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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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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를 가르치는 일은 순조로웠다.
얼마나 순조로웠으면 노아가 도중에 하품을 하겠는가.
“피곤하신가 보네요.”
“…밤늦게까지 마법 연습을 해서.”
“마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돌아가지 않았나요?”
“스승님은 그 상태에서도 마법을 썼잖아. 그래서 나도 계속해 보려고.”
한계를 단정 짓지 않는 자세는 훌륭했다.
마력이라는 건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만일 성공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
안 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중일 수도 있었지만, 노아는 어두운 과거를 가졌으니까. 노력하면 성공할지도 몰랐다.
나는 노아에게 순수 원소 마법을 가르쳤다.
마법은 총 두 개로 분류됐다.
순수 원소 마법과 응용 원소 마법. 이렇게 두 가지로.
순수 원소 마법은 말 그대로 순수하게 원소의 성질을 이용하는 마법이었다.
붉은 선을 그리며 화염의 폭격을 하는 마법이나, 적을 물어뜯는 불꽃 마법, 응축됐다가 폭발하듯 뿜어지는 불꽃 마법이 이 순수 원소 마법에 해당했다.
크로프트 학파의 계승 마법이자 아델리안의 특기 마법인 굉륜(轟輪) 또한 순수 원소 마법이었는데, 이해하기 귀찮다면 그냥 파괴적이면 순수 원소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반대로 응용 원소 마법은 말 그대로 원소를 응용해 원소만으로는 일으키기 힘든 현상을 만드는 마법이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음 마법이나, 방온 마법, 헤이즈의 특기 마법이었던 적영(寂影)이 응용 원소 마법이었는데, 얘도 그냥 귀찮으면 공격 마법이 아니면 응용 원소 마법이라 생각하면 됐다.
마찬가지로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노아 님이 생각하는 뇌전의 성질은 뭔가요?”
“빨라.”
“그리고요?”
“저릿하고, 퍼지며, 뜨거워.”
“그걸 담은 마법을 짜내세요. 중요한 건 이미지예요. 노아 님이 여태까지 뇌전을 관찰하며 느낀 걸 포용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거예요.”
내 말에 노아는 조용히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파직. 노아의 손에서 날뛰던 뇌전들이 조용해진다.
노아는 그 뇌전들을 엮었다.
하나, 둘.
두 개의 뇌전을 꼬여 만든 뇌전 뭉치에 나는 노아에게 명령했다.
“써보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노아는 허수아비를 향해 뇌전 뭉치를 던졌다.
마법을 직접 던지는 방식이라. 꽤 독특했다. 저러면 1위계부터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다.
뇌전 뭉치가 허수아비에 적중한다. 직후 꼬였던 뇌전 뭉치가 풀리며 거센 뇌전 두 줄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상당히 강력한 마법이었다.
1위계부터 벌써 이런 위력이라니, 뇌속성 원소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심판의 뭉치….”
옆에서 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뇌전이 튀기는 소리로 공방이 시끄러웠기에 보통이면 못 들었겠지만, 내가 누군가. 제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천재 스승 아닌가.
나는 웃으며 말했다.
“벌써 특기 마법을 만든 건가요. 이름을 붙이다니요.”
“아니, 그게 아니라….”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되거든요.”
“정말?”
“그럼요.”
마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실제로 많은 마법사가 애용하는 방식이었다.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미지인데,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이미지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됐으니까.
이름이란 참 신기해서, 단지 붙인 것만으로도 그곳에 생명이 깃들었다.
나는 특기 마법쯤이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이름을 안 붙였지만, 내가 그런다고 노아도 똑같이 하라는 법은 없었다.
마법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니 마법이니까.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작명 방식이 있는데, 관련 책을 추천해 드릴까요?”
“…….”
“아니면 제가 지어드릴게요. 심판의 뭉치니까, 정뢰(正雷)는 어떤가요?”
“…내가 직접 지을게.”
“알겠어요.”
말했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게 마법이라서. 본인의 마법 작명은 본인이 하는 게 제일 좋았다.
나는 마법 연습을 시작하는 노아를 빤히 지켜보다가, 상념에 잠겼다.
특기 마법이라.
특기 마법은 한 마법사를 대표하는 마법이었다.
이 특기 마법은 다른 이들도 따라 하는 게 가능했지만, 결국 특기 마법이 특기 마법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본인은 남들보다 쓰기 편하니 그게 특기 마법으로 자리 잡는 거였다.
심판의 뭉치는 ‘시련’의 뇌전이 굉장히 유용하게 작용했다.
뇌전을 약화시켜 꼬기 쉽게 만들고, 적에게 적중하는 순간 약화를 풀어 위력을 폭발시키는 마법이었으니까.
때문에 약화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다른 마법사가 심판의 뭉치를 따라 하려면 적어도 3위계는 돼야 했는데, 이처럼 특기 마법은 자신이 발견한 원소의 특징을 활용해 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뭐, 나도 원소의 특징을 활용해 마법을 발동하는 건 똑같았다.
대표적으로 ‘공평’의 특징을 이용했는데, 이 공평의 특징으로 발동한 마법은 마력이 소름 끼칠 정도로 균일했다.
그래서 효율적이었으나, 그 부분을 제외한 공평의 장점이 뭐냐.
바로 안정성이었다.
