하고 방송 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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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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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야 ^^ 너가 꼭 봐야할 게 있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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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방키고보자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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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야랄쇼 안하냐? 꼭 해라 꼭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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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가 조리돌림당하는 건 확정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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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스트리머의 온갖 리액션을 강제로 목격당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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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장님과 합방하는 시간에 맞춰 방송을 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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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영상 도네를 사장님과 같이 목격해야 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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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늘도 일찍 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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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매를 맞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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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벨튀 아니고요, 진짜 방송 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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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ㅉ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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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벨튀하면 진짜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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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제 중요 공지가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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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뭐 공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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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안간다 신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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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놓고 갑자기 튈 확률 99%라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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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니까. 그 뭐냐… 어제 자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보잘것없는 저를 보러와 주는 분들이 새삼 감사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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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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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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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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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헛소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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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지1랄을 떨 예정이길래 빌드업을 이렇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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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영혼이 걍 하나도 없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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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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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절절한 진심을 알아주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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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매 좀 살살 맞으려고 아부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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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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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설마 눈치 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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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을 믿고 있었어요. 제 방송에서 일어난 일들은, 저희들만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설마 그걸 밖으로 유출하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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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얌전해졌나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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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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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누가 다시 보기 남겨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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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뭔 떡밥이냐?… 같이 좀 웃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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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놈들아 그래서 어제 중요 공지가 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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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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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건가?? 흠, 아직 알려주기엔 너무 이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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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부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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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방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내 행동이 타 스트리머에게까지 퍼지리란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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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퍼졌을까? 한 명? 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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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청자들이 내게 일말의 정을 느낀다면, 수십에 이르는 스트리머에게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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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정을 상호간의 신뢰라고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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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qqdf1111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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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어제 새벽동안 이년 야랄쇼랑 GOA 토크 클립으로 따여서 ㅈ1ㄴ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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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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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장이랑 살맨이 리액션이 ㄹㅇ 야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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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영도 켜져 있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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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네 ㅅ@ㅂ 당장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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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언급하지 말라고 부탁해도 절대 말 안 들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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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걸 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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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 키면 봐준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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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캠 켜면 분탕 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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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1치고 영도 빨리 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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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제발 부탁인데, 중요 공지가 뭔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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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내용 : 젓가락질 성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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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1ㄹ하지 말고 진짜로 좀 알려줘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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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맞는 건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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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일류는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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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기대도 안 했어요. 오늘 하루는 영상 도네 틀게요…. 대신 오늘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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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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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제 ㅋㅋㅋㅋㅋㅋㅋ 넌 진짜 뒤@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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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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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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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이년은 방송을 3일 했는데 3일 다 도파민이 터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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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영도는 5천 원부터 가능합니다. 너무 낮추면 끝도 없이 뇌절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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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수금이라도 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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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질 멘탈을 금융 치료로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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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 끼 식사값이나 되는 금액을 설정했음에도 채팅창의 열기는 도저히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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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를 놀리는 게 뭐 대단한 것이고 이렇게나 한 마음 되어 열정을 쏟아붓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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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마음으로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싶지만,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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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모든 리액션을 시청해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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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UWWU1333 님의 영상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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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첫 빠따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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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약속을 했으니 그 영상을 클릭해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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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영상을 향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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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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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스트리머가 눈에 익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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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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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공식 리그가 존재할 무렵 우승컵(진짜)을 들어 올린 적 있는 레전드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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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보자 강의 위주로 컨텐츠를 찍는 은퇴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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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쌈장이라는 스트리머 이름으로 활동하는, 최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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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내가 뉴비 때 이분 영상을 보며 트리아키아를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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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익숙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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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후원 감사합니다! 뭐지? 누구셔? 아, 지금 랭킹 7위권에 계신 그분?? 어 알지 알지. 이 업계에 뉴비 귀하잖아. 스트리머셨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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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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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이 좀 불안한데? 왜 저리 알록달록해? 어, 이거 틀어도 되는 거 맞죠? 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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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섬네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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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 놓아 노래를 불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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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클립이라면 그나마 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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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 이탈이 잦기는 하지만, 심각한 음치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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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목소리가? 여자 분이셨,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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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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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듣기 좋아야 할 미성임에도, 괴악한 노랫소리가 그러한 미감각을 모조리 씹어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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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처음으로 내 노래의 녹화본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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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정도로 노래를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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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분 트리아키아 스트리머 아니야?! 예? 이걸 첫 방송 켜자마자 했다고? 개미 털기?? 그게 대체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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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악의적 편집본이죠! 나 이렇게 못 부르진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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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저게 원본이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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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골이 괜히 성골이 아니긴 하네;; 저걸 어케 버텼음?? 인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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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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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나 PTSD 올라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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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1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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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잠시만, 저 분한텐 진짜 죄송한데…. 더 듣기 너무 괴로워요. 일단 끌게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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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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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황당해하는 내 트리아키아의 마음속 스승을 보니,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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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온갖 욕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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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벽에 박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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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또 영상 후원? 어… 같은 분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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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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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분 만에 내 멘탈이 가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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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영상을 시청하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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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건 무기력하게 내 기행이 나도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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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SF 영화의 주인공이, 딸의 곁을 떠나는 과거의 자신을 멈추고 싶었던 마음이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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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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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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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제목이 좀 꺼림직한데… GOA 대전? 으음, 일단 보고 아니다 싶으면 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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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머리를 책상에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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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틀어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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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점은…. 저 영상이 실시간이 아닌,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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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상을 멈추더라도 저 일이 없었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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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야야! 잠만! 대화가, 아니! 민성이 미쳤, 풉, 잠깐만! 야 이거 웃으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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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며 대화를 지켜보던 정상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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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고아가 웃으며 사는 건 쉽지 않은 일.’, ‘순혈 고아.’, ‘GOA—T’의 연타에 결국 버티지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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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흫흡…!! 사람이 이걸 어떻게 참아…!!! 여러분,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나락 보내지 마세요!! 솔직히 니들도 웃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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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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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제일 악질인 건 이 영도를 보낸 사람이죠. 아오, 이 나이에 진짜 조땔 뻔했네. 누구지? 닉네임이… ‘서하 육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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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였구나! 잡았다 이 씨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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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후원액이 상당했기에, 영구 밴이 아닌 일반 채팅만 금지하는 채금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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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로 그것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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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영구 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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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육수 님의 50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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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요. 저는 그냥 서하 님의 매력을 다른 분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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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영구 밴으로 향하던 손길이 50만 원이라는 거금 앞에 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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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클립이 흘러 들어가는 건, 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분명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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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도 너무 괘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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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돈의 유혹에 혹했던 마음이 제정신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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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금은 타협해, 임시 차단 24시간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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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방송을 보고 싶으면 로그아웃하고 봐라. 오늘 너는 후원도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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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몇 시간 가까이 두들겨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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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나를 아끼는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닐 테니, 그래도 열 명을 넘기진 않았으리라 믿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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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악질놈들은 최소 수십 명에게 여기저기 클립을 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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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결론 하나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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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 첫인상은 회생 불가능. 소프트 업계에서 비정상인으로 낙인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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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를 넘으셨어요. 