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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공격을 완벽히 틀어막은 임태율. 그는 덕아웃에 들어가자마자 분노한 주하늘을 맞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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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새끼, 일부러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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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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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볼 뿌린 거…! 대놓고 치라고 던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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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에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주하늘. 그 주자가 홈에 들어와도 상관없다는 듯 아리랑 볼을 던져대는 임태율의 모습에 그는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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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비죽 웃는 임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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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하늘아 왜 그래 무섭게~ 나 열심히 던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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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딴에 최선이었다는 듯 웃음 짓는 모습은 상대를 더 화나게 할 뿐이었다. 이젠 멱살까지 잡는 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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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알면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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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선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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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표정이 굳는 임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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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하늘의 손을 탁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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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씨, 니가 신생고 하나 정리 못하는 병신인 게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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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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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싼 거 치워줘서 감사하다 빌어도 모자랄 판에 멱살을 쳐 잡고 있네. 너 아산에서 야구 하기 싫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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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늘은 잊고 있었다. 눈앞의 임태율이 아무리 동갑내기여도, 팀 내에서 둘의 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수준의 차이가 난다는 것. 그는 이내 곧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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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 내가 흥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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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연습경기에 과몰입 좀 하지 마라. 하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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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덕아웃 반대편에서 들려온 쩌렁쩌렁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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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청현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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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분쟁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팀을 응원하는 지수용의 목소리였다. 거기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는 임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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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우리 수용 씨가 화이팅 하잔다. 기합 좀 넣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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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탁탁 치고 가버린 임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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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눈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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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도 여전하구먼, 임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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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기본 스토리대로라면 1라운드 말석으로 뽑혀 프로에 진출하는 임태율은 숱한 논란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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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율, 태업 논란. 2년차임에도 숱한 태도 논란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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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유명 프로야구 선수 임태율, 양다리 및 여자친구 낙태 종용 정황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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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별명 대신 임태업, 임테기, 잉태율 등의 별명만 달고 다니던 녀석은 훈련 부족으로 이른 시일 안에 그 대단했던 재능마저 스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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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율이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손가락 장난질밖에 없다.’는 유명 코치의 발언만 남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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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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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혁고가 맞닥뜨린 건 고교 전국구 투수인 임태율이다. 신생고가 상대하기엔 벅찬 체급의 투수인 건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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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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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다시 마운드 위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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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정체불명의 관중이 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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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투구 센스가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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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유의 경차를 몰고 아산까지 따라온 도도연. 그녀가 금성묵의 피칭에 감탄했다. 다만, 여기부터가 고비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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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고의 분위기상 주전을 대거 투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부터가 진짜 시험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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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건투를 빈 그녀는 슬그머니 옆에 앉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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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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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의 긴 머리를 질끈 묶은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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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숨기고 싶은 건지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만, 그 엄청난 미모는 숨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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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가 성묵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와있었다. 그 계기는 성묵에게 싸준 도시락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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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요한 경기가 있거든. 그래서 힘을 낼 수 있는 도시락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평가는 나중에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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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어디서 하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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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왜. 보러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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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리 한가한 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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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했지만, 택시를 타고 학교 버스를 따라 아산까지 온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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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이건 어디까지나 내 도시락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라는 핑계를 대며 따라왔으나, 성묵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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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름 성묵이 ‘석운강도 감탄시킨 투수’라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만 들었지, 경기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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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고향 런던에서 야구 경기를 본 이후로 처음 본 경기는 상당한 박력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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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나이대 유럽권 선수들보다 수준이 몇단계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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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고라고 불리는 청현고의 수준은 상당했다. 야구에 해박하지 않은 올리비아가 보기에도, 후보 선수들조차도 그 기본기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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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기본기가 상당하신 후보 선수님들이 금성묵을 공략하지 못한 탓에, 김대엽 감독은 심기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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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타자 싹 다 투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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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후보들에게 줄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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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들의 콧대를 완벽하게 눌러줘야겠다고 생각한 김대엽 감독은 도연의 예상대로 이번 회가 시작하기 무섭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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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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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된 주전의 대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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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첫 번째 러쉬만 무사히 넘기면, 청현고 측으로 넘어가려는 분위기에 제동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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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 성묵은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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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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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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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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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존에 꽂히는 직구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며 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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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청현고에서 주전 테이블 세터로 손꼽히는 타자였으나, 결국 이긴 것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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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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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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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타자는 커브볼을 타격했는데, 2루 쪽으로 향한 공을 도도진이 가볍게 처리하며 2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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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1아웃만 더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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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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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세를 올리던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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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에겐 아주 익숙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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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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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좋은 외침으로 등장하는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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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녀석의 스텟을 다시 한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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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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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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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투 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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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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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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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A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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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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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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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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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재는 천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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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적인 수비 탓에 출장 기회를 제한당해 그 재능을 전부 발휘하진 못하고 있으나, 계기만 있으면 엄청난 5툴 플레이어가 될 존재가 지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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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 재능이 다 발휘가 된 게 아님에도 뚜렷한 약점이 없다. 