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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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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6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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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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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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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이이이이이! 으흑,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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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괜찮으십니까? 제가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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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전체에 가득 찬 울음소리, 신음, 비명 그 모든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며 나도 정신이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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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는 아침에 이어서 또 눈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울고 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상태가 딱히 더 낫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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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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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쯤 전일까? 누나가 홀로 서재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이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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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 불길한 것과 별개로, 누나가 들어갈 때 다들 뒤에서 힐끔거리기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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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깔끔한데다가, 뭔가 안정감까지 느껴지는 편안한 장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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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나가 서재에서 나오면 다 같이 뭘 알아내셨는지 대화하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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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다 되도록 누나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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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를 생각해서 다들 불안한 마음에 주기적으로 불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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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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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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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먼저 자라. 내일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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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빠 죽겠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대답이 여러 차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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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다들 포기했고,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대화하자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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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나 진철 형은 아까 폭풍우 속에서 성당까지 다녀와서 지쳐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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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친 사람 둘, 어린 승엽이까지 방에 들어가고 송이만 남아서 누나를 기다린 지 1시간 정도 흐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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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는 듯한 신음이 저택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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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깊게 잠든 사람도 없었기에, 허둥지둥 일어나서 다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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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누나를 부축한 채로 저택이 떠나가라 울고 있었고, 진철 형은 누나를 더 빨리 쓰러트릴 생각인지 몸을 이리저리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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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송곳. 혹은 꼬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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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섬뜩한 물건이, 목 뒤쪽을 반쯤 뚫고 나왔다. 피 분수가 용솟음치듯이 솟아오르고, 저택의 비명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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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달려온 아리는 어쩔 줄 모르고 서성대고, 집사는 붕대로 목을 감아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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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다는 건 그 자리의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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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목에 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린 채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나마 동맥은 아슬아슬하게 완전히 찢어지진 않은 건지 아직 숨은 붙어있었지만, 시간 문제라는 게 뻔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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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누나가 팔을 뻗어서 ‘나’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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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그런 명료한 동작을 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 가슴이 울컥하는 것을 느끼며 허둥지둥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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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내 쪽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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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손을 그저 꼭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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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마지막 기력이었을까? 3분도 안 돼서 누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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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이 울음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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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이 아니구나. 이 저택은, 나아가서 이 호텔은 얼마나 많은 악몽과 비극을 감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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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뒤로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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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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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처럼 울고 싶다. 진철 형처럼 화를 쏟아내고 싶다. 승엽이처럼 덜덜 떨면서 숨어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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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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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른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함이 뻔히 느껴지는데, 나까지 마음을 놓고 울고 소리 지르고 숨어있기 시작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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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서, 누가 이 비극을 뒤집고 해피엔딩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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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누나도 마지막 순간에 내 손을 잡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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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에 앉아서 손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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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쪽지. 내용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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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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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성당, 메이드,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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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하나 쓰여 있는 건 성당을 쓰려다 실수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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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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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최소한 두 단어는 알아들었다. 성당이야 가봤고, 메이드는 저택에 한 명뿐. 그런데, ‘종’은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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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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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런 다잉메세지틱한 걸 남기려면 좀 구체적으로 적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극도로 흘려 쓴 글씨체로 미뤄볼 때, 굉장히 다급하게 썼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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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종’이 무슨 말인지부터 파헤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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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일부터의 스케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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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을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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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엘레나가 죽었다. 저녁엔 은솔 누나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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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나와 눈싸움하느라 바쁘고, 시계는 10번도 넘게 피범벅이 됐고, 인형들은 사람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컵은 스스로 걸어가는 미친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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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르르륵! 쉬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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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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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모두와 함께 저택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 내일의 탐색과 생존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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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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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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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좀 조용히 좀 있으라고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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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있던 은색 단검으로 침대 밑을 찔렀다. 딱히 뭔가 찔리진 않았지만, 뭔가가 빠져나가는 소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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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와서 침대 밑에 뭐가 있었고, 어디로 갔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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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똑바로 말해! 