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77 lines
10 KiB
Markdown
177 lines
10 KiB
Markdown
|
|
208. 길드 마스터
|
|
|
|
S급 헌터가 될 수 있는 스펙을 가졌음에도, 탑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
|
|
|
|
자신이 체류하고 있는 서버 하나에 그치지 않고, 온갖 서버에 영향력을 끼치며 탑의 경찰 노릇을 자처한 자.
|
|
|
|
무법지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세우고 규율을 만든 자- 그리고 그게 가능한 무력을 갖춘 자.
|
|
|
|
대형 길드의 길드마스터란 죄다 그런 자들이다. 단순히 탑에 체류한 기간만 해도 십 년은 되어가는 괴물들.
|
|
|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대외 활동은 꽤나 제한된 형태일 수밖에 없다.
|
|
|
|
“저기……길마님은 그렇게 막 만나실 수 있는 분이 아니시라니까요?”
|
|
|
|
당연히 길마를 만나고 싶다는 내 요청은 곧바로 거절당했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바다.
|
|
|
|
원래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집단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킬 때 가장 든든한 법이니까.
|
|
|
|
특히 대형 길드의 마스터는 리더와 전략병기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존재이니,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
|
|
|
하지만 나는 ‘아무나’가 아니다. 전 서버 유일의 솔플러, 토너먼트 8강 진출자, 그리고 무엇보다-
|
|
|
|
“아니, 내가 2661서버 대표 권한으로 만나겠다는데 뭐가 문젭니까.”
|
|
|
|
-인원이 한 명뿐인 서버긴 해도, 어쨌든 길드마스터에게 면회를 신청할 자격이 있는 서버 대표니까.
|
|
|
|
현재 대한민국 시련의 탑 서버에 통용되는 규칙은, 3대 대형 길드의 연합 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
|
|
|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은 길드마스터를 포함한 각 서버의 대표자들.
|
|
|
|
정치로 비유하자면, 이들은 국회의원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
|
|
|
아무리 작은 서버의 약한 도전자라고 해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표자라면 이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생긴다.
|
|
|
|
다른 서버의 규칙이 어떻든 나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이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지만.
|
|
|
|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지, 이건 마땅한 내 권리 주장이다.
|
|
|
|
나는 2661서버 대표의 자격으로 그리핀 길드의 마스터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거다.
|
|
|
|
“아니, 그 서버에 혼자 계시잖아요. 당연히 만장일치로 뽑힌 대표시겠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
|
|
|
“서버 대표들끼리는 평등하다면서요, 그럼 1명뿐인 서버의 대표도 평등하게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
|
|
“그게, 당연히 평등하긴 하지만, 요즘 길마님이 워낙 바쁘기도 하시고……아니,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세요!”
|
|
|
|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이 길드원은 조금 전, 용건을 말해주면 꼭 길마에게 전달해주겠다고 말한 참이었다.
|
|
|
|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요, 다른 사람 없이 꼭 1대1로 이야기해야 한다니까요.”
|
|
|
|
“용건은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게 저희가 못 미더우세요?”
|
|
|
|
당연하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 아까부터 주변에 기척 이상한 놈들이 하나둘씩 접근해 오고 있단 말이다.
|
|
|
|
길드의 간부급에게도 일부 손이 미쳤고, 말단 길드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영향을 받은 상태인 게 뻔하다.
|
|
|
|
이 억울해하는 길드원은 평범한 기척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억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이지.
|
|
|
|
“하아…알았어요,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
|
|
|
나는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실랑이한 뒤에야, 비로소 길드 마스터와 독대할 수 있게 되었다.
|
|
|
|
**
|
|
|
|
그리핀 길드 마스터의 이름은 김남혁, 올해 43세의 유도 국가대표 출신 운동인이다.
|
|
|
|
보유 클래스는 격투가 계열 유니크 클래스로, 이름은 불명이지만 짐승으로 변이하는 수인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
|
|
|
그래서일까, 내가 요구한 대로 1대1로 대면해 본 김남혁은- 정말로 짐승 같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
|
|
|
“반갑습니다, 서진혁 씨. 그리핀 길드 마스터인 김남혁입니다.”
|
|
|
|
가볍게 악수를 하자마자 느껴지는 막강한 근력, 스탯이 증가하는 수인화를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압도적이다.
|
|
|
|
기본 스탯만 따져도 내 두 배 정도는 될까,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재버워크 이상으로 많다.
|
|
|
|
심지어 그만한 마력을 거의 새나가지 않게 잘 통제하고 있다. 나와 비교해도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제어능력이다.
|
|
|
|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보아하니 실력은 소문 이상이신 것 같군요.”
|
|
|
|
김남혁이 툭 던진 한마디 역시 그의 실력과 눈썰미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내 실력을 가늠해 본 건가.
|
|
|
|
역시 1.5세대 시절부터 탑에 체류하고 있는 근본 있는 실력자답다. 이런 사람이라면 금방 상황을 눈치챌 수 있을 터.
|
|
|
|
당장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도, 내가 언질을 주면 곧 위화감을 눈치챌 거다. 그다음은 완전히 맡겨도 되겠지.
