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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마검 포르테(Forte) (22) - 도달해 버린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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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척이나 유용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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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생물의 소화 기관’을 마법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저택 한 채를 지을만한 금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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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물’을 가져와서 사용한다면, 기껏해야 동전 몇 닢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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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개중에는 제 아이를 팔아서라도 생을 이어가려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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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그렇게 팔린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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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를 구매한 마법사는 골렘 특유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간을 재료로 사용하는 게 유용하다는 걸 깨달은 인물이었고, 다른 마법사들이 그 짓거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걸 이해하지 못할 만큼 편협한 인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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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거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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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처럼 부모에게 팔린 아이들도 있었고, 배불리 먹여주겠다는 유혹에 넘어온 거지도 있었으며, 어디에서 납치라도 해 온 건지 손발이 꽁꽁 묶인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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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중 현자는 나름대로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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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맛도 향도 최악인 점액질 비슷한 무언가를 먹을 때 현자에게는 제대로 된 빵과 스프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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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 먹고 싸기를 반복할 때, 현자에게는 적어도 ‘방’이라고 부를만한 공간과 자유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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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마법사의 연구 재료로서 팔다리나 장기가 적출되어 강제로 숨만 붙어 있을 때, 현자만큼은 온전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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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흐름으로, 현자는 다른 이들의 증오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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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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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현자는 이 상황에 기여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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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것도, 팔린 것도, 특별 취급을 받는 것도, 모두 주변에서 멋대로 한 것뿐이다. 현자가 먼저 요구한 건 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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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도 현자의 변명을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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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현자를 원망하고 비난하고 저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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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엔 그 목소리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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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이외의 재료가 모두 소진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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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현자는 마법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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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을 특별 취급하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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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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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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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이전에도 마법사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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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네가 만약 보석 세공사라고 하자. 네 손에 다시 손에 넣기 어려운 귀한 원석이 들어왔다면, 그걸 곧바로 가공하겠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잡석들로 충분히 실력을 쌓은 뒤에 가공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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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출신이었던 현자는 보석 세공사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문장의 맥락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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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겁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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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태도로부터, 그가 충분한 연습을 끝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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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자 외에 다른 재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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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이미 충분한 연습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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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깨닫는 것과 그에 저항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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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현자의 발버둥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압한 뒤에 현자를 재료로 사용한 생체 골렘을 만들었고, 그 완성도에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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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좋군! 좋아! 훌륭한 마력이다! 훌륭한 계산 성능이야! 새로운 몸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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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꿈꾸는 이들은 많고, 그를 위한 수단 역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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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선택한 것은 육체의 교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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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육체가 번거롭다면, 싱싱하고 강력한 육체를 만들어내 거기로 옮겨타면 된다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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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연구는 지극히 성공적이었고, 그는 다가온 영생을 기뻐하며 광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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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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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은 한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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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재능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뛰어났던 나머지, 본래 사라져야 했을 자아가 남아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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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했던 마법사는 머리가 터져 죽었고, 현자는 그 마법사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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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공방에 틀어박힌 채 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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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몫의 마법사로 성장한 현자가 제일 먼저 시도한 것은, 자신의 본래 육체를 되찾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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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지식도 충분했다. 마법사와는 달리 굳이 살아 있는 인간을 재료로 써도 되지 않을 만큼의 센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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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자는 자신의 바람을 이뤄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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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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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현자가 만들어낸 생체 골렘의 외모는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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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팍하고,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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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마법사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중년의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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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원수이자 스승인 마법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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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 끝에, 현자는 한때 자신의 부모였던 이들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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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그들에게 돈을 쥐여주며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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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얼 좋아했고, 어떤 느낌의 목소리를 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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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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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에 있는 상대가 그들의 자식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고, 하다못해 한때 그들의 자식을 구매한 상대와 비슷한 외모라는 것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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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인간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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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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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타인과 교류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도 항상 주변을 경계했고, 의심했고, 거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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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재수가 없는 얼굴이로군. 혹시 가면 쓴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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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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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가 싫어하던 ‘인간’을 그대로 반전해 놓은 것 같은, 그런 멍청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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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인간 중에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싫어하는 요소를 갖춘 녀석이라고 해도, 시간이나 경험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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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들의 모험이 온전한 해피엔딩으로 끝났더라면, 현자는 자신이 짊어졌던 그 지긋지긋한 굴레를 끊어버릴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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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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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가 싫어하지 않을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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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말해서 사랑하고 아끼던 그의 동료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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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의 찬란한 영광을 탐내듯이 구더기들이 기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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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한 자네들의 헌신과 공헌에, 진실된 감사의 말을 표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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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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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감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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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동안 뒷전에서 구경하거나 적당한 생색만 내던 이들이, 전쟁이 끝나고 달콤한 과실을 취할 시간이 다가오자 뻔뻔한 태도로 손을 내밀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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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그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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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하나 정도라면 몰라도 여럿을 홀로 감당하는 건 무리일뿐더러, 구더기들의 손에는 현자와 함께 싸웠던 이들의 유족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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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마왕은 완전히 소멸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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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남긴 투구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 잠재되어 있었고, 이를 지키고 봉인할 누군가가 없다면 모든 싸움은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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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현자는 구더기들이 내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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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땅’을 그들이 각자의 명분과 술수로 나눠 가지는 꼴을 보았고, ‘대중의 혼란을 막기 위해’ 용사의 모험담을 