마력이 정교하게 퍼져 쉽사리 무너지지 않은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나는 그 구조 위에 마법의 틀을 높이 쌓는 걸 선호했는데, 대표적으로 포도 괴물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마법이 여기에 해당했다.
불꽃을 극도로 압축시켜 찰나의 순간 뿜어내는 마법, 초압축 불꽃은 무한 재생 괴물도 휘청거리는 만큼 강력했다. 그래서 염뢰(炎雷)라는 이름을 붙일까도 했었으나, 꾹 참았다.
뭔가 별로란 말이지.
물론 초압축 불꽃은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느낌이 영.
초압축 불꽃이 특기 마법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가?
아니면 나만이 가진 이점이 있는가?
둘 다 아니잖아.
“루이나 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초압축 불꽃 다른 마법사가 재현하려면 4위계는 돼야 한다며. 그 정도면 특기 마법 맞지.”
“그럼에도 저는! 특별한 걸 원한다고요!”
“노아야 봤지? 마법사는 전부 어린애니까 어린애처럼 굴었다고 부끄러워할 거 없어.”
“알겠어.”
노아에게 한 소리 하고 휙 사라지는 크리스.
크리스 이 녀석, 요즘 콕 찌르고 사라지는 걸 반복하네.
얘 장사는 안 하나?
시골 마을이라 팔 게 없다? 예전 크리스였으면 순진한 시골 사람들 벗겨 먹겠다고 눈에 불을 켰다.
크리스도 많이 변했네.
예전이 그립다.
“스승님. 마력 다 썼어.”
“수고하셨어요. 돌아가서 이 책을 읽으세요.”
“응.”
노아는 내가 건넨 책을 들고 공방을 떠났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혼자 남았다.
나는 공방 중앙에 앉은 채 주위에 불을 붙였다.
화륵. 불꽃이 거세게 타오른다.
다만 마법은 아니었다.
주위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거였으니까.
내 제어하에 그 무엇도 태우지 않고, 그저 허공만 태우는 불꽃.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때린다.
지금 이건 켈튼과 약속한 후부터 즐겨 쓰는 수련 방법이었는데, 몸을 다치게 하지 않고 불꽃을 느끼는 게 가능해 굉장히 좋았다.
얼마나 효과가 좋은가는, 잘 몰랐다.
아직 위계가 그대로인 걸 보면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있을 수도 있잖아.
나는 그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련을 반복할 뿐이었다.
뜨거운 공기를 마시며 나는 불꽃을 생각했다.
불꽃은 모든 걸 태운다. 잿더미로 만든다. 집어삼킨다.
먹어 치운다.
마법을, 먹어 치운다.
…마법? 마법 보관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그래서 엘레라는 왜 내게 노아를 맡겼을까.
왜 꼭 나여야만 했을까.
세상에 마법사가 대체 몇 명인가. 아무리 마법이 귀한 힘이라지만, 인류 전체로 늘리면 마법사의 숫자가 모래알처럼 많아졌다.
그중 우연히 만난, 심지어 아직 3위계인 내가 꼭 노아의 스승이 돼야 하는 이유.
그걸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래서 예지 마법사랑 함께 지내면 피곤했다.
괜히 플로라가 스승 얘기를 할 때 애정 속에 피곤함이 섞이는 게 아니었다.
예지 마법사는 미래를 보고 얘기 하는지라. 함께 지내는 입장에선 계속 추론을 하게 됐다.
아니면 그건가?
내가 최연소 대마법사가 될 인재라 그런가?
“이거 엘레라의 마음을 오해할 뻔했네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오해는 무슨 오해. 이제는 하다 하다 혼잣말로까지 헛소리를 하는구나.”
갑자기 말을 거는 엘레라에게도 이미 익숙해졌다.
나는 열기를 느끼는 채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요.”
“내 공방에 내가 오겠다는데 꼭 볼일까지 필요하냐?”
“확실히요.”
“노아는 어떠냐.”
“늘 똑같아요.”
노아는 늘 똑같이 성실했다.
늘 똑같이 열심히 했고, 늘 똑같이 성장했다.
“오늘은 순수 원소 마법을 하나 익혔어요. 실전에서도 먹히는 마법이에요.”
“1위계가 벌써 실전에?”
“뇌속성 원소라 그런가 봐요.”
“그러냐.”
엘레라가 고개를 든다.
나도 고개를 들었다.
“…….”
“…….”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갑자기 찾아온 것도 그렇고, 자꾸 대화를 거는 것도 그렇고, 명백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의 행색이었다.
내 말에 엘레라는 마녀 모자를 고쳐 썼다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오늘 마법 연습은 그만하는 게 어떠냐. 마력을 아껴야지.”
“알겠어요.”
“고맙다.”
“궁금한 게 있는데, 다 같이 도망가는 건 안 되나요?”
“…….”
“예지 마법사에게 하면 안 되는 두 번째가 뭔지 알았네요.”
주위의 불꽃을 꺼트리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레라의 당부도 있었으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자야겠다.
*
엘레라가 나에게 노아를 맡긴 이유.
반드시 나여야만 하는 이유.
이 둘이 뭔지 결국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녀, 성배의 위치를 내놔라.”
그 탐욕스러운 말투만 봐도 알았다.
다음 날 오후. 조용했던 엘레라의 집을 습격한 건,
악신의 사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