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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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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산문이었다. 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잿더미와 불꽃이 마구 휘날렸다.
구파의 장문인과 팔천 종주의 격돌이었다. 사실상 무림 최상층의 충돌이라 봐야 맞았다.
“돌아오지 않는군.”
점창 장문인 유원평이었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기색이었다.
“음혈종의 혈귀 놈을 멸할 칼을 준비하고 있었거늘.”
“급해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구나.”
온 몸을 흑포로 둘러싼 사내가 대꾸했다. 그가 손을 뻗자 흑룡포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여 눈발과 바람을 틀어막았다.
얼핏 보면 힘없이 나풀거리는 천처럼 보이는 그것은 흑룡회주의 독문병기이자 신병이기였다.
구파 장문인의 검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진기를 주입하면 자유자재로 길이가 늘고 줄기를 반복했는데, 하수들의 접근을 감히 허락하지 않았다.
“음혈종주가 떠나고 나서부터 진기에 여유를 두더구나. 필히 도주한 점창의 제자들과 합류하기 위함이었겠지. 허나 애석하게 되었다, 유가야. 네 제자들은 전부 혈귀가 되어 돌아오겠구나.”
“…….”
흑룡회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도를 치켜들었다. 흑룡회주이기 전에 광서제일도(廣西第一刀)였다.
태산과도 같은 기운이 도 끝에 맴돌았다. 마주한 사람으로 하여금 전신이 저릿거리게 하는 기파였다.
쩌어엉―!
곧 묵빛 진기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며 유원평을 덮쳤다. 도가 섬뜩한 궤적을 그려내며 유원평의 목을 베어내려 했다.
동시에 흑룡포 또한 포격과도 같은 굉음을 일으키며 유원평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두 명의 초고수를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의 고수라면 여기서 빈틈을 드러내야 옳았다.
유원평은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대신 흑룡회주의 심장을 노렸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사생결단을 내려는 것이다.
흑룡회주는 혀를 차며 진각을 밟았다.
“……이 자리에 장로들을 데려오지 않길 잘했다. 완전히 광인이나 다름 없구나. 검귀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야.”
유원평이 쓰러뜨린 혈귀들의 수가 기백에 가까웠다. 점창파 산문에 시체로 된 산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 중에는 흑룡회의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전부 정예에 속하는 무인이었다.
“산문 아래에 있는 수하가 말해주더군. 청운마검이 이 자리에 찾아왔다고 말이야. 본 회주를 빠르게 떨쳐내지 못하면 네 제자마저 혈귀가 되게 생겼구나.”
물론 흑룡회주는 청운검이 당장 혈귀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일검법의 묘리를 캐내야 했기 때문이다.
흑룡회는 점창의 무학과 유산을, 음혈종은 점창의 무인들을 원했다. 혈귀로 탈바꿈하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야 했다.
“사파 잡것이 내 제자까지 걱정해줄 줄은 몰랐군.”
유원평이 중얼거렸다. 도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사마외도를 면전에 둔 탓에 점창파의 도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굉장히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점창파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사마외도의 수작질에 스러진 동문이 몇이었던가. 말투가 점잖은 것이 되려 이상했다.
장문인이 되기 전, 아직 후기지수였을 무렵에는 검귀라 불렸던 그였다. 무수한 사마외도의 목을 베고 서른의 나이에 장문인의 자리에 올랐다. 그 당시에도 더 없는 파격이었다.
그 후로 삼십 년이 넘게 흘렀다.
점창이 황실의 존중을 받게 된 것은 온전히 유원평의 업적이었다.
“후예의 화살을 자처한다더니. 제자에게도 그리 매정할 줄은. 유가야. 너희들은 도사라는 것들이 마교보다 비정하구나.”
흑룡회주가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상대를 조롱하는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흑룡회주의 육신을 둘러싼 흑룡포는 뱀과 같은 움직임으로 유원평의 주변을 맴돌았다.
“과녁이 말이 많다.”
유원평의 눈동자에 새하얀 빛이 어렸다.
사일검법의 사일(射日)은 본디 해를 쏜다는 뜻이다.
궁신은 검이 아닌 화살로 태양을 쏘아 맞혔다. 그렇다면 점창은 어찌하여 검법에 그런 이름을 붙였단 말인가.
상단전이 발달한 초고수들의 의념은 그 자체로 자연에 영향을 끼친다.
화산의 검기가 허공에서 매화를 피워올리고, 음혈종주가 한 줌 핏물로도 되살아나는 것 또한 같은 이치다.
무공의 영역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경지에 다다른 점창의 무학도 그와 같았다.
