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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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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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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4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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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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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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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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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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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진입함과 동시에,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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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자들이 참가자의 침입을 인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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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힘이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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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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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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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다섯 번째 시도'부터 시작되는 페널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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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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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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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하하하! 오빠?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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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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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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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동시에 집의 가족들이 죄다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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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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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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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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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이 있는 할아버지야 그냥 쏴 죽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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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가 있는 송이나 힘이 강한 진철 형이야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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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가 좀 염려되긴 한다. 시각과 청각을 차단한 채로, 시작하자마자 가족과 같이 있는 상황. 어떻게든 극 초반을 버티고 축복을 발동시킬 수 있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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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남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나, 승엽, 은솔 3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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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 누나는 절대 무리겠지. 경호원이 달려들 텐데, 답이 있을까. 이미 죽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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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도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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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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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어떡하지. 아예 작정하고 문을 쪼개고 들어올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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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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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옷장을 열어서 겨울옷을 최대한 껴입었다. 청바지는 세 겹을 겹쳐 입고, 스웨터 두 벌에 패딩 두 벌. 이 정도면 남극에 떨어져도 버틸 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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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식칼 정도로 뚫기는 어렵지 않을까? 부모님과 동생은 소드마스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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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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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젖힘과 동시에 단검으로 동생의 목을 찔렀다. 그 잠깐 사이에 식칼이 내 상체를 스쳤지만 역시나! 엄청나게 두꺼운 옷들을 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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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연거푸 찌르던 중, 뒤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피했지만, 등에 둔중한 충격이 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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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서자, 아버지가 방에 있던 골프채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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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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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 갑옷을 입은 느낌으로 옷을 잔뜩 입은 나와 달리, 가족들은 그냥 평상복이다. 지나치게 강한 저주로 인해 지성 자체도 내려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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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쓰러뜨리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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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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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지만, 가족을 전부 쓰러트렸는데도 '탈출'이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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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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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가 강해졌다'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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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오자, 지옥이 된 세상이 보였다. 모든 인간이 모든 인간을 향해 달려드는 대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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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명백히 '나'만 노린 '가족들'과 달리, 집 밖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섬세한 통제는 어려웠는지 그냥 미쳐 날뛰면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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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선 택시고 뭐고 최소한의 시스템이 전부 붕괴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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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방송국을 어떻게 가지? 이 지옥을 뚫고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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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운전해 보기로 했다. 설마 세상이 이 지경인데 무면허 운전이라고 잡아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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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까지의 길은 대충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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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직전,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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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위치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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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엽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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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솔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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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두 사람은 버티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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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강림'을 쓰자. 유산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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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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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운전은 생각보다 쉬웠다. 범퍼카 때 경험으로 최소한의 조작법은 익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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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싸우느라 바빠서 도로엔 차도 별로 없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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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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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별로 없다. 신호니, 속도제한이니 하는 건 싹 무시하고, 사람은 그냥 치고 가고, 여기저기 박아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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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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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나가서 운전은 제대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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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험난하게 방송국에 도착해보니, 정말 이 잠깐 사이에 너무나 보고 싶던 동료들의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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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10여 분 거리라는 송이, 알아서 차 타고 왔을 묵성 할아버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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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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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다. 네 상태창으로 확인해봐라. 죽으면 '사망'이라고 뜬다며? 나머지는 올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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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주기적으로 봤는데, 엘레나랑 진철 형은 살아있어요. 어떻게든 오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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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는 무슨 펭귄 흉내 내냐? 그 옷은 대체? 아하! 이거 머리 좀 썼구먼? 하기야 너는 총이 없으니. 역시 내 후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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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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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제 벗는 게 어떻냐? 너무 더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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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될 생각은 없지만 더운 건 사실이라 옷을 적당히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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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직원들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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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다들 '준비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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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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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위에서 안 내려온다. 아마도, '우리'가 오는 걸 눈치챘으니 자기들 나름대로 대비 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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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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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총이다. 방송국 정도면 청원 경찰이 있겠지. 최대한 총을 챙겨올 듯하다. 그래서 나랑 송이도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게다. 멧돼지 놈이 와서 어디 방패 비슷한 거라도 들어야 우리가 진행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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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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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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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간지럽다 싶어서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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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론이고, 이빨처럼 보이는 것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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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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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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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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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상의를 걷어서 배 상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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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입 하나가 새로 생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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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나 송이는 괜찮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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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말없이 상의를 살짝 걷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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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눈알과 혓바닥이 뒤섞인 살덩이들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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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저주의 힘이 강해진다'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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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젠 우리의 몸 자체도 뒤트는 모양이지. 