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55 lines
12 KiB
Markdown
255 lines
12 KiB
Markdown
|
|
140. 천부의 재능
|
|
|
|
우리를 노리고 접근한 적의 숫자는 총 마흔 정도쯤 되었다.
|
|
|
|
구성은 룬 베어와 비슷한 짐승형 몬스터가 대부분에, 독수리를 닮은 비행형 몬스터가 몇 있는 정도였다.
|
|
|
|
특기할 만한 부분으로는 몬스터 중 웨어울프가 있었다는 점이 있겠다. 2층에서 보스로 등장했던 그거 맞다.
|
|
|
|
상층에 올라가면 잡몹으로도 등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긴 한데, 18층은 딱히 상층도 아니지 않나.
|
|
|
|
물론 2층의 보스 개체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 같지만, 일개 잡몹치고는 매우 강한 축에 속할 거다.
|
|
|
|
그런 놈들이 집단으로 지능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
|
|
|
과연 에픽 퀘스트라고 해야 하나, 초장부터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내 스펙이 그보다 훨씬 높아서 괜찮았지만.
|
|
|
|
“굉장하다, 진혁악마님도 마법사야?”
|
|
|
|
싸움이 끝나고, 원거리에서 쇠구슬을 던져 모든 몬스터를 제압해 버린 나를 보며 꼬마-에인이 그렇게 물었다.
|
|
|
|
진짜 악마인 건 아니지만, 악마한테 마법사느냐고 묻는 건 뭔 경우래.
|
|
|
|
그리고 방금 내가 한 행동의 어디가 마법처럼 보인 건지 모르겠다. 그냥 쇠구슬만 던졌잖아.
|
|
|
|
저 꼬마의 눈에 이게 마법처럼 보인다면, 엄마가 마법사라는 말의 신뢰도까지 좀 떨어지는데.
|
|
|
|
별 것도 아닌 일을 진짜 마법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
|
|
|
막, 엄마 손은 약손 그런 것처럼.
|
|
|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엄마의 직업을 헷갈리지는 않겠지? 그냥 신기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
|
|
|
“마법사 아니야, 방금 그건 마법도 아니고.”
|
|
|
|
“그치만 마법 같았는데.”
|
|
|
|
“대체 어디가?”
|
|
|
|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꼬마 에인은 회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입을 우물거렸다.
|
|
|
|
“그냥 마법 같았어. 마법이랑 똑같았는걸.”
|
|
|
|
이런 어린아이의 표현력에 무엇을 기대하랴,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
|
|
|
그보다, 몬스터랑 싸우느라 시간이 훅 지나가 저녁이 되었다.
|
|
|
|
아무래도 내가 소환되었던 시간부터가 늦은 오후쯤은 되었던 모양이다. 기온도 확 떨어졌고.
|
|
|
|
어차피 내가 업고 갈거긴 하지만, 아이의 체력을 고려해서라도 오늘은 이쯤에서 쉬었다 가야겠다.
|
|
|
|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 저택에서 하루쯤 쉬었다가 나오는 것도 괜찮을 뻔했네.
|
|
|
|
여기서 바로 멈추긴 좀 그렇고,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가능한 한 멀어져서 적당한 자리를 하나 찾도록 하자.
|
|
|
|
“해도 졌으니까 조금만 더 가서 쉬자. 아직 춥지는 않지?”
|
|
|
|
“응, 나 안 추워.”
|
|
|
|
“나중에 병나지 말고 지쳤으면 바로바로 말해.”
|
|
|
|
나는 에인에게 그렇게 일러두고, 적당한 자리로 이동해서 야영지를 차리기 시작했다.
|
|
|
|
이래뵈도 엘프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 만큼 숲 속에서 밤을 보내는 일에는 익숙하다.
|
|
|
|
그것 말고도 평소에 종종 야영하는 만큼 몸에 익기도 했고, 관련된 아이템도 많은 편.
|
|
|
|
이 숲 속은 나무며 덩굴 같은 것들이 빽빽해서 야영지를 차릴 공터가 마땅히 없긴 한데.
|
|
|
|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공터야 만들면 그만이니까.
|
|
|
|
“진혁악마님, 우리 나무에 올라가서 자는 거야?”
|
|
|
|
여기서 야영할 방법이 달리 없는 것처럼 보였는지, 에인이 그렇게 물었다.
|
|
|
|
“아니, 기다려 봐.”
|
|
|
|
나는 인벤토리에서 긴 장검 하나를 꺼내서 오러를 둘렀다. 그리고 그걸로 주변의 나무를 싹싹 베어냈다.
