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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얻은 플래티넘 스킬, 모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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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보호하는 방벽을 만든다는 간단한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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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규모가 내 상상을 초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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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이 너무 높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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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마법 스킬들의 위력이 마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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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걸 그대로 쓰기에는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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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소모도 심했고 무엇보다 시야를 전부 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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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매번 마력량을 조절해서 발동하기엔 타이밍이 안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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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습을 방어하는 스킬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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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기습 때마다 필요한 마력을 연산하면 분명 타이밍을 놓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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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킬에 가까워진 만큼, 나중에 다양한 활용을 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기습을 막는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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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만들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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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품속에서 마법 깎는 청년에게서 빼앗은 레전더리 로브를 꺼내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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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린아이에게는 너무나 큰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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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끌리는 옷자락이 거추장스러웠지만, 지금은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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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브에 깃든 유일한 스킬을 모래 장벽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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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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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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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의 스킬, 인공 마나 코어가 모래 장벽 스킬과 결합하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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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처럼 거대한 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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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주위에 얇고 투명한 모래 막을 입히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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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적용되자, 내 앞의 거대한 벽은 스스로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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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아까의 투명화 다크 엘프가 활을 다시 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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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손가락이 시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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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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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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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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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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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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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보이지 않던 모래 방벽이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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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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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거대한 장벽과는 훨씬 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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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벼운 화살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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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발동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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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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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얇은 모래 방벽에 부딪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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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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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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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의 효과. 완벽한 자동 방어 시스템이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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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과감하게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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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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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이 자동 방어 스킬의 성능을 믿고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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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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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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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지만, 통찰안을 통해 적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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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먹히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크엘프는 한참이나 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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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자 그제야 살며시 움직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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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는 은신을 유지한 채 빠르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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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가까워지는 마력의 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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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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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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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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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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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놈이 칼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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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단검이 내 등을 향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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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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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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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모래 방벽이 공격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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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한 충격이 느껴졌지만, 방벽은 뚫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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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동한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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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완전히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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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완벽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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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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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투명화가 풀린 다크엘프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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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습이 막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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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놈을 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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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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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나를 둘러싼 모래 방벽을 조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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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에 따라, 방벽의 일부가 날카로운 가시 형태로 변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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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쏘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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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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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는 반응할 틈도 없이 모래 가시에 가슴을 꿰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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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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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모래 방벽의 모양은 자유자재로 커스텀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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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플레티넘 값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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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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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방벽의 강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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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동 모래 방벽 스킬을 내가 아니라 모래 분신 초호기를 지키도록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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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신은 카메라로 이 모든 것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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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모래 탄환 한 발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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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을 향해 쏘아지는 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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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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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난 방벽은 탄환을 가볍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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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정도의 방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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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내 최대 공격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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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팔 전체를 거대한 모래 말뚝으로 변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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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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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성된 말뚝을 방벽을 향해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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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말뚝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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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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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방벽에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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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바람이 불며 시야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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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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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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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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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벽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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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시에 내 최대 공격력을 담은 모래 말뚝 또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한 줌의 모래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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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역시 이 정도는 버티지 못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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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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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건 암살자나 기습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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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공격이 날아오려면 반드시 전조 증상이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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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대비할 시간도 충분할 것이고, 더 두꺼운 방벽을 세우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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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탑을 나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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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분신들을 시켜 잡몹들을 사냥하고, 트렌트의 열매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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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대에서의 익숙해진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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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의 열매를 세계수의 씨앗에 먹이고, 남은 찌꺼기는 내가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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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먹는다고 이전처럼 성장하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버리긴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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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거…. 이제 다 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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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세계수의 씨앗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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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호박정도의 크기가 된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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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씨앗이 맞긴 한지 의문이 드는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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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숨기고 다니기도 힘든 사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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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씨앗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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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지? 아마 16층즈음이었나? 그때부터 성장이 멈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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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 전까지 성장을 다 시켜야 히든 피스가 만족된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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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이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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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앗을 양손으로 들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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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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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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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보험이 하나 생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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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20층이 코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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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8층, 19층, 20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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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개의 층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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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넘으면, 나도 한국에 10명뿐인 A급 헌터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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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단순히 층만 넘는다고 바로 A급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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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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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이라면 A급은 충분히 가능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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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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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신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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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어버린 나는 지금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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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는 헌터 등록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뻔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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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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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에게 가 봐? 아니면 풍뎅이에게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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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당장 생각해 봐야 별수 없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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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파진 나는 오늘의 성과나 갤러리에 자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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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마법사 갤러리를 익숙하게 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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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실험 영상을 적당히 편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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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게 편집한 영상을 마법사 갤러리에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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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암살자 카운터 스킬 만듦. ㅁㅌ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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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G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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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로 암살자 따잇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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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방벽이 생성되는 움짤.we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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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게시글의 반응은 평소보다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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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는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니, 다들 영상을 몇 번씩 돌려보고 있는 탓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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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 넘게 지나서야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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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이건 또 무슨 개사기 스킬이야. 또 레인보우라도 먹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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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G11.111) : 아니, 플레티넘인데 걍 대충 개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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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아오, 어떻게 맨날 ‘그냥 대충 해봤음’으로 이런 게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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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방금 영상 자세히 분석해 봤는데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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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G11.111) : 오…. 그래서 자칭 초천재 연구원의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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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야 갤에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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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현실에서 그렇게 부르는걸 더 싫어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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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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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중에 정상인은 나뿐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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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동안 냉장고는 분석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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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일반인의 반응속도 한계는 0.2초야. 하지만 이 마법의 반응속도는 0.1초에 근접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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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딜레이가 0에 수렴한다는 소리야. 말 그대로 자동 방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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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 상시 발동 스킬이란 소리야? 그럼 잠을 자거나 의식을 잃었을 때도 발동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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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난 저런 스킬 어디서 안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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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찬사에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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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의 감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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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생각을 정리한 뒤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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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다들 본질을 놓치고 있어. 지금은 단순 방어지만, 저 원리를 응용하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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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앞으로도 스킬 자동화가 가능하다면…. 적이 보이면 자동으로 공격, 다치면 자동 포션 사용 같은 것도 가능하다는 소리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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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분석에 갤러리는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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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 엄청난 가능성에 압도당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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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나조차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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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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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 주는 냉장고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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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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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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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G11.111) : ㅋㅋㅋ 다들 이 정도는 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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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안면에 번갈아가며 펀치 날리는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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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하여튼 얘는 조금이라도 띄워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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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동안 비틱질이 오가던 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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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깟쮸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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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러운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는 건조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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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이거 아군한테도 걸어줄 수 있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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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변화에 의아함을 느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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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A55.555) : 음 모래 분신한테는 썼는데…. 사람한테는 모르겠네. 모래분신은 결국 내 몸의 일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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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매모호한 대답에도 p깟쮸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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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그래도 괜찮다에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달라에요. 나한테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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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댓글에서는 평소의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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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미묘한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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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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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A55.555) : 사실 그냥 아이템빨이야. 레전더리 로브 하나 주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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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설마 저번에 그 로브? 익스트림에서만 얻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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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A55.555)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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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댓글을 마지막으로 p깟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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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깟쮸의 댓글은 한참 뒤에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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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아. 레전더리 아이템…. 그렇구나. 그럼 나는 못하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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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알겠다에요.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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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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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마지막 댓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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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p깟쮸라면 "비틱은 죽인다에요!"라며 화를 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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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으로 모니터 너머의 p깟쮸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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