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17 lines
11 KiB
Markdown
217 lines
11 KiB
Markdown
|
|
11화 - 휴식, 호텔 지하층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2일 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
|
|
|
현자의 조언 : 0]
|
|
|
|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넋이 나갔다.
|
|
|
|
진철 형은 바닥에 널브러져서 흐흐, 흐흐, 하는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고 은솔 누나는 커피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만 한 10잔을 들이켰다.
|
|
|
|
송이는 예전처럼 분재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울먹거리면서 해피…. 솜이…. 하는 섬뜩한 말이나 하고 있었고, 엘레나는 은솔 누나 건너편에 앉아서 온몸을 웅크렸다.
|
|
|
|
나는….
|
|
|
|
그냥 머리를 비운 채로 서성거렸다. 대체 뭘까?
|
|
|
|
우린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온 것인가.
|
|
|
|
기억을 되새긴다.
|
|
|
|
미쳐버린 가족들, 아니 ‘그것’들을 가족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
|
|
|
가족의 외모를 베낀 괴물들이 내 정신까지 능욕했다.
|
|
|
|
이상한 생각을 당연하게 여겼고, 종국에는 한겨울에 알몸이 돼서 뒹굴다가 얼어 죽었다.
|
|
|
|
다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하겠지.
|
|
|
|
서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물어볼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
|
|
|
궁금하지도 않고 대답할 생각도 없으니까.
|
|
|
|
그리고 -
|
|
|
|
우리 중에 멀쩡한 단 한 사람이 돌아왔다.
|
|
|
|
“저기, 30분쯤 후에 점심시간인데, 이제 슬슬 105호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
|
|
|
다섯 명의 침묵.
|
|
|
|
억지로라도 입을 열었다.
|
|
|
|
“그렇지…. 밥 먹어야지. 그리고, 승엽아 정말, 정말 고마워.”
|
|
|
|
내가 먼저 공치사를 시작하자 정신이 나가 있던 사람들도 바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
“아이고…. 내가 뭐 다 지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폼 잡고 들어간 게 다 쪽팔리다. 설마 이런 이상한 일이 있을 줄은! 승엽아, 아니 승엽 용사님, 진짜 고맙습니다. 용사님이 아니었으면 정말이지….”
|
|
|
|
“그러게요. 승엽 군 아니었으면 우리 다 거기서 비참하게 끝이었네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
|
|
|
돌아가면서 감사를 표하기 시작하자 어느샌가 얼굴이 화끈해진 승엽이가 손을 내저었다.
|
|
|
|
“아니에요! 사실 저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사실 왜 제가 탈출 성공이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어? 어? 하다 보니 갑자기 막 떠가지고. 아하하, 진짜 진짜 이러시지 않아도 돼요.”
|
|
|
|
생전 처음 받는 여러 사람의 찬사를 접한 기분인 걸까?
|
|
|
|
어린 중학생 남자아이의 멘탈로는 감당이 안 되는지 입꼬리가 찢어지는 걸 주체를 못하는 게 보였다.
|
|
|
|
그나마 다행이다.
|
|
|
|
활기찬 중학생 한 사람이라도 저렇게 멀쩡하고 입꼬리 찢어져라 웃는걸 보다 보니, 장내의 우울증으로 가득 찬 듯한 분위기도 어느샌가 조금은 사라졌다.
|
|
|
|
다들 주섬주섬 챙겨서 일어난다.
|
|
|
|
“자! 그러면 다들 승엽이에게 만세 삼창하고, 밥 먹으러 갑시다. 결국 인생 뭐 있나? 일단 입에 쑤셔 넣어야지. 만세! 만세! 만세!”
|
|
|
|
“만세!!! 만세!!! 만세!!!”
|
|
|
|
승엽이에게 고마운 마음 반, 트라우마에 가까운 기억을 만세 삼창으로 풀어내려는 마음 반을 섞었다.
|
|
|
|
이제는 얼굴이 딸기만큼이나 붉어진 소년을 향해 다 같이 만세 삼창을 외친 후, 105호로 돌아갔다.
|
|
|
|
*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
|
|
|
|
날짜 : 2일 차
|
|
|
|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
|
|
|
현자의 조언 : 0]
|
|
|
|
식사 시간 10분 전.
|
|
|
|
마음을 가라앉히며 화장실에서 세안하고, 이리저리 옷도 갈아입고 하면서 상태창을 주시했다.
