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03 lines
15 KiB
Markdown
303 lines
15 KiB
Markdown
|
||
점창파의 산문이었다. 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잿더미와 불꽃이 마구 휘날렸다.
|
||
|
||
구파의 장문인과 팔천 종주의 격돌이었다. 사실상 무림 최상층의 충돌이라 봐야 맞았다.
|
||
|
||
“돌아오지 않는군.”
|
||
|
||
점창 장문인 유원평이었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사람답지 않게 담담한 기색이었다.
|
||
|
||
“음혈종의 혈귀 놈을 멸할 칼을 준비하고 있었거늘.”
|
||
|
||
“급해져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구나.”
|
||
|
||
온 몸을 흑포로 둘러싼 사내가 대꾸했다. 그가 손을 뻗자 흑룡포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여 눈발과 바람을 틀어막았다.
|
||
|
||
얼핏 보면 힘없이 나풀거리는 천처럼 보이는 그것은 흑룡회주의 독문병기이자 신병이기였다.
|
||
|
||
구파 장문인의 검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진기를 주입하면 자유자재로 길이가 늘고 줄기를 반복했는데, 하수들의 접근을 감히 허락하지 않았다.
|
||
|
||
“음혈종주가 떠나고 나서부터 진기에 여유를 두더구나. 필히 도주한 점창의 제자들과 합류하기 위함이었겠지. 허나 애석하게 되었다, 유가야. 네 제자들은 전부 혈귀가 되어 돌아오겠구나.”
|
||
|
||
“…….”
|
||
|
||
흑룡회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도를 치켜들었다. 흑룡회주이기 전에 광서제일도(廣西第一刀)였다.
|
||
|
||
태산과도 같은 기운이 도 끝에 맴돌았다. 마주한 사람으로 하여금 전신이 저릿거리게 하는 기파였다.
|
||
|
||
쩌어엉―!
|
||
|
||
곧 묵빛 진기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며 유원평을 덮쳤다. 도가 섬뜩한 궤적을 그려내며 유원평의 목을 베어내려 했다.
|
||
|
||
동시에 흑룡포 또한 포격과도 같은 굉음을 일으키며 유원평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
||
|
||
두 명의 초고수를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의 고수라면 여기서 빈틈을 드러내야 옳았다.
|
||
|
||
유원평은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대신 흑룡회주의 심장을 노렸다.
|
||
|
||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사생결단을 내려는 것이다.
|
||
|
||
흑룡회주는 혀를 차며 진각을 밟았다.
|
||
|
||
“……이 자리에 장로들을 데려오지 않길 잘했다. 완전히 광인이나 다름 없구나. 검귀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야.”
|
||
|
||
유원평이 쓰러뜨린 혈귀들의 수가 기백에 가까웠다. 점창파 산문에 시체로 된 산이 생겨날 정도였다.
|
||
|
||
그 중에는 흑룡회의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전부 정예에 속하는 무인이었다.
|
||
|
||
“산문 아래에 있는 수하가 말해주더군. 청운마검이 이 자리에 찾아왔다고 말이야. 본 회주를 빠르게 떨쳐내지 못하면 네 제자마저 혈귀가 되게 생겼구나.”
|
||
|
||
물론 흑룡회주는 청운검이 당장 혈귀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일검법의 묘리를 캐내야 했기 때문이다.
|
||
|
||
흑룡회는 점창의 무학과 유산을, 음혈종은 점창의 무인들을 원했다. 혈귀로 탈바꿈하는 것은 그 이후가 되어야 했다.
|
||
|
||
“사파 잡것이 내 제자까지 걱정해줄 줄은 몰랐군.”
|
||
|
||
유원평이 중얼거렸다. 도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였다.
|
||
|
||
사마외도를 면전에 둔 탓에 점창파의 도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굉장히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었다.
|
||
|
||
점창파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사마외도의 수작질에 스러진 동문이 몇이었던가. 말투가 점잖은 것이 되려 이상했다.
|
||
|
||
장문인이 되기 전, 아직 후기지수였을 무렵에는 검귀라 불렸던 그였다. 무수한 사마외도의 목을 베고 서른의 나이에 장문인의 자리에 올랐다. 그 당시에도 더 없는 파격이었다.
|
||
|
||
그 후로 삼십 년이 넘게 흘렀다.
