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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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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에 들린 거대한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세계수의 뿌리를 그대로 뽑아 만든 듯했다.
살아있는 것 같이 선명한 나뭇결.
“드디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세계수의 뿌리]
[등급: 레전더리]
[효과: 대지의 권능. 모래를 넘어, 대지 그 자체를 다루는 권능을 부여합니다. 흙 속성 마법이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진화합니다.]
아이템 설명은 여전히 불친절했지만 상관없었다.
레전더리. 그 한 단어면 충분했으니까.
이름부터 ‘세계수의 뿌리’이라니.
간지가 철철 흘러넘쳤다.
나는 당장이라도 이 엄청난 물건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어디 보자, 땅속성 마법…. 대표적인 거 뭐가 있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세 글자 단어.
나는 지팡이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외쳤다.
“메테….”
“잠깐!”
다급한 외침이 내 주문을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엘프 장로가 기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뭘 하시려는 겁니까! 기껏 살려놓은 세계수를 다시 멸망시키시려고요?”
장로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설마요. 그냥 한번 말해본 건데.”
애초에, 메테오 한번 외친다고 운석이 떨어질 리가 없잖은가?
관련 스킬도 없는데 뭘….
내 태평한 대답에 엘프 장로도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물론 은인께서 진심으로 그런 마법을 구사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로는 내 손에 들린 지팡이를 가리켰다.
“은인께서는 잠재력이 충만하시고, 무엇보다 방금 주문을 외우는 순간, 이 지팡이로 주변의 모든 마나가 미친 듯이 모여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목소리에는 아직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떨림이 섞여 있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잖습니까…. 부디 조심, 또 조심해 주십시오. 은인께서는 그러한 잠재력이 있으시니까요.”
오호라, 내 잠재력이 그 정도라는 말이지?
내 어깨가 한층 더 높이 올라갔다.
언젠가는 정말로 메테오를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흠흠. 그럼 말씀대로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지팡이를 고쳐 잡았다.
지팡이도 얻었고, 저렇게 칭찬도 해주니 금세 볼에 가득했던 표독함이 빠져나갔다.
이제 이곳에 볼일은 끝났다.
나는 여전히 나를 둘러싸고 똘똘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엘프 아이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럼 이만.”
아이들은 내 인사에 화답하듯 조막만 한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탑에서 배출되기 직전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엘프들이 당신을 기억합니다.]
“아?”
이걸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맞다. 10층 클리어 때 봤었지.
그때도 오크 대족장이 나를 기억한다는 메시지가 떴었다.
물론 그 이후로 오크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미 죽은 놈이 날 무슨 수로 기억하겠다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고.
“뭐, 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나는 이번 메시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다시 만날 일도 없을 텐데. 기억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만약 윗층에서 다시 만난다고 해도, 엘프들이 내게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탑 밖으로 나오자 상쾌한 바깥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자, 그럼 이제 뭘 해야 하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히 갤러리에 자랑부터 해야지.”
나는 신이 나서 집으로 향했다.
새로 얻은 지팡이는 내 키보다도 훌쩍 커서, 가방에 다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나는 지팡이를 어깨에 둘러메고 움직여야 했다.
“빨리 탑 근처 헌터 거주지에 집을 구해야겠네.”
매일 이런 물건을 들고 다닌다면 주민들에게 걸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탑 5분 거리에 있는 탑세권 집에 산다면 이런 걱정도 사라질 터.
나는 브로커가 잘해주기만을 바랬다.
***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지팡이를 벽에 기대어 세웠다.
묵직한 소리를 내는 지팡이.
그다음 망설임 없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부팅되는 짧은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이 감동을 하루빨리 모두와 나눠야 했다.
물론,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지팡이의 사진을 찍기 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거 레전더리라고 그냥 올려도 되나?
아니, 그건 너무 위험했다.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은 너무 희귀한 물건이다.
S급 헌터들조차 몇 개 없는 아이템.
어차피 사람들이 날 추적할 방법은 없겠지만, 괜한 욕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까진 없었다.
“비틱질도 선은 지켜가며 해야지.”
나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유니크.
그래, 유니크 등급이라고 하자.
그 정도가 딱 적당하게 사람들의 어그로를 끌 수 있을 터였다.
나는 가장 지팡이가 신비해 보이는 각도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익숙하게 헌터 갤러리에 접속해 새 글을 작성했다.
[제목 : !!!햄부기 또 뿌린다!!!]
작성자: ㅇㅇ(B99.9C9)
(지팡이 사진.jpg)
미.. 미안.
사실 그런 건 여기에 없어.
그냥 이번에 새로 얻은 옵션 개쩌는 유니크 아이템을 보여주고 싶어서….
응? 별로 화나지 않았다구?
역시 다들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잠시 후 폭발하는 댓글창.
나는 열심히 F5를 누르며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ㄴ 아오 내 햄부기 어디 갔냐고!!!
ㄴ ㅁㅊ 저게 뭐냐?
ㄴ 걍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ㄹㅇ 인생 한방이다.
ㄴ 유니크 법사 무기 ㅋㅋㅋㅋ 저거 팔면 얼마임?
ㄴㄴ 일단 니가 평생 일해도 못 사는 건 분명함.