|
|
|
|
날짜도 현자의 조언도 갱신되지 않았다.
|
|
|
|
분명, 그 지옥 같은 장소에서 하루를 이상 있지 않았던가?
|
|
|
|
아침에 수목원을 가다가, 오리고기 식당을 들르고, 리조트에 가서, 하룻밤 지샌 후 스키를 타고 사망.
|
|
|
|
하루를 잤으니 날짜가 넘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
|
|
|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
|
|
|
생각해 보면 그 악몽 속 사건의 진행은 정상이 전혀 없었다.
|
|
|
|
단순히 사람들이 싹 미쳐있었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
|
|
|
장소를 옮길 때는 딜레이가 전혀 없고 잠을 잘 때도 눈만 감았다 떴는데 아침.
|
|
|
|
그때는 나도 같이 미쳐서 당연한가 보다 했지만, 이제 생각하면 하나같이 기현상.
|
|
|
|
어쩌면 실제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
|
|
|
시간을 정확히 체크한 건 아니지만, 아침 식사 후 101호에 곧장 진입했으니 늦어도 9시 전엔 진입했을 것이다.
|
|
|
|
다 같이 나온 시점은 아마도 11시 20분 정도.
|
|
|
|
처음에는 진입하고 다음 날의 11시 20분이 됐다고 착각했지만….
|
|
|
|
인제 와서 보면 그냥 아침에 진입해서 점심 무렵에 나왔을 따름이다.
|
|
|
|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물론이고 진철 형 같은 스트롱맨도 떡실신 시킬 만큼의 끔찍한 악몽이라니….
|
|
|
|
대체 이 호텔에는 얼마나 더 끔찍한 일들이 기다리는 걸까?
|
|
|
|
휴식이 필요하다.
|
|
|
|
‘겨우 두 시간 고생’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마음이 무너졌다.
|
|
|
|
“우리, 한동안 좀 쉽시다.”
|
|
|
|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그 진철 형 입에서 바로 쉬자는 소리가 나왔다.
|
|
|
|
“그래…. 오늘은, 아니 내일까지도 좀 쉬자…. 일단은 점심부터 맛나게 먹자. 여기 그래도 밥 하나는 항상 잘 나오는 게 딱 하나 고맙네. 그냥 나가게 해주면 100배는 고맙겠지만.”
|
|
|
|
“너무…. 아 흑…. 너무….”
|
|
|
|
“그만! 유송이 뚝! 오늘로 다 같이 약속! 저 방에서 있던 일은 그냥 딱 잊기.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기. 우리는 그냥 며칠 동안 지독하게 악몽을 꾼 것뿐이야. 다들 고개 내려서 자신을 살펴봐. 뭐 바뀐 거 있어? 전혀 없지? 다 건강하지? 그냥 악몽 한번 꾼 거야. 잊고 끝낸다!”
|
|
|
|
조금씩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
|
|
|
“누님이 저보다 훨씬 낫소…. 그럽시다. 고기 앞에 두고 이상한 소리 하는 게 아니지.”
|
|
|
|
“네. 다들 긴장 좀 풀고 먹어요. 그리고. 이거는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 며칠이 아니고 아마 2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을 거예요.”
|
|
|
|
“엥? 내가 며칠 동안 작은 오빠랑, 아니 내용은 됐고, 분명히 며칠을 뭐 했는데?”
|
|
|
|
“아니, 아마 가인이 말이 맞을 겁니다. 내가…. 기억을 좀 돌이켜 봤는데 진행이 이상해. 누님도 돌이켜보면, 아니 돌이키진 마시고, 진행이 하여튼 이상했을 겁니다. 그것도 저번에 말한 상태창 보고 하는 말이지?”
|
|
|
|
“네. 날짜도 안 넘어가서 2일 차고, 조언도 갱신이 안 됐네요.”
|
|
|
|
“어휴…. 겨우 2시간 사이에 개지랄했구나. 그래. 이제 진짜 이 화제는 끝 하자.”
|
|
|
|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 다들 말없이 식사를 이어 나갔다.
|
|
|
|
이 와중에도 음식은 맛있었다.
|
|
|
|
하얀 밥 위에 제육볶음 세 주걱, 참기름 살짝 두르고 계란 후라이 올려서 한 숟갈! 그 한입으로 오늘의 악몽이 1/3정도 흐려진다.
