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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마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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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전직 마왕이었던 마족의 이름은 갈로함, 색깔은 노란색에 뿔이 일곱 개인 마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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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로함은 전직 마왕이면서도 문지기가 아니었는데, 관문 대신 어떤 거대한 다리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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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뜸 혁명 이야기를 꺼내는 우리에게 갈로함은 냉소적인 태도로 응했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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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마왕이 얼마나 강력한지 잊었느냐며, 힘의 정수를 빼앗겼던 때의 괴로움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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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회색의 마왕과 싸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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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 육탄전도 완벽 그 자체, 타인의 힘을 빼앗는 특수한 마법까지 보유해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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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육체를 잃고 영혼만 다른 것에 빙의 된 상태로도 46층의 보스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니까, 과장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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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는 갈로함에게 회색의 마왕이 영혼만 다른 곳으로 날아가 무력화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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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로함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고 말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다시 한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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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했구나 로투랑, 이런 인간 따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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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녹색 마족 로투랑도 딱히 증거가 있어서 내 말을 믿기로 한 건 아니다. 나의 열정적인 설득에 넘어왔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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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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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증거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대화수단을 꺼내, 곧바로 갈로함과 전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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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마계의 최강자였던 전적이 있는 만큼, 다른 문지기들과 비슷한 정도의 강함을 갖고 있는 갈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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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갈로함의 주특기는 마족치고는 무척 드물게도 무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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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손에 속성을 부여한 도끼를 한 자루씩 들고 휘두르는 전사 타입으로, 마족 중에서는 가장 나랑 비슷한 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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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마족이란 놈들이 다 그렇듯, 마력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속성 부여된 도끼의 위력이 상당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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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 봤자 내 [라이트닝 차지]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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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가벼운 정전기 수준에서 시작했던 [라이트닝 차지]는 [마력 지배]를 습득한 이후 크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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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킬 레벨은 무려 23으로, 내 다른 스킬들과 비교해도 유난히 레벨이 높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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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번개 정령의 가호]의 효과가 더해졌고, 가호 스킬의 부가 액티브 옵션인 [대전]도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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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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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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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도끼와 내 검이 부딪힐 때마다 파직거리는 전격이 튀며 간접적인 피해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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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킬의 효과는 번개 속성의 마력을 접촉한 대상에게 전도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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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에 번개 속성을 두르는 [라이트닝 차지]가 이것과 결합해, 나는 온몸과 무기에 전격을 두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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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을 실은 참격을 날리는 것도, 단순한 주먹질로 상대방을 감전시키는 것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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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투랑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냥 손바닥을 갖다 대기만 해도 전기찜질을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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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을 부여한 무기를 휘두르는 것도, 단순한 무기술의 범위와 깊이에서도, 나는 갈로함의 완벽한 상위 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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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믿겠다, 믿도록 하지! 혁명에 동참하겠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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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싸움과 설득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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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투랑과 갈로함, 전직 마왕 둘을 포섭한 우리 혁명군(?)의 기세는 엄청난 가속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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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마왕 둘이 결의한 반란에 가담하고자 하는 마족은 상당히 많았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숫자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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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루아침에 모인 건 아니다. 거의 사흘을 꼬박 혁명세력 모집에만 사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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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 모여든 혁명군이 마왕성을 향해 쳐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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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마족의 숫자는 전직 마왕급이 총 여섯, 각 마계의 2~3인자급이었던 이들이 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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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밖의 상급 마족이 마흔 이상에, 중급에서 하급 수준의 마족이 이백 정도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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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백육십의 마족 군세, 각각이 가진 마력의 총량을 계산해보면- 어쩌면 세계수보다 더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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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장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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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4층에 오기 전 미리 사두었던 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먹으며, 모여든 마족들이 의지를 고취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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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마왕들이 각자 큰 소리로 연설하고, 이백이 넘는 마족들은 그에 호응하며 구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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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마계를 다시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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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것은 족쇄요, 얻을 것은 전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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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계의 마족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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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빨간 맛이 나는 구호가 몇 개 섞여 있긴 했지만, 마계에 어떤 사상이 퍼지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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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이렇게 치즈돈까스 도시락이나 먹고 있는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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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 이후, 나는 더 이상 끼니를 화이트롤만으로 때우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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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효율 문제로 화이트롤을 주식 삼은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가끔 이런 특식을 챙겨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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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처박혀 있을 시절에는 그냥 괜찮게 