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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새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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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으로 버프를 받은 칼날의 손맛은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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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저항 없이 쑥 들어가서, 두부나 젤리 같은 것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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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넣은 칼을 쥐고 손목을 비튼다. 검손잡이를 쥔 채, 마력강화의 힘을 살려 그대로 놈의 몸 위를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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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가가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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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그대로 비늘이 잘려나가며 피가 튄다. 덩치가 크고 피통이 많은 대신, 방어력은 높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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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이상 규모의 레이드라고 해도, 데미지가 안 박히면 공략 자체가 불가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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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9층 수준의 도전자들로도 데미지 자체는 입힐 수 있도록 설계된 거겠지. 그렇다면 나한테는 아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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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가 9층 도전자 백 명 어치만큼 강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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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각 층의 보스를 단독으로 격파할 수 있는 만큼, 나는 9층 도전자 스무 명 어치 정도로는 충분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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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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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뱀용의 몸에 상륙한 인원들도 각자 사정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상처를 입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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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못지않게 강한 메르세데스나 왕국군 군단장 라인하르트, 그리고 엘레노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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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법으로 뱀의 비늘을 벗기고 그 살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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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흘러가면 오래 걸리지 않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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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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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에 묶인 뱀이 거칠게 몸을 뒤흔들었다. 놈의 몸에 올라타 있는 우리에게는 완전히 지진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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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도 마법은 쓸 수 있다. 공중에 떠오르는 칠흑의 마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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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하이엘프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던 검은 가지가 무수히 튀어나와 우리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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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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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지 공격 자체는, 이놈의 근처에서 날뛰는 잡몹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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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다. 충분히 튕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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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물량과 그 부가 효과, 저 수많은 가지 중 하나라도 쳐내지 못하고 맞으면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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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강! 카앙! 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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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이용한 공격이 오기 시작하면서, 인원 대부분이 방어에 급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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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당에, 공세를 이어나갈 수 있는 건 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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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메르세데스처럼 마력강화의 방호력으로 가지를 받아낼 수 있는 이들 몇몇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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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게도, 왕국군의 정예병력인 기사들은 수준은 떨어지지만 마력강화가 가능한 이들이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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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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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빛에 휩싸인 기사들이 몸을 날리자, 가지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뚝뚝 부러진다. 나도 똑같이 공세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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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이 이어지는 동안에 최대한 데미지를 입혀 놔야 한다. 이렇게 좋은 딜타임은 아마 다시는 안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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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간 뱀용의 몸을 난도질하던 중,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구속의 사슬이 파괴되며- 놈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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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삼키는 뱀이 분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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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이것도 커뮤니티에서 알려준 대로다. 예고 후 발생하는 광폭화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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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화다,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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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온 힘을 쥐어짜 소리쳤다. 내 쩌렁쩌렁한 말소리에 반응한 근처의 기사들이 복창해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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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착용한 마도구를 조작한다. 잠시 후, 우리는 전이 마법에 의해 역소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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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딜 타임 종료, 그러면 다음은- 다시 재장전을 마친 공성병기들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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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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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화 패턴이 발생한 뱀용을 향해, 무수한 마력의 탄환이 날아가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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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들이 ‘이 정도면 산도 조각낼 수 있을 겁니다’ 라고 호언장담했던 말이 떠오르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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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용은 상상 이상으로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마포에 얻어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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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보스는 그 스펙과 규모가 어마어마할 뿐이지, 특별히 복잡한 패턴은 없을 거라던데- 정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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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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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조차 조각내 버릴 수 있다는 포격에 일방적으로 맞고 있지만, 비명만 요란할 뿐 어째 시원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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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데미지 감소가 붙어있긴 한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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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를 이용한 포격도, 발리스타를 이용한 물리 공격도, 모두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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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특공대원들이 긁어놓은 상처는 이렇게 멀리서 보니 볼펜으로 북북 선을 그려놓은 정도로밖에 안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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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커뮤니티에서 언급된 약점을 노리지 않는 한은 제대로 처치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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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창진#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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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님들 나 월드보스 약점 찾은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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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이가 세번째 글에 올린 사진인데, 이거 확대해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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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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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보임? 잘 보면 저기 하나만 비늘 거꾸로임, 이거 역린인거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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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이름도 뭐시기 뱀용이랬으니까 약점부위 있으면 이거일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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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씨발 진짜네 어케찾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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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새끼는 이걸 확대해볼생각을했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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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ㄹㅇ 나는 다크엘프 찌찌만 확대해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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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윗 대댓 서버 직업 좋아하는 축구선수 급함 ㅃ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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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1772 전사 신두형좋아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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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아오 전평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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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들 원래 역린이 따로 있음? 