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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에 관한 소문은 열의 아홉이 과장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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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이 넓지 않은 민초들의 눈에는 그저 지붕을 한 번에 몇 개씩 넘나드는 무림인들조차 신선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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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에 걸쳐 천하에 무력을 증명해 온 구파나 세가가 아닌 이상에야, 일반적인 무림고수에 관한 풍문은 성 하나를 넘어서는 순간 와전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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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절세고수인 사마련주조차 어떤 지역에서는 잔혹한 패자라는 소문과 황실이 두려워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비겁자라는 소문이 공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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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이남이었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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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와 살수, 그리고 온 천하의 광인들을 힘으로 무릎 꿇려 휘하에 둔 작자다. 장강 이남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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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은 사마련주라는 직책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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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섬서만 와도 이야기가 달라졌다. 사마련주를 그저 한 명의 절세고수라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천하가 끝도 없이 넓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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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현 같은 현의 민초들에게 절세고수는 너무나 먼 곳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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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살아 하루 벌어 먹기도 바빴다. 사마련주보다 몽둥이와 칼 따위를 들고 약탈을 일삼는 흑도가 더 두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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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노인들은 풍년이 이어지기 전 찾아왔던 가뭄을 기억했다. 피어오르는 새싹의 크기를 보고 한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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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 리를 걸어 소림사까지 찾아가 공양을 드렸다. 토속 신앙 따위에 의지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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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대다.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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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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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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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성인 남성의 수 배는 되는 나무 기둥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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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굵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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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공터에 서 있는 여인의 손짓 한 번에 그 육중한 기둥이 깃털처럼 가볍게 들어 올려졌다. 그때마다 손끝에서 옅게 휘날리는 도화색 진기가 꼭 날개옷처럼 아련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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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은 입을 다물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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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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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의 전유물이라는 허공섭물이었다. 내공이 어지간히 많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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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일평생 농사만 지어왔던 민초들이 자세한 내막을 알겠는가. 당연히 선녀가 부리는 조화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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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너른 공터를 둘러싸듯 자리한 민초들의 숫자만 보아도 소문이 퍼진 속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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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 정도는 한입에 삼킬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산군이 큰 송곳니를 드러내고 다가왔을 때에는 비명을 지르거나 엎어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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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산군이 시선조차 주지 않고 석재 따위를 들고 돌아가자 모두의 얼굴에 의아함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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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산군을 향해 미소지으며 털을 가볍게 쓰다듬는 여인을 보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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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백호는 상서로운 동물이라 불렸다. 사방신(四方神)의 기원인 영수 중 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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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백호를 부리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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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가장 높은 곳에 거니는 선녀라 여기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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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을 드리면 한 해 농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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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갈다 왔는지 쟁기를 들고 있던 사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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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금룡상단의 무인들조차 넋을 놓고 지켜보는 것이 민초들의 눈에 훤히 들어왔다. 평소에는 곁눈질로만 쳐다봐야 했던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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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백의 장포를 하나 걸친 여인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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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갈아야 할 아들을 찾아온 아비가 걸음을 멈추고, 그런 아비를 찾아나선 조부의 걸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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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기적을 지켜보는 것에 정신이 팔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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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후부가(仙遊朽斧柯)라는 말이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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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민초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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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투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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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기둥 위에 기와가 하나 둘 쌓여간다. 마치 편경으로 연주하듯, 서로 맞닿을 때마다 청아한 소리를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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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은 허공을 딛고 올라선 여인을 그저 올려다볼 뿐이었다. 더 이상 드러낼 경악이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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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못한 몸가짐이 폐가 될까 두려워 그저 몸을 낮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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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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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와가 끝단에 내려앉았다. 어느새 지면으로 내려온 서연의 옷자락이 땅 위로 솟아오른 풀잎에 스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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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총책임자를 향해 고요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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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홀로 모든 것을 이루어버리면, 인부들의 생계가 끊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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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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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니, 제자들과 함께 머무를 거처만을 마련하고 손을 거두겠습니다. 혹여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온다면 언제든 불러주시어요. 늘 산봉우리에 머물고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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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주유하는 여타 고수들과는 태도부터 달랐다. 거리낌 없이 존대를 입에 담는데, 속마음을 비쳐보기라도 하는 듯 눈동자가 현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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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 누가 보더라도 신선이라 부를 만한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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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까지만 해도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총책임자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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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몇 달은 걸릴 일을 반나절도 되지 않아 마무리했다. 