송이는 오른팔에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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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버티긴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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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생각해라. 어차피, 이런 장소에서 오래 있을 생각이었냐? 두 명 오는 대로 병원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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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제가 강림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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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실 나도 그걸 믿고 101호 한 번 더 들어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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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제 투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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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른 방으로 가는 게 맞았다고 본다. 그런데, 뭐 네 강림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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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철 형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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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이 새끼야! 설마 또 어머니를 데려온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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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또 그런 실수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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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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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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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엘레나가 오기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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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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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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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천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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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녹여낸 듯한 머리칼이 물결처럼 파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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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의 광휘를 뿜어내는 저울이 그녀의 주변을 나선으로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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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로 엘레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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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있던 동료 전원이 넋이 나가서 입만 벌리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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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우리를 무시하듯이 지나쳐서 방송국 위층으로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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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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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엘레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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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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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뛰어라! 이미 정의를 발동한 상태라 멈출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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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이미 '정의'를 발동한 상태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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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달려가며 엘레나의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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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찢어진 블라우스 원피스는 아름다우면서도 엘레나의 몸을 드러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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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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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크게 뜨고 보니 옷이 여기저기 찢어진데다 사방에 상처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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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동료들도 이 사실을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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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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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엘레나의 '행동'이 강제되는 것과 별개로 대화 자체는 가능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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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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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언니가 달려들어서요. 뒤늦게 축복을 썼지만, 이미 생긴 상처가 치료되거나 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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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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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을 올라가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저항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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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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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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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직원들은 사무실 내벽이나 책상 등을 바리케이드처럼 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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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하게 뚫는다 생각하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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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매우 손쉽게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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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력이 직원들을 내던지며 전부 기절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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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보이지 않는 손이 사람들을 제압하는 상황이니 바리케이드 따위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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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 가만 보니, 직원 중 죽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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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어제 아리의 말을 듣고 저주의 피해자라 해도 '제압'은 할 수 있게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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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축복에 대해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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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앞으로 걸어가는 엘레나에게 끝없이 피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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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는 총탄도 막아내고, 직원들이 세운 바리케이드를 무시하며 제압하는 압도적인 '정의'의 힘조차도, 엘레나가 이미 입은 상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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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걸어가는 상황이니, 결국 우리끼리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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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어떡하죠? 엘레나 언니가 저 상태로 끝까지 싸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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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돌겠다! 차라리 멈출 수라도 있다면 내가 출혈이라도 막겠는데, 숫제 멈추지도 않고 다 쓸어버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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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옥상까지 최대한 빨리 갑시다. 이미 6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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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서 엘레나를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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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집행을 방해한다고 공격받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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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할 생각 없다. 내가 들고 위층으로 뛰면 되는 것 아니냐? '축복' 자체가 무슨 인공지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방해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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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이 뛰어가서 엘레나를 양팔로 들고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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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엘레나도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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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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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엘레나가 혼절했다. 집행을 강제하는 '정의'의 힘도 엘레나 본인의 몸이 버티지 못해 기절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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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밑의 직원들은 다 무력화된 상태다. 여기 두고 우리끼리 올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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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두고 가면 안전할까요? 직원들은 죽은 게 아니라 기절했을 뿐입니다. 엘레나가 '우리를' 공격할까 봐 확인 사살도 못했고요. 직원들이 깨어나면 엘레나를 죽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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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데려간다는 말이냐? 괴물들이 넘실거리는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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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세요. 데려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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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가리키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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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이 엘레나의 주변을 공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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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 사라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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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요. 그냥, 엘레나 본인의 몸이 기절했을 뿐. 어떻게든 깨어나면 다시 싸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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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이 심해서 기절했는데 대체 무슨 수로 깨어난다는 말이냐! 이제 곧 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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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상태로도 축복이 작동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깨어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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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데려갑시다! 내가 들고 갈 테니까! 어차피 무겁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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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업겠습니다. 형이 더 자유로워야 올라가기 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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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를 곧 깨어날 직원들 사이에 두고 떠난다'라는 선택지를 차단하듯이, 진철 형이 바로 엘레나를 들고 움직일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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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진짜 형이 업으면 전투력 손실이 너무 크다. 내가 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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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냄새가 훅 올라온다.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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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할아버지도 더 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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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옥상. 병원 입구와 연결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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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시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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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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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끌 필요 없겠지. 서로 한 번씩 바라본 후, 결의를 다지며 병원으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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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101호의 끝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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