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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휴식, 호텔 지하층 - '살아있는 수영장' (2)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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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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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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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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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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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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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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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닥이 출렁거렸다. 내가 뭔가 밟기라도 한 건가? 의아하게 생각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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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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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시발이게뭔데개시발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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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과 욕설이 수영장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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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솟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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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갑자기 입술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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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사람의 입술만 떼어서 붙여둔 것 같은 거대한 입술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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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만 한 혓바닥. 아니 저렇게 쭉쭉 늘어나는 걸 무슨 ‘혓바닥’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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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혀가 저런 느낌으로 쭉쭉 늘어나서 파리를 잡아먹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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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가 파리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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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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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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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해서 시선을 오른쪽 다리로 옮기자, 바닥에서 솟아오른 혓바닥이 발목을 휘어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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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어도 보고, 손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혓바닥을 떼어내려 시도했지만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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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밧줄이 다리를 꼭 붙들기라도 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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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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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울음소리.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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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입술’이 아무리 봐도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모양새로 비틀어진 채 소리를 지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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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진철 형은 우리랑 다르다. 그냥 숫제 힘으로 혓바닥을 ‘뜯어내서’ 내동댕이치자 입술이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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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괴물도 고통을 느끼는구나. 마치 사람 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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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밧줄을 뜯어내는 듯한 괴력으로 혓바닥을 두어 개 끊어버리자, 질리기라도 한 건지 더 이상 혓바닥이 진철 형 쪽으로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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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자 진철 형은 빠르게 돌아다녔고, 1분도 안 돼서 은솔 누나가, 승엽이가 그리고 내가 자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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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 사태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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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 어푸 흐어어억 쿨럭, 제발, 제발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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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 시점에서 물속에 있던 두 사람, 엘레나와 송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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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서 수영장 안쪽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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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거대한 – 입술. 너무나 거대한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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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바깥의 벽이나 바닥에서 솟아난 입술들과는 크기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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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무슨 고래의 입 수준의 크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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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나온 혀의 굵기도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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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혀들의 굵기가 가는 팔뚝 수준이었다면, 저 혀는 웬만한 사람 다리만 한 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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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혀는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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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진철 형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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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요 며칠간, 저 형의 상식 밖의 괴력은 여러 차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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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리만 한 굵기의 혀라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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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 콘크리트를 으깨는 괴력의 소유자라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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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내 희망적인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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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아니 진짜 이 새끼는 주둥이가 왜 이렇게 커! 가인아!! 와서 같이 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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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달려갔다. 형은 한쪽 팔로는 엘레나를, 다른 한쪽 팔로는 송이를 당기는 차력 쇼를 벌이다가 한 손을 놓았고, 나는 죽을힘을 다해 송이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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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면서 – 순간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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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힘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결국 혀. 강철처럼 단단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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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도 힘으로도 물컹한 감촉인데, 그간 봐온 진철 형의 힘이라면 충분히 혀 자체를 힘으로 끊어버릴 만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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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른 사람을 구할 때 작은 혀들을 무슨 썩은 밧줄 끊듯이 1, 2초 만에 툭툭 끊는 걸 보았기에 큰 혀라 해도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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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서 송이를 당기기 시작하고서야 문제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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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 일어나자마자 송이, 엘레나 둘 다 물 밖으로 나오려고 했지만 늦었고, 그래서 여전히 몸의 태반이 물 안에 들어가 있었다. 당연히, 다리를 붙잡고 당기는 혓바닥도 물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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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안에서는 가만 떠 있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사람이 어떻게 저 안에 들어가서 혓바닥을 끊어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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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영을 잘해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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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강한 것과 별개로,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서는 물 안에서 몸을 지탱할 게 없는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쓰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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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조금씩, 나와 송이가 동시에 수영장 바닥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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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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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바닥의 입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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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더더욱 버티기 힘든 압력이 가해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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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입! 저 입! 벌어진 입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혐오스러운 이빨들이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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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저기 들어가면 곱게 죽기는 글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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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들어가서 죽는 거에 비하면, 101호에서 얼어 죽었던 건 꽤 자비로운 죽음이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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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벌어지자 송이의 비명과 울음이 섞인 소리가 두 배는 커졌고, 이젠 귀가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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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그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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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무언가 금속의 물체가 내 옆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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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제 단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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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를 들어가기로 했던 아침, 복도에서 찾았던 장식용 단검이다. 정작 101호에선 쓰지도 못했지만, 그 후로도 가지고는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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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화려하고, 비싸 보여서 내심 앞으로도 들고 다닐 생각이었고, 승엽이나 진철 형과 저걸 가지고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놀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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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비싸 보이는 몇천만 원, 어쩌면 몇억짜리 예술품을 가지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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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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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옷에서 단검을 꺼내서 던진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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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를 이해했다. 