오늘 일, 후회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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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점마 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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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1발 불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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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화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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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님 저희 슬슬 화해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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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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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림이 쌓이고 쌓이다 선을 넘게 되자, 시꺼먼 감정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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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이유 없이 욕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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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꺼이 욕할만한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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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 이미지는 이미 조질대로 조져졌기에 잃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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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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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제 지랄쇼 안 할 예정이었는데, 여기까지 밑바닥으로 박힌 거. 그냥 정기 컨텐츠로 정하겠습니다. 클립? 따려면 따. 나 이제 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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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헤이 헤이 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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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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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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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좋냐?? 얘 야랄쇼 보다보면 조금 귀엽던데〕-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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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더 불러주세요!! 동요 신청 받나요?? 개쳐귀여울 것 같음 ㅋㅋ〕-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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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 미1친새@끼들아 우리는 무슨 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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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끝까지 가봅시다…. 이제 영도는 끄고, 사장님 올 때까지 노래나 불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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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ㅂ 30분 뒤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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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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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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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실컷 불러 ㅋㅋㅋ 이미 영도 ㅈ@ㄴ 보면서 익숙해짐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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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ㅋㅋㅋㅋㅋ 이거거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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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동요 좀 제발!! 곰 세 마리 ㄱㄱㄱㄱ〕-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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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1쳤냐?? 이년 노래는 구조상 절대 익숙해질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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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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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번 노래를 견디시면, 이번에는 진짜 중요한 공지를 하나 할 겁니다. 향후 방송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했거든요.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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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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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제대로 잡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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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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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가려다 목덜미 붙잡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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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중간에 갑자기 공지할 거니까, 소리 줄이셔도 소용없답니다. 빨리 볼륨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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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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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이미지 박힌 것, 이대로 쭉 밀고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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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기행을 벌인다면 다른 사람들도 익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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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더는 쪽팔릴 일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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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청자들이 내게 조금만 상냥히 대해줬다면 지금의 내가 탄생하지는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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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들이란 것을 기억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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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UWWU1333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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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이년아… 빨리 안 부르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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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키아 판이 노쇠했다는 것은, 현재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방송인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라는 것으로 증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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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트리아키아를 한 판이라도 해봤다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나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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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강나리만 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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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26살의 여캠이란 슬슬 인플레에 밀려날 나이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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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계에 한정해서는 십의 자릿수가 2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젊은 축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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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트리아키아 업계에서 소위 말하는 ‘젊은 피’들이 뭉치는 것은 이상할 일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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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합방을 위한 일정 조율, 컨텐츠 기획 등 공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단톡방을 하나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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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까르르거리니 시너지(후원금)가 터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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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톡방이 3년 4년 이어지다 보니 점차 친목 관련 내용이 주류를 차지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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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톡방의 주된 목적은 서로 간 일정을 조율하기 위함이란 것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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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잠깐만요, 저 장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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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리의 16강 대진 상대인 이예린 또한 그 톡방의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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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가는 사이에 얻은 잠깐의 휴식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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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톡방에 채팅 몇 줄이 올라오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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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그래서 말인데, 서하한테도 여기 들어 오라고 말 한 번 꺼내볼까??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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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걔 합방 타율 진짜 좋음 ㅇㅇㅇ 나도 너튜브 각 좀 많이 뽑았어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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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평청자 최소 400은 찍는 거 보면 체급도 있고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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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비공개로 이루어진 지금의 단톡은 오로지 인맥을 통해서만 입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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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인 초대 조건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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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여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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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캠이랑 엮이면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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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너무 하꼬가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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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뜻 하꼬를 초대했더니, 과하게 방송 욕심을 부려서 모두가 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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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20대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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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초대된 상태에서 30줄을 넘기는 것은 허용이다. 쿨이 돌 때마다 조리돌림을 당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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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방송 경력이 짧다면 보증인이 존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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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는 전부 관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업계에는 이상한 사람이 너무나 많기에 생긴 절차였다. 이번의 경우 유서하의 보증인은 강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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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 요즘 클립으로 도시는 분 맞음??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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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 점수 보면 트리아키아에 진심인 것 같긴 한 듯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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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아… 클립;;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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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서하가 겉보기론 많이 맛이 가보이긴 한데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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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의외로 방송 끄면 진짜 멀쩡하다?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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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엄청 예의 바르고 소심해 ㄹㅇㄹㅇ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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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컨셉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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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어제 보았던 그 충격적인 영상 도네들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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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도저히 강나리의 말이 믿기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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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요. 그런데 여러분, 제 스승님이 유서하라는 분한테 처발리신 게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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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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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걍 압살 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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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점의 벽은 높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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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그 이름을 부르지 마라!! 또 분탕들 와서 ㅈ같은 영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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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자랑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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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나 유지되어 온 단톡방의 맴버는 고작 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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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키아를 주력으로 하는 20대 여성 스트리머는 그만큼이나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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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억지 트리아키아를 하는 여캠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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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매콤함에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나가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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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유서하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트악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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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점수도 자신들이 범접하기 힘들 만큼 높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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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조건이라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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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궁금해지네. 한번 슬쩍 보고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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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분탕들이 몰려와서 튼 영상 도네, 자신의 스승님과의 접점, 마지막으로 강나리의 추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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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생기기 위한 조건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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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친교를 쌓게 될 사람에 대해 궁금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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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검색창에 유서하를 친 다음 방송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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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강나리의 말대로 클립에서 목격했던 기행은 일부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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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럴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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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클립이란 자극적인 부분만을 뚝 자르는 것이기도 했고, 일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한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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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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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그럼 상호 협의 맺었어요? 동요 한 번 때리면 앞으로 제 클립 수출 안 하기로. 그럼… 음…. ‘둥근 해가 떴습니다’로 할게요. 계약 내용 꼭 지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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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캠으로 트리아키아만 하시는 진성 트악귀신 줄 알았더니, 저챗도 하시는구나. 생각보다 방송 분위기는 평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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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큼, 아아. 노래 시작. 흐읍, 뚱근해가 떳씁니——다아—!!! 자리에써 일어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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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목격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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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트리아키아 스트리머 사이에 묘한 유명세를 떨치게 된 지랄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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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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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쪠일먼저 이룰 딲!!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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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이게 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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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아 내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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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 내기에서 져서 일부러 이상하게 불렀던 게 아니라, 걍 찐으로 저렇게 부르는 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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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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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짝 채팅창에 정상이 없는데??… 지금 저거더러 지금 귀엽다고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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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귀를 틀어막고 스피커를 팍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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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강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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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게 어디가 정상인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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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참하고 있잖아! 웃참 하면서 부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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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태생이 저런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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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승님이 저런 사람한테 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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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분간 이어지는 지랄쇼를 멍하니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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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차게도 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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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래가 끝났을 무렵, 이예린은 떨리는 손으로 유서하에게 후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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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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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런데 목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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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황족예린…. 어라? 왜 이름이 익숙하지. 누구 팬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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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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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에요. 나리 언니 16강 상대. 잠깐 구경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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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시기가 좀 안 좋을 때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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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그 말에 격렬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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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피폭 당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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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실시간으로 들어 버린 이상, 더는 유서하라는 사람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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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저 ‘평범하지 않다’로 그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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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는 결코 그렇게 과소평가 당할 정도로 멀쩡한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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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지금 방송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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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족★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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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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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방송 중이시구나! 아 죄송, 임시 매니저 드릴게요. 이제 후원 말고 그냥 채팅 치셔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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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별 건 아니고 잠깐 놀러 왔어용. 제 스승님 이기셨다길래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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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예린 님에 대해 알고 있어요. 어제 제 클립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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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어떻게 아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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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예린 님의 리액션 영도가 왔는데, 조금 인상 깊게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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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이예린은 자신이 어제 그녀의 기행에 대해 어찌 반응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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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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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시원하게 웃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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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고아라고 비웃으시다니…. 선빵 접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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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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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요. 서로 초면이니, 약하게 WWE만 걸게요. 방송이니까. 방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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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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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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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잘못 돌아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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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황급히 유서하의 채팅창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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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예린아 빨리 도망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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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야스토라, 또 사람을 때렸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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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초면이고 나발이고 바로 멱살 잡고 링 위로 올려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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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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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년은 독보적인 또1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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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니까 고아라는 말만 들으셔도 까르르 웃으시길래, 제가 보육원에 있을 무렵 저희끼리 했던 농담 몇 개를 꺼내 볼게요! 