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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운용론 강의를 듣고 있는 강아린.
그녀는 사실, 이 강의에서 얻어갈 것이 크게 없었다.
단상 위 교수가 열변을 토하는 마나의 기초적인 흐름과 제어 방식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그녀가 이 강의를 듣는 이유는 단 하나.
‘딴짓하기가 너무 편해서.’
이 강의는 학기 초에 치러지는 조기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그 즉시 A+ 를 때려버리고 이후의 모든 출석을 면제해 준다.
다른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아야 하는 그녀에게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선택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이, 마침 그 조기 시험이 있는 날이었고.
빠르게하고 통과할 예정이었다.
여러 학생들이 단상 위에서 마나 제어 시연을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워치의 홀로그램을 띄우고 투명 인이어를 귀에 끼고, 비서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다음… 강아린 학생?”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강아린은 앞으로 나갔다.
빠르게 하고, 마무리 하자.
시험과제는 간단하다. 물론 강아린에게만 간단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열개의 물이 든 플라스크를 마력으로 한 방울의 손실도 없이, 공중에서 피라미드의 형태로 쌓아 올리는 것.
물이라는 불안정한 매개체로, 지지대 없이 피라미드라는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은 극도의 정밀함과 제어력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과제였다.
강아린은 그저, 무심하게 손가락을 한번 까딱거렸다.
- 스으으으윽.
열개의 플라스크에 담긴 물이 공중으로 떠올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피라미드의 형태로 공중에서 정렬했다.
“…….”
강의실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교수가 안경을 고쳐쓰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아린 학생은 이번 학기 고생 많았습니다.”
그녀는 그 말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리고는 미련 없이 뒤돌아 그대로 강의실을 나섰다.
그녀는 한적한 복도를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 삐빅.
그녀의 귀에 꽂힌 인이어에서 신호음과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부길드장님! 팬텀에서의 최고 등급 보안 통신 요청입니다!
강아린의 여유롭던 발걸음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최고 등급 보안 통신은, 인이어로는 불가능하다.
그녀는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는,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바로 들어갈게요.”
강아린은 즉시 포탈 통관소로 향했다.
강아린은 즉시 맹주의 건물로 이동했다.
그녀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연결해주세요.”
“네.”
비서의 대답과 함께, 집무실의 모든 통유리창과 통로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두꺼운 강철 바리케이드로 막혔다.
방 안의 조명이 서늘한 푸른빛으로 바뀌고, 눈 앞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올랐다.
“팬텀 연결 됐습니다.”
비서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 위이이이잉….
삼면의 스크린이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땀에 젖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유세린의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배경으로는, 탁 트인 하늘과 건물들이 보였다. 광둥의 풍경이었다.
“무슨 일이죠?”
강아린이 물었다.
- 마기(魔氣)를 확인했습니다.
유세린의 발언에 강아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 마력 분출 후에는 마인의 습격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광둥에 언질을 주고, 마인 습격에 대비를….
- 그러나, 광둥은 아니었습니다.
유세린의 다음 말에 강아린이 멈칫했다.
- 광둥의 마력 분출은 거짓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진짜를 숨기기 위한 위장에 가깝습니다. 진짜는… 북쪽에 있습니다.
“북쪽….”
북쪽이라면….
- 네, 후난성입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강아린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렸다.
화면 속 유세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네. 야간과 주간 모두 확인해봤습니다. 무엇을 숨기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난성입니다.
강아린은 생각을 계속했다.
유세린이 보유한 권능인 통찰안(洞察眼)의 탐지 능력은 세계 제일.
그녀가 그렇다하면 진짜 그런 것이다.
문제는 다른게 아니었다. 광둥이든 쓰촨이든 어디가 작살이 나도 솔직히 말해,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러나 후난은 다르다.
후난성에는….
‘유하나의 편린이 있다.’
우연일까?
아니면 편린을 노리는 것일까?
지금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혼자서 아는 것은 안 된다.
'알리자.'
강아린은 일단, 다른이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진짜 억울하다.
역대급으로 억울하다.
B등급 임무를 10분만에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뿌듯함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내기를 받아들인 10분 전의 나를 죽이고 싶을 뿐.
이 재능충들.
탐지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녀들의 뒤를 터벅터벅 따라 걸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까~ 뭐로 하지~?”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내 옆에서, 천여울과 윤채하는 아까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있었다.
