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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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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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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8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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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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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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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다. 아까와 같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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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검을 들고 왔다면, 상대도 날붙이를 들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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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수를 숨겨놨다면, 상대도 역시 한 수가 남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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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스프레이로 인한 격통을 참지 못하고 발버둥 치면서 꼬챙이를 놓쳤기에 맨손이라고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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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쳤다. 극도의 긴장, 우천 속의 등산, 혈투. 이 때문에 바닥난 체력으로 느릿느릿 다가서는 사이에 신부는 격통을 가라앉히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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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접근하는 순간 신부의 허리춤에서 웬 식칼이 튀어나와서 내 허벅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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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나도 두꺼운 우비를 입고 있고 신부도 힘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뚫기 전에 식칼은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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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으헉... 진짜 신부님 어디 전쟁터에서 10년 구르기라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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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신부는 대답도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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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움직여서 피하든지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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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기력이 쇠진한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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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손이 내 목을 붙들었다. 주마등이라도 온 건지 멀리서 종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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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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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어딘가 – 멍한 시선이 초점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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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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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다. 아리때와 똑같다. 그때도 ‘종’이었는데,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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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이 같지만, 명백히 다르다. 눈앞의 노인은 더 이상 점잖은 집사도 아니고, 억눌린 분노로 가득 찬 신부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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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누군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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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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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집사나 신부라면 절대로 만들지 않았을 장난스러운 표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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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실수했구먼. 안 그런가? 대답할 기력도 없어? 허 참 요즘 애들은 체력이 부족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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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지. 한순간의 방심은, 곧 죽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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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믿을만한 동료가 많을 때야 안심하고 눈 감을 수도 있겠지만…. 자네는 이제 사실상 혼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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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았어. 체력은 비리비리하다마는,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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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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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인의 입에서 저택이 아닌 ‘호텔’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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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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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한 이 모든 상황이 호텔의 102호 내부에 불과함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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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빠진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자 노인은 피식 웃고 내 머리를 툭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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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친근함이 느껴지는 동작. 나를 죽일 생각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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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날뛰기 전에 제물 셋 이상을 자네 손으로 처치할 생각이었지? 나쁘지 않아. 결단력도 있고. 근데 실력이 부족하구먼. 더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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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걱정은 되지만, 이 정도면 탈출은 하겠지. 사실 나라고 뾰족한 수도 없어. 우리는 시작부터 ‘저택의 등장인물’로 시작해서, 자력으로 탈출할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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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믿고 가겠네. ‘나가서 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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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도, 신부도 아닌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 뒤 내 앞에서 멀어지더니…. 낭떠러지 쪽으로 가서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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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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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죽을힘을 다해서 산에서 내려갔다. 비바람 속의 등산, 이후의 사투에 어설프게나마 칼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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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몸에 힘이라는 게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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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건지 중력의 힘을 빌려 미끄러지는 건지 이해가 안될 만큼 굴러가듯이 내려가던 도중, 멀찍이 사람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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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 허리까지 내려온 긴 흑발. 아리가 가까이 오는 걸 보고서야 겨우 한 문장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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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네가 친 거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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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너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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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종. 대체 뭐지? 처음에는 악마의 힘을 억제하라고 호텔에서 준 일종의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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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자체는 네 생각대로지만, 나와 할아버지에게 깨어나기 위한 별도의 한 수가 있다고 해 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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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주입한 역할에서 깨어나는…. 그런 게 마음대로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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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의 일에 충실하도록 해. 뭘 해야 하는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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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하냐를 떠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정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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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리는 조그마한 병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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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 네 빈곤한 체력도, 이 정도면 일어설 정도로는 회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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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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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고, 미묘한 비린내가 난다. 이건 설마? 비위가 상하는 생각들만 떠올라서 더 이상 고민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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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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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서 열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식도를 넘어간 액체가 몸 전체에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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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목에서부터 시작된 열기가 몸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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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고 일어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리의 말대로 ‘일어설 정도로는’ 기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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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선 채로 살짝 몸을 풀고 있자 아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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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지긋지긋한 저택도,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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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랑 신부님, 아니 ‘신부’ 역할을 맡은 사람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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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나가면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하지 않아? 시간 낭비 하지 말고, 할 일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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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같은 소녀를 보면서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정말 이게 최고의 선택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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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혹은 신부, 아리, 그리고 아마도 나 자신. 