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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금발.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화상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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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도 몇번이나 나왔기에 잊을 수 없는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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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정태연이잖아? 화염법사…. 저런 사람들이 여기에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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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여자는 화연 길드의 길드장, 정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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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섯뿐인 마법사이자, 부산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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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삼 이 경매장에 참가한 사람들의 면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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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나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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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태연씨. 이미 더 좋은 망토가 있을 텐데, 왜 저걸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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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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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가 빗발쳤다. 그러자 정태연이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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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 게 아니야. 줄 사람이 따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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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단호한 대꾸에 장내는 다시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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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사람이 있다니, 핑계도 가지가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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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도 걷어찰 겸 자기 길드에 쟁여두려는 거겠지. 길드장들은 저래서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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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라고. 꼬우면 돈 더 들고 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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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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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꿍얼거렸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 무어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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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로브는 3억원이라는 거액에 그녀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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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나도 템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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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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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회자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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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오늘 경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모두들 기다리셨던 바로 그 물건! 지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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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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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단상 위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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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가 조심스럽게 베일을 걷어내자, 마침내 거대한 전투 도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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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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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오크 대족장의 전투 도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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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10층 보스에게서만 나온다는 그 유니크 아이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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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률도 극악이라던데, 대체 누가 구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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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과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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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엄청난 물건을 손에 넣은 미지의 헌터에 대해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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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10층을 공략한 길드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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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파업 때문에 다들 등반을 멈춘 상태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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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신규층 이야기고, 저층 공략은 계속 했겠지. 돈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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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여러분들! 출품자의 신원은 철저한 비밀입니다! 다시 집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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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능숙하게 사람들의 위험한 호기심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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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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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도끼를 얻어낸 미지의 헌터를 향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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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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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순식간에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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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8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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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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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조금 전 로브를 낙찰받았던 정태연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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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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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경매장에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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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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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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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태연 길드장이 왜 저걸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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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도끼는 사서 뭐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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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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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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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길드, 철혈단의 길드장. A급 전사 정만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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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태연 씨.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법사가 쓰지도 못할 텐데…. 이건 꼭 필요한 나한테 양보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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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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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오를 생각도 없는 양반이 아이템은 사서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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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히려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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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끼는 파업 같은 거 안 하고 묵묵히 탑을 오를 우리 길드원에게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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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이템이 필요한 사람이란 그런거지.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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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좀 많으신가 봅니다? 부하들 아이템을 아까부터 척척 사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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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많지. 누구들이랑은 다르게 계속해서 탑을 오르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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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거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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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려보면 뭐 어쩔껀데. 한번 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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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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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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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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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경매장 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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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물러난 것은 정만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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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원한이 가득한 눈으로 정태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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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게 될 겁니다, 정태연 길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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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부탁이니 제발 그렇게 만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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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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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호는 바닥에 침을 탁 뱉고선 등을 돌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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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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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가 보낸 입금 완료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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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은행 : 400,000,000원 입금. 입금자 : SSalDaP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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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에서 선금 5천만원과 수수료 10%를 뗀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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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하나로 4억이 넘는 돈을 원을 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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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천만원만 더 모으면 5억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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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억을 내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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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하니 화면의 숫자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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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월 수입이고, 누군가에게는 쇼핑 한번에 쓰는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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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수였던 내게는 상상도 못할만큼 큰 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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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막대한 돈으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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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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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황금올리브 한 마리 포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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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은 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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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습관처럼 헌터 갤러리에 접속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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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성공한 헌붕이… 오늘의 저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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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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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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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완벽한 식사를 완성시켜줄 마지막 한 조각이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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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내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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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마시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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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려다 실패한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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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망할 신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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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갑을 꺼내 내 민증을 보여주었지만, 알바생은 부모님 신분증이 있어도 미성년자는 구매가 안된다며 나를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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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내 치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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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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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되면 뭐하나? 통장에 몇 억이 있으면 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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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하나 마음대로 못 사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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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거 엄청 중요한 문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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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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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층을 오르고 나면 헌터 협회에 가서 정식으로 A급 인증을 받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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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A급이 되고나면 정부에서도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니까, 군대를 두번 갈 걱정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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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양지에서 받을 것 다 받고 살면서 꿀을 쪽쪽 빨면서 갤질이나 즐기는 것이 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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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몸으로는 신분 확인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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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등록 건물 입구에서부터 막힐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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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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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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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준법시민인 내게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를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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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잠시 생각하기를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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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하다보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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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20층까지는 아직 한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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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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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다시 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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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층. 새로운 구역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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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11층부터 20층까지는 정글과 늪지대 필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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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수많은 헌터들이 좌절하는 구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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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A급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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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리는 울창한 수풀,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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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대의 필드는 몬스터들에게 최적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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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으로 위장한 채, 숨어있다 뒤에서 독침을 쏘는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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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도 않는 나무 위에서 짱돌을 던지는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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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을 파고 트랩을 설치해놓는 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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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잡몹에 불과한 고블린도, 이런 필드 효과를 받으면 최악의 몬스터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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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푹푹 찌는 날씨와 온 몸에 달라붙는 모기와 거머리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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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사람의 신경을 갉아먹는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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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의 정석 공략은 탱커가 앞에서 길을 열고, 궁수가 함정과 위장한 몬스터를 찾아내며,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힐러를 넣는 파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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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오늘도 솔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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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11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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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지근하게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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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에 닿는 낯선 풀 비린내와 비에 젖은 흙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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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벌레들의 날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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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앞은 늪이나 함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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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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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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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자리에서 스킬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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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축축한 땅이 순식간에 메마른 모래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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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쓰레기 스킬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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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들 평가가 박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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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 얻은 레인보우 등급 스킬, 풍화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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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 풍화(風化)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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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 모래늪과 결합하여 새로운 스킬을 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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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沙漠化)가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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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모래늪이 꿈틀거리며 그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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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늪의 가장자리에 닿은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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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무도, 질척이는 늪도, 시야를 가리던 무성한 수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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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평등하게 모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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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는 반경 약 20m.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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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내 주변이 아무런 장애물 없는 평탄한 모래밭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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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라 그런가? 마나 소모가 심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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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안 스킬 덕에 마나통이 비교도 할 수 없이 늘었음에도,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가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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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살아있는 식물을 대상으로 한 탓에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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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 지대였다면 훨씬 적은 마나로 더 넓은 범위를 사막으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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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다음 구역은 화산 지형이라던데. 그때는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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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기다려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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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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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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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길을 따라 세상이 사막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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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대도, 거대 식물도, 모두가 모래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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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풀숲에 교묘하게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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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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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친김에 몬스터에게도 사막화를 시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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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토템을 시전한 후, 고블린을 붙잡아 고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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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늪에서 고블린에게로 천천히 뻗어가는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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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블린의 발끝부터 모래로 변환시키는 것을 시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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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리다. 이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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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하자마자 온몸의 마력이 쭉쭉 빨려나가는 느낌에 황급히 스킬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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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욕심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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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튕겨 모래탄환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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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발의 모래 탄환이 허허벌판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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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은 순식간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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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의 경고와는 달리, 너무나도 편안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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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11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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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거리는 보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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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올스탯 보너스와 마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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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레벨업? 스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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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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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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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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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보상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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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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