일단은 정석적인 볼 배합으로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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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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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 커브부터 따라 나온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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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속도의 타구가 1루 쪽 파울라인 바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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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도 여러 번 던진 공에 따라 나오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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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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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인 써클 체인지업도 던져봤으나 좌타인 지수용에게는 그 효과가 다소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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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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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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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오랜만에 진정으로 타자와 징검다리에서 승부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그것도 인정할 만한 타자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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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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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뜨겁다. 집중력을 잃을 뻔했으나, 뺨을 탁탁 치고는 다시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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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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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의 리드에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인 금성묵. 그의 손에서 공이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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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봤자 범타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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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을 타고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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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 입장에선 아주 멀게 느껴질 공이기에 치지 못할 거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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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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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앞으로 젖히고 왼쪽 무릎을 꽉 굽힌 지수용. 왼팔은 스르르 놓아주고, 오른팔의 반동만을 이용하여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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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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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의 머리 위쪽으로 붕 떠서 날아가는 타구. 금성묵은 예상대로 강한 타구는 아니었다. 그는 지수용이 충분히 아웃될 거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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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높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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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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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은 키 160cm의 단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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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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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점프해봤지만, 야속하게 그의 글러브를 공 한 개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타구. 그가 메이저에서 많이 접하던 키 190cm의 유격수들과는 그 높이가 한참이나 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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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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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못 잡은 건 못 잡은 거고, 중요한 건 후속 대처. 중견수인 서경수가 최아담을 뚫고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향해 대시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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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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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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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에서 퉁겨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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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1루에 머물던 지수용은 2루까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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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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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쥐는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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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플레이가 두 개나 연달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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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은 그렇다 치지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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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키가 작아서 그걸 못 잡느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외야의 핵심을 잡아줘야 할 중견수가 저런 기초적인 실수를 해선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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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견수를 맡는 서경수의 실수 덕에, 지금 출루한 지수용의 필요성을 더더욱 깨닫다니.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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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괜찮아…! 다음 타자 잡고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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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러브를 퉁 치며 팀원들을 다독인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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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한마디 해주는 건 경기가 끝난 뒤에 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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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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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타자만 더 잡으면 이닝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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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씩씩하게 투구한 성묵, 그러나 이번에도 수비진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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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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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수 정면을 향해 뻗어나가는 강습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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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야수진들은 3루수가 그걸 처리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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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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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치 터널이라도 지나가듯, 3루수의 가랑이 사이로 쌩 흘러가 버리는 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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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 주자였던 지수용은 여유롭게 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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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는 3-1, 2점 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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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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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루수를 맡게 된 1학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내야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부족한 수비에도 출전하게 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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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선배, 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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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의 메이저 리그 팀메이트였다면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했을 때 미친개처럼 물어뜯었겠지만, 저 1학년은 그걸 감당하기엔 너무 심약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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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괜찮아. 다음 타자 잡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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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는 후배를 격려했다. 이 다음 타자는 집중해서 잡아낼 필요가 있었다. 아까부터 몸에서 투구에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뜨거운 감각이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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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쉬고 싶은데, 그다음 타자도 부담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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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자를 못 막아낸다면, 역전주자를 품은 채 청현고의 강타자인 최석호를 맞이하게 된다.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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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렇게 바란대로 돌아가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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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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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수 쪽을 향해 키 높이 정도로 크게 튀는 땅볼이 굴러갔다. 성묵은 이번에도 타자를 범타 유도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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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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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자신만만하게 공을 포구한 3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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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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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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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앞섰는지 공을 손에서 빠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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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주워봤지만 주자는 올 세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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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를 맡은 1학년의 얼굴이 전에 없이 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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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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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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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을 잃은 금성묵과 야수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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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닝에 실책성 플레이가 무려 3개나 연달아 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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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의 투구 수만 무의미하게 늘어나는 이 상황에 선뜻 ‘괜찮아, 다음 타자 잡으면 돼!’