절대 제 노래를 듣고 웃으셔서 삐진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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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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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신맣요 님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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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끼리는 서로 불량품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었어요. 기준은, 부모가 우릴 버리고 갔을 때 생년월일을 기록했느냐죠. 보통 제조 일자가 적히지 않은 상품은 하자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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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좆된다. 진짜 좆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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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기습적으로 들어왔기에 터졌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버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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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자신의 허벅지를 최대한으로 꼬집으며 웃음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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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하나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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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젭라 그만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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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보육원에서는 매 주말마다 기도를 시켰는데, 그 누구도 하느님이 어째서 기도에 답해주지 않냐고 궁금해하진 않더라고요. 왜냐면 아버지가 질문에 대답 안 해주는 건 고아한테 당연한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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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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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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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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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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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에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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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원 동기 중에서 꿈이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적어 낸 친구가 있었어요. 나중에 기쁘게 축하해줄 수 있었죠. 보통의 고아들이 많이 그렇듯, 17살에 연인과의 자식이 생기며 강제로 꿈이 이뤄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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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흐흡…!! 콜록! 아, 저 안 웃었어요! 그냥 기침, 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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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ㄴ 더 한다몃너 왜 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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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실화인데요? 아, 다른 것도 실화 기반에 MSG 좀 친 것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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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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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가 멍이 들 때까지 꼬집어 보았으나, 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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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란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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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도리어 자꾸만 웃음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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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 유서하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미쳐 돌아가는 내용을 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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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웃음이 많던 이예린은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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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만 갈게요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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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조금만 더 놀다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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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채팅을 치고는 뒷말을 듣지도 않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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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자신의 방송인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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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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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가 아닌 스트리머라면 결코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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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ㅁ1ㅊ 내가 대체 뭘 들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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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겪은 실화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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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안되는데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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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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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 웃참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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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쳐웃기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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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방적으로 처맞은 터라 정신이 얼얼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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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예린의 선천적인 능력으로는 대적하기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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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고아의 재능을 타고난 주변 인물이 하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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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스승님을 불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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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를 대적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동족인 오민성만이 유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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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지난 클립을 보니, 꽤나 대등한 공방을 펼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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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그러한 이유로 급하게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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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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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예린아. 왜? 나 곧 방송 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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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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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엥? 뭔 일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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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를 괴롭혀요!! 스승님만이 복수해 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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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데! 누가 우리 제자를 내 허락도 안 받고 때려!! 얘는 나만 때릴 수 있는 내 샌드백인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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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복수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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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전프로 현프로 빼고 말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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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짜치게 조건이 많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전프로 현프로도 아닙니다. 스트리머 유서하 님 아시죠?? 그분이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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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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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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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잘못 끊으셨나? 싶어서 다시 오민성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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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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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민성!! 어디 갔어!! 전화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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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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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튀 ㅅ1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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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 이름 나오자마자 끊네 ㅋㅋㅋㅋ 반응 속도 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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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반속의 절반만 인겜에서 보여줬으면 본선은 진작에 뚫었겠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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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 존@나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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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에게 당한 것은 비단 이예린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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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민성이 먼저 맞아 봤기에, 그 매콤함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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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스트리머님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노래 방송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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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목도 아파왔기에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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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시청자 수를 바라보니, 이번에는 무려 400명 가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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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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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아 있는 수가 갑작스럽게 배나 뛴 이유에 대해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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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쇼 중에 공지하겠단 것을 듣고 억지로 버틴 이들이 있을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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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나돈 내 클립으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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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렇지 400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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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내 전력을 버텨낼 수 있는 이들이 많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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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람을 더러 적응의 동물이라 부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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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슬슬 예고했던 대로 중요 공지에 관해 얘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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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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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아 고맙다…. 네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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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얘 노래부르는 거 익숙해져서 조금 귀엽게 느껴짐〕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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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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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는 확실히 커엽더라 ㅎㅎ〕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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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뒤에 서아제약이 스폰서로 개최한 ‘타우린 트리아키아 리그’에 참가 신청을 넣었습니다. 아직 합격 여부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선 신청 커트라인 등수를 가볍게 웃도니 여유롭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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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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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본선은 실시간 중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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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공 선언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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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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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낚시가 아니라 진짜 중요 공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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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허겋헉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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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lil11lI1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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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프로 데뷔??? 트리아키아 프로들은 인방하는 국룰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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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관한 건… 아직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일단 예선 전까지는 열심히 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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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승전에 올라서 프로 게이머 인증을 받게 된다면 전업 방송인으로 전향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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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사실은 인과가 반대라고 보는 것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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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전업 방송인을 할 예정인데, 수수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어떻게든 결승전에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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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장님께 이미 방송을 진지하게 해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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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면 시청자들이 좋다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하기에, 그 꼴을 보기 싫어서 나중에 발표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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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공지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이 ‘이년이 과연 내일도 방송을 켤까?’라고 매일을 불안에 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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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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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탈자가 조금이라도 발생하는 것은 좋아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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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송 스타일은 티배깅과 기행으로 이루어져 있어, 갑작스럽게 체급이 커지면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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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콘크리트만을 데려가며 지금 정도의 수입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야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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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시청자를 털어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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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예선에 통과하게 된다면, 본선 준비로 인한 장기 휴방을 가질 예정입니다. 아직 예선까지 3주도 넘게 남았으니 나중 가서 다시 공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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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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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장기 휴방은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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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1쳤냐??? 본선 준비하면서 방송 켜라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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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광탈하라고 하루에 500번씩 저주한다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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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ㄴ 얘 본선 통과해야 얼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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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휴방 이후 얼공 vs 하던대로 꼴1릴 때 방송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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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기 걸렸네 애1미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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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닥전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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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3주간 열심히 한다니까? 그냥 그것도 오지 말까요?? 으음…. 시원하게 2달 휴방 때려서 개미 제대로 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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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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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 그냥 장난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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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님 응원해요! 꼭 본선 진출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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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장난이 지나쳤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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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노래해도 괜찮으니까 제발 방송만 켜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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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놈 시@발련아 그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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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달이나 휴방을 한다면 콘크리트고 뭐고 다 박살 나기에 그럴 생각일랑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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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내가 방송 쌀먹각을 노린다는 것을 모르기에, 적당히 무기로 휘두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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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지막 채팅이 좀 심기를 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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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이 아파서 그만하려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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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지도 끝났으니까 하던 거 할게요. 이번 노래는 ‘싸랑의 보조 빳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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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공연 선언에 채팅창이 경악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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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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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매일을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육수를 우릴 수 있나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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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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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야, 오늘 방송 끝나고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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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을 시작하자마자 사장님께서 물어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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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내게 있어서 ‘식사만을 위한 외출’은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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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의 서두에 ‘친구와’를 붙이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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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적인 행위라 여기던 것이, 단 세 글자의 힘으로 특별하게 뒤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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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매번 얻어먹기도 좀 그랬는데,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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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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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얘기했던 교육비, 찬호 님한테 큰 거 한 장 받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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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과 나 사이의 재력 격차를 고려하면, 내가 밥을 산다는 행위는 언뜻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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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돈 자랑이 목적이 아니니 전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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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게 생긴 기쁜 일을 친구와 작게 기념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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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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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불행도 행운도 누군가와 나눠본 적 없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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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한 번쯤 ‘기념일’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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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야. 나 눈물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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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솔직하게 사장님께 드렸더니 목소리에 물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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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화자인 나는 멀쩡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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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보육원에서 생일이나 그런 건 챙겨주지 않아…? 