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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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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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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8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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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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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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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도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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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등산이 힘든 건 당연한 일이지만, 생각보다도 장난이 아니다. 좀 약해졌다고는 해도 폭풍우 수준에서 약해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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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제법 굵은 빗살이 시야를 흐릿하게 하는 데다가, 지반이 습기로 인해 발이 푹푹 빠지는 통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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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발이 빠지는 걸 피해서 단단한 바위를 밟았더니, 흠뻑 젖어 미끄러져서 한바탕 구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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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저 앞을 나아가는 집사는 무슨 경공술이라도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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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보다 등산 경험이 많고, 이 산의 지형을 잘 안다고 쳐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비가 쏟아지는데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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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내가 허우적대기 시작하니 친절하게 세워주고 흙을 털어 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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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턱에 도착할 때가 되자 체력이 바닥나서 허덕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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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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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죄송합니다. 제가 체력이 모자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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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빗속에서 산을 오르려니 힘든 게 당연하지요. 이쪽 나무 아래로 오시지요. 제법 잎도 가지도 우거져서 비가 덜 들이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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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전혀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힘든 게 당연하다고 말하면서, 날 나무 아래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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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리를 성당에 데려가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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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것도 좀 있고…. 확인할 것도 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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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고, 잘 확인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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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찾을 건 찾고, 확인할 건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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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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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들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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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를 듣더니, 뭔가 다르게 바뀌었다거나, ‘찬송가’를 들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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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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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며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집사는 더 대답을 구하지 않은 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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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였지요. 어릴 때 부모님을 잃은 후로 잘못된 길에 빠질 법도 한데…. 항상 바른길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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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잃은 티가 전혀 안 날 만큼 활발하고 착하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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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또, 손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제법 고운 아이가 아닙니까. 하지만 얼굴보다도, 마음이 더 고운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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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서 전달하면 모두가 받아들여 주리라 믿는 순수한 아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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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보인다. 이것만큼 누군가를 설득하기 좋은 방법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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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세상에는 진심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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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지 않는 사람을 보신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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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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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걷고 또 걸었다. 정상까지 30분 정도일까? 계속 비가 와서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장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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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도…. 궁금하다. 집사는 무언가 아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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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좀 더 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내 쪽에서 조금 찔러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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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힘을 내시지요. 이제 슬슬 정상이 다가옵니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아래 경로를 쭉 훑어보면서 안전한 길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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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다행이네요. 사실 이젠 진짜 다리가 많이 후들거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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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종은 찾아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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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대화의 연장. 이번에는 좀 더 대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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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종탑 위에 잘 있더군요. 요전에도 그랬지만, 성당에 아무도 안 사는 것치고는 관리가 잘 된 것 같습니다. 종도 상태가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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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사람은 없지만, 건물 자체의 용도가 없진 않습니다. 저택의 배도 정박해 둔 상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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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당을 그간 관리하신 겁니까?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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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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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듣는 말입니다. 아리가 이야기해주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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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딱히 그런 이야기는 안 했는데, 그냥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데, 그것치고는 성당이 깔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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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관리를 계속 하나? 할 사람은 집사님뿐이구나. 그런데 저택 관리 하나만으로도 힘들 텐데 왜 성당까지 그렇게 관리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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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그것 하나로 추측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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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어릴 때 교회를 다녔거든요. 성당하고는 다를 수도 있는데, 솔직히 어린 마음에 교회가 딱히 재밌진 않았네요. 그나마 애들하고 만나는 게 재밌었다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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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리가 어릴 때부터, 친구도 없는 곳에서 혼자 성당을 열심히 다녔다니, 문득 든 생각입니다. 사실은 성당을 다닌 게 아니고, 그냥 할아버지와 함께 산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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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대단한 근거가 있는 추측이라기보다는 그냥 넘겨짚기 군요. 결국은 그냥 한번 떠보신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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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긴 한데…. 맞춘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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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다시금 굵어지기 시작했다. 속도도 더욱 느려졌고, 이젠 정말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움직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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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를 뚫고 선명한 말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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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잔인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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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요구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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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내놓아라, 한 번만 더 종을 치면 종탑을 무너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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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치 않았다. 어르신이 타락한 믿음에 빠져들었다는 걸 안 후에도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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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주께서 계시니, 무엇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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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일대가 황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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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근교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거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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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그걸 견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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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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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혼자 저택을 찾아갔다. 진심을 담아서, 어르신이 세상에 대해 상냥함을 가지시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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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아이는 어렸다. 정녕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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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진심이 통하지 않는 자가 있음을 내 미리 가르쳐 주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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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다녀온 이튿날부터 열병에 시달렸다. 넋이 나간 것처럼, 제대로 대화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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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벌벌 떨면서, 어르신이 ‘친절하게’ 무언가를 보여줬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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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노래. 이상한 시. 