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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하인 세드릭(Cedric) (3) - 갑을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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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아침은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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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를 보좌하는 하인들의 아침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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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비몽사몽 상태로 멍하니 잠에 취해 있으면, 저택의 메이드들이 정해진 시간에 들어와 그녀를 씻기고 머리나 옷차림 따위를 정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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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얼굴로 반쯤 눈을 감은 클라우디아의 모습은 화가가 혼신을 기울여 그려낸 명화처럼 아름답지만, 정작 그녀를 보좌하는 메이드들의 얼굴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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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의 클라우디아는 아주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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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질 도중 머리가 엉키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도중 피부가 쓸리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져 그녀가 눈을 뜨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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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지며 실수를 저지른 메이드를 즉각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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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중 가장 흔한 것이 뺨을 때리는 것이고, 심하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가거나 아예 피멍이 생길 때까지 두들겨 맞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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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클라우디아를 내버려 두거나 아침 준비를 대충 할 수도 없는 것이, 온전히 정신을 차린 클라우디아가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경우 그건 그것대로 처벌의 빌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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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이드들이 할 수 있는 건 조금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여 작업에 임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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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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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의식이 본격적으로 각성한 것은, 그런 준비 작업이 거의 끝마무리에 들어갈 무렵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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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눈가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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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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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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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잠들었지? 뭔가 마지막 기억이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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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수라, 하하하. 아가씨께서 그리도 격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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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 세드릭, 입의 무거움 하나만큼은 정평이 나 있으니까요! 아가씨께서 식사에 정신없이 몰두하셨다는 사실은 제 마음속에 평생 묻어두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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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디 필요한 일이 있다면 다시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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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고용된 하인. 요리. 맑은 눈. 경쾌한 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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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있었던 모든 일들과 본인이 지나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었다는 것까지 떠올린 클라우디아는 저도 몰래 입을 벌려 소리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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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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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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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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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왜, 왜 그러시나요? 클라우디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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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란 생각보다 서열 문화가 강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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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나 식칼 등 위험한 물건을 다루는 곳이기에 그럴 수도 있고, 자칫 음식에 문제라도 생겼다간 주방 인원 전체가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 탓에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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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드릭처럼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참이 느닷없이 혼자서 주방을 차지한 채 높으신 분에게 바칠 요리를 만들고, 기존 구성원들을 건너뛴 채 주방장에게 직접 칭찬을 받으면 당연히 중간에 끼인 이들에게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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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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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세드릭! 감자 다 깎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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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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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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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채 썰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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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용 채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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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씻어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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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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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대개의 불만이란, 압도적인 성과 앞에서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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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그 성과라는 게 직접적으로 본인 몸이 편해지는 종류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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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무리 이렇게 해도 세드릭이 혼자서 나 잘났소, 라는 식으로 콧대를 세웠다면 대놓고 말을 못 할 뿐 은근히 아니꼽게 보는 이들은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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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넌 진짜 타고났다. 어떻게 그걸 그렇게 빨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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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이게 어떻게 저 혼자만의 재주겠습니까? 다 선배님께서 친절하게 요령을 알려주신 덕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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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그, 그래. 내가 가르치는 게 좀 능숙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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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물 긷기라면 이미 끝내놨으니, 조금 쉬셔도 괜찮습니다. 제 보답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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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니, 그럴 것까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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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행운도 있어야 일할 맛이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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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고. 하하! 역시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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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로 삼은 모 카나리아 남자 이상으로 연마된 딸랑 스킬은, 그런 이들의 불만까지도 완벽하게 녹아내리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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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있는 것만으로 자기 몸이 편해지고, 선배로서의 권위 역시 충분하게 존중받는데 구태여 날을 세울 필요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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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주방의 화기애애한 평화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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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어디 있어!? 당장 튀어나오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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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중앙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날카롭고 앙칼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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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에게는 공포의 대명사로 통하는 ‘아가씨’의 외침에, 편안한 얼굴로 요리를 진행하던 주방 하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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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서로 불안한 듯이 눈빛을 교환하고 있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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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지금 당장 날 따라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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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장 베스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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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택의 넘버 2라고 할 수 있는 남자가, 침울함이 담긴 표정으로 주방에 있던 세드릭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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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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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은 이유 한 번 묻지 않은 채, 곧바로 집사장의 뒤를 따라 저택 중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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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십여 명이 조금 넘는 하인들이 잔뜩 긴장한 상태로 대기 중이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세드릭을 향한 연민과 그 불똥이 언제 자기에게 튈지 모른다는 공포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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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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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독스러운 눈빛을 번뜩이며, 클라우디아가 세드릭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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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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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살벌한 목소리는, 차라리 짐승의 으르렁거림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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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단순히 닮았다는 말로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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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클라우디아의 주변에는 피를 재료 삼아 뼈와 살을 이룬 것 같은 이형의 늑대 다섯 마리가 주인의 명령만 기다리듯 이빨을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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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티앙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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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정말로 시체 하나 치울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그는 흘끗 세드릭의 얼굴을 살펴보았고, 이내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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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빌어도 될지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판에, 그냥 멀뚱멀뚱 눈만 껌뻑이고 있는 세드릭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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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클라우디아의 눈매가 더욱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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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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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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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뭐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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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긴장 