그것도 기념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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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형식상으로는 챙겨주긴 하지만, 케이크 대신에 대형 마트에서 떨이로 묶은 비주류 과자 세트로 선물을 퉁 치거든요. 보육원에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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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그럼 여태 살면서 케이크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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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아니죠. 얼마 전에 제 돈으로 직접 사서 처음으로 먹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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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하하, 그래도 다행이네. 그래도 먹어는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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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어어번에 뒷사과 들켰던 날, 편의점에서 산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 먹어 봤어요! 확실히 케이크가 괜히 유명한 디저트가 아니더라구요. 우울했던 기분이 확 좋아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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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진짜 어떤 삶을 살아온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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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케이크가 편의점 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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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나온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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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걍 ㅈ@ㄴ 편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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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읍…! 다,다음에는 내가 더 맛있는 케이크 사줄게! 그래, 너 생일날! 서하는 생일이 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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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음, 좀 애매하네요. 저는 불량품인 쪽이라서요…. 등본에 적힌 생일은 그냥 무작위로 정했거든요. 제 진짜 생일이 언제인지는 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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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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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장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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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아까 이예린 님과 있었던 대화를 클립으로 만들어 영도를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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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제는 사장님뿐만이 아니라 채팅창도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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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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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들을 때는 웃겼는데 갑자기 뭔가 뭔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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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실화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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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wwuw777 님의 10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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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웃어서 미안하다…. 이걸로 마음 갈 때 케이크 사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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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는 불량품 그게 니 얘기인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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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1나 애호 마려워지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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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갱년기는 아닌데 눈에 습기가 좀 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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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 시작 30분도 지나기 전에 두 방송의 분위기가 제대로 박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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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이럴 의도라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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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방송인들은 독특한 일화를 재밌게 포장해 얘기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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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처럼 나 역시 특이한 과거에 대해 썰을 풀어본 것인데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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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위기 왜 이래…? 여러분 저 고아인 거 이제 아셨나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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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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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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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또1라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생이 고단했어서 뭔가 뭔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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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얘 정도면 엇나간 건 아니긴 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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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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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서하 너가 유머 소재로 쓰던 것들 뒤에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충격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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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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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그런 얘기를 꺼내면서 괴롭거나 하지는 않았어?? 설마 방송 때문에 무리하고 있던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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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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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말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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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난 발언들의 의도를 부정하는 잘못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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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죠. 오히려 지금이 만족스럽기에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을 꺼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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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잘 먹고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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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덕에 통장 잔고도 채웠고, 몸에 니코틴도 빵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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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설계도 나름대로 끝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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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보기에도 과거에 매여 있을 이유라곤 추호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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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장님의 오해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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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힘들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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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상황을 직시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이 바로 유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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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하나 들자면 내가 있던 보육원에는 위트 넘치는 희극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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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드는 동생 비꼬기를 멈추질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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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손가락이면 딸칠 때 남들보다 1.5배는 더 흔들어야 하냐 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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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는 가위랑 주먹밖에 못 낸다고 매번 용돈을 걸고 내기하자고 강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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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게임만 했다고 하면 손병호 게임밖에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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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니 참 다양하게도 돌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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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들은 보육원을 나오고 나서도 나름의 벌이는 하며 제 삶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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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항상 비관에 빠져 있던 몇몇 친구는 대다수 끝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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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과거에 관한 이야기는 웃음으로 끝나야만 해요. 동정을 받기에는 지금의 제가 님들보다 행복하거든요. 누가 누굴 연민해? 여러분은 친구 있어요? 전 사장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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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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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오글거려. 우욱! 두드러기 올라오니까 이 떡밥 그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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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친구 비틱은 또 뭐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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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지리긴 하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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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면 잘 키우겠다 ㅋㅋ 진짜 내 아내임〕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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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uwwuw777 님의 5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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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담부턴 GOA 개그 쳐도 맘껏 웃어도 된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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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웃어도 되는데, 스트리머는 안됨. 나락 가기 싫으면 웃참 하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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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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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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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ㅋ 니들은 참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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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나락 면역인 빛.민.성.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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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은 ㅇㅈ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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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분위기를 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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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합방은 무난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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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인생에 피폐, 후회 태그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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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송이 끝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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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마중 나온 사장님의 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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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장님. 매번 운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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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별것도 아닌데 뭘. 뭐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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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고 싶은 것 없으세요? 제가 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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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스시 오마카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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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내릴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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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야 장난! 이 시간까지 오픈한 오마카세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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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잡담을 이어가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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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근방에 지금까지 열려 있는 곳은 국밥집 정도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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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장님은 불평 없이 자리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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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장님, 갑자기 왜 저녁을 먹자고 부르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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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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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망설이는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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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문스럽게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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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시간이 흐르고서 닫혀있던 입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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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너무 힘든 일이 있는데, 속으로만 앓고 있다면… 나한테 기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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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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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꺼낸 이야기들은 이제 극복했다는 뜻이라면, 그렇지 못한 것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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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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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너무 어두침침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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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창 시절 구체적으로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인천 보육원에서 어떤 주기로 맞았는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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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방송에서 하기 걸리는 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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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네가 가진 대인 기피증이나, 외모 칭찬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도 혹시 그런 과거와 관련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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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그…렇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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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몸이 여성으로 바뀐 것에 근간을 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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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찌할 수도 없는 것이, 내 인식에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변하기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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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내 이런 모습도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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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음. 아직 큰 문제로 번질 건 없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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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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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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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어리다고 마음까지 어린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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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피하고자 움직이려다, 사장님의 눈빛을 보고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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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득 걱정하는 얼굴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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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장님과의 저녁 약속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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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드디어 방송 시작 4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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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앞에서 약속한 개인 방송을 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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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진짜 스트리머의 삶을 살기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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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확실하게 육수를 죽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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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점점 더 육수가 늘어나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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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직 한참 남긴 했는데, 크리스마스 날 휴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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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씨@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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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크아아악!!! 내 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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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까매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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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치지마 씨1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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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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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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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아다오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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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입 스트리머 유서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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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타 스트리머 나락 보내기와, 시청자들 뿔 부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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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이예린은 비교적 트리아키아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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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표현은 다른 여캠들이 절망적으로 재능이 없고, 이예린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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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나마 덜 이빨을 갈리게 한다는 이유로, 여캠을 좋아하지만 트리아키아에 진심인 시청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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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방종 시간은 새벽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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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리처럼 아침에 매장을 열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새벽까지 방송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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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역시 방송을 마치고 늦게 잠에 든 이예린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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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루틴화 된 습관으로 핸드폰부터 찾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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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와 있던 메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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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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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되지 않은 연락처에서 흐린 눈으로 보기에도 장문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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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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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중요한 연락일 수도 있으니, 눈가를 비비며 알람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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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스트리머 유서하라고 합니다. 연락처는 어제저녁 강나리 님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이예린 님 본인이 혹시 맞으실까요?? 다름이 아니고 어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자……. ……본래라면 당일에 사과드려야 예의에 맞지만, 새벽까지 방송 중이셨기에 일어나자마자 문자를 남깁…….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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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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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득 채우는 초장문의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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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자 수를 세어 보면 능히 소설 한 편을 넘길 정도로 정성이 가득 들어간 MMS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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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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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가장 궁금했던 핵심 내용이 전부 담겨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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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의 본문은 전부 어째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당황스럽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을 길게 풀은 내용이 여러 묘사를 사용해 반복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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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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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걸 왜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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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유서하 님이라고…? 