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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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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성

압도적인 거체에서 나오는 파괴력과, 몸에 휘감은 불꽃이 흩어지며 만들어내는 화염 폭풍.

그렇잖아도 어마어마한 범위를 쓸어버릴 그 공격은, 나무가 가득한 대산림이라는 환경에서 재앙으로 변모했다.

뱀용의 몸부림으로 뽑혀나간 나무가 하늘 높이 솟구치고 주변의 땅이 그것을 뒤따른다.

까마득하게 높이 상승한 잔해들은 모조리 불이 붙은 채로 다시 낙하했다.

그렇게 불붙은 잔해는 또 다른 잔해에 불을 붙이고, 이윽고 퍼져 나가는 산불을 만들었다.

“이런 미친……!”

불타기 시작한 뱀용의 공격은 내가 있는 자리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큰 문제였다.

전방에 배치되어 있던 마포가 박살이 나고, 마포를 다루는 병사와 마법사들이 단번에 휩쓸려버렸다.

마포 포격이야말로 이쪽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화력인데, 그 절반이 날아가 버린 거다.

-슈루룩!

내 옆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그 안에서 다수의 엘프와 인간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림자 마법을 쓸 수 있는 누군가가 급하게 전이를 사용해 대피시킨 것 같다.

그 때, 불타고 있던 뱀용이 나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동자가 분명하게 나를 직시했다.

“거기 있었구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전음, 그와 동시에 뱀용은 다시 한번 그 불타는 몸으로- 이쪽을 향해 몸을 뻗었다.

-콰과광!

진행경로에 있는 모든 사물을 무시하고 직진, 나는 [혼신]을 비롯한 버프를 발동해 즉시 뛰어올랐다.

곧 내가 있던 자리를 뱀용의 거체가 휩쓸었다. 근처에 있던 아군들이 모조리 짓뭉개지고 불타서 사라져 버렸다.

몸 속에 들어가 난동을 부려놓은 게 녀석의 신경을 긁은 걸까. 내 쪽에 제대로 어그로가 끌린 것 같다.

순간, [직감] 스킬 특유의 간질거리는 감각이 들어 발밑으로 방패를 내밀었다.

-쾅!

방패 위로 무식하게 큰 화살이 박혔다. 거인 엘프가 사용하는 그 화살, 그것도 불이 붙은 채다.

마력감지를 사용해 감각을 뻗어 보니, 내가 있던 자리를 통째로 뭉개버린 뱀용의 뒤통수에 거인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직후,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거인들이 동시에 화살을 쏘았다.

-푸학!

마치 지면이 나를 향해 불을 토하는 것 같았다.

다 세기도 힘든 숫자의 불화살이, 공중에 있는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나는 재빨리 반응했다. 공중에서 자세를 다잡고 소드 차지를 시전, 돌진 판정을 이용해 화살의 경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엘프의 화살은 빗나가지 않는다. 불화살이 기묘한 각도로 꺾여 나를 노렸다.

“씨이, 발!”

인벤토리에서 가장 큰 방패를 꺼내 양손에 들고, 최대한 몸을 가려 화살을 받아내었다.

최대한 모두 막으려 노력했지만, 불화살의 숫자가 숫자였기에 몸에도 많은 숫자가 박혀 들어왔다.

불화살이 몸에 박히는 순간 눈치챘다. 화살의 추적 능력에 기술이 아니라 마법이 쓰였음을.

어쩐지 유도 성능이 너무 말이 안 된다 싶었지, 마법을 부여해서 쏜 거였군.

대마법 내성 스킬과 화염 내성 스킬이 없었다면 안 비운 재떨이 같은 꼴이 되었을 거다.

“놓치지 않는다.”

뱀용이 다시 한번 전음으로 말했다. 온몸에 불화살이 박힌 나를 향해, 놈의 머리가 다시 한 번 닥친다.

자유자재로 몸을 꺾을 수 있는 녀석과는 다르게, 나는 공중에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다.

-쿠구구구궁!

지면에서 솟구친 뱀용의 대가리는 나를 곧바로 치지 않고, 한 번 목을 굽혀 나를 내려다보았다.

시발, 설마, 아니겠지.

몸에 박힌 불화살을 뽑아내며, 나는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고- 뱀용은 나를 향해 대가리를 내리꽂았다.

불타는 대형 빌딩이 나를 향해 낙하하는 꼴, 이대로 있다간 지면에 처박히고 저 대가리에 뭉개진다.

그런 미래가 뻔히 보이는데, 대처할 방법이 없다.

돌진기로 피할 수 있을만한 크기가 아니다. 저런 걸 방패로 막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이렇게 되면 남은 건 도박이다. 한 번만 살면 된다. 나는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들을 있는 대로 눈앞에 소환했다.

이 물건들이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해 주기를 바라며, 마력강화를 발동했고.

다음 순간, 의식이 끊겼다.

**

정신이 들자, 물에 잠긴 듯 몽롱한 감각이 전신을 덮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즉사는 안 했다. 흐릿하게 보이는 HP 바는 밑바닥을 넘어서 아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살아 있는 걸 보니 정말 없는 건 아닐 테고, 한 1~2 정도쯤 남았으려나?

일단 내 몸이 무슨 꼴인지부터 다시 체크하자. 마력감지와 감각강화를 사용한다.

손끝은 움직이고, 어깨도 대충 움직이고, 팔도, 다리도 대충 움직이는데- 다 오른쪽만 움직인다.

좌반신이 날아갔나? 근데 그랬으면 죽었을 텐데?