ㄴ 탑 유동님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햄부기 하나만 주십쇼….
단순히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
ㄴ 근데 처음 보는 템인데? 공략 사이트에 비슷한 거 없는데.
ㄴㄴ 그럼 히든피스라는 거?
ㄴ 그럼 정보만 팔아도 돈 엄청 벌겠네 ㄷㄷ.
분석하려는 사람들.
ㄴ 딱 보니까 디자인만 요란하고 옵션은 구릴 듯?
ㄴ ㄹㅇ 사이즈도 너무 커서 실용성 없음. 저거 들고 어떻게 걸어 다님.
ㄴㄴ 법사면 날아다니면 그만 아니냐?
ㄴ 어 어차피 법사 템이라 나한텐 필요 없어~ 하나도 안 부러워~
ㄴㄴ 울지 말고 말해봐.
그리고 신포도질을 하려는 사람들까지.
어떤 반응이던 좋았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실시간으로 쌓여가는 댓글들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다.
이 맛에 탑을 오르는 거지.
사람들의 노골적인 질투와 선망이 나를 더없이 기분 좋게 만든다.
나는 팝콘이라도 가져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며, 느긋하게 스크롤을 내렸다.
“아, 행복하다….”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
한편, 부산 화연 길드장실.
정태연은 턱을 괸 채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아직도 시끌벅적한 헌터 갤러리가 아니었다.
오직 다섯 명의 마법사만이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공간, 마법사 갤러리.
그곳에 방금 전, 익숙한 아이피의 새 글이 올라왔다.
[제목: 헌갤에는 유니크라고 구라침]
작성자: ㅇㅇ(I55.555)
이거 사실 레전더리임.
세계수로 만든 거고, 엘프들이 고맙다고 선물로 줬음.
님들한테만 특별히 서비스로 알려드림.
정태연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헌터 갤러리를 뒤집어 놓고 와서는, 이곳에 와서야 진실을 말하는 모습이라니.
정말이지 그 다운 행동이었다.
ㄴ p깟쮸 : 아니 나는 탑 오르면서 유니크도 한번 못 먹어봤는데! 볼 때마다 억울하다에요. 솔직히 뉴비는 나한테 아이템 사용권 한 번씩 줘야한다에요.
ㄴ 냉장고 : 난 엘프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데…. 20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언제나처럼 질투심을 불태우는 p깟쮸.
그리고 학술적인 호기심을 빛내는 냉장고.
“한결같다니까….”
정태연은 그들의 댓글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방 한쪽에 놓인 길고 고급스러운 케이스로 향했다.
얼마 전, 뉴비에게 선물하기 위해 거금을 주고 사들인 유니크 등급 스태프가 담겨 있는 곳이었다.
탁, 정태연은 손가락을 튕기려다가 멈췄다.
저것을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그 충동을 억눌렀다.
정태연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건 지난번의 레어 등급 로브와는 달랐다.
유니크 아이템은 화가 좀 난다고 태워버리기엔 비쌌다.
조금 심하게 비쌌다….
정태연 개인의 자금으로도 상당한 출혈을 감안해야 했다.
길드의 자산으로 따져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물건.
“그럼 이걸 이제 어떡하지?”
정태연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신에게는 이미 손에 익은 유니크 스태프가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스를 열었다.
냉기를 뿜어내는 푸른 스태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태연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기묘한 아이디어가 스쳤다.
정태연은 자신의 스태프와 새로 산 스태프를 양손에 하나씩 들어 올렸다.
“…두 개 동시에 쓸 수는 없나?”
정태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나는 계속해서 읽은 댓글들을 몇 번이고 또다시 읽었다.
정말이지 이건 질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이 감상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었다.
“슬슬 할 일을 해야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신분 문제였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익숙하게 텔레그램을 켰다.
[SSalDaPam]
[혹시 신분증은 어떻게 됐어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사라지는 1이라는 숫자.
마치 내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SSalDapam : 삼촌이 누군데! 당연히 준비 다 해놨지~ ㅎㅎ]
[SSalDapam : 내일이면 받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정말 괜찮은 거지? ㅠ_ㅠ 삼촌은 걱정이 많단다….]
“….”
이 아저씨의 온라인 인격은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았다.
나는 그의 구구절절한 걱정은 가볍게 무시하고, 용건만 간단히 타이핑했다.
[ㅇㅋ 확인.]
첫 번째 문제는 해결됐다.
다음은 두 번째. A급 헌터 등록.
나는 다시 마법사 갤러리로 돌아갔다.
ㄴ ㅇㅇ(55G.555) : @풍뎅이 그래서 A급 등록은 어떻게 함? 내일모레면 될 것 같은데.
ㄴ 풍뎅이 : 내일모레?
ㄴ 풍뎅이 : 약속 장소 주변에 몇 시간 동안 결계를 쳐둘 거야. 외부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을 거고. 그러니 안심하고 나와도 돼.
ㄴ 풍뎅이: 오후 2시. 탑 근처에 있는 카페 햄햄치즈로 와.
“결계라…”
S급 마법사가 직접 쳐주는 결계라니.
이보다 더 안전한 장소는 없을 터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ㄴ ㅇㅇ(55G.555) : 그럼 내일모레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