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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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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유무진.

세계관 최강자 중 한 명.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사람에게 인정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이기도 하니까.

나는 가온의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온 교류전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분석은 언제나 최우선되어야한다.

기억은 당시의 감정에 흔들리기 쉽지만, 영상은 사실만을 담는다.

우선, 우리 팀부터.

윤채하.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그녀의 천부적인 전투 센스는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완벽한 포지션을 유지했다.

특히 마지막 역장은 인상 깊었다. 우수하다.

얇게 펴면서도 밀도를 유지했고, 단 한 번의 누수도 없이 유령을 전부 태워냈다.

완성도 높은 방어 역장이었다.

“잘해, 잘하는데….”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한 개 정도.

나를 너무 의식하는 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케어를 많이 해줬다. 수업에서도 훈련장에서도 그냥 학교 외적으로도.

그녀가 최근들어 나를 진짜 스승으로, 멘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 잘하지?’란 얼굴이 고스란히 보인다.

감추지도 않는다.

어차피 그녀와 크게 멀어질 일은 없기에, 나쁠 것은 없는데.

나중이 걱정되긴 한다.

의존으로 발전되지만 않으면 좋아 보인다.

그리고, 다음.

유하나.

-스슥!

“와….”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온다.

카메라 앵글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일섬.

연기가 걷히기도 전에, 유령이 재생되기 전.

정확히 그 순간을 노려, 단 한 번에 유니콘의 목을 베었다.

뒤늦게 피어오르는 꽃잎까지.

누군가의 시선 따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베기.

여러모로 채하와 대비되긴 한다.

하지만, 그건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를 따질 일은 아니다.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둘 다 강했고, 둘 다 같은 팀이었다.

우리 팀 분석은 끝났다.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돌려본 것일 뿐.

역시 놓친 건 없었다.

이제는 다른 팀을 볼 차례였다.

[2위 팀 요한]

말이 2위지, 기록 차이는 불과 몇 초였다.

즉 조금만 늦었더라면, 우리가 2위였을 것이다.

그 말은 곧, 상대 팀에 그만한 핵심 인물이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영상 재생 버튼을 눌렀다.

“….”

누가 이렇게 잘한 건지,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확인도 넓게 보면 윤채하 케어의 연장선이다.

아마, 그 주인공은 주서준일테니까.

영상의 내용은 예상대로다.

실질적인 판단과 교전 타이밍, 포지션의 조율까지 거의 모든 결정권은 주서준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환수. 무각 유니콘.]

그걸 어떻게 처리했는지 보자마자, 나는 탄식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야… 이거 씨….”

알았다.

그가 무각 유니콘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

“… 지겠는데?”

진심이었다.

윤채하가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교류전 개인 부문의 두 번째 날이다.

첫 번째 전투는 예상대로 싱겁게 끝났다.

가온 출신의 중위권 검사는 윤채하를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오늘은 그 다음 날.

나는 윤채하를 아침 일찍부터 불러냈다.

[belief_]: 하나야, 오늘 아침 운동은 취소 좀….

[belief_]: 나 멘토 멘티….

유하나에게는 미안하다. 오늘 운동은 취소.

삐졌는지 답도 안 온다.

나는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 바닥에 깔린 매트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한동안 적막이 흐르고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무슨 멘토 멘티? 요즘은 부르지도 않더니… 아침부터?”

윤채하였다.

몸에 맞춘 듯 자연스러운 트레이닝복 차림, 머리카락은 반쯤 묶인 상태.

싸울 거니까 편하게 입고 오라 했다.

말투는 퉁명했지만, 걷는 걸음은 가볍고 목소리 끝에는 묘하게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마음이 아프네.

오늘, 아마 그녀의 그 기대감을… 부응해주진 못할 것 같다.

“바로 시작할까?”

“뭐… 좋아.”

윤채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말은 시큰둥하지만, 눈빛은 기대에 살짝 젖어 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채하와 무각 유니콘.

크게 보면 둘의 마법은 닮았다.

지역 장악형.

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유니콘은 유령이라는 무형의 존재들을 넓게 퍼뜨려 시야를 틀어막고, 전장을 장악한다.

윤채하는 광역 화염 마법을 펼쳐 불길로 전장을 채운다.

자신이 만든 무대에서 적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자신은 그 틀 안에서 확실한 공격을 한다.

그래서 둘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윤채하 스스로 구축한 그녀만의 방식.

그러나 내가 어제 본 영상에 의하면.

주서준이 펼치는 전략은 그 마법들의 완벽한 안티테제이자 카운터였다.

‘일점돌파.