|
|
|
|
“흐……”
|
|
|
|
하지만, 그 ‘이상한 기척’의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는 내 입에서는 실실거리는 웃음만이 새고 있었다.
|
|
|
|
이 사람이 그리핀 길드의 마스터, 탑 밖으로 나가면 S급이 확정된 강자, 대한민국 전체 탑에서 손꼽히는 최강자인가.
|
|
|
|
좋다. 아주 마음에 든다. 루키들 위주로 진행되어아먄 한다는 토너먼트 개인전이 암묵적 룰이 원망스러울만큼.
|
|
|
|
“그러는 댁도, 존나게 쎄 보이시는데.”
|
|
|
|
앞으로 층을 얼마나 더 올라가야 이만한 강자와 마주칠 수 있을까, 앞으로 싸워 볼 기회가 있기는 할까?
|
|
|
|
지금 당장 이 사람과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기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
|
|
|
가진 정보가 거의 없다, 스펙 차이를 생각하면 정공법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 생각해 보자.
|
|
|
|
-꾸욱.
|
|
|
|
악수를 나누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마력이 감정에 반응해 들끓는다.
|
|
|
|
심장을 찢어 생사의 경계에 다녀왔기 때문일까, 바짝 날이 서 있는 온갖 감각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
|
|
|
불가능을 외치는 계산 뒤로 죽음이 보인다. 하지만 내 죽음이 만들어 낼 결과도 선명히 읽힌다.
|
|
|
|
팔 하나- 아무리 못해도 팔 하나는 확실히 가져갈 수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팔이 아니라 목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
|
|
|
“중요한 용건이라는 게 이건 아니었을 텐데요.”
|
|
|
|
김남혁이 곤란하다는 듯한 말에, 나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런, 잠깐이지만 너무 흥분했다.
|
|
|
|
성장의 쾌감을 쫓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기로 정하지 않았던가. 잠깐 심호흡하고 진정하자.
|
|
|
|
내가 가는 길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길을 헷갈려 애먼 곳으로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
|
|
|
“아, 실례했습니다.”
|
|
|
|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악수를 위해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
|
|
|
**
|
|
|
|
나는 김남혁에게 그간 겪은 일과 수상한 기척에 대한 것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
|
|
|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듯싶었지만, 내가 뜯어낸 머리카락을 보여줄 때쯤에는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
|
|
|
하지만 이내 직접 마력을 퍼트려 감지를 펼치는 것 같더니, 내가 말한 ‘이상한 기척’은 잡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
|
|
|
“저는 마법사 계열이 아니라 감지에는 약합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군요.”
|
|
|
|
난다긴다 하는 길드 마스터라도 내 감지능력은 따라올 수 없나. 하긴,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하게 느꼈을 뿐이다.
|
|
|
|
“물증은 둘째치고 심증도 너무 약합니다. 서진혁 씨도 명확한 실체는 잡지 못한 것 아닙니까.”
|
|
|
|
그러면서 김남혁 역시 내 신경과민을 의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게 옳을 터다.
|
|
|
|
대한민국 서버 최강자 중 하나가 감지하지 못한 것을, 나만은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
|
|
|
하지만 내 판단과 감각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자신한다, 이건 그냥 김남혁의 감지가 나보다 수준이 낮은 탓이다.
|
|
|
|
“그러면, 실체가 애매하다고 그냥 방치할 겁니까. 실체가 밝혀졌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는데요.”
|
|
|
|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판단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
|
|
|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
|
|
|
김남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일단은 믿어보겠다는 것 같다.
|
|
|
|
하지만 ‘수상한 기척’에 관한 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오히려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더 적어진다고 한다.
|
|
|
|
“당장 저희 길드원들도 그 수상한 기척을 내고 있어서,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
|
|
맞는 말이었다. 애시당초 나도 대단한 협력을 바란 건 아니었다. 여차할 때의 아군이 하나쯤 있으면 될 뿐이다.
|
|
|
|
“일단, 숙소를 훔쳐보던 사람이라면 저희 쪽에서 찾아보겠습니다. 토너먼트 참가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고 하면 되겠죠.”
|
|
|
|
그렇게 말하며, 김남혁은 내가 갖고 있던 머리카락 한 올을 가져갔다. 연금술을 이용해 조사하겠다는 것 같다.
|
|
|
|
머리카락의 주인만 찾아내도 반 이상은 해결된다. 나는 김남혁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고 막사에서 나왔다.
|
|
|
|
“허, 이젠 대놓고 보고 있네.”
|
|
|
|
마력을 넓게 퍼트리자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수십 개의 이상한 기척- 아무래도 나를 감시하고 있던 것 같다.
|
|
|
|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뿐인 걸까.
|
|
|
|
마음같아서는 아무나 한 놈 붙잡아서 속을 뜯어보고 싶지만, 길드장이 나섰으니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
|
|
|
다음 날, 나는 토너먼트 8강 경기에 손쉽게 승리하고- 김남혁에게 머리카락의 주인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
|
|
|
개인 채팅을 통해 전달된 스크린샷에 나와 있는 얼굴은, 조금이지만 낯이 익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