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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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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불나방
위기 상황 속에서 집중력과 판단력은 급격히 상승한다.
나는 시야가 한순간에 백색으로 물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움직였다.
[혼신]스킬을 사용해 내구 스탯을 증폭, [철벽]스킬을 발동해 방어력을 증강.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내 차폐물로 삼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히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 부족하다면, 다음은 주변을 이용할 차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대 사이즈의 차폐물, 에메랄드 와이번의 뒤편으로 몸을 감춘다.
예측이라기보다는 바람에 가깝지만, 이놈들의 몸은 본인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있을 것이다.
그게 신체 자체의 내구력으로 되는 건지, 아니면 특이한 마법적 수단으로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전자라면 살 것이고, 후자라면 뒤지겠지. 뻗어버린 와이번이 곧이곧대로 내 방패가 되줄리가 없으니.
여기까지 판단을 마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초 정도.
-콰과광!
터져 나온 굉음이 울리던 귓가에는 곧 이명만이 맴돌고, 시야는 이미 새하얀 상태.
청각, 시각, 그리고 이어서 촉각과 마력 지각마저 마비된다.
상태창의 HP 바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깎여나가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물속에 잠겨 있는듯한 몽롱함을 느끼며, 힘겹게 정신을 차렸다.
재빠르게 마력을 순환시켜 몸의 상태를 확인하고, 동시에 내 쪽으로 광선을 쏘았던 와이번들을 감지했다.
내 쪽을 향해 쿵쿵거리며 달려오고 있다. 하지만 거리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저 놈들도 그렇게 느려터진 건 아니라서, 거리가 좁혀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텐데.
의식이 끊겼던 것은 거의 한순간뿐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잠깐 사이 몸은 아주 걸레짝이 다 됐다.
“커헉.”
헛기침이 멋대로 나온다. 뭔가 토할 것 같았는데도, 피는커녕 침조차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마 목이 타들어 간 것 같다. 씨발, 숨만 쉬어도 불로 지져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눈도 제대로 지져진 것 같고, 사지도 멀쩡한 곳이 없다. 이 정도면 거의 석탄이 됐겠는데.
상태창에 표시된 HP는 거의 바닥에 가깝다.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이다.
“쿡, 커헉, 큭, 씨, 바하알……”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뭔가 기분이 좋다. 타들어 간 입꼬리가 삐쭉 솟아올랐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을 이룰 때마다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결코 멈추지 않겠다는 맹세가 나를 앞으로 잡아끈다면, 성장의 쾌감은 내 등을 떠미는 역할.
“흐, 흐흐흐, 흐흐!”
그렇다면 지금 느끼고 있는 쾌감은 성장을 체감했기 때문인가. 그건 아니다, 아마도.
나는 나를 혐오한다. 스스로 느끼는 쾌감과 온갖 동물적 욕구를 혐오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자신을 죽을 위기에 내던져왔다. 죽고 싶어서, 나를 죽이고 싶어서.
그러나 죽을 위기 속에서 나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강해지기에, 생각해 보면 이만큼 모순된 행동도 없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위기에 자신을 내던지는 행동 자체가 아니었을까?
실패하면 죽고, 성공하면 성장한다.
위험천만한 도박처럼 보이지만, 양쪽 모두를 바라는 내겐 어느 쪽이건 당첨일 뿐.
“으헥, 켁, 크, 흐으.”
몸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느끼며, 내게 접근하는 다섯 마리의 와이번을 바라보았다.
즐겁고, 짜릿하고, 짜증 나고, 징그럽고, 혐오스럽고, 역겹고, 또 즐겁다.
감정과 의지는 마력의 운용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에, 이 순간 내 마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건 내 마력을 이용하는 게 아니니까, 이런 때라도 안심하고 써먹을 수 있다.
[마력 강화]
-쿠르릉!
충전을 마친 펜던트를 사용하자, 벼락 소리와 함께 온몸에 막강한 힘이 깃들었다.
**
굴 바깥으로 나온 와이번들은 보다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공동 안은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건 아니지만, 못 날아오를 정도로 좁은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와이번 다섯 마리 중 두 마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젠 놈들의 진짜 무대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나도 지금부터가 진짜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HP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죽지는 않는다.
두 자릿수를 돌파한 [전투 지속]과 [전투 각성]등의 영향도 있겠지, 반쯤 익은 몸으로도 나는 여전히 싸울 수 있다.
거기에 HP가 급격히 떨어지며 발동한 [불굴]의 강화 효과, 펜던트로 발동한 마력강화의 효과.
여태까지의 그 어떤 순간보다, 지금의 내가 더 강하다.
-콰앙!
땅을 박차며 쏜살같이 지상의 와이번에게 접근했다.
와이번은 발톱을 휘둘러 달려드는 나를 후려치려 했으나, 내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거리를 좁힌 뒤, 인벤토리에서 꺼낸 굵은 창을 내질러 와이번의 목 근처에 박아넣었다.
