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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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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길드 마스터

S급 헌터가 될 수 있는 스펙을 가졌음에도, 탑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

자신이 체류하고 있는 서버 하나에 그치지 않고, 온갖 서버에 영향력을 끼치며 탑의 경찰 노릇을 자처한 자.

무법지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세우고 규율을 만든 자- 그리고 그게 가능한 무력을 갖춘 자.

대형 길드의 길드마스터란 죄다 그런 자들이다. 단순히 탑에 체류한 기간만 해도 십 년은 되어가는 괴물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대외 활동은 꽤나 제한된 형태일 수밖에 없다.

“저기……길마님은 그렇게 막 만나실 수 있는 분이 아니시라니까요?”

당연히 길마를 만나고 싶다는 내 요청은 곧바로 거절당했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바다.

원래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집단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킬 때 가장 든든한 법이니까.

특히 대형 길드의 마스터는 리더와 전략병기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존재이니, 아무나 쉽게 만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나는 ‘아무나’가 아니다. 전 서버 유일의 솔플러, 토너먼트 8강 진출자, 그리고 무엇보다-

“아니, 내가 2661서버 대표 권한으로 만나겠다는데 뭐가 문젭니까.”

-인원이 한 명뿐인 서버긴 해도, 어쨌든 길드마스터에게 면회를 신청할 자격이 있는 서버 대표니까.

현재 대한민국 시련의 탑 서버에 통용되는 규칙은, 3대 대형 길드의 연합 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은 길드마스터를 포함한 각 서버의 대표자들.

정치로 비유하자면, 이들은 국회의원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작은 서버의 약한 도전자라고 해도,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표자라면 이 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생긴다.

다른 서버의 규칙이 어떻든 나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이야기이기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지, 이건 마땅한 내 권리 주장이다.

나는 2661서버 대표의 자격으로 그리핀 길드의 마스터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거다.

“아니, 그 서버에 혼자 계시잖아요. 당연히 만장일치로 뽑힌 대표시겠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서버 대표들끼리는 평등하다면서요, 그럼 1명뿐인 서버의 대표도 평등하게 대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당연히 평등하긴 하지만, 요즘 길마님이 워낙 바쁘기도 하시고……아니,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세요!”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는 이 길드원은 조금 전, 용건을 말해주면 꼭 길마에게 전달해주겠다고 말한 참이었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요, 다른 사람 없이 꼭 1대1로 이야기해야 한다니까요.”

“용건은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게 저희가 못 미더우세요?”

당연하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 아까부터 주변에 기척 이상한 놈들이 하나둘씩 접근해 오고 있단 말이다.

길드의 간부급에게도 일부 손이 미쳤고, 말단 길드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영향을 받은 상태인 게 뻔하다.

이 억울해하는 길드원은 평범한 기척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억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말이지.

“하아…알았어요,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나는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실랑이한 뒤에야, 비로소 길드 마스터와 독대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리핀 길드 마스터의 이름은 김남혁, 올해 43세의 유도 국가대표 출신 운동인이다.

보유 클래스는 격투가 계열 유니크 클래스로, 이름은 불명이지만 짐승으로 변이하는 수인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요구한 대로 1대1로 대면해 본 김남혁은- 정말로 짐승 같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서진혁 씨. 그리핀 길드 마스터인 김남혁입니다.”

가볍게 악수를 하자마자 느껴지는 막강한 근력, 스탯이 증가하는 수인화를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압도적이다.

기본 스탯만 따져도 내 두 배 정도는 될까,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재버워크 이상으로 많다.

심지어 그만한 마력을 거의 새나가지 않게 잘 통제하고 있다. 나와 비교해도 크게 흠잡을 것 없는 제어능력이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보아하니 실력은 소문 이상이신 것 같군요.”

김남혁이 툭 던진 한마디 역시 그의 실력과 눈썰미를 제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내 실력을 가늠해 본 건가.

역시 1.5세대 시절부터 탑에 체류하고 있는 근본 있는 실력자답다. 이런 사람이라면 금방 상황을 눈치챌 수 있을 터.

당장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도, 내가 언질을 주면 곧 위화감을 눈치챌 거다. 그다음은 완전히 맡겨도 되겠지.

