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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긋하게 일어나 여관홀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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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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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없네요. 크리스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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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너무 늦게 일어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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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해가 꼭대기에 걸린 시간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간만의 여행으로 몸이 노곤진 탓에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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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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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불이 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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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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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제리 님은 바빠. 인기 강사라 강의 준비를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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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제가 안 바빠 보이잖아요. 거기에 저도 계속 강의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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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그 소리네. 루이나 님. 여기는 마법학교랑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인데, 대체 어떻게 강의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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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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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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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학생들에게 각종 체험을 시켜줬는데, 어째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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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마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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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누군가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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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유를 마시는 레온을 흘긋 봤다가, 크리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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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가한 건 제가 아니라 레온 님이 아닐까요? 기껏 마법학교에 파견됐으면서 여기서 이러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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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레온 님의 아픈 곳을 찌르지 마. 좌천돼서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언급하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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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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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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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추궁에 레온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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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깔깔 웃는 가운데, 나는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장에 연기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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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웃은 크리스는 곧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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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루이나 님. 정말 마법으로 원격 수업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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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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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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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합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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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법을 합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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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본 베이스는 적영과 으로 소환한 나무 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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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영을 나무 병사 속에 집어넣고, 그 후 바람 원소 기반인 적영에 바람 원소의 첫 번째 원리 ‘동조’를 사용하는 것. 이게 내 원격 조종 나무 몸체를 만드는 제1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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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거리도 100m가 한계였고, 동조가 되는 요소도 청각과 시야 공유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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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던 원격 수업용 마법을 위해서는 적어도 100m의 한계는 넘어서야 됐는데, 여러 고민 끝에 나는 그걸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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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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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게 만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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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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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고유 마법 는 둘 중 1번에 가까운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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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얽혀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소유하는 것. 이게 고유 마법 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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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는 많은 것이 가능했는데, 대표적으로는 모든 현상을 에 흘려보내는 게 거기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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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거기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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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모든 마법을 없애는 게 아니었다. 복잡한 공간에 모든 현상을 빠트려 출구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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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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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내가 에 마법을 집어넣고, 그걸 출구까지 잘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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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빠져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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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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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를 이용해 거리의 제한을 없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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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무 병사를 연결하고, 미로를 거쳐 나무 병사에 마력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마법을 뜯어고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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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해 왜곡된 공간은 거리를 무시했다. 를 잘 설계해 출구까지의 거리는 짧게 하고, 다른 잉여 공간은 복잡하게 꼬는 방식이었는데, 덕분에 나는 어딜 가든 나무 병사와 ‘동조’하는 게 가능해졌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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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무런 대가가 없는 방식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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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거쳐서 마법을 사용하면 발생하는 문제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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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누수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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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위력이 반감됐고, 때문에 현재 나는 ‘동조’를 할 때마다 성능이 안 좋은 스피커와 모니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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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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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어질수록 의 유지비가 커져 지금은 거의 10배 이상의 마력을 잡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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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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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지만 위의 두 문제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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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위력이 반감된다? 원격 조종 인형으로 전투를 하려 했다면 모를까. 수업용인데 마법의 위력이 반감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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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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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썩어 넘치는 게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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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소모량이 얼마나 늘든 나랑은 크게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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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장점이 없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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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 수업용 나무 몸체와 동조하면 생기는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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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원격으로 ‘마법’ 발동이 가능해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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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의 문제로 원격으로는 내 현재 위계보다 2위계 낮은 마법만 발동됐는데, 이게 어딘가. 더 퀄리티 높은 원격 수업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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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서 마법학교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적영을 슬쩍 살폈다가, 이내 크리스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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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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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혹시 내 금화를 훔쳐갈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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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세요. 말고 그냥 요즘 장사하느라 바쁠 텐데, 왜 따라왔나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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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야 우유를 마시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다지만, 크리스는 지금 막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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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바쁠 시기인데 왜 나를 따라왔는가. 그게 궁금해 묻자 크리스는 검지와 중지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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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의 연대기를 작성해야 되니까. 이거 중요하다? ‘강탈의 마녀 루이나의 여행 동료 크리스가 집필한 연대기!’ 이게 세일즈 포인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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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출판업으로 직종을 변경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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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봐 루이나 님. 곧 온 대륙에 루이나 님의 조각상이 퍼지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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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살짝 봐줬으면 했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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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다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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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가요. 불사의 괴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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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말인데, 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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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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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불사하면 어떤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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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 풀어 설명하면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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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표현하는 방식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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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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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모든 데미지를 회복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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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부활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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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그런데 이 근처에 나타난 불사의 괴물은 셋 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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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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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도 입고, 회복도 안 하고, 부활도 안 해.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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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짧게 말을 끊었다가, 천천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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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애가 자꾸 등장해. 몸에 검은색 선이 막 그어진 게 특징인데, 고블린이었다가 오크였다가 매번 달라서 이게 뭔가 싶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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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생명체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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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에 나는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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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생명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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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던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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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내 말에 크리스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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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여기 사람들도 떠올렸는데, 아무래도 기생 생명체도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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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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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기생 생명체라면 그 검은 선이 본체라는 거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검은 선을 노렸는데, 아무 일도 안 벌어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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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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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가득 찬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크리스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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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이런 건 직접 보기 전까진 모르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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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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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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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쉬었으니 이제 일을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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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밖으로 나간 나는 등불을 짤랑대며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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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등불을 손으로 들어서 그런가. 살짝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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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습니다 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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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로 다 좋은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건 그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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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꾸 그러면 내가 사람들에게 장난치려고 마법을 쓴 거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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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온과 크리스와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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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나무로 빽빽했는데, 어두운 숲속을 걷던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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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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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몸에 검은 선이 있는 고블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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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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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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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진 나는 재빨리 등불을 짤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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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보다 먼저 레온이 앞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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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을 머금은 검이 고블린 무리를 반으로 갈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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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고블린을 베어버린 레온은 아무렇지 않게 피를 털어내고 검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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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광경을 구경한 크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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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눈치 보이는 장남처럼 활약할 장면이 나오면 허겁지겁 나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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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여기서는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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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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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의 몸에 새겨진 검은 선은 핏줄처럼 튀어나왔는데, 그게 꽤 기괴해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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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만 듣고는 몰랐는데, 확실히 직접 보니 이건 기생 생명체랑은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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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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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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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강화 약물이 투여된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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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선 검은 선에 손을 뻗었다. 감촉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러자 레온이 다급히 나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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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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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로 덕에 이제 어지간한 위협은 흘리는 게 가능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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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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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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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은 선을 훑었다. 허나 어딜 만지나 피부가 볼록 튀어나온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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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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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사건에 나는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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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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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누군가 나뭇가지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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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검을 뽑고, 나는 등불에 불꽃을 피웠다. 크리스? 크리스는 내 뒤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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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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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공격하지 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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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자가 다급히 소리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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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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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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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 아니신가요? 여기는 어쩐 일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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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목이 뽑혔었다고 사람을 듀라한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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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듀라한이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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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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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 사랑꾼 바젯을 여기서 다시 만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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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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