|
||
|
||
점창이 황실의 존중을 받게 된 것은 온전히 유원평의 업적이었다.
|
||
|
||
“후예의 화살을 자처한다더니. 제자에게도 그리 매정할 줄은. 유가야. 너희들은 도사라는 것들이 마교보다 비정하구나.”
|
||
|
||
흑룡회주가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
||
|
||
상대를 조롱하는 말을 내뱉는 와중에도, 흑룡회주의 육신을 둘러싼 흑룡포는 뱀과 같은 움직임으로 유원평의 주변을 맴돌았다.
|
||
|
||
“과녁이 말이 많다.”
|
||
|
||
유원평의 눈동자에 새하얀 빛이 어렸다.
|
||
|
||
사일검법의 사일(射日)은 본디 해를 쏜다는 뜻이다.
|
||
|
||
궁신은 검이 아닌 화살로 태양을 쏘아 맞혔다. 그렇다면 점창은 어찌하여 검법에 그런 이름을 붙였단 말인가.
|
||
|
||
상단전이 발달한 초고수들의 의념은 그 자체로 자연에 영향을 끼친다.
|
||
|
||
화산의 검기가 허공에서 매화를 피워올리고, 음혈종주가 한 줌 핏물로도 되살아나는 것 또한 같은 이치다.
|
||
|
||
무공의 영역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
||
|
||
경지에 다다른 점창의 무학도 그와 같았다.
|
||
|
||
쏘아 맞출 수 없는 것을 쏘아 맞추고, 꿰뚫을 수 없는 것을 꿰뚫을 수 있게 된다.
|
||
|
||
키이이잉―
|
||
|
||
초고수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았다. 찰나를 다시 수백 번 쪼갤 수 있었다.
|
||
|
||
쇄도하는 사일검을 향해 눈을 치켜든 흑룡회주가 미간을 좁혔다. 터무니없는 속도다.
|
||
|
||
허나 그 역시 팔천의 종주였다. 급박한 순간을 찰나로 쪼갰다. 흑룡포로 위력을 줄이고 도법으로 반격초를 펼쳐 막아내려 했다.
|
||
|
||
‘음.’
|
||
|
||
찰나에 판단하여 그만두었다. 막을 수 없음을 직감한 것이다.
|
||
|
||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 역시 싸움을 즐기는 무인이었지만, 제 목숨을 도외시하고 같이 죽으려는 광인과 동귀어진 하고 싶지는 않았다.
|
||
|
||
‘어깨를 내어주어야 하는가.’
|
||
|
||
저 한 초식을 위해 적지 않은 진기를 소모했을 테니 마냥 손해는 아닐 터였다. 음혈종주가 복귀하면 이전보다 쉽게 패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
||
|
||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
||
|
||
촤아아아악―!
|
||
|
||
투명한 미풍과도 같은 일격이 둘 사이를 절묘하게 가로막았다. 초고수의 안법으로도 그 묘리를 파악하기 힘든 고절한 검격이었다.
|
||
|
||
점창파 대장로가 도주했던 방향에서부터 쏘아진 것이다. 음혈종주가 걸음을 옮겼던 방향이기도 했다.
|
||
|
||
희끄무레한 백광이 너울지더니, 둘 사이에 실선을 그어냈다. 바위와 지맥, 거목과 주춧돌을 가리지 않았다.
|
||
|
||
찰나에 전부 베였다. 흑룡회주의 반격초와 유원평의 절기를 포함해서다.
|
||
|
||
“…….”
|
||
|
||
흑룡회주의 눈매에 날이 섰다. 자신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쏘아보낸 검격이 아니다. 누군가를 베어넘긴 검격이 우연찮게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
||
|
||
그리고 이 검격에 당했을 누군가는 높은 확률로 음혈종주일 터였다.
|
||
|
||
‘황실을 끌어들였군.’
|
||
|
||
흑룡회주는 추측했다. 음혈종주의 기파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천명검의 단주가 직접 나선 것이 분명했다.
|
||
|
||
“종주, 종주께선?”
|
||
|
||
“퇴각이다! 가까운 지부로 도주하라!”