드래곤 잡아본사람 말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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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없는데 월드보스라 따로 있는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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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월보는 원래 약점부위 하나씩 있대 공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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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계획을 다 세우고, 대부분이 레이드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타이밍에 올라온 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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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린 스크린샷 중 하나에서 거꾸로 된 비늘이 하나 발견되었고, 추측하기에는 그게 약점일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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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월드 레이드를 경험해 본 이들도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부분이 약점일 것이라 의견을 내놓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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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하기만 하면 반드시 크리티컬이 터지는 부위, 우리 특공대의 제 일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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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역린을 발견한 시간이 조금만 빨랐어도, 전투 개시 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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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직접 놈의 몸에 올라타서, 스크린샷과 위치를 대조해보며 찾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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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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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이 거의 끝나갈 때쯤, 뱀용이 비명을 지르며 광폭화 상태가 풀렸다. 다시 특공대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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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화는 일정 이상 데미지를 입히면 풀린다. 이번에 빠르게 광폭화를 뺄 수 있었던 건, 레이드 개시 직후의 초반 극딜 덕분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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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광폭화부터는 쉽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특공대가 마음 놓고 나설 기회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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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에 못 찾아내면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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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리콜 마도구를 사용해 다시 한번 뱀용의 몸에 올라타기 위해 전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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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조금 전과 같은 무방비한 비늘 대지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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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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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이 네 개 달린 괴상망측한 거인의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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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비늘에서 솟아오른, 찰흙을 빚어 만든 것 같은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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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기에도 그 덩치가 상당해 보인다.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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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대체 어디까지 타락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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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까운 위치에서 낙하하고 있던 메르세데스가 중얼거렸다. 아니, 메르세데스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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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군을 제외한 정예 병력, 즉 다크엘프와 하이엘프 대부분이 그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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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빠르게 낙하해, 검을 휘둘러 거인 하나를 거칠게 베어버렸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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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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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난 거인을 걷어차며 묻자, 내 옆에 있던 하이엘프가 인상 쓰며 말했다. 인간족은 모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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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모르지만……어쩐지 알 수 있다. 저 거인이 우리와 동질의 존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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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더 많은 거인이 몰려들었다. 이제 보니, 새까만 거인의 일그러진 머리에는 특징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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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를 삼켰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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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귀 부분이, 마치 엘프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는 것. 동질의 존재라는 게 그런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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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건 거대한 괴물의 형상이지만, 엄연히 세계수를 통해 창조된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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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인은 포레스트 엘프와 나이트 엘프에 이어서 창조된- 새로운 엘프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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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마, 그럴 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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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름 모를 하이엘프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비틀린 엘프 거인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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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크지만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나는 시선으로는 뱀용의 비늘을 샅샅이 훑으며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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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전투 중에 다른 것을 상대로 시선을 파는 건 악수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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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투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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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거대한 작살 같은 것이, 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확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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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가지는 아니고, 저 거인이 원거리 공격을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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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며 바라보자, 거인의 새까만 네 팔에 쥐어진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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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지들도 엘프라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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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손에는 세계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활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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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거인들이 검이며 활이며 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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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옆구리의 상처를 살피며 다시 흘겨 보니, 무기들의 윤곽이 하나같이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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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색깔에 찰흙을 빚어 만든 것처럼 뭉뚱그린 모습이지만, 다른 엘프들의 무기와 매우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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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특징적인 자세도, 궁술에 관심을 갖고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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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제대로 된 엘프식 궁술을 구사하고 있는 거다. 마법 같은 궤도를 그리며 필중하는 신비한 궁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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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엘프의 궁술은 사기적이지만,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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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술이 특별할 뿐, 활과 화살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었으니까. 피하지는 못해도 쳐내고 막는 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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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거인이 네 팔로 다루는 활의 크기는 장난이 아니고, 화살 하나하나가 고래 잡는 작살 사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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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화살에서 풍기는 세계수의 기운, 아무리 봐도 특수 효과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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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활을 든 거인의 숫자는 눈대중으로 보기에도 수십, 어쩌면 백을 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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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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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미친 활이 필중의 궁술로 쏘아진다니,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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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놈들을 상대하면서 하나뿐인 역린을 찾는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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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지 뭐,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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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언제는 할 만한 일이라서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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