|
|
|
|
정말이지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구나.
|
|
|
|
“야, 너 겁나 맛있게 먹네. 아~ 나도 제육 먹을까 했었는데.”
|
|
|
|
“헛! 하도 음식들이 많아서 별생각 없이 바로 집었네요.”
|
|
|
|
“아니, 아니, 됐다 그냥 하는 말이지 여기 갈비도 진짜 맛있다.”
|
|
|
|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저절로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렸다.
|
|
|
|
그렇게 다들 마음을 조금씩 추스를 때쯤,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
|
|
|
“최소한 오늘내일은 다 같이 쉬기로 한 거죠? 어제부터 봤던 건데. 지하의 편의 시설이 엄청나게 많던데, 오늘 한번 쉬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
|
|
|
|
“음, 그 생각은 좋습니다만, 이놈의 호텔은 사실 편의 시설에서 괴물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 아닙니까. 첫날 했던 이야기지만 가인이의 그 경고 뭐 해주는 게 0개일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 싶은데.”
|
|
|
|
“형 조언 숫자 하나도 없어요?”
|
|
|
|
“응. 날짜도 2일 차고, 숫자도 0개야. 내가 3개 다 그 방에서 써버린 것 같네….”
|
|
|
|
“진철 씨 말이 맞지. 이곳을 가인이 능력 없이 돌아다니기는 너무 불안해. 오늘은 그냥 점심 먹고, 105호 돌아가서 각자 쉬는 걸로 하자.”
|
|
|
|
‘현자의 조언’이 없는 만큼, 위험한 호텔 탐사보다는 그냥 적절한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내일 지하의 각종 편의 시설을 둘러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
|
|
|
“그나저나, 수영장이나 헬스장까지는 상식적인데…. ‘동물원’? ‘식물원’? 보통 호텔에 이런 것도 있나? 캠핑장? 놀이동산? 은솔 누나는 이런데 많이 와보신 것 같은데 이런 호텔이 있나요?”
|
|
|
|
“글쎄…. 나도 동물원이나 식물원은 황당하네. 캠핑장이나 놀이동산은, 황당한 걸 떠나서 ‘지하’에 이런 게 있을 수가 있나. 그런데 뭐, 객실 들어갔더니 다른 세상 비슷한 게 튀어나오는 호텔이니 안될 것도 없겠지. 그냥 뭐, 평범한 방 비주얼인데 문 여니까 놀이동산! 이런 거 아니겠어?”
|
|
|
|
약간의 기대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수영장! 이 호텔 시설 자체는 대부분 엄청 화려하고 멋있는데, 수영장 정말 대단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수영복 같은 건 없는데 어떡하죠?”
|
|
|
|
“하하, 뭐 가보면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엘레나 양이 수영도 잘하시는 모양이군요?”
|
|
|
|
“어릴 때부터 많이 했는걸요. 진철 씨도 몸 쓰는 건 다 잘하실 것 같아요.”
|
|
|
|
“저는…. 뭐 기본 정도만 합니다.”
|
|
|
|
“전 동물원에 꼭 가보고 싶어요! 신기한 동물이 있을 느낌인데.”
|
|
|
|
혼돈으로 가득 찬 호텔에서 다들 참으로 발랄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
|
|
|
그런 생각을 나만 하는 건 아니었는지, 역시나 일침을 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
|
|
|
“그래그래, 다들 놀 생각으로 가득 찬 것이 보고 있으니 너무 좋네. 호텔도 우리를 좀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구석구석에 괴물 숨겨둘 생각만 하지 말고.”
|
|
|
|
어느샌가-
|
|
|
|
모두의 얼굴에서 느껴지던 참혹한 고통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조금은 씻겨가는 걸 느낀다.
|
|
|
|
어쩌면 다들 트라우마를 씻어내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즐거운 채 대화를 한 것이 아닌지.
|
|
|
|
나 또한 끔찍한 기억들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
|
|
|
더 이상 별일은 없었다.
|
|
|
|
뒹굴뒹굴하며 쉬다가, 또다시 즐거운 잡담을 섞어가며 저녁을 먹고, 또 뒹굴뒹굴하면서 잠들었다.
|
|
|
|
이런 시간만 지속된다면, 이 호텔에서도 살 만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