|
|
|
|
무쇠도 두부처럼 갈라버릴 수 있는 오러가 있으니, 벌목은 일도 아니지.
|
|
|
|
“진혁악마님 대단해, 마법 같아.”
|
|
|
|
그렇게 나는 몇 분 만에 야영에 필요한 공간을 완벽히 확보했고, 빠르게 야영지를 차려내었다.
|
|
|
|
그나저나 얘는 이젠 나무를 베는 것마저 마법 같다고 하네,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건 신기해하지도 않으면서.
|
|
|
|
에인의 머릿속에서 마법 같은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어떻게 구분되어 있는 건지, 감이 안 온다.
|
|
|
|
**
|
|
|
|
나는 어린애들이랑 부대끼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
|
|
|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돌보는 것 자체는 잘하는 편이다. 이는 내 성장 배경에서 기인한다.
|
|
|
|
가족도 친척도 엄마 한 명뿐인 사고무탁의 편모가정,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
|
|
|
엄마는 나를 혼자 두는 것을 꺼렸지만, 그렇다고 정신없는 일터로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
|
|
|
자연스럽게 나는 방과 후에는 항상 복지센터에 맡겨져 있게 되었다.
|
|
|
|
복지센터에는 다양한 사연의 아이들이 모여든다. 나랑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도 있었고, 더 심한 환경의 아이들도 있었다.
|
|
|
|
당연히 나보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있었고, 복지사 선생님들의 손은 아이들의 숫자에 비해 항상 부족했으니.
|
|
|
|
아이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고.
|
|
|
|
돌이켜보면,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엄마 등골만 빼먹던 호로새끼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
|
|
|
-옴뇸뇸.
|
|
|
|
내가 만들어 준 잡탕죽을 맛있다는 듯이 먹고 있는 꼬마를 보니 저절로 그때 생각이 난다.
|
|
|
|
내 인벤토리에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있지만, 이것들을 당장 에인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
|
|
|
상태를 보니 꽤 오랜 시간 기아 상태로 지낸 듯싶은데, 난데없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될 테니.
|
|
|
|
치즈돈까스 도시락이야 당연히 안 될 테고, 화이트롤은……어떨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보류.
|
|
|
|
그래서 일단 도시락에 들어있는 밥이랑 잡다한 재료들을 섞어서 죽을 만들어 주었다.
|
|
|
|
죽 만드는 법은 잘 몰랐지만, 이럴 때 쓰라고 커뮤니티가 있는 거 아니겠어?
|
|
|
|
[작성자 : 서진혁#2661]
|
|
|
|
[제목 : 도움요청)오래굶은 애한테 치돈먹이면 당연히 안되겠지]
|
|
|
|
(사진)
|
|
|
|
(사진)
|
|
|
|
(사진)
|
|
|
|
이중에서 애한테 먹일만한거 있을까
|
|
|
|
없으면 대충 분해해서 죽이라도끓여줘야할것같은데
|
|
|
|
먹여도 될만한거랑 아닌거 좀 꼽아주셈
|
|
|
|
죽 만드는 법도 좀 알려주면 ㄳ하겠음
|
|
|
|
물론 글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댓글에 개소리만 달렸지만, 그거야 뭐 늘 있는 일이고.
|
|
|
|
참고로 이 글에 달렸던 주된 개소리로는 ‘치돈 줄’ 이라거나 ‘와 농농이 뭐임’ 같은 것들이 있었다.
|
|
|
|
웃긴 건 ‘농ㅋㅋㅋ쭉ㅋㅋㅋ’ 이라고 댓글을 단 놈이 이후 가장 자세하게 여러 팁을 줬다는 점인데.
|
|
|
|
듣기로는 원래 아동복지사 일을 하던 도전자라는데, 세상에는 진짜 별의별 놈이 다 있는 것 같다.
|
|
|
|
-옴뇸뇸.
|
|
|
|
뭐, 내 부족한 요리실력으로 만든 잡탕죽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
|
|
|
거적떼기를 입고 있어서 좀 빛이 바래는 감도 있지만, 어쨌든 귀엽게 생긴 꼬마니까.
|
|
|
|
아마 열 살만 더 먹어도 굉장한 미소녀가 될……어라, 그러고 보니까 얘 남자야 여자야.
|
|
|
|
이쁘장하게 생기긴 했는데 묘하게 헷갈리네. 하필 어린애다 보니까.
|
|
|
|
“야, 너 남자냐 여자냐.”
|
|
|
|
“몰라.”
|
|
|
|
“그걸 왜 모르는데.”
|
|
|
|
얘는 뭔데 자기 성별도 몰라? 마력을 전개해 몸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긴 한데.
