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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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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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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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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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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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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들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101호 앞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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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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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마무리 지을 때가 되었다. 다섯 번째부터는 '이상해진다.' 그 의미도 궁금하긴 하나, 목숨 걸고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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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내심 이번에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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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도 주머니의 빨간약을 연신 확인하는 것이, 여차하면 약 먹고 깰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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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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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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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하게 시작하자마자 필터로 덮고, 수강 신청을 핑계로 방에 틀어박힐 명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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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컴퓨터를 통해 검색을 시작했다. 신세계 병원, 이혁진,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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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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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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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정도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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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소 가슴이 먹먹해지는 비극을 이해했다. 무대 전체를 악몽으로 물들인 배경은 의외로 세상 어디에나 있을법한 작은 슬픔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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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가 '빌런'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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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다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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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찾으면서 시나리오를 알아내는 일에도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썼고, 순간이동으로 가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가족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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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가 꽤 늦게 도착할 것 같다. 출발하자. 모두에게 전달할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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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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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알아낸 정보들. 생각보다는 상투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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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로 세상을 망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망쳤는지는 대충 알겠다. 슬슬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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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있었던 회의를 떠올렸다. 순간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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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상상도 못 한 방법이 아닌가? 확실히 그 방법대로라면 나도 이 짜증 나게 큰 집의 모든 위험을 무시하고 방송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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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완벽한 계획은 없다. '순간이동 플랜'에서 우리가 찾아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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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감염된 후에 '또 다른 나'가 일정을 바꿔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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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막기 위해, 나는 아침부터 스마트폰으로 바삐 '방송국 일정'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비서와 이사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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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카톡 살짝 하는 정도로도 저주가 전파되는 느낌. 정말이지 악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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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비서는 물론, 이사,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내 일정을 알려 '방송국 방문 일정'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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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되겠지? 이제 미래의 내가 알아서 방송국을 잘 가기를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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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었다. 건너편에서 사람들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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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이 흐릿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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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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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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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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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가볍게 밀친 후, 거리를 두고 방송국에 면접이 잡혔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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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 정도면 되나? 이제 저주에 감염되고 나면, 면접 보러 방송국에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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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문자로 도장 관장님께도 보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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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명에게 어디 갈 거다! 하고 말해놨으니, 저주에 감염된 후로도 웬만하면 그대로 따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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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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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이 흐릿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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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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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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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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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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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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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도부터는 송이의 '감각 차단'을 받은 채로 시작하니까 당연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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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바로 옆에 언니가 만져지는데도 내 이성은 아직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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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나는 무슨 정보를 찾는 건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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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시작부터 언니 옆에 있으니 송이의 도움으로 감각을 차단한 채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눈이 안 보이는데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쓸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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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의 옷을 꺼내서 갈아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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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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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렵구나. 안 보이는 채로 촉감만으로 옷을 골라서 갈아입는 것. 생각보다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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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곧 ABS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방송국에 꽤 자주 나가는 몸! 이 정도 계획이야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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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시각과 청각이 돌아온다.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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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기괴한 무언가'를 뜯어먹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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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이 흐릿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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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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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하는 기분에 스스로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자, 누군가 어깨를 툭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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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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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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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있었네. 꽤 일찍 오셨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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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도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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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양이 곧 도착할걸세. 대화창을 쓰기 시작한 걸로 보아 거의 다 온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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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인 군, 진철 씨, 은솔 언니만 오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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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인 군은 꽤 오래 걸리겠지. 동생을 데리고 택시를 타고 오기로 했으니. 은솔 양은…. 아마도 오지 못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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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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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켜서 뉴스 확인하게. '이 무대'의 세상에선 지금 난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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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스마트폰을 켜보자, 뉴스 톱기사로 대양 그룹 회장 인간사냥 도중 사망이라는 기사가 잔뜩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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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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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짓을 하는 회장이면 잘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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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 대충 다 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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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대양 그룹 회장님 딸인 것도 건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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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선 못 오겠구나. 무슨 일정이라 한들 전부 취소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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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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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무언가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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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진철 씨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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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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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망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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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씨는 혼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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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씨 옆의 나이 든 아주머니, 아마도 종종 말하던 '어머님'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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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성 할아버님도 침음성을 토해내며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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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병신 멧돼지 새끼! 뭐 하다 엄마를 데리고 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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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저렇게 가족이 옆에 붙어있으면 진철 씨는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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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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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자가 자연스럽게 대기실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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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어떡해? 이러면 저 아주머니 때문에 우리까지 전부 이성을 잃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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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벽에 붙어! 최대한 저 병신들과 거리를 벌린 채로 버텨보자. 곧 송이가 올 거다. 