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26040/109.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0 KiB

정신이 나갔다고 마법사는 아니지만, 마법사는 모두 정신이 나갔다. 그건 일종의 법칙이었으며, 내면을 끊임없이 파헤치는 마법이라는 학문의 어쩔 수 없는 특징이었다.

때문에 마법사는 대부분 기묘한 일화를 남겼다.

아델리안 크로프트는 세계수를 굉륜(轟輪)으로 갈아버렸고, 톨트피어 프로센은 하늘에 섬을 띄웠으며, 초대 황제의 파티원이었던 우둔한 현자는 별을 떨궈 바다를 증발시켰다.

이처럼 마법사는 뒤틀린 사고방식에 맞는 사고를 저지르곤 했는데, 여기서 재밌는 점 하나.

그건 바로 검사들도 비슷하다는 거였다.

궁극에 닿으면 마법과 비슷해지기 때문일까. 검사들도 일정 이상의 실력을 쌓으면 기묘한 일화를 남기곤 했다.

발리온 드라고밀의 경우 딸을 살해한 색욕의 사제들을 통째로 박멸했으며, 초대 황제는 아예 신을 죽여버렸고, 초대 황제의 라이벌이었던 로즈릭은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검을 세상에 남겼다.

다른 검사들이 이렇다.

현 검의 정점이라는 천검(千劍) 실버즈라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실버즈라는 검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는 평범한 농가의 다섯째였으며, 평생 농기구로 밭을 가꾸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실버즈라는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기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모든 마을 사람을 산 제물로 만들려 했다. 해피 중세랜드에선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번식하는 악신의 교단은 어디에나 존재했으니까.

그렇게 실버즈라는 시키는 대로 장작의 산 위에 섰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누군가 쥐여준 검을 들었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질투의 사제들을 몰살시켰다.

그 뒤로는, 알기 쉬운 활극이었다.

마족을 참살하고, 악신의 교단을 저지하고, 약혼자를 죽인 왕족을 죽여버리고, 왕국과 전면전을 하고, 또.

검의 정점에 서고.

네트라 왕국을 반쯤 박살 낸 실버즈라는 그 뒤로 검림에 틀어박혀 칩거했는데, 그런 그가 검림의 주인이 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여간.

일화에서 알 수 있듯 실버즈라는 야망이 없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인간이었으나, 그럴지라도 초월자다. 대면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헤이즈 님이 실버즈라 님의 심기를 거슬러서 죽으면 제가 꼭 그걸 해드릴게요.”

“뭐를, 복수를?”

“저희가 그 정도 사이는 아니잖아요. 당연히 묵념이죠.”

“내 마법 도로 내놔.”

[아빠. 나는 루이나가 좋아. 미안해.]

“그러니까. 물구나무를 서서 들어도 네가 말하는 거라니까.”

피식 웃은 헤이즈는 죽엽청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내게 물었다.

“초대 황제의 검은 왜 찾으려는 거야. 너 검에는 관심 없지 않아?”

“초대 황제의 검을 얻은 자는 불로불사가 된다고 해서요.”

“불로불사? 그런 거에 흥미가 있어? 의외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고 오래 사는 걸 원해요.”

“그런 인간이 불 속에 뛰어들어?”

헤이즈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나도 어이가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헤이즈 님. 제가 언제 불 속에 뛰어들었어요. 저는 항상 평범한 마법 수련만 하잖아요. 그 증거로 제 얼굴을 봐요. 화상 자국의 흔적도 없죠?”

“억울해 미치겠네.”

답답해 죽으려는 헤이즈가 가슴을 두들겼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기파이를 한입 먹었다. 이 집 고기파이 잘하네.

“초대 황제의 검이라….”

헤이즈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톡톡 두들겼다. 생각에 잠긴 거였는데, 한참을 그러던 헤이즈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게 목적이면 나랑 같이 검산에 들어갈래?”

“왜요?”

“왜냐니. 너 설마 검림에 퍼진 소문이 뭔지 몰라?”

“소문이요? 검림에서 초대 황제의 검이 발견됐다는 거 아니었어요?”

“…너 검림이 뭔지 잘 모르지.”

“솔직히 고백하면 잘 몰라요.”

내가 검사들의 성지가 뭔지 알 게 뭔가. 마법사의 성지라면 몰라도.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헤이즈는 손가락으로 창문 밖을 가리켰다.

“저기 보여?”

“네.”

헤이즈가 가리킨 곳에는 거대한 검이 우뚝 서 있었다.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우 거대한 검.

저걸 사람들은 검산(劍山)이라 불렀는데, 저게 왜?

헤이즈가 말했다.

“저기 안에서 초대 황제의 검이 발견된 거잖아. 정확히는 흔적이긴 한데.”

“……검 안에서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검 안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었던 건데, 내 반응에 헤이즈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너는 왜 마법 관련이 아니면 아예 모르냐.”

“저예요.”

“이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따라 와.”