“흐……”

하지만, 그 ‘이상한 기척’의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는 내 입에서는 실실거리는 웃음만이 새고 있었다.

이 사람이 그리핀 길드의 마스터, 탑 밖으로 나가면 S급이 확정된 강자, 대한민국 전체 탑에서 손꼽히는 최강자인가.

좋다. 아주 마음에 든다. 루키들 위주로 진행되어아먄 한다는 토너먼트 개인전이 암묵적 룰이 원망스러울만큼.

“그러는 댁도, 존나게 쎄 보이시는데.”

앞으로 층을 얼마나 더 올라가야 이만한 강자와 마주칠 수 있을까, 앞으로 싸워 볼 기회가 있기는 할까?

지금 당장 이 사람과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기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가진 정보가 거의 없다, 스펙 차이를 생각하면 정공법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 생각해 보자.

-꾸욱.

악수를 나누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마력이 감정에 반응해 들끓는다.

심장을 찢어 생사의 경계에 다녀왔기 때문일까, 바짝 날이 서 있는 온갖 감각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한다.

불가능을 외치는 계산 뒤로 죽음이 보인다. 하지만 내 죽음이 만들어 낼 결과도 선명히 읽힌다.

팔 하나- 아무리 못해도 팔 하나는 확실히 가져갈 수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팔이 아니라 목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중요한 용건이라는 게 이건 아니었을 텐데요.”

김남혁이 곤란하다는 듯한 말에, 나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런, 잠깐이지만 너무 흥분했다.

성장의 쾌감을 쫓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기로 정하지 않았던가. 잠깐 심호흡하고 진정하자.

내가 가는 길은 분명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길을 헷갈려 애먼 곳으로 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아, 실례했습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악수를 위해 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

나는 김남혁에게 그간 겪은 일과 수상한 기척에 대한 것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듯싶었지만, 내가 뜯어낸 머리카락을 보여줄 때쯤에는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직접 마력을 퍼트려 감지를 펼치는 것 같더니, 내가 말한 ‘이상한 기척’은 잡아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는 마법사 계열이 아니라 감지에는 약합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군요.”

난다긴다 하는 길드 마스터라도 내 감지능력은 따라올 수 없나. 하긴, 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하게 느꼈을 뿐이다.

“물증은 둘째치고 심증도 너무 약합니다. 서진혁 씨도 명확한 실체는 잡지 못한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김남혁 역시 내 신경과민을 의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게 옳을 터다.

대한민국 서버 최강자 중 하나가 감지하지 못한 것을, 나만은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내 판단과 감각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자신한다, 이건 그냥 김남혁의 감지가 나보다 수준이 낮은 탓이다.

“그러면, 실체가 애매하다고 그냥 방치할 겁니까. 실체가 밝혀졌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는데요.”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판단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남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일단은 믿어보겠다는 것 같다.

하지만 ‘수상한 기척’에 관한 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오히려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더 적어진다고 한다.

“당장 저희 길드원들도 그 수상한 기척을 내고 있어서,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애시당초 나도 대단한 협력을 바란 건 아니었다. 여차할 때의 아군이 하나쯤 있으면 될 뿐이다.

“일단, 숙소를 훔쳐보던 사람이라면 저희 쪽에서 찾아보겠습니다. 토너먼트 참가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고 하면 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김남혁은 내가 갖고 있던 머리카락 한 올을 가져갔다. 연금술을 이용해 조사하겠다는 것 같다.

머리카락의 주인만 찾아내도 반 이상은 해결된다. 나는 김남혁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고 막사에서 나왔다.

“허, 이젠 대놓고 보고 있네.”

마력을 넓게 퍼트리자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수십 개의 이상한 기척- 아무래도 나를 감시하고 있던 것 같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뿐인 걸까.

마음같아서는 아무나 한 놈 붙잡아서 속을 뜯어보고 싶지만, 길드장이 나섰으니 조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음 날, 나는 토너먼트 8강 경기에 손쉽게 승리하고- 김남혁에게 머리카락의 주인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개인 채팅을 통해 전달된 스크린샷에 나와 있는 얼굴은, 조금이지만 낯이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