|
||
|
||
혈귀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각혈하거나 주화입마에 든 혈귀들이 적은 것을 보니 음혈종주가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
||
|
||
허나 치명상을 입은 것은 분명했다. 음혈종주의 안위는 뭇 혈귀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
|
||
‘강서에 있다고 들었거늘.’
|
||
|
||
흑룡회주의 결정은 빨랐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전장을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
|
||
|
||
화아아악!
|
||
|
||
흑룡포가 기이하게 울더니, 용과 같은 형상으로 변해 그를 구름과 가까운 높이로 끌어올렸다.
|
||
|
||
“…….”
|
||
|
||
유원평은 흑룡회주를 구태여 쫓으려 들지 않았다. 점창의 보법은 단기결전에나 어울렸다. 추격의 효용은 구파의 여타 보법들에 뒤떨어졌다.
|
||
|
||
대신 검을 제 귀 옆까지 치켜들었다.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듯했다.
|
||
|
||
눈동자에 흑룡회주의 등을 담았다. 어느새 점과도 비슷한 크기로 멀어져 있었다.
|
||
|
||
허나.
|
||
|
||
아직 사일검법의 절초, 후예사일(后羿射日)의 사정권이었다.
|
||
|
||
스으으.
|
||
|
||
짧은 호흡을 내뱉은 직후였다.
|
||
|
||
유원평의 검은 내지르는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뭣 모르는 타인이 본다면, 처음부터 검이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
||
|
||
다음 순간, 끝으로 나아가던 흑룡회주의 신형이 허공에서 크게 휘청이더니, 족히 수십 장 아래로 추락했다.
|
||
|
||
신병이기라던 흑룡포 한켠이 처참하게 찢겨나갔다. 상의에 착용하고 있던 호신갑도 마찬가지였다.
|
||
|
||
한참을 떨어지다 가까스로 신형을 붙잡고 허공에서 멈춰섰다. 뒤쪽을 세차게 노려보면서다.
|
||
|
||
그것도 잠시였다. 추격을 염려하여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
||
|
||
“아쉽군.”
|
||
|
||
유원평은 옅은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
|
||
*****
|
||
|
||
‘베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
||
|
||
서연은 음혈종주가 핏물로 변해 스며든 곳을 응시했다. 피육을 벨 때 느껴지던 특유의 감각이 없었다.
|
||
|
||
마치 무기물을 베는 것 같았다. 음혈종주의 외양을 본딴 분신임이 분명했다.
|
||
|
||
진득해야 할 핏물이 빗물보다 빠르게 지면에 흡수되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
||
|
||
‘음혈종의 장로들은 별 기이한 수작을 다 부리는구나.’
|
||
|
||
육 장로만 되어도 이럴진대, 그보다 상위의 장로들은 오죽하겠는가.
|
||
|
||
박쥐나 안개로도 변할 듯싶었다.
|
||
|
||
“상처를 추스를 시간에 도주해라!”
|
||
|
||
“당장 도망쳐라! 황실의 절세보검이 직접 나섰다!”
|
||
|
||
난전 속에서 흑룡회 소속 무인들이 다급히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
||
|
||
서연은 놀란 얼굴로 점창산 산문을 응시했다. 어느 순간부터 격돌하는 소리가 잦아들더라니, 그런 연유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
||
|
||
‘황실의 절세보검이라면, 천명검의 단주인가?’
|
||
|
||
절세고수이자, 천하오절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기파를 느끼지도 못했거늘, 그 사이에 팔천의 종주를 둘이나 쓰러뜨린 모양이다.
|
||
|
||
방금 자신이 상대했던 것이 정교한 분신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서연은 다시금 당가주에게 전달받았던 쥘부채의 성능을 실감했다.
|
||
|
||
육 장로는 도망치지도 못했다. 그 잠깐 사이에 서연에게 마혈을 짚였기 때문이다.
|
||
|
||
혈맥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진기를 느꼈다. 지독한 내상을 입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
쿨럭―!
|
||
|
||
피를 토하고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종주가 자신을 버리고 도주했다는 심마까지 더해졌다.
|
||
|
||
몸을 공벌레처럼 돌돌 만 채로 고통에 떨 수밖에 없었다.
|
||
|
||
‘……여태 이만한 고수를 숨기고 있었다고?’
|
||
|
||
종주가 대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주했다는 뜻은, 눈 앞의 신녀문주 역시 절세고수라는 의미였다.