일단 인벤토리를 기억에 의존해 조작해서, 포션을 꺼낸 뒤 오른손으로 대충 깨부쉈다.

-주르륵.

얼굴에 포션이 퍼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목이 꺾여 있진 않았던 모양이네.

“윽, 끄하악……!”

천천히 좌반신의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고, 망가졌던 시야도 회복되었다. 몸을 일으켜 포션을 하나 더 마셨다.

그렇게 완전히 감각을 회복하고 나니,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불타는 주변이었다.

나는 크레이터처럼 푹 패인 구덩이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 구덩이 근처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이거 뭔 운석 충돌 현장 같네, 운석은 아니지만 빌딩 사이즈 뱀이 충돌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콰과광! 콰광!

힘겹게 몸을 일으키니, 멀리서 요란한 굉음이 들려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뱀용의 머리에 짓뭉개져서 의식을 잃었는데도, 아직 살아있는 이유를 알 만했다.

내가 여기 뻗어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어그로를 끌어서 싸워 주고 있었던 거다. 목숨 빚졌네.

“끄, 으헉……씨발, 움직여, 그렇지.”

걸레가 된 몸에 채찍질을 해가며 억지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저쪽에서 싸우는 이의 기척이 느껴진다.

엘레노어다. 그리고 아마도 메르세데스도, 왕국군 군단장이라는 놈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쪽 최고전력 중에서 딱 나만 빠진 상태다.

염병할, 목표는 퍼펙트 클리어라고 그렇게 폼 잡았는데. 이게 무슨 꼴인지.

다른 건 몰라도, 이곳을 지키겠다는 네 바람만큼은 완벽하게 이뤄주겠다고 결심했는데.

네가 거기서 싸우고, 내가 여기에 처박혀 있는 건 좀 아니잖아. 그치?

“후우…후우…”

가슴 쪽 뼈가 어떻게 된 건지, 숨만 쉬어도 통증이 온다. 몸 안의 마력 상태도 이상하다.

마력강화를 사용한 뒤에 찾아오는 신체의 반동.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게 더 심하게 온 것 같다.

자력으로 마력강화가 불가능한 이상, 반동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죽지는 않겠지.

-쿠르릉!

충돌 때의 충격으로 너덜너덜해진 펜던트를 부여잡고, 다시 마력강화를 발동했다.

[불굴]과 [혼신]이 모두 발동하고 있음을 느끼며, 세 명이 싸우고 있는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처음보다 눈에 띄게 작아진 덩치에, 팔이 돋아나 있는 뱀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

아무래도 불이 붙은 채로 날뛰던 게 2페이즈의 시작 패턴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을 불태웠기 때문인지 뱀용의 몸집은 크게 작아져 있었고, 그 대신 어이없게도 팔이 돋아나서 검을 들고 있었다.

솔직히 뱀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이없는 꼬락서니지만, 나는 저게 더 마음에 든다.

“너, 벌써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불타는 검을 휘두르는 뱀용을 상대로 맞서고 있던 메르세데스가 소리쳤다. 다른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그대, 그런 몸으로 움직이다간 죽는다! 물러나 있어라!”

별 말 없이 감탄한듯한 표정을 짓는 왕국군 군단장과 다르게, 엘레노어는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이미 결별을 선언했음에도 엘레노어는 여전히 나를 걱정한다. 참, 웃기는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내가 어떤 위기를 거쳐 왔는지 알면서,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면서.

그리고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강해지는지도, 알면서.

“물러설 곳이 있을 것 같은가, 이 별을 모조리 먹어 치울 것이라고 말했건만!”

-화르륵!

뱀용이 불타는 검을 휘두르자, 그 방향대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나를 덮쳤다.

나는 내성을 믿고 화염을 몸으로 뚫어내고, 반대로 뱀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손에 든 무기는 평소에 쓰던 검이 아니라, 찌르기에 용이한 창.

-후웅!

뱀용은 몸을 비틀어 가볍게 창을 피해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미 내 손에는 다른 무기가 들려 있었다. 묵직한 도끼가.

-콰직!

단숨에 거리를 좁혀, 도끼로 놈의 몸통을 내려찍었다. 여전히 데미지는 잘만 들어간다.

공격을 허용한 뱀용이 이번에는 입에서 불을 뿜었다. 나는 이번에도 무시했다.

-서걱.

불길에 반대로 뛰어들고, 이번에는 검을 휘둘러 놈의 몸을 베었다.

뱀용의 다음 패턴은 검이었다. 불타는 검은 막아내도 그 화염으로 데미지를 입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겐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이 놈의 화염은 단 한 번도 내게 대단한 피해를 주지 못했었다.

-카앙!

검격의 무게가 굉장하다. 절로 팔이 떨릴 지경이다. 하지만 물리 공격만 막았으면 됐다.

“뭐, 뭐지, 인간족은 불에 안 타는 거였나……?”

불꽃에 지져지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내 모습을 보고, 뱀용이 처음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분위기 확 깨는 말이구먼, 여태까지의 여유롭던 태도가 다 가짜였던 것처럼 느껴져.

“너, 역시 그 왕자 놈 조상이 맞긴 하구나?”

속성 공격은 전부 화염 중심이고, 이젠 덩치도 작아졌고, 마법사라 그런지 검 솜씨는 영 아니고.

하하, 맨날 억까만 당하다가 가장 중요한 월드 보스 레이드에서 이런 억빠를 받을 줄이야.

극상성을 만나니까 아주 어질어질하지, 이 새끼야?

나도 그 기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