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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암흑 학파 마법사 아홉 명과 함께 드림랜드의 입구 앞에 섰다.
"신생 던전이 확실하군."
"열 명이서 오길 잘했어."
"그래. 스무 명이서 왔다면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싸웠을 테니까."
그들은 공통된 이익을 위해 임시로 뭉쳤다.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마석.
이를 얻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의 인생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슬슬 들어가지."
"좋아."
물론.
그들은 서로를 믿지 않았다.
사람 죽여서 마법을 사용하고 연구하는 놈들을 어떻게 믿나.
그리고.
어린 아이를 죽여서 괴물이 된 범죄자가 마석을 가지러 가자고 꼬드기자마자,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한걸음에 달려온 녀석들인데.
그들은 자기객관화가 확실한 편이다.
모두 탐욕과 욕망으로 눈이 번들거리는 악인이다.
마석을 획득하게 될 경우.
높은 확률로 싸움이 일어날 걸 확정적으로 염두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만티코어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이게 가장 마석을 획득할 확률이 높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자도 인력도 충분하다.
마석은 따놓은 당상이었으리라.
대비해야 할 건 이후에 벌어질 마석 쟁탈전이다.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주문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주문들은 대부분 던전 탐색의 유용한 것들이었으니.
만티코어가 이끄는 무리는 드림랜드에 입장했다.
던전 탐색 1일차.
"기이한 풍경이로다."
만티코어는 눈 앞에 펼쳐진 새하얀 복도를 바라보며 한마디의 감상평을 남겼다.
"트롤과 고블린들이 애를 먹은 이유를 알겠군."
고블린은 최약체니까 그렇다고 해도, 트롤과 상성이 안 좋다.
그때 고블린을 세뇌시켰을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눈 앞에는 미로가 있었다.
아마 그 멍청한 두뇌로는 이 거대한 문제를 풀 수 없었겠지.
분명, 물자도 식량도 식수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터이니.
다만, 걸리는 점은 홉고블린이었다.
비록 그들도 그렇게 똑똑한 종족은 아니지만, 달랑 미로 하나 때문에 모두 몰살당했다고?
이건 말이 안 된다.
분명 뭔가 더 있으리라.
만티코어는 그렇게 추측했다.
"이봐 탐지를 끝냈다. 다들 멍 때리지말고 이리로 모여봐."
지금 던전에 입장한 열 명 중에서 가장 연로한 제코가 그리 이야기하자.
현재 제코가 지도를 그리고 있는 종이를 중심으로 모두가 둥글게 모였다.
"난해하지만 풀 수 없을 정도는 아닌데."
"아마 통로의 길이를 보았을 때 사흘 정도면 충분히 코어룸에 도달할 수 있겠어."
"혹시 몰라서 식량과 식수를 보름분을 준비해 왔는데, 이거 영 짜치는군."
그들의 말대로였다.
미로는 크고 난해하지만 풀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흔적을 남기고 정직하게 걸어간다면 실수가 있더라도 언젠가 코어룸에 도달하겠지.
"보급은 따로 필요 없겠지?"
제코가 만티코어를 향해 물었다.
사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반나절.
탈출 스크롤 없이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
탈출 스크롤은 어마무시하게 값이 비싸다.
이중에서 탈출 스크롤을 가지고 있는 건 돈과 나이가 가장 많은 제코 뿐이다.
"이대로 가자고, 어차피 코어룸에서 이틀 밖에 안 걸리니까."
만티코어의 의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제코."
"응?"
"탐지 마법을 사용할 때 따로 특별한 건 발견하지 못했나? 예를 들어서 함정이라던가 하수인이라던가 말이야."
제코는 턱을 쓰다듬었다.
"여기가 신생 던전이라고 했지? 마나 은폐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걸 가정한다면, 탐지 마법에 따로 걸리는 건 없었어. 적어도 하수인은 없는 게 분명하고, 함정이 있다고 한들 마법 함정처럼 강력하지는 않을 테야, 다만."
"다만?"
"던전마스터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게 조금 기이하군."
마나는 생명의 증거였다.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게 바로 피와 마나일 터인데.
만티코어는 고블린의 시야로 보았다.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던전마스터의 모습을 말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놈이로군."
"음?"
"아무 것도 아니다. 슬슬 출발하지."
놈이 어떤 능력을 가졌든.
나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던전 탐색 2일차.
"바닥에 웅덩이가 생겼는데, 저 괴상한 장치에서 액체가 떨어지는 건가?"
"평범한 물처럼 보인다. 독성과 산성은 느껴지지 않아."
"이봐! 아무리 용을 써도 파괴할 수가 없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돼있는 거야!?"
만티코어는 스프링클러를 응시했다.
그저 물방울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는 건지.
"불침번은 누가 섰지?"
"헤르만이랑 제코가."
"다른 이상은 없었나?"
"없었다."
"쥐좆만하게 물을 떨어트리는 것외에는 말이지."
짐승의 감이라고 해야 할까.
본능이 저 장치가 위험하다고 알리고 있었다.
파괴하고 가는 게 분명 베스트였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수단으로든 스프링클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만티코어조차 파괴할 수 없는 장치라니… 씨발."
"던전의 구조물은 원래 파괴할 수 없다고 그러잖아. 함정이 아니라 구조물일 가능성도 생각해야해."
스프링클러를 기이하게 여긴다고 한들,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미 돌아갈 길은 없어졌다.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대로 가지. 어차피 코어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페이스면 하루 안에는 무조건 도착해."
만티코어의 의견에 남은 아홉 명 모두가 동의했다.
벌써 반절이나 넘게 왔다.
마석이 코앞이다.
