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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호문쿨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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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검은 몸체를 가진 괴수가 나를 향해 갈고리를 날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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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아드는 갈고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해, 다리에 오러를 둘러 괴수의 몸을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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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끝이었다. 괴수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머지않아 빛으로 화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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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딱 18층 수준밖에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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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전투 도중에 입은 유일한 피해, 갑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드롭 아이템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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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 미궁 지역의 특징은 등장하는 몬스터 대부분이 마법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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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자체가 어떤 마법사가 만든 공방이 사악한 무언가의 영향을 받아 변이해 생겼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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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정은 커뮤니티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별로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라서 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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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B 타입 호문쿨루스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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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커뮤니티에 정리된 18층 미궁 몬스터의 종류는 꼼꼼히 읽었다. 내가 쓰러트린 것은 호문쿨루스라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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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실험의 부산물로 생긴 찌꺼기들이 내재된 마력의 영향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괴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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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 갈고리가 달린 괴수는 호문쿨루스 B타입, 연금술 실험에서 태어난 부산물로 높은 방어력이 특징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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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높다는 게 평범한 18층 도전자들 기준이다 보니, 오러를 두른 공격 앞에서는 그냥 종잇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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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미궁 지역 공략은 이미 예전부터 이런 상황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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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믹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보스도 조금 센 잡몹 정도로밖에 안 느껴지는 상황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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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걱정해 아이템을 빼고 싸우는 방법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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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운용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아이템 한두개는 내 스펙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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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 아이템이 하나같이 [내구] 업그레이드만 올린 것들이었다는 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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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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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을 하나 지나치자, 이번에는 머리가 세 개 달린 해골 모습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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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를 항상 전개해 두고 있었던 만큼, 딱히 놀랄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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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의 방패에 오러를 두르고, 가볍게 휘둘러 해골 머리통 세 개를 동시에 박살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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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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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방패에 오러를 두르는 건 유독 효율이 나쁘다. 하지만 평범한 잡몹한테는 이 정도도 과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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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통이 박살나며 즉사한 해골의 드롭 아이템을 확인했다. [호문쿨루스 C의 뼛가루], 잡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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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의 지팡이에 들어갈 재료를 구하러 온 건데, 죄다 이런 잡몹들만 나와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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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마력량이 매우 많은 변이 호문쿨루스라던가, 흑마법사 리치라던가, 그런 것들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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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보스랑 비슷한 판정인 미니 보스라고, 출현율이나 스폰율이 매우 낮게 잡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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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버에선 사냥 중인 다른 도전자들에게 제보를 받아 미니보스만 쏙쏙 골라 먹으면 그만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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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한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래서 솔플은 안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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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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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을 미궁에 풀어두고 미니 보스 스폰 알림이로 써도 괜찮았겠지만……아쉽게도 칼레온은 지금 내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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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을 마탑에 혼자 두는 게 살짝 걱정이라, 중급 마석을 네 개나 박아넣어서 보호자로 붙여 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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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시간이랑 쿨타임 문제 때문에 결국 비는 시간은 생기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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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내 전투에선 미끼 용도로밖에 딱히 쓸데가 없으니, 그렇게라도 유효하게 써먹으려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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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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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니 괜히 아쉽다. 에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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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미궁의 몬스터들이 생각 이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필드 보스급이 팍팍 나와주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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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네, 혹시 몰라서 내버려 두려고 했지만- 바로 보스의 모가지를 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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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커뮤니티의 지도를 활용해 찾아간 보스룸, 문을 열자마자 음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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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듯이, 18층 미궁은 어떤 마법사의 공방이 사악한 무언가에게 영향받아 몬스터의 소굴로 변이해버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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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보스는 그 마법사 본인이 자신의 실험체들과 뒤섞여 탄생한 굉장히 강력한 호문쿨루스라는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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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두운 안개 저편에서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타난 보스는, 그 설정에 맞게 징그러운 외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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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바다에서 건져낸 익사체에 호문쿨루스의 파편을 붙여둔 것처럼 생겨먹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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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찌르는 진득한 썩은내와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몸, 바다에 빠져 죽은 시체가 걷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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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질 나쁜 괴담이 아닌, 그 공방의 주인이었던 마법사의 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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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모험가여, 부디 저 끔찍한 마법사의 모습을 보고 배우는 바가 있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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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 - 심연의 익사자 세루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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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징그러운 외형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보스 몬스터가 가진 굉장한 양의 마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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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의 보스치고는 가진 마력의 양이 너무 많다. 