진짜 동일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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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에서 보았던 엽기적인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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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방문했던 자신에게 억지로 나락 방어전을 시킨 인물과는 도저히 매칭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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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이나 문자의 내용은 정중함을 넘어 소심함의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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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지난 강나리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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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ON/OFF가 확실하며, 보여주는 모습 대부분이 컨셉이라는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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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송 중이 아닐 때는 상당히 예의 바르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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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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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누가 몽둥이로 머리라도 후린 것처럼 멍하니 문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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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이나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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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어떻게든 자신에게 용서를 받고자 끙끙 앓으며 장문의 메세지를 쓰는 유서하가 연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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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을 안 켜서 얼굴은 모르지만, 그러한 공백은 충분히 상상으로 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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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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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핳!! 반전 진짜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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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답장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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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잠결에 있었냐는 듯 정신이 맑게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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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일어나서 이제야 확인했네요 ㅠㅠ 정말 괜찮아요! 저도 방송용 WWE는 구분하니까, 너무 마음 안 쓰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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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문자 방송에서 공개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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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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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이나 충격적인 반전이었고, 오히려 매력으로까지 느껴졌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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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를 받은 지 5시간이 넘어서야 답장을 보냈으니, 회신까지 조금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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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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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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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절대 공개 금지임ㅂ니다 절대로 안ㄴ되니까 꼭 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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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하게 써 내린 티가 여실히 드러나는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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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그 문자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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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핳!! 나리 언니랑 왜 친해진 건지 알겠다. 뭐야, 생각보다 귀여우신 분이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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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아쉽지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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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리 님한테 급하게 연락처를 구하긴 했는데, 전하고 싶었던 말씀은 드렸으니 연락처는 이만 지우겠습니다. 제 일방적인 연락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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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뇨 지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진짜 본인 맞으세요…? 첫인상과 달리 넘 예의 바르신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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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중과 아닐 때 성격이 다르다는 소리는 종종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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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진짜 인격이 바뀐 급이네요. 아무튼 다음에 또 방송 중에 놀러 갈게요…! 대신에 그런 장난을 치실 때는 깜빡이만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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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대본을 짠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보니 조금 조절이 어렵지만…. 염두에 두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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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미리 준비한 발언들이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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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방송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뛰어나면 저런 장면을 순간의 기지로 뽑아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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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것대로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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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치고는 제법 독특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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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한 이예린은 어김없이 방송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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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하! 오늘도 소통 좀 하다가, 민성 스승님 오기 전까지 개인 연습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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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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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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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지무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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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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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끝나고 공겜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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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흔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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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영도 열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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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겜…은 지각 5 스텍 쌓일 때만 하니까요…. 아직 3 스텍이라…. 그리고 보이는 라디오 중에는 영도 틀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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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육수 님의 영상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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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도네가 열렸단 말이 나오자마자 터지는 후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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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에 걸쳐 익숙해진 닉네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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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 저방을 찾아다니며 유서하의 클립을 홍보하기로 나름 이름을 떨친 시청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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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방송 중에만 후원을 하는 분이신지라, 분위기를 못 읽고 마구 난사하며 비호감을 쌓는 부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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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영상 역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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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제목은 뒷사과. 비록 섬네일에 캠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으나, 영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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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또 서하 님 클립? 어제 노래 방…송…은 저도 직관하긴 했는데. 혹시 그건가요? 제목이 뒷사과인 걸 보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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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면 ㅋㅋㅋㅋㅋ 그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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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미@친 괴성 들어야 하냐?? 제발 틀지 말고 스킵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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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ㅅ1ㅂ 어딜가도 보이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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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 방송 꺼져 있으면 ㅈ^ㄴ 돌아다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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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가 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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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내용인지 알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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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 노래 클립 아님 ㅋㅋㅋㅋ 걍 웃긴 거니까 트셈 ㄱㄱ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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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살짝 긴장한 채 영상을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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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짐작대로 노래 방송이라면 빠르게 소리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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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번은 웃으며 들어줄 만했으나, 반복해 듣기엔 힘든 것이 유서하의 노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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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영상에 담긴 것은 여태까지 익히 보았던 기행 중 하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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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는 유서하의 방송 클립조차 아니었고, 강나리의 스승인 임찬호의 방송에서 추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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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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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많이 불쾌하셨을까요…? ……방송 중도 아닌데…… …진심…. ……아니었고, 혹시나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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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이거 찬호 오빠랑 서하 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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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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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말하는 거 유서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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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 제목 정직한거 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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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놀러 가자마자 나락쇼 걸던 애랑 동일인물이라고??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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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쓰며 노래 부르는 것만 듣다가, 목소리 기어들어가는 거 들으니 적응 ㅈ1ㄴ 안되네 ㅁ@ㅊ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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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봐도 존1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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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거. 설마 뒷사과하다가 걸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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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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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원래 성격 소심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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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구라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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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짓 방송용 컨셉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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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시@발 씹반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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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귀엽네 ㅋㅋㅋㅋㅋ 노캠인데 왜 육수가 있는지 알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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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또@라인줄 알았는데 진짜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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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니!! 이제 가신다면서요! 그걸 왜 지금 말…!! …사실 전 방송이 켜진 걸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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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의 감정이 선명하게 서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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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누가 들어도 믿지 않을 변명까지 내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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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쏟아진 물이 주워 담아질 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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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러한 필사적인 모습이 더욱 웃음을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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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은 최대한 웃음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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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방송을 보고 웃은 것으로 보복당한 것이 고작 어제의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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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클립 속 유서하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그녀는 뒷사과가 들킨 일에 대해 진지하게 쪽팔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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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것을 보고 웃참을 실패했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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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가 2차 나락쇼를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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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의 대화가 ‘초면인 것을 고려한 가벼운 WWE’였단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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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한이 서린 유서하의 진심 펀치는 얼마나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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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예린으로서는 결코 맞아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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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하는 거 존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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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감 ㅆ레전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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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쟤 찾아오면 이거 한 번 더 틀어서 쫒아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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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 ㅆㅅㅌㅊ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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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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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흡! 저는 원래 예의가 바른 분이시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절대 웃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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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 웃참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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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ㅅ1ㅂ 이걸 참아?? ㅈ@ㄴ 독하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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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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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찾아올듯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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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 방송 중에는 개악질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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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일과 겹쳐서 그런지 터지려는 웃음을 참는 것이 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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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라리 공포 게임을 하면 했지, 다시는 그 고아 나락쇼를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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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자신이 웃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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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가 뒷사과를 한 일은 웃기지 않는다. 웃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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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는 비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 짓는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당장 저만해도 뒷사과 받았을 때 약간 있던 불편함마저 사르르 녹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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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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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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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뒷사과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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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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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오십예린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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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ㅋㅋㅋㅋㅋ 예린이도 뒷사과 받았다 오피셜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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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참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에 집중했기에 나온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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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필연이라고 봐도 좋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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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이예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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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서하의 함구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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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개조땟다…! 자,잠깐만요! 제가 말실수를 했고, 그냥 뒷사과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 걸 잘못 말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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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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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긴가민가했는데, 저 클립 주작 아닌 100% 실화였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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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그래그래 ㅋㅋㅋㅋ 그런 걸로 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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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입막음 당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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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 성격상 무조건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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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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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에 눈을 질끈 감으니, 어떠한 미래가 아련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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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래 속에서 자신은 2차 나락쇼에 강제로 참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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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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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도 어제처럼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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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익숙한 루틴으로 일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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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을 가득 넣은 블랙커피를 손에 들고, 몇 번 방송을 켰다가 끄며 벨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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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가 늘어날수록 채팅창에 욕설이 늘어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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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에게는 안타깝지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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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도 견디지 못해서야 내 콘크리트가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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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는 단조를 거듭하는 대장장이가 된 마음으로, 묵묵히 벨튀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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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갑자기 채팅창에 욕설 대신에 웃음만 도배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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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괴롭힘당하는 걸 좋아하는 마조히즘적 성향을 가진 시청자가 늘어나 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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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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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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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진짜로 방송을 켜볼까 생각하던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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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가 한 통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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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사장님인 줄 알았지만, 예상 밖의 인물이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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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이번에 새롭게 내 전화번호 목록에 추가 되며, 기존의 저장 인원을 2배로 늘리는 것에 혁혁한 공을 세운 직장 동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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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쳤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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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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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자는 사과의 말을 담고 있었지만, 어째서 내게 사과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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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냐고 답장을 보내고는 방송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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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동안 열심히 한다고 약속은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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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입니다. 