건축에 소양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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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어디 해보라는 듯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는데, 지금은 깊은 부끄러움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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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시험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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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이 눈치챌 수 있도록 조용히 꾸짖은 것에서 그녀의 자비로운 심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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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에 두루 이름을 알린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내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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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일 년 안에 끝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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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멀어지는 신녀문주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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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의 공사터 앞으로 공양을 드리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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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나 볼 법한 조화를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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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파가 자리 잡을 것이라던 소문이 삽시간에 가라앉고, 그 자리를 신녀문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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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은 차마 신녀문주가 머문다는 산까지 발을 들이지는 못했다. 화를 입을 것을 염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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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의 장문인들이 기거하는 곳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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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에 소박한 물건들을 들고 와, 현장 책임자들이 머무는 천막 앞에 놓고 가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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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께 공양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거들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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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들은 난감해하면서도 감히 그 정성을 거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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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공양을 드릴 때는 정성이 제일이라고 했네. 어찌 귀천이 중요하겠는가? 천상에서 보면 금은보화도 흙에 불과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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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닐 것 같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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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선녀님께서도 육식을 즐기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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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러다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네. 드높은 구파의 신선 분들도 육고기는 함부로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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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에 끝날 행렬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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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다른 문파들은 이를 개파식을 열기도 전에 세를 과시하는 행사로 받아들였으나, 제대로 항의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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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 정도 되는 고수는 성 단위를 통틀어서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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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서연은 새로운 거처로 완전히 이사를 마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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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챙기고, 일대를 처음 자리 잡았을 때의 모습으로 원상복구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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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을 가르칠 때 시험 삼아 거목에 새겨두었던 천수관음만 남겨둔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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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거처는 일대가 완전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지어졌다. 드넓은 중원을 놓고 보면 낮고 완만한 산에 속했으나, 화양현을 한 눈이 품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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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새 문파가 자리 잡을 때면 근처 문파에서 서찰을 보내기도 합니다만, 세 차이가 워낙 막대하니 감히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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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고 앉은 채 나무 조각을 깎아내던 소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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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놀림이 각예에 완전히 익숙해진 모양새였다. 손에서 형상을 잡아가는 작(雀: 참새)은 당장이라도 허공을 박차고 날아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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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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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직계였던 탓에 문파를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연보다 경험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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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저인 화련도 따지고 보면 모산파의 후계자였으나, 사천당문과의 체급 차가 워낙 막대했기에 이럴 때는 그저 입을 닫고 있는 편이 현명함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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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당소소의 각예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 것에서 위기감을 느꼈던 탓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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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언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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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저로서의 자존심이 뭉개지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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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선 예전처럼 편히 돌아다니는 것도 힘드시겠습니다. 죽립을 써도 알아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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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깎아낸 작품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당소소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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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께서도 그 탓에 사천 땅에 가문 밖으로 사사로이 걸음할 수 없으셨지요. 초고수들의 움직임이 그 자체로 온갖 뒷말을 자아내는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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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서연의 무위를 보고 언행이 더더욱 정갈해졌다. 공손히 양손을 모은 몸가짐에서 아미파의 여승에게서나 느낄 법한 절제미와 단단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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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의 제자된 자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막중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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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으로 하여금 일문의 집법당주(執法堂主)를 떠올리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어린 제자에게서 문파의 규율을 세우고 처벌을 집행하는 최고 책임자의 기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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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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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를 어찌 운영할지는 어느 정도 구상해두었다. 회화루의 여인들과 근처의 고아들을 데려와 간단한 무공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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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가 크다고 하여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기초를 제대로 다지는 것을 더 중요하다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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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에 근간을 둔 문파다. 정종무공을 대하듯 접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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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의 무공은 보통의 재능과 노력으로는 입문조차 버거웠다. 