|
|
|
|
조금 전까지 ‘농ㅋㅋ’ 거리는 댓글을 보다 와서 그런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느낌이네.
|
|
|
|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어차피 어린애고, 엄마한테 데려다 주기만 하면 그만인데.
|
|
|
|
-옴뇸뇸.
|
|
|
|
남자애건 여자애건, 하는 짓이 귀엽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도 하고.
|
|
|
|
**
|
|
|
|
식사를 마친 에인에게 담요와 망토를 겹겹이 덮어주고, 모닥불 앞에 앉았다.
|
|
|
|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당분간 그건 힘들 것 같다.
|
|
|
|
그러니 마법 대신 남는 시간 동안 검술 단련이라도 해야겠다.
|
|
|
|
어차피 꼬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행하는 동안은 자지 않고 지키고 있을 필요가 있으니.
|
|
|
|
이런 자잘한 시간도 유효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탑의 도전자지.
|
|
|
|
검령이 보여줬던 빛나는 원을 무기에 씌우는 기술, 딱 한 번 봤을 뿐이지만 꽤 유용해 보였다.
|
|
|
|
그걸 베껴내는 것을 목표로, 일단은 다양한 무기에 균등하게 오러를 씌우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
|
|
|
-덜그럭.
|
|
|
|
인벤토리에서 여러 무기를 꺼내어 바닥에 늘어놓았다.
|
|
|
|
주무장으로 사용하는 직검이며 창이나 도끼 같은 것과, 부무장으로 애용하는 단검과 방패 등.
|
|
|
|
차례대로 하나씩 집어서 겉면에 오러를 씌우고, 각각의 MP 소모량이나 오러의 유지력을 체크한다.
|
|
|
|
역시 체감했던 대로, 익숙한 직검 타입이 연비와 위력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
|
|
|
그 다음으로는 단검이나 손도끼 같은 부무장이 뒤를 따르고, 그다음으로는 둔기와 대형 도끼가 뒤따른다.
|
|
|
|
아무래도 무기의 길이나 오러를 씌워야 하는 면적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듯하다.
|
|
|
|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하기에도 뭐한 것이, 가장 효율이 나쁜 무장은 내게 익숙한 방패였다.
|
|
|
|
형태며 면적이며 익숙함이며, 모든 면에서 직검의 바로 다음가는 무장인데도 말이다.
|
|
|
|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방어구에 두르는 건 원래 효율이 안 좋다던가?
|
|
|
|
아니, 어쩌면 재질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
|
|
|
-우웅!
|
|
|
|
인벤토리에서 미스릴 완드를 꺼내 오러를 둘러보았다.
|
|
|
|
내가 다루는 그 어떤 무장보다도 부드럽고 빠르게 오러가 둘러진다.
|
|
|
|
미스릴은 단순히 단단할 뿐만이 아니라, 마력의 전도 효율이 대단하기로 유명한 재질.
|
|
|
|
장비 욕심은 없는 편이지만, 이게 완드가 아니라 단검 정도만 됐어도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
|
|
|
아이템 재질에 따라 스킬의 전개 능력이 달라지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닌데 말이지.
|
|
|
|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
|
|
|
검령 녀석은 나랑 다르게 순수하게 검만 쓰는 검사여서, 이런 건 잘 모르는 것 같던데.
|
|
|
|
-부스럭.
|
|
|
|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야영용 텐트 안에서 부스럭거리며 꼬마 에인이 기어나왔다.
|
|
|
|
딱히 큰 기척은 안 냈는데, 오러의 불빛이 새어 들어갔나?
|
|
|
|
“왜, 화장실?”
|
|
|
|
에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대뜸 이상한 소리를 했다.
|
|
|
|
“진혁악마님이 마법을 써서 깼어.”
|
|
|
|
그게 뭔 소리람, 오러의 불빛 때문에 깼다는 뜻인가……아니, 잠깐만.
|
|
|
|
그러고보니까 이 녀석, 내가 오러를 쓰거나 마력을 사용할 때마다 마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
|
|
|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는 건 별로 신기해하지 않았는데, 유독 오러를 쓸 때만 그랬지.
|
|
|
|
마법같았다, 마법이랑 똑같았다……표현력이 부족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하다.
|
|
|
|
이 꼬마는 마력을 느끼고 있는 거다. 마법사의 자식이라서 그런 건가?
|
|
|
|
게다가 내 오러에서 유출되는 마력은 그리 크지도 않은데, 그걸 자다가도 느꼈다고?
|
|
|
|
뭐야 이 꼬마, 마력 감응력이 어떻게 되먹은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