방송 설정을 건드리다가 몇 번 실수로 방송이 켜졌던 모양인데,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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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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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닌 딱 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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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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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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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쳐귀여운 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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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갑자기 다들 왜 이래? 뭐 좋은 일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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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nrPwjd18 님의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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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일이 있죠 ㅎㅎ 벨튀할 때는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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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서늘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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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맹수에게 노려지는 것도 모르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토끼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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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이나 지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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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뭔데요…? 조금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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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코미디 드라마가 시즌2 방영을 시작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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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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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닥치고 있어보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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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함 켜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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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입 ㅈ@나 간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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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영도 켜보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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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단합하며 입조심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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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경 500을 넘는 인원들이 한마음이 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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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시키는 대로 영상 도네를 허용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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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본능이 그러한 움직임을 막았으나, 결국에는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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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서하넌뒤졌다 님의 영상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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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의 주인공은 오늘 아침 대화를 나누었던 이예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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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고개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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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 사이에서 있었던 일, 방송을 켜기 직전에 도착했던 사과 문자, 벨튀 도중에 갑작스럽게 웃음으로 도배 된 채팅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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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들이 슬며시 조합되며 하나의 가정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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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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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럴 리가. 분명히 부탁까지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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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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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악!! 에라이 모르겠다! 이미 사고 친 거! 죄송해요 서하 니임!! 근데 저한테 초면에 왜 그러셨어요?! 당신도 한 번 당해봐!! 사실 오늘 아침 문자가 하나 왔는데, 확인해 보니까 서하 님이 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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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만 듣고 영상을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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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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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건 있어서는 안 되는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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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째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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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 MK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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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미 문자 내용까지 절반 넘게 공개함 ㅅ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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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예린이 적당히 팼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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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업보다 ㅅ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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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문은 진짜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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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하시던지77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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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님 ㅎㅎ 분내 존1나게 나시네용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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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얼마나 소심한거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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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커여움 ㄹㅇ GOAT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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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알았어 육수 하면 되잖아 시@발 ㅋㅋㅋ 한다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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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캠으로 내 대가리가 깨질 줄이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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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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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용계정555 님의 2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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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이미 클립으로 따서 ㅈ@ㄴ 뿌렸는데 저 잘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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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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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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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장 이예린의 방송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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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창 소통 방송 중인 그녀에게 채팅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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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님 ㅎㅎ 쪽지로 데스코드 링크 보냈으니까 메신저 들어오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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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진짜 왔다…!! 여러분 나 조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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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가볍게 인사만 드렸죠?? 오늘 제대로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거절하시면 재미없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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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이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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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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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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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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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갈게요! 들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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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런 수모를 줘 놓고 본인은 편안하게 방송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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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 꼴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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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가벼운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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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죗값을 징수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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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 버린 암울한 과거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무런 유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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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 고아로 태어나기를 바랐고, 장애인이 되기 위해 손가락을 떼어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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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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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과거의 일을 농담의 소재로 삼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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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힌 고통은 나의 과실이 아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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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타인의 관점에서는 다른 결로 읽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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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내가 웃음을 목적으로 그러한 농담을 던지던 들, 마음 편히 웃을 수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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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채팅창 여론이 그러한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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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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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고찰해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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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건 상호 간의 신뢰가 부족하기에 발생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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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재를 엮은 해학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는 건지 혼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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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트리머를 상대로는 이러한 점을 의도적으로 노려서 대응을 곤란하게 만들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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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에 빠진 상대의 반응 또한 유머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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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시청자까지 혼동하게 만드는 것은 내 의도와 상충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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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배우는 무대 바깥의 초청객들에게 웃음을 줘야 하지,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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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 과거, 주로 고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당분간 봉인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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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간이 길어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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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유서하’를 깊이 이해하게 되며, 나라는 인간이 과거에 연연하지 않음을 자연히 신뢰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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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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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저 들어왔어요…! 서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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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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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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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다음부터는 깜빡이 켜고 들어오시라면서? 그래서 켜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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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제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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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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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뭐하나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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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자꾸 머리 깨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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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한 년 ㅅ@ㅂ〕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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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러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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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태는 지난밤의 결심을 완벽히 허물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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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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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이예린이란 사람을 반드시 두들겨 패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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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내 직업적 책임 의식을 잠시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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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어는 봅시다. 왜 그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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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처음은 그냥 말실수로 끝났는데… 생각해 보니까 어제 저만 일방적으로 맞았잖아요? 갑자기 억울해져서 홧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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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결과적으로는 고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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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아뇨! 고의가 아니라 실수! 진짜 실수입니다!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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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네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당장 저만해도 평생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도 없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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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그럼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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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이해는 이해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따로 지셔야죠. 성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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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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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ㅋㅋㅋㅋㅋ 실수했다고 넘어가면 경찰이 왜 있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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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발언) 뒷사과 공개한 게 그 정도의 죄인가요?? ㅎㅎ 오히려 방송감 ㅈ되는 것 같은데 ㅎㅎ〕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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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ㅇㅈ 뒷사과하고 들킨 게 잘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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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벼르고 있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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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하시던지77 님의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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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사과 ^또^ 들킨 것 때문에 찐텐으로 이가는 부분이 개쳐귀엽네요 서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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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은 가끔 저러는 거 보면 우리려는 건지, 않으려는 건지 헷갈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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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보도 못한 신박한 방식으로 분내 풍기더라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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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문제는 한번이라도 말려들면 제대로 우려진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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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ㅈ@ㄴ 마려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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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채팅창의 분위기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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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랄 방송을 몇 번 거치며 조금은 줄어드나 싶더니, 이번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육수들이 다량 증식한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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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밴을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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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내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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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린 님 때문에 육수가 너무 늘어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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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거 좋은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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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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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방금 말 어디에서 긁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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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동정심도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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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를 임전 태세로 바꾸며, 신체의 모든 에너지를 지금의 싸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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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막타는 사장님이 16강에서 쳐야 하는 만큼, 목숨은 붙여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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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님이랑 대화를 해보니, 생각보다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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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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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갑자기…? 일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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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서로 어색한 부분이 있죠? 일단은 서로 알아가자는 취지로, 예린 님 트리위키부터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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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 자,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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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이상의 체급을 가진 방송인들은 어지간하면 개인 트리위키 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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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송인들 사이에서는 타인의 페이지를 흝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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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중 발생한 온갖 흑역사나 논란, 사건·사고들이 대놓고 기재 되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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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방금 그러한 금기를 대놓고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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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아쉽게도 논란 항목은 없고. 그럼 여담 항목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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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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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젖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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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악———!!! 