아저씨가 바보인 줄 알아? 어제부터 방긋방긋할 때부터 이상했던 것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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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흑…. 형 제발 그만 하세요. 아리도 아무것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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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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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또 뭔가. 이 저택은 대체 조용한 순간이라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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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거실로 나가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진철 형이 아리를 붙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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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웃겼던 점은, 정작 아리는 생각보다 태연한 표정인데 옆에 있는 승엽이가 울고 있었다는 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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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는 진짜 혼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도 찍는 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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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엽이의 사랑을 떠나서 이 혼란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음은 명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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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것과 별개로, 붙잡고 고함만 치면 비밀이 다 튀어나올 정도로 허술했으면 ‘공포의 저택’ 씩이나 되는 이름이 붙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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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적당히 하시죠. 뭐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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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걱정했다. 저 극도로 흥분한 진철 형이 나에게까지 멧돼지처럼 날뛰는 건 아닐지. 그러면 솔직히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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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진철 형은 최소한 아군을 알아볼 정도의 이성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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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마침 잘 왔다. 내가 얘를 괜히 붙들고 있는 게 아니야. 나라고 꼬맹이 붙들고 소리 지르고 싶었겠냐? 그 개 같은 영감 붙들고 따질 생각이었는데. 그 영감이 난데없이 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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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사라지신 게 아니에요. 아침에는 원래 저택이나 정원을 정리하시느라 안 보이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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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풍우 속에서 뭐? 정원을 정리해? 얘가 진짜 어른을 우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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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멍청해서 내가 우습게 본다는 생각은 안드니? 넌 10년이 걸려도 못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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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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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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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굳이 따지면 본인 잘못도 아닌 일에 윽박지름을 당하고 있었으니 화가 나기도 했겠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세게 던질 성격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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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부터, 목소리까지도 평소랑 너무나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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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진철 형 본인조차도 화를 내기보단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찌할 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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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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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다 보니 더더욱 어떻게 샛길이라도 없을까 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걱정을 만들어드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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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타이밍에 집사가 돌아오자 분위기는 극도로 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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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에게 따질 생각이라던 진철 형도 그 ‘영감’ 앞에서 손녀를 붙들고 윽박지르던 장면이 들키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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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리 너는 즉시 손님께 사과드리거라. 저 역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듯합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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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앞에서 손녀를 윽박지르던 사람이, 애가 못 참고 화를 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형은 그 정도 독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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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내가 뭐 얘한테 화내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어…. 상황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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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늘어질 느낌. 생산성도 없는 대화가 아닌가. 그냥 내가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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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저택 상황이 안 좋으니, 서로 격해진 모양이네요. 이 정도 합시다. 그래서 집사님은 어디 샛길이라도 찾으셨습니까? 어제는 배를 고치는 게 어떨까 하셨던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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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샛길은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역시 배를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수선하기 위한 도구는 준비해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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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내가 곧 옷을 갈아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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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여기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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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형이 당황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턱짓으로 승엽이를 가리켰다. 위험천만한 저택에 승엽이 혼자 내버려 둘 거냐는 것. 다행히 형은 알아듣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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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승엽이를 혼자 두는 게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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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도 이 형이 집사랑 다니면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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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역시 집사에게, 가능하면 ‘혼자’ 듣고 싶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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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슬픈 일이 반복되어서 저로서도 무척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가인 씨께서는 이런 와중에서도 쉬이 흥분하지 않으시니, 정신 수양이 대단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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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신 수양씩이나 있겠습니까. 그냥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루 종일 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치워두게 된 것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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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곧 정신 수양이지요. 다른 게 정신 수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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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진철 형을 돌려서 지적하는 걸까. 집사와 형의 신경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내 질문을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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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 혹시, 저택에 ‘종’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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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으음….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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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야 할까? 역시 적당히 꾸미는 쪽이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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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다가 어디서 종소리 같은 걸 들은 것 같아서요. 어제부터 하도 귀신 비스무리한 것이 저택 전체에서 설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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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라….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저택이 종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겪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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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라고 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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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셨던 성당. 사실 그 성당엔 꽤 그럴듯한 종이 하나 있었지요. 아침저녁으로 치는 청아한 소리가 나름대로 명물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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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언젠가부터는 어르신은 그 소리를 대단히 싫어하셨습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리를 부여잡고는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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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저택과 성당의 사이가 안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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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 종소리 때문에 어르신은 그냥 성당의 땅을 사서라도 쫓아내려 하셨는데…. 제가 무식하여, 소송에 대해 잘 모르나 당시엔 분쟁이 어르신 뜻대로만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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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국 성당은 반은 폐허가 되고, 종을 칠 사람도 사라졌으니…. 길게 보면 어르신 뜻이 이루어진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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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종은 지금도 성당에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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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종의 소유권도 성당에 있으니, 어르신도 어차피 칠 사람도 없는 종을 굳이 손대진 않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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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위쪽을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조그마한 종탑이 있는데, 종은 아직도 그 안에 있는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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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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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종소리를 극도로 싫어했다. 종은 지금도 성당 위쪽 종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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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알게 된 사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되새기며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동안, 어느샌가 성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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