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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10)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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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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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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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정문을 열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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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또 오기 싫었는데. 이 피곤한 저택에서, 되지도 않는 메이드로 사는 건 진짜 지루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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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는 거의 끝났다. 탈출에서 반 발짝 못 미친 정도. 딱 하나 남았는데, 하필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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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가인이 ‘어르신’의 이목을 끌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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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저택을 걸으며 몇 시간 전의 기억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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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만해라. 그건 진짜 뭐 하는 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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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못 내리길래 도와주려고 한 건데, 굳이 버티네. 그냥 받아들이면 서로 편하게 끝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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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계획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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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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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확실한 탈출법인 ‘즉시 자살하기’에 비하면 나름의 위험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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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호텔에서 안전한 일만 하면서 버틸 수는 없다.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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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계획에 설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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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들어온 후로 이렇게 혼자 있던 적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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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넓구나. 어린아이의 몸이니 더욱 심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르신’의 서재 방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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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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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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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주입한 인격’의 기억에 따르면, 신부의 손녀는 과거 어르신을 설득하러 왔다가, 어르신이 보여 준 ‘무언가’를 보고 심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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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부의 굴복. 어르신은 그 대가로 손녀를 다시 회복시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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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과정에서, 손녀가 보았던 ‘무언가’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졌다. 애초에, 그 기억을 뭉개는 게 회복의 과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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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말자는 게 아니야. 좀 더 할 건 하고 죽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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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고 싶은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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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에서 나왔을 때 뜬 메시지를 보고 설마, 했지만…. 얼마 전에 너와 카드 게임을 하고 확신이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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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은 ‘저주의 방’의 끝이 아니야. 그냥 수단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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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탈출하면서, 계속 시도를 반복하며 저주의 방을 탐색해서 최종적으로는 ‘저주의 근원’을 없애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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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린 죽을 때 죽더라도 조금이라도 알아내고 죽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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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죽임을 당하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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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로 들어서자 혼란스럽게 흩뿌려진 서류 더미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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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여기쯤? 벽면의 그림을 들추자 레버가 나왔다. 이런 부분에서 미묘하게 고전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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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를 당기자 당연하다는 듯이 책장이 돌아가며 나무 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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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뒤로는 계단이 보인다. 그 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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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조명조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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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곳을 내려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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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온갖 끔찍함을 수없이 봐 왔지. 그렇지만, 여러 번 경험했다고 이런 일이 익숙해질 수는 없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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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한없이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지옥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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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도 더 밑에서 올라온 공기가 폐를 구석구석 삭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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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내려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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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은 족히 지난 것 같지만 모르는 일이다. 이런 곳에선 시간 감각도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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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끝에서 처음으로 푸르스름한 광채가 보였다. 광채의 아래에 있는 것은 거의 녹슬어서 무너져가는 낡은 철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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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서자 - 푸르스름하게 발광하는 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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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는 순간 알았다. 저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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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게 이 방의 최종 보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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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만지는 순간, 나는 뭔가를 알고, 끔찍하게 죽겠구나. 하지만 인제 와서 그냥 올라갈 수도 없는 일이니까 별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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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외형은 평범했다. 표지는 검은색 정체불명의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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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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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쳤다. 어둠이 - 나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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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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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없는 구멍. 영원한 자유 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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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년을 떨어져도 바닥에 도달할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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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점보다 북쪽은 없고 모든 방향은 남쪽이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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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시작과 끝은 없고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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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방향은 곧 ‘아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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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광원이라고는 없는데, 이상하게 벽면의 형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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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붉고, 꿈틀거리는 벽면. 생물의 내장과도 같은 흉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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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물의 내장 사이를 낙하 중인 한 마리 벌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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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낙하가 허공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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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무언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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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거리지? 모르겠다. 엄청나게 먼 거리 같은데, 형상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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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까운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 거대한 걸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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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형상이 보인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외벽을 기어오르는 벌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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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팔이 닿을 때마다 팔이 녹아내리고, 다시금 끊임없이 팔이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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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것은 마치 기생충이 내장 사이를 기어오르는 장면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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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의 벌레가 내 배 속을 가득 채운 채로 기어오르는 감각. 혐오감이 내장 속에서 끓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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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다른 생각이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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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아니 이 호텔의 대부분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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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도 산도 강도 모든 것은 호텔이 점토처럼 빚어낸 무대에 불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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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에서도 무대에 있는 배우들만은 현실에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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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는 ‘진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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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왜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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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영웅을 시련 속에서 뽑는 과정이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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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위대한 보물을 적절한 자에게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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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호텔은 사육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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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밖에 풀어둘 수 없는 괴물들을 영원히 가둬두고, 그들에게 사람이라는 사료를 주기적으로 뿌려주며 관리하는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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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오르는 형상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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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원래 있던 건가? 이런 장소에서 눈 따위가 필요하진 않을 텐데,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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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을 ‘어르신’은 신처럼 숭배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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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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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눈에는 닭도 신처럼 보이겠지. 그래 봐야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한 끼 안줏거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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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해 봐야, 결국 더 아득한 존재의 내장에 갇힌 추레한 흉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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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시야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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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한계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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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라도 시선을 하늘로 돌리는 순간, ‘내장’에서 솟아오른 무언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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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이런 끔찍한 걸 시키고는 ‘더 나은 계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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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마자 제대로 한대는 패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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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의 기나긴 밤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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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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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받지 못한 참가! 분명 규칙 위반이므로 징계받아 불리하게 시작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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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최선을 다 했고, 결정적인 순간 참여자를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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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악마 대신 제물을 죽이기로 선택한 그 전략! 그러나 그런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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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마에 물든 저택 주인의 의식은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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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저주로부터 탈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주의 근원은 남아 있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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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탈출 성공자 발생! 축하합니다! 탈출 성공자가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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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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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8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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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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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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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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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01호에서 나왔을 때처럼, 갑자기 문밖으로 내던져진 채로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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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자, 나와 비슷하게 허우적대는 사람들 ‘7명’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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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차진철, 이은솔, 유송이, 박승엽. 그리고 이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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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강하게 뛰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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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졸려서 죽은 엘레나, 꼬챙이에 찔려 죽은 은솔 누나, 독을 먹고 죽은 진철 형, 단검으로 자살한 나. 승엽이는 어떻게 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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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런 끔찍한 회상 따위는 한편으로 치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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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이다. 바로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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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가서 모두가 웃으며 다시 만나는 순간을 얼마나 그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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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호텔에서의 식사는 아마도 울음바다가 될 것 같다. 나부터도 울컥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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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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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방에서 죽은 시점이 다 다르더라도, 나오는 건 동시에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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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이제 서로 풀어야 할 궁금증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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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품은 비밀을 떠나서, 우리끼리도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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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차근차근 밝혀내야 할 지점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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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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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 내내 보던 익숙한 모습. 외형은 저택의 모습하고 비슷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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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어? 너는…. 이름은 그대로인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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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주먹이 사정없이 날아왔다. 나는 다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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