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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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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경우, 도전자는 천천히 부정을 씻어내고 미궁에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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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정을 완벽하게 씻은 인간은 천신이 거하고 있는 장소로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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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를 천신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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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모든 스탯이 저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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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천계의 힘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 천신은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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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제단에서 깽판을 부렸으므로, 일급 천벌이라는 것을 내릴 명분도 확보되었다. 이제 얌전히 투항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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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엘, 플로엘, 단타니엘! 신성 결계를 펼치세요, 일급 천벌을 집행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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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은 무기를 꺼내들며 곧바로 천벌을 준비했다. 결계가 펼쳐지기 전에 내가 날뛰면 안 되니, 막아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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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결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일급 천벌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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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모처럼이니, 대신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구경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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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의 무기는 이번에도 창이었다. 자유자재로 변형하던 그 창이랑 완벽히 똑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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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관의 무기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은, 무기 자체의 성능이 아닌 그들이 가진 은총이란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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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에게 무기 변형 능력이 없으면 평범한 창일 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대신관은 신박한 능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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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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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들어 올린 대신관 주변으로 빛나는 마나가 모여들더니, 이내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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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상, 아드리엘이 사용하던 소환수와 유사한 힘이다. 대신관 본인이 되어 거대한 마력의 소환수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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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부수면 한 방에 정리되겠지만, 그 핵이 대신관 본인인데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체의 크기가 너무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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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꿰뚫을 수 있으려면 어마어마하게 긴 무기가 필요할 텐데, 그런 건 나한테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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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원거리 공격으로 중심을 노려 볼까,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체에 쇠구슬이 얼마나 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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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게 두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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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이 손에 들린 창을 휘두르자, 마력 거인의 팔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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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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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감지를 전개하고, 날아드는 팔을 피해내었다. 크기가 큰 만큼 공격 자체는 둔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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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상대의 공격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공격을 확실하게 넣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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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 힘차게 뛰어올라, 인벤토리에서 꺼낸 쇠구슬에 마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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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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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깃든 쇠구슬을 힘껏 투척했다. 마력 거인의 몸에 부딪힌 쇠구슬은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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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쇠구슬에 실려 있던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벼락은 거인의 몸에 제대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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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 공격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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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깃들어 있는 마력만큼의 피해만 들어갔나. 이러면 무기 투척으로도 효과는 딱히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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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탱커……그렇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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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대신관의 역할은 나를 죽이는 게 아니라, 결계가 펼쳐지고 천벌이 집행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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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깃든 검으로 계속 깎아내면 언젠가는 반드시 잡을 수 있겠지만, 시간 소모는 무척 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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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다룰 줄 알면 검기를 쏴서 대신관 본체를 베어버릴 수 있을 텐데, 나는 아직 그런 건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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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거나 시험해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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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령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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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한방에 뒤지면 안 되니까, 특별히 평소보다 좋은 중급 마법석을 사용해 검령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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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도 완화됐을 테니, 이제는 그럭저럭 실력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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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또 이런 상황에서 불러내다니! 존중이라고는 없는 놈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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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된 검령 칼레온이 이번에도 불평을 말했다. 기껏 중급을 써서 불러줬더니, 첫 마디부터 저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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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그래도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재료를 썼나 보군. 이번에는 그럭저럭 마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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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검령 칼레온’의 모든 스탯이 크게 저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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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뭐냐, 여전히 형편없지 않으냐! 이런 상태로 어떻게 싸우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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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랍쇼, 제약이 완화됐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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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소환수와 주인의 제약은 별개로 취급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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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이토록 부정한 혼을 불러내다니. 사라지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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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을 전혀 씻지 못한 검령을 보고 대신관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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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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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번에도 검령 칼레온,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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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를 깎아 바늘을 만드는 것 같은 노가다 끝에, 거대한 마력의 거인이 너덜너덜한 꼴로 천천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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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은 결국 베지 못했지만, 마력 거인 자체를 칼질로 깎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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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핵이 있는 골렘 타입의 적이라도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마력이 떨어지면 그걸로 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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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어째서 지상의 인간이 이토록 강할 수 있는 건지……하지만 그대도 이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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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전투 끝에 마력이 바닥난 대신관이 헉헉거리며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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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이 버티는 사이, 일급 천벌을 위한 결계는 완성되었다. 