아니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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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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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명치를 갈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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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뭐가 아니야 ㅋㅋㅋㅋ 2년 전부터 대놓고 2단계는 커졌는데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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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쟤 저거 언급하면 ㅈ1ㄴ 발작하지 않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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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지금 발작하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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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님! 가슴을 수술한 게 왜 부끄러운 일입니까?! 당당하게 말하세요! 내 가슴의 과반수는 실리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러분의 시각적 만족감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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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진짜 진짜 수술한 건 아니지만, 누가 그런 걸 방송에서 대놓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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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죄송합니다. 장기 휴방 이후, 수술 흉터가 아물 쯤에 복귀하셨지만…. 제가 아무래도 오해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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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그리고 가슴의 비대칭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잦단 말이에요! 그럴 경우 일반적인 확대 수술이랑 동일하게 취급하는 건 좀 억울한 일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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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꽤나 디테일하게 알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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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정도는 상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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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변명으로는 전체적인 치수의 상승에 대한 해명이 될 수는 없으나, 적당히 넘어가고 다음 내용을 읽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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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원에서도 말투·몸짓·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간접증거로 인정한 판례가 존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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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법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니, 오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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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부정한다면 100%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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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다음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예? 고등학생 때 성인 웹툰을 보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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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냥 어릴 때의 호기심으로! 아니, 엄청 옛날에 썰 풀듯이 흘린 건데 그것까지 적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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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이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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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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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청소년 보호법의 구조상 힘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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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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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봐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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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방송용으로 적당히 창작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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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장난으로 꺼낸 말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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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어, 진짜긴 해요. 의외로 여자도 그런 것에 흥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론 지금은 안 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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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런 성차별적인 말이 아니라, 미성년자가 어떻게 성인 웹툰을 볼 수 있어요?? 애초에 성인 인증을 통과 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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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당연히 엄마 주민 번호를 빌려서 뚫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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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하. 그런 방법이……?? 저는 못 쓰는 방법이라 발상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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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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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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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훅 들어오네 ㅅ1ㅂ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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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코끼리를 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코끼리를 상상할 수 있겠음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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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탈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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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렇게 변화구를 던진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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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중학교 시절에도 15세 이상 연령 제한이 걸린 게임을 하던 애들이 있었죠. 그것도 다 그런 식이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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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록!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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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피시방을 갈 돈이 없어서 가질 못했지만, 설령 갔더라도 헛돈 날릴 뻔했네요. 아니지, 연령 제한 없는 트리아키아만 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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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드디어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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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 건 농담이 아니라 진짜 방금 깨달아서 했던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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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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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못했던 과거의 비사를 밝혀낸 기분에 머리 한구석이 시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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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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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부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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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요!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쓰레기가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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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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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여러분!! 나 그런 사람 아니야!! 분명 어제 하던 거 또 하시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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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학창 시절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면…. 고아로 태어난 게 마냥 단점만 있진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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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인 얘기! 그런 밝은 얘기는 너무 좋아요!!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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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학교에서 단체 예방 접종을 맞으러 갈 때, 가족 관계를 조사하잖아요? 그럴 때 저는 기다릴 필요가 없거든요. 몸만 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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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악!! 좋은 얘기라면서!!! 날 속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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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나락쇼 본격적으로 시작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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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이년 키득대는 거 보면 이제부터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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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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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악질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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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는 재밌는 얘기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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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그냥 안 듣는 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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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이번에는 심각한 내용이 아니고, 그냥 학교 다닐 때의 가벼운 에피소드였어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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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불안해요…. 이거 익숙한 스타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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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능력이 없진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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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캠 중 트리아키아를 그나마 잘하기로 손에 꼽는 스트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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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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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리에 앉은 이상, 쇼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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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막바지에, 진로 수업이 있던 날이었어요. 가정환경 조사지를 받았죠. 대충 가족 구성원이니, 부모님 직업이니, 가족에게 배운 소중한 가치는 뭐니 물어보는…. 제가 적을 게 있나요? 그냥 공백으로 두고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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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더 이상 듣기 싫어!! 꺼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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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초청받고 찾아오신 상담사 선생님이 저를 다그치더라구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적어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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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악—!! 나,나는 슬퍼! 웃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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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다음이 재밌는 내용인데, 방금 걸 듣고 웃으면 문제 있는 거죠. 그렇게 제 가정사를 선생님께 풀었더니, 엄청 미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분위기 좀 풀고자 농담 하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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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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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 질문의 ‘가족과 갈등이 생겼을 때 푸는 법’에 대한 답변은 지금이라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요. ‘독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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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또 웃으면 조때는 개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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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은 중학교 때부터 ㅆ악질이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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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일하러 온 상담사 쌤은 뭔 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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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또1라이 새1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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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은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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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 3초동안 이해 못했음;; 와…. 와,라는 말밖에 안나오네… 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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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는 유머에 소질이 없던 탓인지, 상담사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곤 반쯤 우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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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웃음이 많은 청중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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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유머에도 이렇게나 반응이 다른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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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과 엮인 이야기, 졸업식에 가족사진을 혼자 찍은 이야기 등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더 들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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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아니이이!! 거기서 더 하시면, 저도 생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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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는데 다 듣고 가시면 안 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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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더 하신다?? 저 오늘 아침에 온 뒷사과 문자 내용, 여기서 낭독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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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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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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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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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공개가 되어버린 본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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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듣게 된다면 얼마나 큰 타격을 받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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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잔인한 행동을…?! 사람의 마음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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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서로 이쯤 하자고요!! 많이 때렸잖아!! 여기서 더 하셨다가 또 뒷사과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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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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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하 잘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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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꺼지면 또 후회할 확률 ㅈ1ㄴ 높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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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때리고 뒷사과도 함 더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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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쇼 → 뒷사과 → 뒷사과 공개 → 보복 나락쇼 → 뒷사과 → (반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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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도파민의 순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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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제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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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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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업무 모드와 뒷사과 공개에 대한 보복으로 무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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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무장이 벗겨지는 즉시 뒷사과가 마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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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증오의 연쇄를 끊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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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의미에서 예린 님은 내게 휴전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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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마무리는 저희 사장님한테 맡기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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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 언니쯤은 제가 이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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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봐야 스승이 만년 아마추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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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 오민성!! 도움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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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휴전 협정은 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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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누군가 먼저 깨뜨리지 않는 한은 지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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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원한 조약은 세상에 없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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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굳이 고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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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을 하는 쪽이 마음에 들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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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처럼 쉽게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내 손으로 깨는 것이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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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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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잘 놀았으니, 다음에 쿨이 찼을 때 또 가지고 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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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없이 살던 고아에게는 장난감 하나하나가 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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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린 님과의 대화는 또다시 ‘유서하 나락쇼’의 클립을 낳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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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큰 후폭풍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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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한테 이번에는 예린 님과 하하 호호 소담을 나누었다고 했더니, 한숨 한번 푹 내쉬고는 그러려니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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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익숙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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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소프트 업계에서 내 이미지가 고착화 되어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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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역할에는 망할 시청자들이 큰 몫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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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난번에 동요를 불러주는 조건으로 클립 나르기를 멈추기로 해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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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 네발로 달려가서 영도를 쏘는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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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게 나라를 떠받치는 수출 역군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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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도 변함없이 벨튀로 시청자들의 속에 불을 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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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키아 점수를 올리며 순위가 뒤처지지 않게 유지 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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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육수를 우려내는 놈들을 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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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합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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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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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서하야!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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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님. 푹 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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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야, 건너 듣기로는 나 없는 동안 장난 아니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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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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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아까 방송 켜자마자 쏟아지는 영도 다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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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 아이디가 뭔가요? 싹 다 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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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방 영도 단가 만 원부터라서. 배신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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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청자들은 대체 왜 그런 짓에 돈을 아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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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문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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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청자들의 지갑이 두툼한 덕분에, 같은 시청자 수의 방송과 비교해 후원이 잘 터지는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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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부계정785 님의 3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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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난데? 밴 하려면 하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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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거 존1나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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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스그청이다 서하야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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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모은 악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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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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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이런 놈들인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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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커다란 금액을 턱턱 후원할 때, 자신의 닉네임을 스트리머에게 각인 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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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의 시청자들은 그러한 명예 욕구가 조금도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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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금처럼 부계정임에도 만 원 이상을 쏘는 경우가 너무나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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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이니까 채팅 제한만 할게요. 