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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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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둥지

15층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경우, 도전자는 천천히 부정을 씻어내고 미궁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부정을 완벽하게 씻은 인간은 천신이 거하고 있는 장소로 들어갈 수 없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를 천신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괜찮다.

[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모든 스탯이 저하됩니다.]

나는 아직 천계의 힘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 천신은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을 터.

거기에 제단에서 깽판을 부렸으므로, 일급 천벌이라는 것을 내릴 명분도 확보되었다. 이제 얌전히 투항하기만 하면 된다.

“에우리엘, 플로엘, 단타니엘! 신성 결계를 펼치세요, 일급 천벌을 집행하겠어요!”

대신관은 무기를 꺼내들며 곧바로 천벌을 준비했다. 결계가 펼쳐지기 전에 내가 날뛰면 안 되니, 막아설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결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일급 천벌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그래도 모처럼이니, 대신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구경해 볼까.

대신관의 무기는 이번에도 창이었다. 자유자재로 변형하던 그 창이랑 완벽히 똑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신관의 무기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은, 무기 자체의 성능이 아닌 그들이 가진 은총이란 것의 힘.

대신관에게 무기 변형 능력이 없으면 평범한 창일 뿐- 그렇게 생각한 순간, 대신관은 신박한 능력을 선보였다.

-쿠구구구궁!

창을 들어 올린 대신관 주변으로 빛나는 마나가 모여들더니, 이내 거대한 거인의 형상을 이루었다.

느낌 상, 아드리엘이 사용하던 소환수와 유사한 힘이다. 대신관 본인이 되어 거대한 마력의 소환수가 된 셈이다.

핵을 부수면 한 방에 정리되겠지만, 그 핵이 대신관 본인인데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체의 크기가 너무 거대하다.

단번에 꿰뚫을 수 있으려면 어마어마하게 긴 무기가 필요할 텐데, 그런 건 나한테 없고.

강력한 원거리 공격으로 중심을 노려 볼까,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체에 쇠구슬이 얼마나 통하려나.

“날뛰게 두지 않겠습니다!”

대신관이 손에 들린 창을 휘두르자, 마력 거인의 팔이 움직였다.

[초감각]

마력감지를 전개하고, 날아드는 팔을 피해내었다. 크기가 큰 만큼 공격 자체는 둔중하다.

이번에는 상대의 공격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공격을 확실하게 넣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공중으로 힘차게 뛰어올라, 인벤토리에서 꺼낸 쇠구슬에 마력을 담았다.

[라이트닝 차지]

벼락이 깃든 쇠구슬을 힘껏 투척했다. 마력 거인의 몸에 부딪힌 쇠구슬은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멈췄다.

하지만 쇠구슬에 실려 있던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벼락은 거인의 몸에 제대로 꽂혔다.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 공격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딱 깃들어 있는 마력만큼의 피해만 들어갔나. 이러면 무기 투척으로도 효과는 딱히 없겠군.

“특수한 탱커……그렇게 봐야 하나.”

어차피 대신관의 역할은 나를 죽이는 게 아니라, 결계가 펼쳐지고 천벌이 집행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마력이 깃든 검으로 계속 깎아내면 언젠가는 반드시 잡을 수 있겠지만, 시간 소모는 무척 클 거다.

오러를 다룰 줄 알면 검기를 쏴서 대신관 본체를 베어버릴 수 있을 텐데, 나는 아직 그런 건 못하니까.

“그럼 이거나 시험해 봐야겠네.”

[검령 각성]

이번에는 한방에 뒤지면 안 되니까, 특별히 평소보다 좋은 중급 마법석을 사용해 검령을 불러냈다.

제약도 완화됐을 테니, 이제는 그럭저럭 실력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이놈, 또 이런 상황에서 불러내다니! 존중이라고는 없는 놈이로구나!”

소환된 검령 칼레온이 이번에도 불평을 말했다. 기껏 중급을 써서 불러줬더니, 첫 마디부터 저 모양인가.

“큭큭, 그래도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재료를 썼나 보군. 이번에는 그럭저럭 마력이……”

[천계의 기운이 땅에서 태어난 부정한 자를 거부합니다. ‘검령 칼레온’의 모든 스탯이 크게 저하됩니다.]

“마력이……뭐냐, 여전히 형편없지 않으냐! 이런 상태로 어떻게 싸우라는 거냐!”

어랍쇼, 제약이 완화됐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아무래도 소환수와 주인의 제약은 별개로 취급하나 보다.

“읏, 이토록 부정한 혼을 불러내다니. 사라지도록 하세요!”

부정을 전혀 씻지 못한 검령을 보고 대신관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콰광!

그렇게 이번에도 검령 칼레온, 사망.

**

모루를 깎아 바늘을 만드는 것 같은 노가다 끝에, 거대한 마력의 거인이 너덜너덜한 꼴로 천천히 쓰러졌다.

대신관은 결국 베지 못했지만, 마력 거인 자체를 칼질로 깎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뭐, 핵이 있는 골렘 타입의 적이라도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마력이 떨어지면 그걸로 끝이지.

“헉, 허억……어째서 지상의 인간이 이토록 강할 수 있는 건지……하지만 그대도 이제 끝입니다.”