-키이이잉!
공중에 떠 있는 와이번들에게서 강렬한 마력의 파장이 느껴졌다. 광선이다.
별다른 버프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피할 수 있었던 공격이다. 지금은 더 쉽게 피할 수 있다.
쏘아진 광선이 지면을 휩쓸었지만, 나는 이미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후웁.”
공중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세를 고치고, 한손검을 든 채 소드 차지 스킬을 사용했다.
돌진 판정과 함께 몸이 전방으로 쏘아지고, 순식간에 날아올라 있던 와이번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잡았다.”
닿을락 말락한 애매한 거리, 인벤토리에서 대형 할버드를 꺼내 와이번의 어깻죽지에 박아넣었다.
그대로 할버드의 자루를 붙잡고 기어올라, 와이번의 등에 올라탔다.
[업적 달성 : 비룡의 기수]
정체모를 업적이 달성되며, 보상으로 스탯이 약간 올랐다.
와이번은 등에 올라탄 나를 떨쳐내기 위해 온갖 곡예비행을 시도했으나, 그런 것에 떨어질 내가 아니었다.
오히려 와이번의 어깨에 검과 창을 더 박아넣은 뒤, 더 단단하게 버텼다.
-콰과광! 콰광!
다른 와이번들이 격추를 위해 광선을 쏘아댔지만, 개중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와이번이 잘 날아서인지, 저놈들이 동족을 향해 제대로 쏠 수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올라타니까 편하다는 건 알겠다. 슬슬 편하게 버티는 법도 알 것 같고.
“와이번 라이더같은 클래스는 없나?”
날탈것을 키울 수 있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에서 투척용 무기를 새로 꺼냈다.
이렇게 요란하게 비행하는 와이번의 등 위에서도, 내 투척 능력의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흡!”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다른 와이번을 향해, 무기를 집어던져 공격했다.
**
에메랄드 와이번의 최대 약점은 역시 화력에 비해 방어력이 낮다는 점이다.
비행 속도도 생각보다 느려서, 내 최대 특기인 투척 공격으로 몇 번이나 유효타를 입힐 수 있었다.
나는 슬슬 쓸모를 다한 와이번의 어깨를 크게 도려낸 뒤, [혼신]으로 근력을 강화해 손으로 날개를 뜯어버렸다.
-그아아아아아!!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와이번은 추락, 다른 와이번들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채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포션을 들이켜 남은 상처를 치유해가며, 다 죽어가는 와이번들의 숨통을 끊어주었다.
“별거 아니네.”
광선에 맞아 죽을 뻔 했던 것만 빼면, 완전히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뭐, 제대로 실력을 갖추고 난 이후로 대형 몹과의 싸움은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다.
한 대만 잘못 맞아도 죽지만, 기교랄 게 없는 짐승의 무식한 공격에는 한 대도 안 맞는 식.
아, 물론 이것도 내 기본 스펙이 이놈들을 따라갈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마력강화는 진짜 사기네.”
이건 결국 불굴과 펜던트를 이용한 마력강화의 더블 버프가 어이없을 정도로 강력한 덕분이다.
하지만, 강력한 버프 성능이 마냥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전투력 상승을 가져다주는 마력강화의 발동을 완전히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마력강화 사용 후에 찾아오는 반동도 얕볼 수 없고, 충전식인 탓에 원할 때마다 유연하게 쓸 수도 없다.
마력강화의 성능을 알아버린 이상,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역시 너무 강한 아이템은 여러모로 거슬린다.
뭐, 하루라도 빨리 자력으로 마력강화를 할 수 있게 되는 수밖에 없겠지.
그럼 반성은 이쯤 하고, 이제 남은 건 하나.
“자, 이제 네 차례다.”
나는 딱 한 마리, 죽이지 않고 살려둔 와이번을 향해 다가갔다.
날개와 발톱을 모두 뜯어버리고, 검과 창으로 바닥에 반쯤 꿰어놓은 에메랄드 와이번.
이런 상태로는 전혀 싸울 수 없겠지만, 주둥아리가 남아 있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하나 있다.
“얼른 쏴 봐.”
와이번은 내가 눈앞에 당당히 다가오자, 즉시 마력을 끌어모아 광선을 준비했다.
광선 한 방에 죽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조금 전에 검증이 끝났다.
방패가 되어줄 차폐물은 이제 없지만, 마력강화를 사용 중이라 실질 방어력은 조금 전보다 더 높다.
이놈들은 보스몹 판정도 아니고, 잡으라고 있는 놈들도 아니라서 그런지 보상을 따로 안 준다.
그렇다면 내가 알아서 뭐든 챙겨가야 하지 않겠어?
복합 속성의 고위력 공격이니까, 몇 번 맞다 보면 다양한 내성이 쭉쭉 오르지 않겠어?
[패시브 스킬 : 대마법 내성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 주문 내성 1레벨을 습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