송이가 환각을 어떻게 잘 쓰면 저 둘을 떼어놓을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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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둘 다 대기실 벽에 바짝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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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씨와 어머님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사이좋은 모자. 면접이 어쩌고, 취직이 어쩌고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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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자. 버티자. 송이가 와서 어떻게든 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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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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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날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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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저 아가씨 비xx회담에 나오는 그 아가씨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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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거기 4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날 알아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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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감사했을 텐데. 하필 이런 장소. 이런 상황에서 날 알아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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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황급히 종이를 꺼내 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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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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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팬이셨구나. 어머 고마워라. 세상에 내 팬은 몇사람 있지도 않을 텐데 놀랍게도 진철 씨 어머님이 그중 한 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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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다. 덕분에, 곧 내가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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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어서 좌우로 움직여봤지만, 대기실이 무슨 운동장도 아니고 피할 장소가 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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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없이 다가올 운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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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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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대기실의 모든 것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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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 할아버님을 바라보자, 할아버님이 총을 꺼내 들고 있었다. 뭘 어쩌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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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누굴 쏘시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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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지금 저 멧돼지 새끼 어머님을 죽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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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씨가 흥분하면 어떡하죠? 지금은 저 '가짜 어머님'을 진짜 어머님처럼 생각 중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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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봐야지. 저 어머님만 쏴 죽이면 진철이 주변엔 우리밖에 없으니 곧 정신을 차릴 거다. 몇 초만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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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표정이 그야말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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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총이 있다고 해도, 주먹으로 콘크리트 벽을 부수는 초인에게 '몇 초'를 버틴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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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차라리 총으로 진철 씨를 쏘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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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차례 드러난 사실. 진철 씨의 괴력과 별개로, 몸의 내구성이 총알을 튕겨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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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죽이고 나면 진행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니 어떻게든 살려서 정신 차리게 하는 방향으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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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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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이 총을 어머님 쪽으로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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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가오던 '어머님'이 그걸 보더니 갑자기 물구나무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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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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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어깨춤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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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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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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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씨의 포효가 방송국 1층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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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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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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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꿈인가? 악몽인가?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한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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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도 날 응원하겠다며 따라오셨다. 극구 말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방송국 밥이나 한번 드시고 가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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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들어서서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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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안쪽에 두 사람 정도가 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벽 쪽으로 붙어 있어 잘 보이지도 않아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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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저 아가씨 비xx회담에 나오는 그 아가씨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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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누구 말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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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가씨! 어머 어머! 내가 사인 좀 하나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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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아가씨 쪽으로 황급히 다가서려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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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을 입은 떡 벌어진 체격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노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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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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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도 하기 전에 어머니의 어깨춤에서 피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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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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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가득히 열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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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의 힘을 실어서 노인을 향해 도약했다. 한순간에 10M? 그 이상의 거리를 좁히자 노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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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이 나를 향했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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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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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새끼야! 제발 정신을 차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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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총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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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실은 내 주먹이 노인을 향하자, 노인은 자세를 잡더니 타이밍을 맞춰 손바닥으로 내 펀치의 궤도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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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틀려고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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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짓. '겨우 이 정도 힘'으로는 내 팔의 궤도를 전혀 꺾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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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노인은 머리를 비틀며 내 주먹을 벽에 꽂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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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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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벽을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방송국 대기실 벽이 크게 파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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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노인은 어딘가 포기한 기색으로 다시 총을 꺼내 들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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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회를 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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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발로 노인을 걷어차며 총을 떨어트리게 했다. 한 번의 발차기에 노인의 다리가 으스러졌다. 노인은 바닥에 나뒹군 채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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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이 미친 노인을 패놨으니 이제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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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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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총에서 들리는 소리.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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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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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어머니가 말했던 비xx회담에 나왔다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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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적으로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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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아가씨다. 외국인? 방송국이니 연예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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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아가씨가 그사이에 튕겨 나간 총을 집어 들기라도 했는지, 손에 총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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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총으로 '어머니'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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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지? 왜 갑자기 미친 노인에 이어서 연예인까지 내 어머니를 죽이려고 이 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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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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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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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까의 노인과 달리 저 아가씨는 권총을 잘 쏘지 못하는 모양. 어머니 근처도 못 가고 총알이 엉뚱한 곳으로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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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총 정도는 빼앗아 둬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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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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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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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 내가 엄청난 잘못을 하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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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지? 오히려 나랑 어머니가 피해자인데 왜 이런 기분이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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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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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내 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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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못 쏘네. 그렇지만, 이러다가 눈 먼 총알에 한 방 맞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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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손짓 한 번에 총을 빼앗고, 가볍게 한 대 쳐서 기절이라도 시키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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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방송국으로 들어왔다. 여학생? 교복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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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팔이 번쩍거리는가 싶더니 심상찮은 광채가 나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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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 아찔한 힘이 나를 덮친다고 느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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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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