한참의 전투 끝에 마력이 바닥난 대신관이 헉헉거리며 승리를 선언했다.

대신관이 버티는 사이, 일급 천벌을 위한 결계는 완성되었다. 천신을 위한 밥상이 차려진 거다.

“비록 저도 함께 결계에 갇혔지만……이 한 몸 바쳐서 그대와 같은 죄인을 벌할 수 있다면 바라던바.”

시간을 끄느라 함께 밥상에 갇혀버린 대신관은 벌벌 떨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를 죽여도 결계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화풀이할 셈이라면 얼마든지 해 보세요.”

대신관은 목숨을 바친 동귀어진을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전부 틀렸다.

일단 나는 어차피 천신에게 스스로 찾아갈 요량이었다. 결계는 있건 말건 아무 상관 없다.

그리고 나는 대신관을 굳이 죽일 생각도 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천신이니까.

마지막으로,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 결계도 돌파할 수 있다. 애초에 이 결계는 딱히 신성한 뭔가가 아니다.

그냥 마력으로 구성된 평범한 결계 마법. 좀 단단하고 구성이 치밀하기는 하지만 부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마력강화 켜고 전력으로 몇 번 들이받으면 박살 날 걸?

“내가 너를 왜 죽이냐?”

“예?”

“마침 잘 됐네, 따라와.”

일급 심판은 금기를 범한 자를 결계 안에 집어넣고, 문밖으로 나온 천신에게 잡아먹히게 하는 처벌.

신관들은 결계를 펼치고 나면 자신들의 눈을 가리기에, 천신의 모습도 천벌의 정체도 모르는 채로 그것을 집행한다.

나는 마력을 소진하고 뻗은 대신관의 목덜미를 잡아채, 천신이 있는 문 너머로 질질 끌고 갔다.

“대신관씩이나 되면서, 천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

천계 곳곳에는 천신의 모습을 상상한 이런저런 장식품과 조각상 같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천신의 진짜 모습을 아는 도전자들과 나로서는 웃기는 꼴이란 말이지.

“자, 잠깐! 멈추세요, 감히 천신님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은 지독한 불경!”

너희가 숭배하고 찬양하는 신이 어떤 모습인지, 이 천계가 어떤 장소인지 똑똑히 봐라.

빨간약 먹을 시간이다.

**

결계가 펼쳐지면 천신이 스스로 기어나오게 되어 있지만, 나는 먼저 문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천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그 천계의 중심지인 이곳은 무척이나 살풍경하다.

천계를 구성하는 구름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지나면, 천천히 드러나는 지저분한 오물이 쌓인 통로.

[천신의 뉨터]

믿기지 않겠지만 이 지저분한 곳이 천신이 거하는 장소가 맞다고,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준다.

하지만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천신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왕을 넘어서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세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으니까.

그리고 천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더러운 통로가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질질 끌려온 대신관과 나는 통로의 끝에서 마침내 천신을 만날 수 있었다.

“자, 저기 있다. 저게 너희가 모시는 신이야.”

“무, 무슨……”

“저렇게 생겼을 줄은 몰랐지?”

오물로 오염되어 지저분해진 흰색 깃털, 천족들의 것과 똑 닮은 날개가 여덟 쌍.

날개를 달고 있는 몸뚱이는 온통 깃털로 뒤덮여 있고, 몸뚱이에 붙어 있는 머리의 개수는 셋.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날개가 많고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비둘기 괴물의 형상.

“그리고, 저렇게 사는 생물인 줄도 몰랐을 테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비둘기 괴물의 발밑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저분하게 파먹힌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 익숙한 얼굴이 있을 것이다.

금기를 범해 일급 천벌을 받은 자들, 인신공양으로 바쳐진 옛 천족과 몇몇 인간들의 시체니까.

천족들이 살던 진짜 천계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다.

남아있는 이곳은 그저 거대한 식인 비둘기의 둥지일 뿐이며, 천신은 천족에게 기생하는 괴물일 뿐.

[천계를 창조한 위대한 신이자, 모든 날개 달린 것들의 아버지.]

[땅을 걷지 않으며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절대신.]

[위대하신 천신께 경배하라, 모든 것을 바쳐 그를 섬겨라.]

[ALMIGHTY GOD - 천신]

막대한 마력의 압박과 함께, 평소와 조금 다르게 일렁거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지랄하네.”

-쿠르릉!

마력강화를 사용해 압박하는 마력을 밀어냈다.

그러자, 희미하게 떠올라 있던 시스템 메시지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진짜 시스템 메시지, 신으로 위장하고 있는 괴물의 진짜 정체.

[구름에 둥지 짓고 살아가는 새에게 찾아온 기묘한 행운이 하늘의 운명을 갈랐으니.]

[너무나 위험한 힘을 얻은 멍청한 짐승은, 게걸스레 신앙을 잡아먹었다.]

[하늘을 버리고 사라져 버린 신이시여, 어찌하여 세상에 이런 것을 낳으셨나이까?]

[HIDDEN BOSS - 신앙에 기생하는 자]

“땅으로 떨궈주지.”

마계보다 끔찍한 식인 비둘기의 둥지, 천계는 오늘 내 손에 멸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