귀한 보물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용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일행은 걸음을 재촉했다.
던전 탐색 3일차.
"물 웅덩이가 많아졌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어차피 거의 다 왔어."
헤르만의 말 그대로였다.
제코가 그린 미로 지도를 보았을 때 일행들이 위치한 지점은 거의 끝부분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일행은 코어룸으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했다.
"발견했다!"
모두가 환희에 차있다.
드림랜드는 기본적으로 으스스하고 불쾌한 공간이다.
그도 그럴게 앞으로 나아가도 나아가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변화 없는 풍경은 자칫 공간이 무한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니까.
끝이 보인다.
이 지긋지긋한 하얀 통로를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
일행들 전원이 어떻게 해야 던전의 마석을 기똥차게 가져갈 수 있을까 생각하던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
쿠궁-
진동과 함께 던전의 벽들이 움직였다.
그러자 홉고블린 때와 마찬가지로 출구가 완전히 사라졌다.
"……."
코어룸으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닫혔다.
던전 탐색 5일차.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이봐… 진정해."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코어룸으로 향하는 통로를 고생해서 발견하면 벽이 움직이고, 빌어먹을 물웅덩이들은 계속해서 많아지는데! 매일매일 똑같은 복도만 보는 것도 이제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일행 중에서 가장 참을성 없는 헤르만이 분노를 터트렸다.
헤르만의 말대로다.
드림랜드의 미로는 도저히 흑마법사들을 코어룸에 가게 두지 않는다.
어렵고 힘들고 발아프게 겨우 목적지에 도착해도 벽을 움직여서 아예 길을 막아버리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남은 식량과 식수는 이제 9일치 뿐이다.
아니, 애초에 9일을 버틸 수야 있을까?
계속해서 늘어나는 물웅덩이가 신경쓰여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분명 있을 거다."
만티코어는 일행을 진정시켰다.
보통 던전이라는 건 하수인과 함정들이 있고 그것을 돌파하면 클리어되는 단순한 구조지만.
이 드림랜드라는 던전은 일반적인 던전과 달랐다.
따라서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만티코어는 인내심이 많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노력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그것은 그가 흉악한 범죄자이자 괴물로 낙인찍혔음에도 살아 있는 이유였다.
"생각을 달리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코어룸으로 향하는 것'에만 집착했다. 그 덕분에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걷기를 반복했지. 지금 이 상황을 던전의 함정에 걸렸다고 가정하면, 이대로 계속해서 나아가거나 우리끼리 싸우는 건 던전 마스터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미로는 결코 마구잡이로 변화하지 않는다.
트리거는 일행이 코어룸 앞 통로에 도착했을 때.
그렇다면 미로를 변화시키는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리라.
만티코어의 추론은 공포를 잠시 종식시켰다.
조용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녀석은 말을 이어갔다.
"일단 전체적으로 미로를 살펴봐야하는 게 내 생각이다. 조사하다보면 분명 허점이 드러날 테니까."
모두가 만티코어의 의견에 동의했다.
"후우.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리는 마석을 가지고 가야해."
"타당한 의견이다. 어서 빨리 움직이자, 그렇게 여유로운 편은 아니니까."
이 때를 기점으로 흑마법사들은 본격적으로 드림랜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던전 탐색 6일차.
알 수 없는 물웅덩이들이 계속해서 생기는 관계로.
흑마법사들은 뭉쳐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던전을 탐사하기 시작한다.
만티코어가 세운 탐사룰은 다음과 같다.
-
절대로 코어룸 통로 쪽으로 가지말기.
-
식량과 식수와 같은 물자는 합류 포인트에 보관하기.
-
조사를 시작하고 10시간 후에는 전원 합류 포인트에 도착하기.
-
이변이나 특이사항이 생기면 통신 수정구로 보고하기.
급조한 룰이지만, 의외로 잘 지켜졌다.
미로를 동서남북으로 사등분해서 조사하면 나흘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을 터이니.
그들은 북쪽을 중점으로 조사했다.
아쉽게도 성과는 없었다.
가장 먼저 조사를 끝마치고 도착한 건 만티코어, 그 다음은 제코, 그 다음은 필립.
4명, 5명, 6명.
7명, 8명, 9명.
조사를 끝마친 순서대로 차례차례 합류포인트에 도착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도착한다.
10명.
11명.
"아쉽게도 성과는 없었다."
"아아, 빌어먹을 정도로 넓네, 씨발."
"이거 진짜 마석을 가지고 나갈 수야 있으려나."
"그냥 마석이고 뭐고 무사히 나갔으면 좋겠다. 혹시 탈출스크롤 가지고 있는 사람?"
"있겠냐?"
일행들은 떠들었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기에 서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은 상태로 말이야.
사람은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 안정감을 가지는 법이다.
기괴하고 으스스한 장소였지만 그들은 사람의 목소리로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다만.
"잠깐."
"응?"
"갑자기 왜 그래?"
만티코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11명이지?"
-열 명이서 오길 잘했어.
-그래. 스무 명이서 왔다면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싸웠을 테니까.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만티코어였다.
그제서야 다른 이들도 깨달았다.
분명 던전을 탐사하던 건 열 명이었다.
나타난지 얼마 안 되는 신생 던전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만티코어는 쓸만한 흑마법사 아홉 명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들은 부름을 받고 로우진라트에 도착해 드림랜드에 함께 입장했었다.
이는 모두가 기억하는 사실이다.
모두가 성질 급한 헤르만을 바라보았다.
헤르만은 당황했다.
그가 놀란 건 시선이 주목됐기 때문이 아니다.
그도 그럴게.
헤르만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 녀석이.
마치 자기가 진짜라는 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처다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