저들이 입맛대로 각색하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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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구해낸 마을에서 용사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여인이 어린아이와 함께 현자를 찾아오는 일도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현자는 그게 진실인지 어떤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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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차마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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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것마저 가짜라면 남겨진 책무고 뭐고 모든 걸 다 몰살하고 싶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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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교류를 끊은 채, 현자는 연구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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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투구를 온전히 소멸시킬 방법을, 그들의 싸움을 마무리 지을 방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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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음 한구석에선 끝없는 업화가 계속해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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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세상은 이렇게도 불합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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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한 이들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헌신한 이들은 헌신에 걸맞은 대가를 얻지 못하고, 고결한 이들은 그 고결함 때문에 자신을 더럽히길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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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피를 토한 이들이 아니라, 눈치를 살피고 이익을 추구하며 타인을 이용하는 자들이 과실을 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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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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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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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현자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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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 투구를 소멸시키는 것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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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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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세계에는 이 투구의 주인과 동격의 존재가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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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다시금 침공해 온다면, 그때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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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결한 이들이 희생하고, 그 과실은 추악한 이들이 취하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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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이성은 자신의 사고 흐름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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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자신이 보유한 투구의 영향이라는 걸, 마왕의 의지가 자신을 유혹한 결과라는 것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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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자의 마음속 울분과 분노는 그 이성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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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지워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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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투구를 뒤집어쓴 순간, 현자는 모든 것이 명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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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자가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세상의 법도라면,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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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이들이 또다시 몸을 사리려고 한다면, 그들의 자원을 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이에게 몰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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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혐오스럽다면, 이 비루한 육신마저도 제물로 바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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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때야말로 용사는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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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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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올바른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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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자신이 초월의 영역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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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월이 무언가의 간섭으로 왜곡되고 변질되었다는 건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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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트려야 할 ‘마왕’을 자신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모순 역시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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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 현자가 뒤섞이며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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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졌을지언정 드높은 경지가, 세상에 새로운 법칙을 새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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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 『천공의 현자』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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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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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눈을 떠라. 계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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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발레스티아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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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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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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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져 있던 피나가, 신음성과 함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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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는 넓은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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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한때 자신이 공략했던 탑의 정상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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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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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로서 현자와 성녀, 다른 동료들과 여행했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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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자의 시점에서 그 인생을 다시 체험한 기억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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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건너뛰는 부분이 있었기에 온전한 체험은 아니었다고 한들, 수백 년 치의 기억이 갑자기 몰려드는데 그야 정신이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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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양, 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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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피나를 보고, 카일런이 다급한 얼굴로 안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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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잃은 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 하셔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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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죄, 죄송해요. 근데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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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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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지만, 피나가 체감상 느낀 것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짧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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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직도 현실감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느긋하게 상황에 적응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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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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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쪼개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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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원을 향해 피나와 카일런이 시선을 돌리자, 현자의 석상 곳곳에서 균열이 생겨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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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져 나가던 균열은 이내 석상을 완전히 파괴했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허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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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디검은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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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체를, 피나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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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살』이라 불렸던 마왕의 잔재가, 음험한 안광을 뿜어내며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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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는 처음 그 시선의 대상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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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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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노려보는 진짜 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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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용에 이리저리 개입한 게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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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 포르테가 그런 상대를 비웃듯이 비아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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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을 억지로 덮어쓰려고 했으면 자기 인생이 훔쳐봐질 각오 정도는 했어야지. 똑같은 내용만 끝없이 반복하는 연극이라니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고 한들 혹평을 피할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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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피나는 자신이 체험한 그 기이한 기억이 본래 시스템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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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스템은 피나에게 ‘용사 페르난도’의 삶만을 체험하게 하려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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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죽음을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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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가 도달한 그 결말. 그 비탄과 아쉬움을 직접 경험하며, 그에 동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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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르테의 개입으로 상영 내용이 뒤바뀌었고, 본래 보여줄 생각이 없었던 현자의 기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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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에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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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라는 존재로 변해버린 현자에게 터무니없이 불쾌한 일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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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증명하듯이, 시스템은 더 이상 메시지를 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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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대신하듯이, 검은 투구의 아래쪽으로부터 식물의 줄기 같은 것이 자라나,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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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투구에서 빠져나온 어둠이, 식물과 서로 얽혀 한 몸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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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완성된 것은, 인간의 형상을 취했으되 인간이 아닌 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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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가 손을 뻗자, 어둠이 압축되며 검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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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것을 휘둘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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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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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의 검신에, 균열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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