쏘아 맞출 수 없는 것을 쏘아 맞추고, 꿰뚫을 수 없는 것을 꿰뚫을 수 있게 된다.
키이이잉―
초고수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았다. 찰나를 다시 수백 번 쪼갤 수 있었다.
쇄도하는 사일검을 향해 눈을 치켜든 흑룡회주가 미간을 좁혔다. 터무니없는 속도다.
허나 그 역시 팔천의 종주였다. 급박한 순간을 찰나로 쪼갰다. 흑룡포로 위력을 줄이고 도법으로 반격초를 펼쳐 막아내려 했다.
‘음.
찰나에 판단하여 그만두었다. 막을 수 없음을 직감한 것이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 역시 싸움을 즐기는 무인이었지만, 제 목숨을 도외시하고 같이 죽으려는 광인과 동귀어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깨를 내어주어야 하는가.
저 한 초식을 위해 적지 않은 진기를 소모했을 테니 마냥 손해는 아닐 터였다. 음혈종주가 복귀하면 이전보다 쉽게 패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촤아아아악―!
투명한 미풍과도 같은 일격이 둘 사이를 절묘하게 가로막았다. 초고수의 안법으로도 그 묘리를 파악하기 힘든 고절한 검격이었다.
점창파 대장로가 도주했던 방향에서부터 쏘아진 것이다. 음혈종주가 걸음을 옮겼던 방향이기도 했다.
희끄무레한 백광이 너울지더니, 둘 사이에 실선을 그어냈다. 바위와 지맥, 거목과 주춧돌을 가리지 않았다.
찰나에 전부 베였다. 흑룡회주의 반격초와 유원평의 절기를 포함해서다.
“…….”
흑룡회주의 눈매에 날이 섰다. 자신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쏘아보낸 검격이 아니다. 누군가를 베어넘긴 검격이 우연찮게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그리고 이 검격에 당했을 누군가는 높은 확률로 음혈종주일 터였다.
‘황실을 끌어들였군.
흑룡회주는 추측했다. 음혈종주의 기파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천명검의 단주가 직접 나선 것이 분명했다.
“종주, 종주께선?”
“퇴각이다! 가까운 지부로 도주하라!”
혈귀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각혈하거나 주화입마에 든 혈귀들이 적은 것을 보니 음혈종주가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허나 치명상을 입은 것은 분명했다. 음혈종주의 안위는 뭇 혈귀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강서에 있다고 들었거늘.
흑룡회주의 결정은 빨랐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전장을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
화아아악!
흑룡포가 기이하게 울더니, 용과 같은 형상으로 변해 그를 구름과 가까운 높이로 끌어올렸다.
“…….”
유원평은 흑룡회주를 구태여 쫓으려 들지 않았다. 점창의 보법은 단기결전에나 어울렸다. 추격의 효용은 구파의 여타 보법들에 뒤떨어졌다.
대신 검을 제 귀 옆까지 치켜들었다.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듯했다.
눈동자에 흑룡회주의 등을 담았다. 어느새 점과도 비슷한 크기로 멀어져 있었다.
허나.
아직 사일검법의 절초, 후예사일(后羿射日)의 사정권이었다.
스으으.
짧은 호흡을 내뱉은 직후였다.
유원평의 검은 내지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뭣 모르는 타인이 본다면, 처음부터 검이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다음 순간, 끝으로 나아가던 흑룡회주의 신형이 허공에서 크게 휘청이더니, 족히 수십 장 아래로 추락했다.
신병이기라던 흑룡포 한켠이 처참하게 찢겨나갔다. 상의에 착용하고 있던 호신갑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떨어지다 가까스로 신형을 붙잡고 허공에서 멈춰섰다. 뒤쪽을 세차게 노려보면서다.
그것도 잠시였다. 추격을 염려하여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아쉽군.”
유원평은 옅은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베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연은 음혈종주가 핏물로 변해 스며든 곳을 응시했다. 피육을 벨 때 느껴지던 특유의 감각이 없었다.
마치 무기물을 베는 것 같았다. 음혈종주의 외양을 본딴 분신임이 분명했다.
진득해야 할 핏물이 빗물보다 빠르게 지면에 흡수되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음혈종의 장로들은 별 기이한 수작을 다 부리는구나.
육 장로만 되어도 이럴진대, 그보다 상위의 장로들은 오죽하겠는가.
박쥐나 안개로도 변할 듯싶었다.
“상처를 추스를 시간에 도주해라!”
“당장 도망쳐라! 황실의 절세보검이 직접 나섰다!”