맛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맨날 화이트롤만 처먹다 먹으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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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커뮤니티에서 치즈돈까스 도시락이 도전자들의 소울푸드처럼 여겨지는지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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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호불호가 잘 안 갈리는 종류의 음식이기도 하고, 화이트롤과는 정 반대 포지션이라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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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빵과 반대되는 바삭한 튀김옷, 달콤한 크림과 반대되는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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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상태로 먹는 화이트롤과 반대되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따뜻함을 유지하는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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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고기류인데다가, 밥이 함께 들어있어 든든함과 열량 면에서도 무척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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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가격이 조금 높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오히려 도전자들에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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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을 했다던가, 레벨이 올랐다던가, 보스를 잡았다던가-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기분 내기 용으로 먹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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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다. 가진 골드 자체는 차고 넘치기에, 마음만 먹으면 매끼를 치돈으로 때울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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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이 도시락을 꺼내 먹기로 정했다. 오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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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음흉한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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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환호하고 있는 마족들이 뒤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조금 전에 알게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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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특별한 하루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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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마왕은 몸뚱이만 남아 무력화된 상태지만, 놈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족들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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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깃발 아래 모인 마족들도 만만찮은 강자들이지만, 회색의 마왕에게 힘을 받은 고위 마족 역시 상당한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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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정수를 되찾기 위해 마왕성에 쳐들어간다는 것은, 그런 고위 마족들과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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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14층의 도전자는 마왕성 본성에는 침입하지 않고, 마왕성 좌측 탑을 통해 미궁 지역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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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층의 최종보스인 마족 백작은 설정상 그 좌측 탑의 주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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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챌린지 요소로만 존재하는 마왕성 본성은 그런 마족 백작에 버금가는 이들이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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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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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졸 포지션에 속하는 중급 마족들이 우르르 본성을 향해 몰려간다. 이백의 악마들이 만드는 요란한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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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에 배치된 여러 경비 마법이 발동하지만, 상급 마족들의 손에 의해 하나씩 파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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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마왕 본인이 부재중인 탓에, 마왕성 본성의 공략 자체는 무척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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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요소라고 해도 도전자들의 파티나 공격대를 기준으로 난이도가 잡혀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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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강력한 마족들이 단체로 쳐들어가면 돌파는 손쉬운 게 당연하다. 마족 백작급의 출현도 별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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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엄한 것들, 당장 멈추지 못할……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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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급이 뭐 어쨌다고, 이쪽에는 전직 마왕만 둘에 그에 버금가는 강자들이 몇이나 더 있다. 당연히 쉽게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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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다. 일부러 손쓰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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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 이야기는 사실이었던 모양이군, 너무 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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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무력화되었다는 내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있던 고위 마족들이 웃음을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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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미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다. 본성으로 침입한 마족들은 텅 비어버린 마왕성을 마구잡이로 누비며 약탈을 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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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성에 존재하는 수많은 재보, 강력한 무기와 마법서, 아이템을 저들 마음대로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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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내가 싹싹 긁어먹어야 하는 아이템이지만, 나는 일부러 내버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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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들이 저걸 처먹는다고 아이템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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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내 가방 같은 거다. 어차피 다 죽이고 배를 째면 도로 아이템을 뱉어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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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아이템을 수집해 온다는 점에서, 가방보다는 펫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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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는 저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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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뮤니티의 망령들이 조사해 준 내용을 토대로, 힘의 정수가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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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살짝 헤매긴 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수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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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마왕의 침실, 영혼을 잃고 자빠져 있는 마왕 근처로 몇 개의 빛나는 보석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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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마침내! 드디어 찾았다,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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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동행한 마왕급 마족들은 곧바로 날아가, 자신들의 정수를 붙들고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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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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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스킬이 약한 경고를 보내온다. 놈들의 힘이 몇 배로 증폭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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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마력량은 그대로지만, 기세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확연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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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네놈에게는 신세를 졌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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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세를 찾은 마족들은 곧바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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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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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전기찜질도 하고 두들겨 패기도 했는데, 원한을 안 가져주면 섭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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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죽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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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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