마법사 타입의 보스라서 특별히 더 많이 갖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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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걸 완드에 갈아 넣으면 상당히 쏠쏠할 것 같다. 나는 곧바로 검을 들고 오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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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마력이 당신을 혼란에 빠트립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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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마력이 당신의 발을 둔하게 합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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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마력이 당신의 장비를 부식시킵니다- 저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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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층 보스의 공략을 귀찮게 만든다는 세 종류 상태이상은 가뿐하게 저항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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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게 징그러워서 오래 보고 싶지 않으니, 버프 효과가 있는 스킬과 마력강화를 모두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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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마력이 나를 감싸며, 주변을 스멀스멀 덮어오던 검은 안개가 밀려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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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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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천둥소리를 울리며, 단숨에 접근해 검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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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간파] 스킬로 생성한 약점 부위를 오러가 두른 검으로 찌르자, 요란하게 터지는 붉은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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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판정과 함께 [라이트닝 차지]의 벼락이 흘러들어가고, 보스는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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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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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에 쓰러진 보스는 손가락 하나 꿈틀하지 못했고, 곧 클리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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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18층을 최초로 클리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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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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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주문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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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도 걸리지 않았던 짧은 보스전이 끝나고, 나는 전이문을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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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문 활성화 권한은 다음에 다시 따면 되고, 중요한 건 저 좆밥 보스가 준 보상인데- 아무래도 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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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놈이 드랍하는 주요 아이템은 [심연의 파편]이라는 높은 등급의 고유 마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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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법석의 특이한 점은 가공 방법이 매우 많다는 것, 파편을 뭉쳐서 더 높은 등급의 마법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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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파편]을 합쳐서 얻는 [심연의 근원]이라는 아이템이 바로 그것인데, 나는 에인의 완드에 이걸 넣어 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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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상이나 최후의 일격 보상으로 파편이 아닌 근원을 바로 딸 수 있을 줄 알고 잡은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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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된 심연의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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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준 건 묘한 접두사가 붙은 다른 아이템이었다. 이런 걸로는 만족 못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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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18층에서는 조금 더 체류할 예정이니, 보스가 재스폰되기를 기다렸다가 몇 번 반복해서 잡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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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된 심연의 파편]을 모아서 [정화된 심연의 근원]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기 써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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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게 됐네. 이러면 미니 보스를 기다려보는 게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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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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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스룸에서 나와 미궁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가던 중, 슬라임 형태의 호문쿨루스 하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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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는 꿈틀거리더니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몸을 변형시켰다. 저게 아마 E 타입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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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슬라임 형태로 지내다가, 인간의 형태를 모방해 덤빈다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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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모방한다고 해도 그냥 무기를 든 마네킹 모습이라, 딱히 인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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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나타난 호문쿨루스는 검과 방패를 든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여, 내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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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순간, 눈 깜빡할 사이에 눈앞에 도달한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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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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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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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새끼, 왜 이렇게 빠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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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검격이 장난 아니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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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몹인 줄 알았더니 히든 보스였나? 아니, 시스템 메시지는 안 나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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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등골이 찌릿거리며 본능에 위기감을 전한다.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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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쿨루스가 변형으로 만들어낸 검을 위로 튕겨내며, 안쪽으로 파고드는 검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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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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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 순간, 호문쿨루스는 엄청난 힘으로 내 검을 튕겨내며 반대로 어깨를 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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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르게 [혼신] 스킬을 발동해 [내구] 스탯을 증폭시키고- [철벽]까지 함께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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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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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문쿨루스의 검은 내 어깨를 상당히 깊이 파고들어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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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이 새끼 진짜로 뭐야. 무슨 공격력이 이렇게 센 거지? 내 방어력을 부분적으로나마 뚫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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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메시지도 안 나타나는 일반 몬스터가 이따위로 강하다고? 양심이 어디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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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부여잡고 크게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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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개를 들어 호문쿨루스의 모습을 다시 바라본 순간, 나는 곧바로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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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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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바꾼 호문쿨루스는 무척 정교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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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센가 했더니, 놈은 내 모습을 모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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