기본적으로 마법에는 '역산'이라는 개념이 있다.

해체하고 거슬러 올라가며, 마나의 흐름을 되짚는 것.

그리고 그는, 그 역산을 마법 자체에 덮어씌운 채, 정면으로 찔러 넣었다.

어떻게 유니콘을 그렇게 쉽게 잡았나 했더니.

주서준은 윤채하를 이기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훈련하고, 반복한 듯했다.

솔직히 대단하다는 감정이 든다.

따라서 나는 윤채하에게 예방접종을 맞히려 한다.

새벽 동안 아주 열심히 분석했다.

역산이라고 해도, 거창한 기술은 아니다.

결국 마나란, 인간이라면 비슷한 성질을 띤다.

주서준이 두른 것은 그런 기본적인 마나에 대한 단순한 역산이었다.

역산이라는 못.

그리고 뒤를 때리는 그의 출력이라는 망치.

그 조합으로, 어떤 방어든 진영이든 일점으로 깨부순다.

그게 그의 전략이었다.

“채하야.”

“응?”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해봐.”

“너한테?”

윤채하가 눈을 찌푸렸다.

“좀 위험할 것 같은데….”

“괜찮으니까 해봐.”

나는 가볍게 손을 털었다.

“힘 조절하면 안 돼. 최대한, 강하게.”

그 말에, 윤채하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 알았어.”

눈동자에 붉은 불꽃이 일렁인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주변의 공기가 타오르듯 비틀린다.

“ㅡㅡㅡㅡㅡ.”

짧은 캐스팅.

곧이어 하늘을 찢고 내려오는 거대한 화염의 창 수십 개가 훈련장을 뒤덮었다.

‘이 정도면 진심 맞네.

가볍게 한쪽 무릎을 굽히고, 창을 거꾸로 잡았다.

그리고 창끝에 역산 마법의 흐름을 덧입혔다.

“ㅡㅡ!”

그와 동시에 윤채하의 화염 창이 폭우처럼 떨어진다.

나는 그중 가장 얕은 지점, 가장 약한 틈새를 노렸다.

순식간에 발을 굴렀다.

진입 각도는 정면.

-콰광!!

한 줄기 폭발음과 함께, 나는 그 수십 개의 창 중 하나를 박살 내며 그 틈을 돌파했다.

윤채하의 눈동자가 커진다.

입이 살짝 벌어진다.

나는 곧장 그녀 앞으로 돌진했다.

-척.

창을 거꾸로 잡아 그녀의 이마 앞에서 세운다.

그대로.

툭.

창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친다.

“다시.”

한마디 남기고 돌아선다.

윤채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몇 번이고, 같은 방식으로 그녀의 마법을 뚫었다.

수십 번.

그녀가 어떤 마법을 펼쳐도.

공간을 메워도, 하늘을 채워도, 나는 빈틈을 찢고 나아갔다.

“다시.”

다시, 다시.

솔직히 말하면 살짝 걱정됐다.

윤채하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다.

마법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언제나 자신만만하다.

따라서 나는 주서준에게 그것이 왕창 깨질 것을 우려해.

미리 예방접종을 맞힌다는 개념으로 접근한 것인데….

어째 내가 더 세게 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여나 마음이 꺾이거나 절망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여기까지 하자.”

내 종료 선언과 함께, 윤채하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런.

역시, 너무 몰아붙인 듯했다.

나는 급히 달려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미안해 내가 좀 심했….”

하지만.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윤채하의 어깨가 들썩인다.

숨을 몰아쉬는 입술은 벌어져 있고, 뺨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이마에 맺힌 땀이 한 방울, 턱 밑으로 떨어졌다.

그 눈동자.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노도, 좌절도 없었다.

오히려 지금껏 본 적 없을 만큼 맑고, 또렷했다.

“한 번 더.”

그녀가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아니. 오늘 경기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숨결엔 미세한 떨림이 실려 있었지만, 그 속에선 분명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아니다. 우리 그냥 평생. 이거… 너무 좋아.”

그 목소리.

살짝 떨리는 호흡 속에 녹아든 건 쾌감과 갈망이었다.

“정해인.”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젖은 눈가.

그 모든 게 그녀의 호승심과 어우러져, 묘하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네가, 내 멘토라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틀렸다.

윤채하는 꺾이지 않는다.

오히려 담금질처럼, 담글수록 더 뜨겁고 단단해진다.

그 눈동자엔, 다시 피어오른 전의가 담겨 있었다.

“더 세게 해줘. 깨트려줘.”

그녀는 이 싸움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게… 더 기분 좋을 것 같아.”

그녀의 입꼬리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