이렇게 3명이 악마에게 먹히기 전에 죽는 것이 최선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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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아리가 다가와서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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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결단을 못 하네. 내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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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홍색 눈동자가 훅 다가와서 코가 스칠 정도로 가까이 오자 크게 당황ㅌㅊ퍕ㅈㄷ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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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뱅글뱅글돈다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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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내손이나도모르게들려서아이의목을감싸는것을본다푸근한목도리처럼목을덮어주리꺾자으스러트리자한순간에끝내서편안하게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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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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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나마 회복한 체력을 바탕으로 꾸역꾸역 내려와서 저택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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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이 지긋지긋한 저택의 끝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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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거의 멈췄다. 천천히 걷다보니 정문과 첫날 보았던 기괴한 조각상이 보인다. 조각상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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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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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아직 안 죽은거 보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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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주변을 휘감는다. 피차 알만큼 다 아는 상황. 이젠 이런 인형극도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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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팔을 뻗어서 조각상의 심장부분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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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면 오빠는 무슨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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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취향이 참 병신같아. 내가 초딩 때 찰흙으로 만든 공룡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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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킥킥킥. 그거 좀 죄송하네요. 나름대로 원초적인 매력이 있다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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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하자. 승엽이는 어디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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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집사님은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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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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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아 이거 진짜 웃기다. 그치? 죽을 사람 다 죽고, 살인마들끼리만 남았어. 오랜 세월 고대했던 순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줄은 예상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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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니, 자기 손으로 다른 제물을 죽이는 미친 제물이 끼어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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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라니, 정확히 말하자. 살인마는 너고, 나는 피해자지. 어르신, 뭔 수로 송이 몸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주둥이 닫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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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새끼가 말이 험하구나. 제법 재미있게 해줬으니, 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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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말고. 이젠 진짜 지긋지긋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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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어차피 서로 끝을 봐야지. 그런데... 하나만 묻자꾸나. 대체 왜 자살 안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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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뭐하게 등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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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서로가 각자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성당 쪽으로 달려가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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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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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라는 단어를 누나가 준 메모에서 보고, 처음 집사에게 물었을 때 집사는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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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그냥 종탑에 방치되었다고. 칠 사람도 없고, 소유권도 성당에 있으니 내버려두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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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어르신’이 종을 싫어하는 건 단순히 소리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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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떤 종이 가진 초자연적인 힘이 ‘어르신’의 힘을 무너트림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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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물건을, 악마까지 불러내려는 자가 겨우 ‘법적인 문제’ 따위로 방치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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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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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초에 ‘어르신’과 그의 힘이 깃든 종복들은 종 근처에 접근할 수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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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뒤로 돌리자 송이가 손 대는대로 저택의 조각상들이 죄다 일어서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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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저게 아리와 했던 카드게임에서 나왔던 ‘방어카드’ 역할을 하는 놈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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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이나 내리친 폭풍우와 비바람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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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짤 때 여기까지 예상한건 아니지만, 비에 흠뻑 젖어 지반이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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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들은 발이 푹푹 빠져서 생각보다는 나를 쉽게 쫓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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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려서 정신없이 성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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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안심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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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종복이던 집사도 성당까지는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성당 자체가 아니라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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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기어올라서 종을 들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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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계획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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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어르신’이 조각상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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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걸 들고 농성이라도 할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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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이 보기 귀찮으면 가까이 와보시지 그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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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구는구나. 인정하마. 내가 아직 그 성물을 건드리긴 어렵다만... 그래봐야 의미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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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나는 네가 식사도 잠도 취할 수 없도록 따라다니기만 하면 그만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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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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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눈동자로 ‘어르신’이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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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래도 어르신이 뒤지지도 않고 사악한 짓은 다 해대시긴 했습니다만, 명백히 나이차가 있는데 장유유서의 나라에서 질문에 대한 답 정도는 드리는 게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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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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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물으셨죠? 대체 왜 자살을 안했냐고. 딱히 살려고 한건 아니고, 어르신을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적절한 죽을 시기를 기다렸을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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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시기라니, 점점 선문답이라도 하는게냐? 이제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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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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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뒤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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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가장 깊은 구멍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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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야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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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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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쉽지 않구나. 때 되면 자살하자고 몇번이나 마음을 다졌는데도... 정말이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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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생각했다. 나는 죽는 게 아니다. 단지, 악몽에서 깨어나서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잠깐 깊게 잠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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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검이 목에 틀어박혔다. 한순간에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몰려옴을 느낀다. 고통이 끝나는 순간이 오기만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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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와서 겪은 나의 두 번째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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