구파나 세가가 그러하듯, 단계별로 가르칠 무학을 구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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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검과 비연천공, 연화비영보는 자질이 출중한 장문제자들에게만 가르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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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파만 해도 절기에 속하는 천하삼십육검을 제하고도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 검법을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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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되는 중검의 묘리를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갈래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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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에 머물렀을 때 검법을 직접 배웠던 탓일까, 서연은 스스로 중검의 묘리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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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어울리는 검법이 다른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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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입문할 문도에게 가르쳐 줄 요량으로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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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의 근본은 각예에서 비롯된 정교함이다. 새로 창안하는 검법 역시 그 근본에서 벗어나서는 아니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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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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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말없이 일어섰다. 초식을 궁리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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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을 크게 타고나지 않아도 되는 검법이어야 하니, 삼재검법에서 응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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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해야 무거우면서 동시에 정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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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석을 떠올렸다. 무림인들이 검격의 깊음을 드러내고자 할 때 사용하는, 단단하기로 이름난 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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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한 번 다뤄본 적이 있었다. 단단할수록 힘조절을 세심히 해야 했다. 자칫하면 진흙처럼 덩어리진 채로 부서져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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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느꼈던 감각에 종남파에서 배웠던 여러 중검의 투로를 덧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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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에 충실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부분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전부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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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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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쥔 손아귀 끝에서 평소와 다른 묵직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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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검에 비하면 한없이 투박했으나,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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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로의 형태를 결정한 이후로는 거침없이 검법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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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담담한 형태의 검격이 풀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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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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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일변도라 부르는 것이 옳다. 그럴듯한 보법을 더하면, 제 한 몸 지킬 수단으로는 충분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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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이것이 자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천당문의 가주가 열반을 깨달은 육체라 칭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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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응당 해내야 한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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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더해질 때마다 검격이 더욱 짙어졌다. 서연은 검로와 방향을 일필휘지로 빈 서책에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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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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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에 검법이 하나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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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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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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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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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나흘 동안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검을 다루시는 모습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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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자신들을 지도해 주시면서도 서책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곤 하셨는데, 설마 그 짧은 시간에 검법을 창안하셨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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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이 심은 작물이 싹을 틔우지도 못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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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라는 말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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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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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이름은 없단다. 일단은 중검의 묘리를 담았으니, 중검결(重劍訣)이라 부를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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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환검과 유검(柔劍), 첨검(尖劍)같은 검식들을 더할 생각이라는 것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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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곁눈질로 스승의 눈치를 살폈다. 입술을 부리처럼 내민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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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느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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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서는 무학의 이름을 짓는 데 있어 유독 단촐함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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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드러내시기를 꺼리는 성정 때문인지, 아니면 민망함을 느끼셔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련은 그래서야 아니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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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무학이란 자신은 물론이요, 남들의 눈에도 멋지고 아름다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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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이 괜히 이름에 온갖 거창한 미사여구를 다 붙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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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파가 결코 화산파에 비해 약하지 않거늘, 단지 검법의 화려함이 덜하다는 이유로 화산파보다 세가 약해진 것만 봐도 알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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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세를 키우려면, 그 이름부터 멋지고 아름다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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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신녀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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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모든 검식을 품고 있는 궁극의 검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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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이 웬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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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되면 신녀문을 칭하는 말로 바뀌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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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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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을 내뱉는 화련의 머릿속엔 더 이상 모산파는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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