그 아이는 더 이상 주를 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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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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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는 더 이상 나에게 존대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집사가 아니다. 손녀를 저당 잡힌 신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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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가서 빌고 또 빌었다. 소송도 포기했고, 성당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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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무릎 꿇고 엎드렸다. 단지 어르신의 자비가 있기만을 바랐다. 내가 모든 걸 내려놓고서야 아리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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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녀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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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라는 입장도, 그때 내려 두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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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란 말이냐? 나는 평생을 주께 바쳤다. 사탄이 나와 아이를 덮쳤을 때, 주께서 손길을 내미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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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제법 마음이 강하다. 그게 네 불행이다. 그냥 저택에 남은 아이들처럼 울면서 기다리다 보면 끝났을 일을 힘들게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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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내가 손을 쓸지, 어르신께서 널 바치시도록 내버려 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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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섯이면 충분하다. 이미 셋을 바쳤고, 저택에 둘이 남았으니, 마지막엔 늙은 내 목으로 충분하다. 너까지 어르신이 직접 손 쓸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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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신부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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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로 일이 힘들게 돌아가는구나. 등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위험천만한 빗길 등산 속에서 쉬운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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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내가 내 한 몸 못 가누는 사이 신부는 한없이 앞서가서 틈 따위는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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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도착하고야 다 지친 채로 이 꼴이 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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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고 단검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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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리부터 준비했구나. 나를 경계했느냐? 아니면 나를 해칠 생각이었느냐?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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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신부는 날아오르듯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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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좌측으로 3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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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저택’에 진입한 이후, 사람들이 죽어 가는 순간조차 한 번도 반응하지 않던 ‘현자의 조언’이 처음으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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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을 보자마자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저절로 좌측으로 3발을 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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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인 내 위치와 신부 사이의 경로의 바닥에 깔려 있던 썩은 나무둥치가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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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발을 디딘 나무둥치가 무너지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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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인가? 즉시 단검을 빼 들고 달려드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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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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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만에 또 알림이 뜨고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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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같은 시점에, 신부의 품에서 솟아오른 꼬챙이 또는 송곳 같은 물체가 내 몸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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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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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무기를 챙겼는데, 나라고 빈손으로 왔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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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시작하고 5초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조언이 두 개가 소모됐다. 명확하다. 이 신부는 나보다 명백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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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부의 신체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건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 당연히 한 수를 더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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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상태에서는 쓸 수 없다. 위치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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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길어졌나? 그새 균형을 잡은 신부가 다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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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느끼지만, 저 노인은 무슨 무공이라도 익힌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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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삭은 나무와 미끈거린 바위, 흘러내리는 흙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어떻게 이렇게 흔들림 없이 달릴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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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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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먼저 발을 헛디뎠다.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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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다시 상체를 들어 올리자 기회를 잡은 신부가 달려드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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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 바위를 잡아당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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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조언. 이번만큼은 찰나의 시간 동안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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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뭘 피하라는 게 아니고 난데없이 바위를 당기라니? 그러나 이런 생각하는 순간에조차 팔은 저절로 움직여서 바위를 잡아당겼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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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잡은 바위는 왼편의 뿌리가 반쯤 썩은 나무를 지탱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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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지탱하던 바위를 당겨 버리자, 즉시 썩은 나무가 무너지며 달려오던 신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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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나무를 피하고자 급격히 방향을 틀었지만, 평범하게 걷다가도 균형을 잃기 딱 좋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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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균형을 완전히 잃고 쓰러졌다. 달려들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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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겪지 않았는가? 섣불리 다가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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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도 아닌데, 무기도 들고 있는 신부를 내가 근접해서 이길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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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자 가지와 잎사귀가 우거져서 비를 차단 중인 나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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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라면 비장의 수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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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쪽으로 뛰어가며 가슴 한 켠에 숨겨두었던 물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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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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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시간에 일어선 신부가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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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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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허어어억!!!!!! 이 개새끼가 대체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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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도, 비바람도, 험한 산세도 무너트리지 못했던 신부가 흡사 어린아이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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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촛대를 갈아서 만든 듯한 꼬챙이도 어딘가 떨어트린 채 정신없이 흙바닥을 구르며 얼굴을 비비느라 정신이 없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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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진입 이틀 전, 수영장에서 나온 괴물이 사람들을 덮쳤을 때, 은솔 누나는 HP 마켓에서 캡사이신 액상을 사는 기지를 발휘해서 괴물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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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두가 생각했다. 저건 너무 뛰어난 무기라고. 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액체 캡사이신은 어떤 의미로는 단도보다도 훨씬 훌륭한 무기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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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괴물에게 아낌없이 퍼부어서 남은 건 통 바닥에 남은 소량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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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은은한 향을 뿌리던 스프레이 통의 바닥만 겨우 채우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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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간신히 두 개 만든 후, 누나는 고민 없이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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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 줬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이미 나를 나름대로 믿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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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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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가 내리치는 산간에서 벌어지던 이 혈투를 끝낼 때가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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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를 단단히 움켜쥐고 아직도 파들거리는 신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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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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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내 허벅지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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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언이 하나라도 남아 있었으면 피하라고 했을 텐데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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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달했던 내 몸이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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