단검을 집어 들고, 죽을힘을 다해 혓바닥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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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혀는 힘이 강한 것이지 강철처럼 단단한 게 아니니까, 날붙이를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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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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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단검이 혀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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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엄청나게 질긴 고기를 자르는 듯한 뻑뻑한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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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 나올 정도의 악취와 피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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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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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해진 귀조차도 뻥 뚫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명이, 다른 모든 소리를 억누르고 수영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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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나와 송이가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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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빠, 고맙 - 퉤엣, 고맙 - 쿨럭,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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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나중에 하고 숨이나 고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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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그런 소리는 나중에 하고 여기 혀도 좀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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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렁쩌렁 울리는 굵은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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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의 발목의 혀를 찍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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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몸을 바닥으로 숙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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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갑자기 이게 무슨 - 그리고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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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렇게 허공에 붕 떠본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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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야가 훅 떠올랐고, 내 몸은 무슨 7, 8m를 새처럼 훌훌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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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악!!! 하 씨바아아아아아알!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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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으스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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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가 망치로 두들겨 패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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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알아차렸다. 저 미친 혓바닥이 – 마치 투포환처럼 날아와서 날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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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래서 허리를 숙이라는 경고가 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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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떡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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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미래라도 읽고 미리미리 경고해 주지 그랬냐. 그거 봤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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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 와중에 저 '경고'의 메커니즘을 일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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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은 언제나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했을 때, 불과 몇 초 내에 위기가 덮칠 때나 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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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호텔 편의시설을 돌아다니고, 수영장에 들어가던 순간까지도 '현자의 조언'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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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저 입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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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입이 나오고도 경고는 즉시 뜨지 않았고, 입의 혀가 나를 반 죽이기 직전이 된 후에야 경고가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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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 이 '조언'에 생각보다 약점이 많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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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늦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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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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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사람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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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치이면 이런 감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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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너무나 아프다. 오히려 너무 아파서 정신을 잃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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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선가 – 붉은 액체가 뿌려지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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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뭘까. 이 와중에도 궁금하다. 은솔 누나가 이상한 통을 휘두르면서 액체를 마구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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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그 액체는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힘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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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가 닿을 때마다 혓바닥들이 화들짝 놀란 것처럼 도망가는 정도를 넘어서 그냥 널브러져서 파들파들 떨었다. 심지어, 큰 혀조차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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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혀에 통을 비울 기세로 액체를 들이붓자, 나를 강타한 혀와 엘레나를 붙들던 두 혀가 좀 전까지 보인 역겨울 정도의 기세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처럼 그냥 바닥을 굴러다니며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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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 누나는 대체 무슨 기적의 마법 약이라도 얻어온 것인가. 저런 괴물을 저렇게 쉽게 무력화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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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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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일어나던 소용돌이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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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혼란이 가라앉았을 때,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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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언니 오빠 오빠 오빠 어떡해요. 가인 오빠가 안 일어나요 안 일어나 가인 오빠?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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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야 정신 사나우니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봐. 진철이 너 운동 좀 했다면서? 응급처치 이런 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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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는 겁니다. 팔이…. 팔이 그냥 다 으스러졌어요. 그나마 팔 쪽이 충격을 흡수해서 이 정도지, 배를 맞았으면 이미 죽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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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거. 이거 아무리 봐도 팔만 다친 게 아니야 그지? 날아갔어…. 나도 봤어. 가인이가 그냥 10m는 날아가서 박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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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봤습니다. 이거 안 봐도 내장도 다 지랄이 났어요. 이거는, 이거는…. 제가 이렇게 부목만 댄다고 될 게 아니라 의사가 와야 하는데, 아니 시발 호텔 개새끼들아, 의사가 와야 한다고!!!!! 안 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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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누나…. 그 마켓에서 뭐라도 사야 하지 않아요? 무슨 포션 그런 것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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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마켓 품목은 일반 상식에서 안 벗어나. 총도 없는데 무슨 포션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사실 있어도 답이 없어. 이미 캡사이신 샀고 지금 감고 있는 붕대도 사서 주 3회 다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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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소리. 말소리. 너무 시끄러워서 어렴풋이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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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 기적의 마법 약의 정체는 캡사이신이었구나. 생각해보니 혓바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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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에 캡사이신 원액을 들이붓는데 그걸 버티는 게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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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 혀가 얼마나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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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그 혼란한 와중에 캡사이신을 떠올린 누나의 순발력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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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내 팔에 뭐가 닿아있고, 사람들이 허둥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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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소녀. 그럴 필요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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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나간 것처럼 서서 덜덜 떨고 있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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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미녀의 걱정을 받는 걸 보니 헛살진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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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있는 소년. 쟤는 대체 왜 달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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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나가서 스스로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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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야의 한편에서 깜빡이는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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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105호로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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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휴식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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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먹을 것과 마실 것, 자는 곳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끝이 아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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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릴 때 했던 게임에서 ‘여관’은 자고 일어나면 체력과 마력이 전부 차는 곳이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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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죽을힘을 다해서 딱 두 마디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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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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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나에게 남은 모든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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