상태로 세드릭의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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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정적 속,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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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모처럼 날이 맑으니, 산책이라도 해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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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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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있던 하인들의 속마음이 한순간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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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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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던 혈마수 다섯 중 네 마리가 불쾌하다는 듯이 으르렁거림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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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들은 남은 한 마리에게 시선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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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을 인간의 언어로 형용하자면, ‘넌 왜 가만히 있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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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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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지막 한 마리는 그런 동료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할 뿐, 절대 세드릭을 향해 덤벼들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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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겁을 먹은 듯한 그 모습에, 클라우디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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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의식을 통해 만들어 내는 혈마수는, 단 한 마리만으로도 3급의 무인과 버금가는 레드벨만의 특별한 종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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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들은 치명상만 입지 않으면 얼마든지 클라우디아의 체내로 돌아와 몸을 회복할 수 있기에, 평범한 맹수라면 몸을 사릴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달려들 만큼 과감하고 용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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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혈마수가 주인의 불편한 심기를 알면서도 전투를 기피 한다는 건, 눈앞에 있는 인간이 그럴 기분만 들면 자기를 단숨에 소멸시킬 수 있는 강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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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로 만약의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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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저 하인이 그런 괴물이라서, 덤벼드는 혈마수들을 전부 제압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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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다른 하인들이 전부 실시간으로 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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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이, 아가씨도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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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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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수를 통한 물리적인 위협은 그녀의 권위를 보충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 그녀의 근본적인 권력은 레드벨이라는 혈통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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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식으로 체면을 구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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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까 고민하던 클라우디아의 머릿속에, 순간 섬광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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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은 후, 세드릭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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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네 잘못을 모르겠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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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입니까? 혹여 제가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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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걸 주인 입으로 말하게 하는 것 부터가 이미 하인 실격이야. 너 같은 건 여기 고용할 가치도 없으니까, 썩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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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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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이 저택에 하인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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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수를 겁먹게 할 정도의 능력자가 구태여 하인이란 입장으로 들어왔다면, 거기에는 그에 합당한 목적이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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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이루기 전에 내쫓기는 건 곤란할 테니, 필시 그녀에게 매달려 애걸할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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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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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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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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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세드릭은 어깨가 추욱 내려간 채, 얼굴에 낙담과 좌절을 숨기지 않으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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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뜻이 그러시다면 저도 어쩔 도리가 없군요. 짧은 시간이나마 아가씨를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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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작별 인사를 건넨 세드릭은, 이내 다른 하인들에게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하나둘씩 작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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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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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뭐야, 그걸로 끝이야? 정말 잘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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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제가 맺은 고용 계약에는 ‘주인이 마음대로 하인을 해고할 수 없다’라는 내용은 없었으니까요. 후우, 다음에는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아, 집사장님 그런데 이 경우 제 급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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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그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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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티앙 역시 지금 돌아가는 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인지, 난감하다는 듯이 클라우디아의 안색을 흘끗흘끗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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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으면 세드릭의 언행을 불경죄로 꾸짖고 클라우디아의 권위를 세워줬을 그였겠지만, 이번만큼은 클라우디아의 반응도 세드릭의 반응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그 역시 대응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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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클라우디아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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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녀석이 그냥 그만두고 나가버리면… 내 복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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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하인 따위에게 그토록 농락당하고, 그 하인을 그냥 사지 멀쩡히 내보내다니, 귀족 영애로서든 클라우디아 본인의 성격 때문이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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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물리적으로 해코지를 하려고 하니, 혈마수조차 가볍게 제압해 버리는 세드릭의 무력이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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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본가에 연락을 취하면 지원을 받을 수는 있겠지. 근데 뭐라고 지원 요청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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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인이 나를 농락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처벌할 수 없으니까 기사단 좀 보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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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후작은 딸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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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같은 남매들은 배를 잡고 폭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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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대로 세드릭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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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쨌든 고용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녀석은 내 하인이잖아? 그러면 골탕 먹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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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클라우디아는, 헛기침을 한 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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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 아쉽다면 해고를 취소해 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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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세드릭의 우울하게 가라앉은 눈망울이 클라우디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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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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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괜찮구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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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런 식으로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차마 전처럼 진지하게 업무에 몰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근하는 것은 같은 직장의 동료들에게도 큰 폐가 되는 일이니, 저는 여기서 물러나는 게 맞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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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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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뺨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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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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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친 부채로 입가를 가린 그녀는, 재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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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해.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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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세드릭의 눈망울이 다시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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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세드릭의 눈빛에, 클라우디아 역시 왠지 모를 충족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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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정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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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사소한 자비에도 감격을 금치 못하는, 바로 이런 게 올바른 하인의 태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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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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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감사 인사 따위는 집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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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게 아니라. 계약서에도 그 내용을 적어주셨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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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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