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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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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마계의 봄
북쪽의 전직 마왕이었던 마족의 이름은 갈로함, 색깔은 노란색에 뿔이 일곱 개인 마족이었다.
갈로함은 전직 마왕이면서도 문지기가 아니었는데, 관문 대신 어떤 거대한 다리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뜸 혁명 이야기를 꺼내는 우리에게 갈로함은 냉소적인 태도로 응했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회색의 마왕이 얼마나 강력한지 잊었느냐며, 힘의 정수를 빼앗겼던 때의 괴로움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회색의 마왕과 싸울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법도 육탄전도 완벽 그 자체, 타인의 힘을 빼앗는 특수한 마법까지 보유해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는데.
본인의 육체를 잃고 영혼만 다른 것에 빙의 된 상태로도 46층의 보스를 맡을 수 있을 정도니까, 과장은 아닐 거다.
아무튼, 우리는 갈로함에게 회색의 마왕이 영혼만 다른 곳으로 날아가 무력화된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갈로함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고 말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다시 한번 거절했다.
“영락했구나 로투랑, 이런 인간 따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다니.”
뭐, 녹색 마족 로투랑도 딱히 증거가 있어서 내 말을 믿기로 한 건 아니다. 나의 열정적인 설득에 넘어왔을 뿐이지.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증거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대화수단을 꺼내, 곧바로 갈로함과 전투에 들어갔다.
북쪽 마계의 최강자였던 전적이 있는 만큼, 다른 문지기들과 비슷한 정도의 강함을 갖고 있는 갈로함.
그런 갈로함의 주특기는 마족치고는 무척 드물게도 무기술이었다.
양 손에 속성을 부여한 도끼를 한 자루씩 들고 휘두르는 전사 타입으로, 마족 중에서는 가장 나랑 비슷한 타입이었다.
으레 마족이란 놈들이 다 그렇듯, 마력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속성 부여된 도끼의 위력이 상당했는데.
뭐, 그래 봤자 내 [라이트닝 차지]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정전기 수준에서 시작했던 [라이트닝 차지]는 [마력 지배]를 습득한 이후 크게 성장했다.
현재 스킬 레벨은 무려 23으로, 내 다른 스킬들과 비교해도 유난히 레벨이 높은 상태.
거기에 [번개 정령의 가호]의 효과가 더해졌고, 가호 스킬의 부가 액티브 옵션인 [대전]도 시너지를 낸다.
-파지직!
“크윽!”
놈의 도끼와 내 검이 부딪힐 때마다 파직거리는 전격이 튀며 간접적인 피해를 주었다.
[대전]스킬의 효과는 번개 속성의 마력을 접촉한 대상에게 전도시키는 것.
무기에 번개 속성을 두르는 [라이트닝 차지]가 이것과 결합해, 나는 온몸과 무기에 전격을 두를 수 있게 됐다.
전격을 실은 참격을 날리는 것도, 단순한 주먹질로 상대방을 감전시키는 것도 가능.
로투랑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냥 손바닥을 갖다 대기만 해도 전기찜질을 가할 수 있다.
속성을 부여한 무기를 휘두르는 것도, 단순한 무기술의 범위와 깊이에서도, 나는 갈로함의 완벽한 상위 호환.
“끄아아악! 믿겠다, 믿도록 하지! 혁명에 동참하겠다아아악!!”
잠깐의 싸움과 설득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
로투랑과 갈로함, 전직 마왕 둘을 포섭한 우리 혁명군(?)의 기세는 엄청난 가속을 받았다.
전직 마왕 둘이 결의한 반란에 가담하고자 하는 마족은 상당히 많았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숫자가 모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인 건 아니다. 거의 사흘을 꼬박 혁명세력 모집에만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 모여든 혁명군이 마왕성을 향해 쳐들어가기로 한 날이다.
모인 마족의 숫자는 전직 마왕급이 총 여섯, 각 마계의 2~3인자급이었던 이들이 열하나.
그리고 그 밖의 상급 마족이 마흔 이상에, 중급에서 하급 수준의 마족이 이백 정도 모여들었다.
대충 이백육십의 마족 군세, 각각이 가진 마력의 총량을 계산해보면- 어쩌면 세계수보다 더한 거 아닐까?
“이거 장관인데.”
나는 14층에 오기 전 미리 사두었던 치즈돈까스 도시락을 먹으며, 모여든 마족들이 의지를 고취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전직 마왕들이 각자 큰 소리로 연설하고, 이백이 넘는 마족들은 그에 호응하며 구호를 외친다.
“원색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 마계를 다시 위대하게!”
“잃을 것은 족쇄요, 얻을 것은 전부로다!”
“온 마계의 마족들이여, 단결하라!”
어쩐지 빨간 맛이 나는 구호가 몇 개 섞여 있긴 했지만, 마계에 어떤 사상이 퍼지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이렇게 치즈돈까스 도시락이나 먹고 있는 거 아니겠나.
9층 이후, 나는 더 이상 끼니를 화이트롤만으로 때우지 않게 됐다.
물론 효율 문제로 화이트롤을 주식 삼은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가끔 이런 특식을 챙겨 먹고 있다.