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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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선배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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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응.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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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모 팀에서 혹독하게 억까를 당하며 수련한 덕에 메이저 리그에 간 모 에이스가 떠오른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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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수비진을 품은 팀에서만 뛰어왔던 그는 만나본 적도 없는 선수의 기분을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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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할, 외딴섬에 와있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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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 타자는 하필이면, 주자가 있을 때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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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야, 한 방 치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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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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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고 부동의 4번 타자, ‘아산 흑호’ 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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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프로에 진출해 밥 먹듯 홈런왕 경쟁을 하곤 하는 강타자가 등장했다. 고등학생이 맞나 싶은 정도로 출렁이는 뱃살과 함께 타석에 들어선 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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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호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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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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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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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말과 함께 스탯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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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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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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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9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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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아산 흑호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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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타 시 타구의 속도가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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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키워드: 천하장사(S+), 빨랫줄 송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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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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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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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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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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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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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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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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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A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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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워 하나는 장난 아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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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단 타임을 신청하고 석운강을 마운드로 불러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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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아, 쟤 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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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솔직히 최석호를 제대로 제압할 자신은 없었다. 아직 기량이 다 올라오지 않은 건 둘째치고,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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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실점 가능성만 고려하면, 다음 타자랑 승부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최석호를 거르기엔 상황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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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소승 역시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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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치. 무슨 말인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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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닝에만 수비 실책성 플레이가 세 개나 나온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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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까지 승부를 피해 가며 만루를 채운다면 팽팽하게 이어져 나가는 긴장의 끈이 탁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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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운강과 의논 끝에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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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최석호와 붙는다는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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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참고 던지자. 여기서 끊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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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문혁고의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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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상대 4번을 정면승부로 잡아낸다면, 이대로 승기를 굳히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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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은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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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금성묵을 모르고, 금성묵은 최석호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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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호의 약점은 바깥쪽으로 빠지는 낮은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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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확한 약점에도 그가 많은 홈런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그가 아주 잘 치는 코스와 그 약점이 아주 한 끗 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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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몰려도 바로 넘어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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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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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는 카운트를 잡는 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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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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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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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은 높은 존으로 유혹하는 하이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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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해보았으나 최석호의 배트는 따라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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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볼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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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한 번 풀며 순순히 금성묵의 공을 칭찬하는 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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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금 타격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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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칠 정도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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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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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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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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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온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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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겨우 닦아낸 성묵은 투구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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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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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몸의 이상을 무시한 채 공을 던지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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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카운트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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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써클 체인지업으로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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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호가 따라 나오기 힘들법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써클 체인지업. 그것만 제대로 제구한다면 분명 삼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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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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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던져져 손을 빠져나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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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묵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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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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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계속 몸속에서 번져오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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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공에 임팩트를 주는 순간 강렬한 통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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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공의 궤도가 원래 의도한 바보다 더 틀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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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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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예 뒤틀어져 땅바닥에 처박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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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속하게도, 공 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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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공 반 개 어치 안쪽으로 몰려버린 공은, 최석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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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 망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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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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