|
||
|
||
실로 두려울 정도의 심계였다. 황실에 반발한 세력들을 언젠가 일망타진하겠다는 뜻 아닌가.
|
||
|
||
종주가 망설이지 않고 도주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
||
|
||
어쩌면 마교가 잠잠했던 것도 눈 앞의 여인의 존재를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
|
||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거친 숨을 내뱉던 육 장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
||
|
||
서연의 진기가 전신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여태 버틴 것이 용했다.
|
||
|
||
혼절한 육 장로를 내려다보던 서연은 그녀의 뒷목을 붙잡았다. 대롱대롱 들린 꼴이, 음혈종의 장로라고는 믿기 힘든 모양새였다.
|
||
|
||
위지향에게 듣기로, 운남 곳곳에 점창의 장로들이 파견을 나가 있다고 들었다. 포로로 잡혀 있는 장로들이 많을 것이라 사료되었다.
|
||
|
||
인질을 교환할 때 사용할 생각이었다. 비교적 몸 성히 사로잡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
||
|
||
‘합류해야겠다.’
|
||
|
||
점창파 장문인 쪽은 천명검단주가 알아서 해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위지향이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
||
|
||
결심한 순간 신형이 수십 보 앞으로 움직였다. 하늘 위를 쾌속히 질주하는 유혼을 따라가는 것이다.
|
||
|
||
손에 들린 육 장로가 아무렇게나 흔들렸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마외도들도 포로들을 이처럼 험하게 다뤘을 터였다.
|
||
|
||
쾅!
|
||
|
||
멀지 않은 곳에서 점창파 대장로가 누군가와 격돌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검은 색이었다. 흑룡회의 장로인 듯했다.
|
||
|
||
여태 수많은 적을 베어오며 지친 탓인지, 대장로의 검이 이전보다 흐린 빛을 머금고 있었다.
|
||
|
||
“쳐라!”
|
||
|
||
그야말로 난전이나 다름없었다. 혈귀들과 사파 무인들이 마구 뒤섞인 채로 도사들의 피를 탐했다.
|
||
|
||
천명검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듯했다. 점창파 대장로와 맞서는 흑룡회 장로의 기세가 등등했기 때문이다.
|
||
|
||
“전부 살려둘 필요는 없다! 틈을 보이는 즉시 목을 쳐라!”
|
||
|
||
“일대제자부터 죽여라! 놈들도 지쳐있다!”
|
||
|
||
사파답게 온갖 무기를 사용했다. 암기는 물론, 독을 사용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
||
|
||
혈귀들 중에는 아예 재생의 공능을 믿고 이빨부터 들이미는 작자들도 적지 않았다.
|
||
|
||
팍―!
|
||
|
||
서연은 땅을 거칠게 박차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거친 눈보라가 뺨을 스쳤다.
|
||
|
||
세찬 기파를 뿜어내던 흑룡회 장로의 당황한 얼굴이 서연의 시야에 맺혔다.
|
||
|
||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
||
|
||
콰아아아앙―!
|
||
|
||
마치 별이 추락하듯, 서연의 착지점을 중심으로 무지막지한 진동이 일었다.
|
||
|
||
“무슨……!”
|
||
|
||
“균형을 잃지 마라! 그대로 휩쓸린다!”
|
||
|
||
눈과 먼지가 뒤섞여 흐릿하게 번졌다. 오죽 자욱했는지 잠시 소강상태가 일 정도였다.
|
||
|
||
사파의 무인들 중에는 순간적으로 귀가 멀어버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
||
|
||
“…….”
|
||
|
||
짙은 침묵 속에서 먼지가 걷혔다.
|
||
|
||
흑룡회의 무인들은 뒤이어 나타난 장면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
||
|
||
웬 여인이 흑룡회의 장로를 짓밟은 채로 오연히 서 있었다. 손에는 시체처럼 축 늘어진 음혈종의 장로를 든 채였다.
|
||
|
||
끔찍할 수준의 침묵 속에서, 여인이 입을 열였다.
|
||
|
||
“황실의 절세 보검이 당도했으니.”
|
||
|
||
곳곳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
||
|
||
“사파 잡것들은 마땅히 무릎을 꿇어라.”
|
||
|
||
그렇게 말하는 여인은, 황실의 보검을 자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