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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사를 풀플레이트 기사로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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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흰색 왕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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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메이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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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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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 님 굉장히 잘하시네요. 몇 번 깜짝 놀란 순간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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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치고 일방적인 게임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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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는 평온한 태도로 기물을 정리했다. 나도 내 앞에 놓인 기물을 정리하고 손을 내밀었다. 승부가 끝난 후엔 악수. 체스의 기본 매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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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와 악수를 마친 나는 방금 한 게임을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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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지만, 느리지 않은 플레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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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한 수를 저울에 올리며, 완벽한 손익을 계산하는 기풍은 도저히 어린 나이에 완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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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기풍이라는 건 사람의 성향과 연관이 깊으니까. 거기에 이런 보드게임은 오히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못 드러내면 영근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바둑만 해도 GOAT 라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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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 님은 아직 어리니까요.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금방 저를 위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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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런 거치고 루이나 님이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 않아? 프린드 님이 성장하면 그에 맞춰 루이나 님도 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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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크리스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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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략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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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평생이 걸려도 저를 못 이긴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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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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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쳐다봤다. 크리스는 분홍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사람을 홀렸는데, 요리 주머니까지 출렁여서 학생들 교육에 안 좋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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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학장이 나를 부르면 필시 크리스를 간수하라고 주의를 주기 위해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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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크리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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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왜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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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걸 구경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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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딱히 괴롭히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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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약한 거랑 즐거워한 건 긍정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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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왜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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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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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한 크리스는 체스판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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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아르카나 체스 연구회’는 크리스 특제 제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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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형 병사 기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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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녹안의 청야를 든 기사 기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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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녹안의 등불을 든 마법사 기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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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의도가 불순한(돈을 벌어보겠다는) 수작이 들어 있었지만, 공짜로 제공해 줬기에 일단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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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성공하면 나도 돈을 벌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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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게 성공할지는 회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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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말은 안 했지만 다른 도시를 갈 때마다 아르카나 체스를 틈틈이 했었는데, 크리스 특제 제품을 사용하는 체스 클럽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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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문이 안 퍼져서일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확신한다. 설사 소문이 퍼져도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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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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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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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들이 얼마나 부끄럼쟁이인데 이런 체스 제품을 쓸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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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집에서 혼자 사용하면 몰라도, 체스는 상대가 필요한 보드게임. 클럽에 가입하는 게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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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를 즐긴다면 공공장소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었고, 따라서 이…캐릭터 상품화시킨 체스 제품을 신사들에게 파는 건 여러모로 걸림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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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업이 전부 성공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가끔은 실패작도 나와야 사업이 건강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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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시로 부모도 첫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둘째에서 제대로 키우지 않나. 뭐든지 경험이 중요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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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발녹안의 기사를 만졌다. 그러자 변신 로봇처럼 기사의 몸이 착착 돌아가며 변했다. 나는 피닉스에 올라탄 기사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크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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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러니 다음엔 조금 더 신사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게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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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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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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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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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뒤늦게 대답했다.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던 건데, 나는 크리스가 조금 전까지 집중하던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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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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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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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프린드 님이 부자인가요? 대체 무슨 방법으로 프린드 님의 금고를 털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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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연애하기 좋을 때네요’라고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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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리스 님은 돈 말고 관심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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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 한데, 뭔가 나 점점 사람 취급을 안 받는 기분이라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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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중얼거린 크리스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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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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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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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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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은 늘 이상했잖아요. 특별히 더 이상할 부분이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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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별거 아니고 프린드 님이 자꾸 나를 신경 써서. 왜 저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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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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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쳤던 크리스가 갑자기 남자에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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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좋아하던 마음이 치환된 거니, 그 위력은 어마어마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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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닌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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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크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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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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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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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지? 아 그래. 어제 프린드 님이랑 우연히 마주쳤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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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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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크리스 님이 발매 중인 책. 잘 읽었습니다.’라고 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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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인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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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해도 비슷한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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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마주친 사람이 ‘강탈의 마녀다!’라고 소리치거나, ‘얼굴은 멀쩡한데 대체 왜’라며 한탄하곤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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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내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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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봐. 저번에는 나랑 학교 밖 식당에서 만났는데, ‘식당 사업이라도 시작하시려나 봐요?’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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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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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한 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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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는 크리스가 돈에 미친 악귀라는 걸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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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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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미친 악귀인 걸 알았으면 피해 다녀야지, 왜 자꾸 다가가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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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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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크리스 님의 요리 주머니가 사람을 홀린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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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렇다기엔 친해질 생각은 없던데? 가끔은 눈이 마주치면 은근슬쩍 도망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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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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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근데 프린드 님은 내 취향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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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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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지? 너무 진지한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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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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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드는 ‘인류를 구원한다’라는 말을 진지하게 꺼낼 법한 타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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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무거우면 다가가기 힘들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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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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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저희를 보세요. 사람이 가벼워서 언제든 유쾌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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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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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와의 대화를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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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니엘 남작님. 일찍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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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님은 항상 한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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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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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최상급. 가사 최상급. 눈치 최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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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용인을 고작 평균 급여의 1.5배로 고용할 수 있다니. 싸다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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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대로 저택 지하로 갔다. 지하에 마련된 마법사의 공방에 진입하자 옆에서 따라오던 적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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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청소 좀 하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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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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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실 중앙에 마련된 제작대에 다가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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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대 위에는 각종 재료가 준비돼 있었는데, 나는 투명한 보석을 집어 안에 새싹을 키우고 ‘거부’의 특징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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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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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보석을 튕기자 묘한 반발력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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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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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방어 마도구 제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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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 수련은 틈이 날 때마다 했다. 원래도 활용도가 높은 마법이었는데, 지금은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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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을 만들어야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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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을 만든 현자는 딱히 연금술사가 아니었지만, 결국 마도구 제작엔 연금술이 필수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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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작 난이도는 극악이었으나, 어차피 당장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느긋이 연금술 능력을 키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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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연금술사가 있었으면 저도 마음이 편할 텐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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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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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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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인님. 누군가를 까먹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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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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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를 까먹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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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크리스, 제리, 노아, 테리, 헤이즈, 카이렌, 다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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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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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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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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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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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뮤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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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 제작 이거 뮤란에게 맡기면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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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눈치챈 게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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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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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별개로 연금 마법의 숙련도는 올려야 했다. 나는 모든 마법을 익혀야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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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뮤란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여유롭게 연금술 수련을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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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석을 내려놓고 이번엔 원소를 허공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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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보유한 원소는 총 7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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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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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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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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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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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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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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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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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은 내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원소고, 탐 원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으로 얻은 후천적인 적성이었는데, 이번에 이 목록에 새로운 원소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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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손 위에 뇌전이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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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푸른 뇌전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주먹을 쥐어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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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주와 거래해 고유 마법 을 얻은 뒤로 새로 생긴 뇌속성 원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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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반이 뇌속성 원소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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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에게 진작 뇌속성 마법을 공유받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공유만으로는 의 기능 중 하나인 원소 적성 개화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원소 적성을 개화하고 싶다면 반드시 거래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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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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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도 여유롭겠다. 새로 얻은 원소 적성을 포함해 마법들을 점검하기 위해 마력을 준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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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좋은 소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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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는 하고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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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작스럽게 난입한 크리스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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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다 좋은데 가끔 우리 집을 자기 집으로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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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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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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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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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 제작에 필요한 재료. 그거 중 하나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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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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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내가 눈을 깜짝이자, 크리스가 자신 있게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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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운이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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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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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내 질문에 크리스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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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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