기간은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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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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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이상을 쏘는 시청자는, 영구 밴 대신에 채팅 제한으로 판결을 낮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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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계정이더라도 영구 차단은 피하고 싶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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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방송을 켜기 전, 사장님과 합방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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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시청자는 만원이든 그 이상이든 괘념치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구 밴을 하겠다 결심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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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게 생각처럼은 안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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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후원금으로만 먹고사는 처지다 보니까… 제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모든 후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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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업 스트리머를 선언한 이후로 사장님께 합방 알바 비는 받지 않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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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을 진행할 때는 후원이 더 자주 나오기에 상호 이득인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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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만 원 이상의 금액은 특히 감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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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독하게 마음을 먹을 수 없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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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그래도 좀 화나네. 14일로 늘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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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후원으로만 긁는데 채팅제한 의미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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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ㅋㅋㅋ 얌전한 채팅용 계정은 따로 있다고 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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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은 준비물이 좀 많이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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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육수 님의 5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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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제한 해제 단가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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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없습니다. 얌전하게 형기 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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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 육수 님의 5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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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 50년인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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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제자CK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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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사장님이 여태 연습했던 성과를 증명할 날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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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슬슬 떨려온다. 서하야,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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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회 몇 번 나가 보셨잖아요. 이제 와서? 게다가 많이 연습했으니까 괜찮습니다. 엄청나게 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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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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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사장님의 티배깅 재능을 눈여겨봤다니까요? 이젠 당당한 티배깅 유저라고 자칭하고 다니셔도 될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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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실력이 늘었냐고 물은 건 티배깅이 아니라 트리아키아 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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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음… 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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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바로 대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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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장난이고, 그쪽도 많이 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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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목소리에 조금 쫄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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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PTSD가 올라올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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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서하야, 이젠 사장님도 아닌데 언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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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입에 붙어서 못 바꿉니다. 바꿀 생각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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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언니라고 부르진 않는구나… 대충 사정은 아니까 강요하진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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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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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CK는 공신력을 가진 대회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소프트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이벤트성 경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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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공식 해설진만 구했을 뿐. 실물 경기장을 섭외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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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참가자는 본인의 방송을 켜고 참가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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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자CK의 중계권은 소프트 스트리머라면 자유롭게 풀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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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소프트의 스트리머였기에, 사장님이 나오는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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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일정이 단 하루로 끝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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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여러분! 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3일간 폐관 수련에 들어갑니다…! 매장도 닫은 채 연습에 집중할 예정이니, 본선 때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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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예! 형님들! 복귀하자마자 죄송하지만, 저도 제자 놈 도와주느라 당분간 일찍 방종합니다! 그간 너무 방치했으니 벼락치기라도 시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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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정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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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16강을 나눠 치르고, 그 이상부터는 각각 하루씩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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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직전 이틀의 휴식일까지 포함하여 총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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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빡빡하지만, 직전에 열렸던 STL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받아내기 위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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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뭐… 하던 대로 방송을 하다가, 이번 제자CK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개인 대회 연습에 들어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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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너 개인 대회 나가냐?? 곧 개최되는 거면…. 타우린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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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찬호 님은 안 나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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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뭐. STL 준우승했으니까. 그런데 거기 좀 쟁쟁할 텐데? 내 주변 좀 치는 애들 다 신청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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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누구누구 있을까요? 여쭤봐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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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내가 아는 사람만 세면… 룡이, 울제, 준서 형, 도현이 형, 인성이…도 나가긴 하는데, ‘치는 애들’에 포함이 안 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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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온 이름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마지막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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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 맵에서 지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용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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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의 가장 강력한 지상 유닛, [데스나이트 울라리]를 기본 유닛마냥 생산하는 미친 생산력이 특기인 ‘울제 태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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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전성기 때 크게 유명세를 떨친 올드 게이머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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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이 무슨 STL 못지않게 살벌했다. 마지막은 다시 한번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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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인성이가 누군지 알지? 클립으로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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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랑 비슷한 부류시던데.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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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둘이 대화하는 거 보고 웃참하느라 미치는 줄 알았다. 어떻게 다사다난한 둘이 딱 그런 식으로 엮이냐? 아무튼 리그에서도 만날 수도 있다는 거 알아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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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민성 님도 나가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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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예선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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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탈 시켜버리고 매일 같이 놀리러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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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와 찬호 님은 폐관 전 마지막 기회라는 듯, 열심히 사장님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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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컨트롤에 관한 부분은 도저히 늘지가 않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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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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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마지막 합방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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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스승님 모두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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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종종 댁에 찾아가서 알려드려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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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너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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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약속한 합방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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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1ㅂ 그러고 보니까 얘 합방 기간중에만 방송 켜겠다고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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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매일같이 방송 켜줄 거지???? 대회 전까지 열심히 한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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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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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육수나 우려라 ㅇㅇ〕 - 밴 처리 된 시청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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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튀라도 좋으니 방송만 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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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도 당분간은 일찍 갈 듯? 아직 사장님 실력이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거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봐줄 부분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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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련아 방송 켜서 돈 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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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긴 온다는 거지??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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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방송만 ㅈ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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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일주일에 두세 번 키고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 거라고 할 확률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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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밥을 일주일에 두 번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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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주기는 뭐…. 여러분 하는 거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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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서하야. 너 조련 좀 친다? 내 방 시청자들도 이렇게 길들였어야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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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님은 이미 늦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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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 말이다…. 준우승한 다음에 휴방하는 것도 이렇게나 눈치 보이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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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들 수고하셨어요. 저도 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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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수고했다. 중계 같이하기로 했지? 그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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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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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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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듯 오지 않을 듯 시청자들을 놀리긴 했으나, 그래도 성실하게 방송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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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벨튀를 해도, 곧 진짜 온다는 뜻이라며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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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방종 이후에는 사장님의 댁에 찾아가서 직접 코칭을 해주길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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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3일이 훌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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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악! 떨린다!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더니, 오히려 더 긴장돼…! 연습한 것만큼 못 나오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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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식 해설 방송에서 제자CK의 본격적인 개최를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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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는 각자의 방송을 켜고는 대기했는데, 그 여유 시간에 잠깐의 대화를 나눌 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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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사장님의 출전 순서는 가장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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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을 맡은 만큼, 저리 긴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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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장님. 제가 긴장이 풀리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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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게 있어?!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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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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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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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만을 위한 필승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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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한 그것을 읊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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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저녁 예린 님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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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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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내기 하나가 성립됐죠…. 16강에서 지는 사람이 공포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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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아아악——!! 나,나나나, 진짜 무서운 거 싫어한다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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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예린 님도 마찬가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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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년아 그런 내기를 왜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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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아시겠죠? 자, 이제부터 서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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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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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마법의 주문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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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남 일이니까, 마음 편하게 찬호 님과 중계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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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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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육수를 우리지 않는 스트리머 - 다운로드 진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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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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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el ID**: 37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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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URL**: https://novelpia.com/novel/37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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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회차**: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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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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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로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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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목 |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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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다운로드 | EP.0 (0.m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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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ID | 4909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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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er URL | https://novelpia.com/viewer/49096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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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로드 일시 | 2025-12-03 2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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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로드 수 | 0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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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뜀 | 0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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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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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Episode ID**: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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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Viewer URL**: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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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뛴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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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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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다운로드 명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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