1층에 처박혀 있을 시절에는 그냥 괜찮게 맛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맨날 화이트롤만 처먹다 먹으니 감회가 새롭다.
왜 커뮤니티에서 치즈돈까스 도시락이 도전자들의 소울푸드처럼 여겨지는지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호불호가 잘 안 갈리는 종류의 음식이기도 하고, 화이트롤과는 정 반대 포지션이라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빵과 반대되는 바삭한 튀김옷, 달콤한 크림과 반대되는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
차갑게 식은 상태로 먹는 화이트롤과 반대되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따뜻함을 유지하는 도시락.
기본적으로 고기류인데다가, 밥이 함께 들어있어 든든함과 열량 면에서도 무척 훌륭하다.
단점은 가격이 조금 높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오히려 도전자들에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통하고 있다.
득템을 했다던가, 레벨이 올랐다던가, 보스를 잡았다던가-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기분 내기 용으로 먹는 식.
나도 마찬가지다. 가진 골드 자체는 차고 넘치기에, 마음만 먹으면 매끼를 치돈으로 때울 수 있지만.
가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이 도시락을 꺼내 먹기로 정했다. 오늘처럼 말이다.
“하여튼 음흉한 새끼들.”
저기서 환호하고 있는 마족들이 뒤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걸, 조금 전에 알게 됐거든.
오늘은 아주 특별한 하루가 될 거다.
**
회색의 마왕은 몸뚱이만 남아 무력화된 상태지만, 놈에게 충성을 맹세한 마족들은 수두룩하다.
혁명의 깃발 아래 모인 마족들도 만만찮은 강자들이지만, 회색의 마왕에게 힘을 받은 고위 마족 역시 상당한 강자.
힘의 정수를 되찾기 위해 마왕성에 쳐들어간다는 것은, 그런 고위 마족들과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14층의 도전자는 마왕성 본성에는 침입하지 않고, 마왕성 좌측 탑을 통해 미궁 지역에 도전한다.
14층의 최종보스인 마족 백작은 설정상 그 좌측 탑의 주인이고.
일종의 챌린지 요소로만 존재하는 마왕성 본성은 그런 마족 백작에 버금가는 이들이 체류하고 있다.
-우오오오오오!!
잡졸 포지션에 속하는 중급 마족들이 우르르 본성을 향해 몰려간다. 이백의 악마들이 만드는 요란한 발소리.
마왕성에 배치된 여러 경비 마법이 발동하지만, 상급 마족들의 손에 의해 하나씩 파훼된다.
회색의 마왕 본인이 부재중인 탓에, 마왕성 본성의 공략 자체는 무척 쉬웠다.
챌린지 요소라고 해도 도전자들의 파티나 공격대를 기준으로 난이도가 잡혀 있는 수준이다.
이만큼 강력한 마족들이 단체로 쳐들어가면 돌파는 손쉬운 게 당연하다. 마족 백작급의 출현도 별문제는 없다.
“무엄한 것들, 당장 멈추지 못할……끄아악!”
백작급이 뭐 어쨌다고, 이쪽에는 전직 마왕만 둘에 그에 버금가는 강자들이 몇이나 더 있다. 당연히 쉽게 이기지.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다. 일부러 손쓰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튼간에.
“크하하하! 이야기는 사실이었던 모양이군, 너무 쉽지 않나!”
마왕이 무력화되었다는 내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있던 고위 마족들이 웃음을 토해 냈다.
다들 이미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다. 본성으로 침입한 마족들은 텅 비어버린 마왕성을 마구잡이로 누비며 약탈을 자행했다.
마왕성에 존재하는 수많은 재보, 강력한 무기와 마법서, 아이템을 저들 마음대로 챙기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싹싹 긁어먹어야 하는 아이템이지만, 나는 일부러 내버려두었다.
저 놈들이 저걸 처먹는다고 아이템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놈들은 내 가방 같은 거다. 어차피 다 죽이고 배를 째면 도로 아이템을 뱉어내지 않겠나?
자동으로 아이템을 수집해 온다는 점에서, 가방보다는 펫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자, 우리는 저쪽으로 가자.”
나는 커뮤니티의 망령들이 조사해 준 내용을 토대로, 힘의 정수가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 이동했다.
도중에 살짝 헤매긴 했지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수를 찾을 수 있었다.
장소는 마왕의 침실, 영혼을 잃고 자빠져 있는 마왕 근처로 몇 개의 빛나는 보석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아아, 마침내! 드디어 찾았다, 나의 힘!”
나와 동행한 마왕급 마족들은 곧바로 날아가, 자신들의 정수를 붙들고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찌릿.
[초감각] 스킬이 약한 경고를 보내온다. 놈들의 힘이 몇 배로 증폭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지고 있는 마력량은 그대로지만, 기세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이 확연히 달라졌다.
“크크크……네놈에게는 신세를 졌군, 인간.”
그리고 기세를 찾은 마족들은 곧바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웃었다.
“어, 나도.”
기껏 전기찜질도 하고 두들겨 패기도 했는데, 원한을 안 가져주면 섭섭하지.
자, 다 죽여볼까.
한 놈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