헤이즈는 음식값을 계산하고 여관을 벗어났다. 나는 헤이즈의 옆에 따라붙으며 질문했다.

“제 음식값은 왜 내신 건가요. 훔쳐 먹은 게 미안하셨나요?”

“시끄러.”

그렇게 나는 헤이즈와 검산 근처로 이동했다.

검산 근처엔 사람이 많았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검을 착용했다. 확실히 검의 성지란 곳은 검의 길에 들어선 후배가 아니면 방문할 일이 없긴 했다.

검사들이 검산에 들어간다. 이건 말 그대로였다. 빨려 들어가듯, 거대한 검 안으로 들어갔다.

……진짜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였어?

상상도 못 한 일에 나는 신기한 감정을 품었다가, 거대한 검에 다가가 손을 댔다.

직후.

세상이, 빙글 돌았다.

푸드덕.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들어 소리의 근원지를 살폈다.

검이 날아다닌다.

“……???”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품은 상식에 기대 세상을 인식하기 마련이다.

살아오며 쌓인 보편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모든 걸 판단했고, 이런 상식은 가끔 편견이라는 좋지 않은 현상도 발생시켰지만, 그럼에도 상식은 모든 걸 직관적으로 빠르게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였다.

다만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가끔은 고장이 나기 마련이었는데, 언제 고장이 나냐. 바로 상상도 못 한 현상을 마주했을 때였다.

지금 내가 딱 그랬다.

누가 뇌로 스파게티를 만든 기분이었다. 배배 꼬여서 이게 현실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안 됐다.

나는 검의 나무에 앉은 검의 새가 검의 열매를 쪼아 먹는 걸 전부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할 때 꾸는 꿈 같아요.”

“여기가 검산이야. 어때?”

초대 황제가 외신의 횡포에 참지 못하고 탄생시킨 ‘연단’ 마법은 내면을 두들겨 무기를 만드는 마법이었다.

단계도 다양했다.

1단계 신체 강화.

정식 기사의 최소 조건이자 초인에 입문하는 경지였다. 이 단계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은 기사를 죽이기 매우 힘들어졌는데, 기사의 신체 능력이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게 원인이었다.

2단계 해방.

누구나 마음속에 이상향을 품고 산다. 최강의 이미지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리고 2단계 해방은, 기사가 내면을 두들겨 완성한 이상향 중 하나를 현실에 구현하는 경지였다.

극히 일부의 기사만 도달하는 경지였고, 이 경지에 도달한 기사가 여럿 뭉치면 고유 마법을 익힌 마법사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3단계 침식.

내면에서 완성된 이상향은 어디까지나 자신만 동의하는 논리였다. 세상과 맞지 않는, 닫힌 논리.

허나 침식에 도달하면 검사는 자신만의 논리를 세상에 강요하는 게 가능해졌다.

발리온 드라고밀이 딱 이 경지일 텐데, 이 단계의 검사는 이제 검사라 부르기도 민망했다. 워낙 기상천외한 일이 가능해져서.

하지만 그것도 다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4단계 각인.

5단계 연단.

이 둘은 아예 현실의 법칙을 뒤틀었다. 물론 자세한 건 몰랐다. 상위의 경지가 보통 이렇다. 직접 도달하기 전에는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4단계면 몰라도 5단계는 대충 어떤지 짐작이 됐다.

지금 내가 있는 여기가 5단계의 흔적이었으니까.

검의 세계라. 초대 황제의 라이벌이 어떤 인간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로즈릭 클라클은 검에 미친 인간이었다.

검토끼가 깡충거리며 뛰어다닌다. 그걸 쓰다듬던(베이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베이진 않았다) 헤이즈는 몸을 일으키며 말을 꺼냈다.

“이 세계 어딘가에 초대 황제의 검이 꽂혀 있다나 봐.”

“정확히 이해했어요.”

초대 황제가 서거하고 대체 몇 년이 지났는가. 세는 것이 아득할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초대 황제의 검을 찾아 헤맨 사람은 또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이제야 초대 황제의 검을 찾았다는 둥 흔적을 발견했다는 둥 난리를 쳐서 무언가 이상하다 싶더니, 이런 곳에 숨겨놨다면 납득이 됐다.

이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사막에서 모래알 찾기였다. 오히려 흔적을 발견했다고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 무언가 착각한 게 아닐까 싶은 난이도였다.

“내가 왜 초대 황제의 검에 관심이 없는지 알겠지?”

“애초에 못 마실 벌꿀주, 쳐다도 보지 않는 거였군요.”

“어쩔 거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내게는 반드시 초대 황제의 검을 찾아야 되는 사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초대 황제의 검은 불로불사를 준다기에 겸사겸사 얻는 거였으니까.

단, 이대로 순순히 포기하는 것도 아까웠다.

어쩔까.

흐으으음.

좋아. 결정했다.

“우선 실버즈라 님을 만나러 가봐요. 어떻게 할지는 가서 천천히 생각할게요.”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