그녀들은 내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방방 뛰며 자신들이 받게 될 상에 대한 행복한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유닛 7의 리더는 정해인, 나였다.
그러나 내가 리더로서 한 것이라고는, 두 사람이 펼치는 압도적인 폭죽 쇼를 입 벌리고 관람한 것일 뿐.
그렇다면 이제 나는, 그 화려했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할 시간이었다.
“목욕, 같이하자고 할까?”
그때, 천여울이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
진짜 잘 못 걸린 것 같은데.
그러나 내 옆의 윤채하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더듬거렸다.
“뭐… 뭐라고…? 목, 목욕?”
아무래도 윤채하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내용인 듯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둘은 느낌자체가 전혀 달랐다.
천여울의 속내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 같다면….
윤채하는 그냥 조약돌 모양까지 전부 다 보이는 얕고 투명한 시냇물이었으니까.
소원이라 해봤자 대충, '진심으로 쓰다듬어주기' 이런 것 아니었을까.
“으응?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천여울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윤채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윤채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그녀의 입꼬리가 끌어 올라갔다.
“왜? 윤채하. 같이 목욕하는 건 부끄러워?”
“아니… 그야 당연히…!”
“해인이랑 목욕하기 싫은거야?”
“그건 아닌데에… 아직 조금 부끄럽….”
윤채하가 양 손으로 새빨갛게 변한 얼굴을 가렸다.
천여울은 한 걸음 다가가, 거의 울기 직전인 윤채하의 어깨를 친근하게 감쌌다.
“응 그랬구나. 괜찮아, 괜찮아. 부끄러울 수 있지. 음… 정 그러면 우리 셋이서 같이 목욕할까?”
“어…?”
“네가 먼저 해인이 등 밀어줄래? 아니면 내가 먼저 할까?”
그 마지막 말에, 윤채하의 눈에 기어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상상도 못한 연속적인 압박에 당황한듯 했다.
나는 보다 못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만해. 애 울겠다.”
내 말에, 천여울은 윤채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내게 답했다.
“응, 울리려고.”
그 서늘한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천여울은 산을 내려가는 내내 윤채하와 따로 걸었다. 어깨동무를 한 채 그녀의 귓가에 계속 무언가를 속삭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윤채하의 어깨가 움찔거리고··· 입은 점점 벌어지고··· 얼굴은 점점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길래….’
마침내, 우리는 포탈 통관소에 도착했다.
윤채하를 완벽하게 제압한 천여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윤채하의 어깨에서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사랑스럽고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저기요~ 해인 씨이~”
그녀는 내 등에 손가락으로 노크하는 듯한 시늉을 하며 물었다.
“소원권, 사용 기간 연장 가능할까요? 제가 요즘 좀 바빠서~ 바로는 못 쓸 것 같네요~”
“그러세요….”
안된다고 하면 당장 뭔가를 저지를 것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요~”
천여울은 세상을 다 가진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 톡톡.
그리고 그녀는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손길로 윤채하의 엉덩이를 톡톡, 두 번 두드려주었다.
천여울은 윤채하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집가서, 오늘 알려준 거 꼭 복습해. 알았지?”
그리고는, 아직도 눈물을 글썽이는 윤채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유유히 포탈로 들어섰다.
나는 멍하니 서 있는 윤채하에게 말했다.
“가자. 우리도.”
그러나 윤채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
갑자기 윤채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
“나는… 오늘 쓸래….”
목소리는 물에젖은 솜처럼 푹 젖어있었다.
다소 눅눅한 느낌이랄까.
“오늘··· 잘 때···.”
잘 때?
“나 좀 안아줘어어어… 엉엉.”
“아이고.”
결국 윤채하는 기어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산을 내려오는 내내 천여울에게 괴롭힘 당한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많이 괴롭혔어? 뭐라 했는데?”
대체 뭐라했길래 이런단 말인가.
내가 등을 토닥이며 묻자, 윤채하의 어깨가 움찔했다.
“…….”
그녀는 내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여울의 괴롭힘을 복기하는 듯 하더니, 다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젠 더 이상 빨개질 구석도 없었다.
“그거는… 비밀….”
“…….”
윤채하가 내 시선을 피했다.
“··· 알았다.”
나는 그 이상 추궁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