천신을 위한 밥상이 차려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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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저도 함께 결계에 갇혔지만……이 한 몸 바쳐서 그대와 같은 죄인을 벌할 수 있다면 바라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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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끄느라 함께 밥상에 갇혀버린 대신관은 벌벌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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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죽여도 결계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화풀이할 셈이라면 얼마든지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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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은 목숨을 바친 동귀어진을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전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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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어차피 천신에게 스스로 찾아갈 요량이었다. 결계는 있건 말건 아무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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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대신관을 굳이 죽일 생각도 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천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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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 결계도 돌파할 수 있다. 애초에 이 결계는 딱히 신성한 뭔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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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력으로 구성된 평범한 결계 마법. 좀 단단하고 구성이 치밀하기는 하지만 부수지 못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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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 켜고 전력으로 몇 번 들이받으면 박살 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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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왜 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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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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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잘 됐네,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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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 심판은 금기를 범한 자를 결계 안에 집어넣고, 문밖으로 나온 천신에게 잡아먹히게 하는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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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들은 결계를 펼치고 나면 자신들의 눈을 가리기에, 천신의 모습도 천벌의 정체도 모르는 채로 그것을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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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력을 소진하고 뻗은 대신관의 목덜미를 잡아채, 천신이 있는 문 너머로 질질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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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씩이나 되면서, 천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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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 곳곳에는 천신의 모습을 상상한 이런저런 장식품과 조각상 같은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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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신의 진짜 모습을 아는 도전자들과 나로서는 웃기는 꼴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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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멈추세요, 감히 천신님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은 지독한 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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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숭배하고 찬양하는 신이 어떤 모습인지, 이 천계가 어떤 장소인지 똑똑히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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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약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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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펼쳐지면 천신이 스스로 기어나오게 되어 있지만, 나는 먼저 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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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그 천계의 중심지인 이곳은 무척이나 살풍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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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를 구성하는 구름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지나면, 천천히 드러나는 지저분한 오물이 쌓인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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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의 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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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이 지저분한 곳이 천신이 거하는 장소가 맞다고,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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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천신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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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넘어서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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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더러운 통로가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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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끌려온 대신관과 나는 통로의 끝에서 마침내 천신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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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저기 있다. 저게 너희가 모시는 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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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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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생겼을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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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로 오염되어 지저분해진 흰색 깃털, 천족들의 것과 똑 닮은 날개가 여덟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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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고 있는 몸뚱이는 온통 깃털로 뒤덮여 있고, 몸뚱이에 붙어 있는 머리의 개수는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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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날개가 많고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비둘기 괴물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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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렇게 사는 생물인 줄도 몰랐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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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비둘기 괴물의 발밑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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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지저분하게 파먹힌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익숙한 얼굴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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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범해 일급 천벌을 받은 자들,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옛 천족과 몇몇 인간들의 시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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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족들이 살던 진짜 천계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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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이곳은 그저 거대한 식인 비둘기의 둥지일 뿐이며, 천신은 천족에게 기생하는 괴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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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를 창조한 위대한 신이자,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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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걷지 않으며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절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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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신 천신께 경배하라, 모든 것을 바쳐 그를 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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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IGHTY GOD - 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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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마력의 압박과 함께, 평소와 조금 다르게 일렁거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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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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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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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를 사용해 압박하는 마력을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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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희미하게 떠올라 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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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진짜 시스템 메시지, 신으로 위장하고 있는 괴물의 진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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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둥지 짓고 살아가는 새에게 찾아온 기묘한 행운이 하늘의 운명을 갈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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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위험한 힘을 얻은 멍청한 짐승은, 게걸스레 신앙을 잡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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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버리고 사라져 버린 신이시여, 어찌하여 세상에 이런 것을 낳으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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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BOSS - 신앙에 기생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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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떨궈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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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보다 끔찍한 식인 비둘기의 둥지, 천계는 오늘 내 손에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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