난전 속에서 흑룡회 소속 무인들이 다급히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서연은 놀란 얼굴로 점창산 산문을 응시했다. 어느 순간부터 격돌하는 소리가 잦아들더라니, 그런 연유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황실의 절세보검이라면, 천명검의 단주인가?
절세고수이자, 천하오절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기파를 느끼지도 못했거늘, 그 사이에 팔천의 종주를 둘이나 쓰러뜨린 모양이다.
방금 자신이 상대했던 것이 정교한 분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서연은 다시금 당가주에게 전달받았던 쥘부채의 성능을 실감했다.
육 장로는 도망치지도 못했다. 그 잠깐 사이에 서연에게 마혈을 짚였기 때문이다.
혈맥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진기를 느꼈다. 지독한 내상을 입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쿨럭―!
피를 토하고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종주가 자신을 버리고 도주했다는 심마까지 더해졌다.
몸을 공벌레처럼 돌돌 만 채로 고통에 떨 수밖에 없었다.
‘……여태 이만한 고수를 숨기고 있었다고?
종주가 대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주했다는 뜻은, 눈 앞의 신녀문주 역시 절세고수라는 의미였다.
실로 두려울 정도의 심계였다. 황실에 반발한 세력들을 언젠가 일망타진하겠다는 뜻 아닌가.
종주가 망설이지 않고 도주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마교가 잠잠했던 것도 눈 앞의 여인의 존재를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거친 숨을 내뱉던 육 장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서연의 진기가 전신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여태 버틴 것이 용했다.
혼절한 육 장로를 내려다보던 서연은 그녀의 뒷목을 붙잡았다. 대롱대롱 들린 꼴이, 음혈종의 장로라고는 믿기 힘든 모양새였다.
위지향에게 듣기로, 운남 곳곳에 점창의 장로들이 파견을 나가 있다고 들었다. 포로로 잡혀 있는 장로들이 많을 것이라 사료되었다.
인질을 교환할 때 사용할 생각이었다. 비교적 몸 성히 사로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합류해야겠다.
점창파 장문인 쪽은 천명검단주가 알아서 해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위지향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결심한 순간 신형이 수십 보 앞으로 움직였다. 하늘 위를 쾌속히 질주하는 유혼을 따라가는 것이다.
손에 들린 육 장로가 아무렇게나 흔들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마외도들도 포로들을 이처럼 험하게 다뤘을 터였다.
쾅!
멀지 않은 곳에서 점창파 대장로가 누군가와 격돌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은 색이었다. 흑룡회의 장로인 듯했다.
여태 수많은 적을 베어오며 지친 탓인지, 대장로의 검이 이전보다 흐린 빛을 머금고 있었다.
“쳐라!”
그야말로 난전이나 다름없었다. 혈귀들과 사파 무인들이 마구 뒤섞인 채로 도사들의 피를 탐했다.
천명검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듯했다. 점창파 대장로와 맞서는 흑룡회 장로의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이다.
“전부 살려둘 필요는 없다! 틈을 보이는 즉시 목을 쳐라!”
“일대제자부터 죽여라! 놈들도 지쳐있다!”
사파답게 온갖 무기를 사용했다. 암기는 물론, 독을 사용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혈귀들 중에는 아예 재생의 공능을 믿고 이빨부터 들이미는 작자들도 적지 않았다.
팍―!
서연은 땅을 거칠게 박차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거친 눈보라가 뺨을 스쳤다.
세찬 기파를 뿜어내던 흑룡회 장로의 당황한 얼굴이 서연의 시야에 맺혔다.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콰아아아앙―!
마치 별이 추락하듯, 서연의 착지점을 중심으로 무지막지한 진동이 일었다.
“무슨……!”
“균형을 잃지 마라! 그대로 휩쓸린다!”
눈과 먼지가 뒤섞여 흐릿하게 번졌다. 오죽 자욱했는지 잠시 소강상태가 일 정도였다.
사파의 무인들 중에는 순간적으로 귀가 멀어버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짙은 침묵 속에서 먼지가 걷혔다.
흑룡회의 무인들은 뒤이어 나타난 장면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웬 여인이 흑룡회의 장로를 짓밟은 채로 오연히 서 있었다. 손에는 시체처럼 축 늘어진 음혈종의 장로를 든 채였다.
끔찍할 수준의 침묵 속에서, 여인이 입을 열였다.
“황실의 절세 보검이 당도했으니.”
곳곳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파 잡것들은 마땅히 무릎을 꿇어라.”
그렇게 말하는 여인은, 황실의 보검을 자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