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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확신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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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머리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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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할, 대가리가 터질 것 같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짐작조차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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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력감지를 펼쳐 보면, 특유의 이상한 기척을 내는 사람들의 존재가 확실히 식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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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그것은, 기척을 제외한 어떤 부분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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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들은 분명히 나를 위협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찌릿찌릿한 위기감에 저절로 몸이 움직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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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도 정체도 모르겠지만 적이라는 건 확실하고, 천천히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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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거기서 뛰쳐나오면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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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정면에서 맞서야만 했다. 어차피 나는 어지간한 일로는 죽지 않으니, 확실하게 증거를 잡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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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한 기척의 정체가 무엇이든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종류의 적임은 분명하니, 정보를 수집했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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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길거리에서 아무나 잡아와 심문 따위를 해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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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랬다가는 내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페스티벌 내내 수배령이 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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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탑의 스테이지였다면 또 모를까, 적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시점에서 너무 과감한 행동은 벌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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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 길드의 간부 몇몇에게 이상한 인상이 박혔으니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지금 내가 뭘 해도 피해망상 환자 취급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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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일단 침착하게 정리해 보자. 지금도 이상한 기척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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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위협을 대형 길드에 알리려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은 상황을 재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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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이 되어줄 사람을 곁에 두고, 실제로 내게 가해지는 위협을 목격시킨다면- 조사를 의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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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게 가해질 위협의 수위를 모른다는 점이다. 당장 상대가 내가 손쓸 수 없을 만큼 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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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내가 공략 중인 스테이지가 아니고, 1층부터 100층까지의 모든 약자와 강자가 모이는 페스티벌 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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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상대’란 누구지? 누가 내 적이지? 이 기척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모두 내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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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의 정체도 모르고, 상대가 소수인지 다수인지도 모르며, 제대로 상대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막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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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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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확증은 있는 건가? 스트레스에 노출된 머리통이 맛이 갔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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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은 실제로 반쯤 맛이 간 채로 살았고,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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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당초, 내가 처해 있던 환경은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환경이었다. 거기에, 페스티벌에 오기 전에 본 ‘별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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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높았던 [정신 오염 내성]의 레벨이 상승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피를 쏟을 만큼 강력한 정신적 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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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뇌를 망가트린 거라면, 내 정신적 문제가 망상장애를 일으킨 거라면, 사실 ‘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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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검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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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을 멈추고 행동하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날카로운 단검 한 자루를 꺼내, 그 위로 강하게 오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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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전신에 퍼져 있는 마력을 최대한 죽이고, 남은 HP의 잔량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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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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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자신의 심장을 향해 단검을 찔러넣고 한 바퀴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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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패시브 스킬의 효과로 인해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몸뚱이도, 절대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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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에 흐르고 있는 마력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의 재생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최근에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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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럼에도 워낙 튼튼하고 생명력이 강한 몸뚱이인지라, 단순히 심장에 칼을 박는 걸로는 원하는 피해를 입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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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오러까지 두르고 심장에 박아넣은 단검을 한 바퀴 비틀고 나서야, 제대로 삼도천을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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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된 HP가 단번에 깎여나가 0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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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심장이 피를 흘리고, 눈앞은 순식간에 깜깜해지며, 의식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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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죽음이 다가온다. [사고 가속]을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주마등이 스치는 뇌는 멋대로 빠르게 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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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스트레스 반응, 그리고 나를 무엇보다 강하게 만드는 경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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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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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몸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피를 철철 흘리며 침대에 엎어진 죽기 직전의 나는- 분명 웃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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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보여주는 일관된 반응, 심장이 반쯤 찢어져도 분명 이 새끼는 웃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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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발밑을 침잠하는 죽음의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걸로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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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죽음의 감각과 위기감은 무엇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을, 이 애매한 자살 시도로 깨달았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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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0이 되어도 몸뚱이는 잠시 살아남는다.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반으로 잘려나갔을 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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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는다. 이 꼴로도 살아 있다. 정확하게 내가 생각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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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사고는 틀리지 않는다. 내가 쌓은 경험은 나를 배신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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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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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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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와중, 작은 소음이 귓가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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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귓가가 아니다. 왜냐하면 내 귀는 지금 기능을 많이 상실했거든. 마력감지에 걸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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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지배]와 [파동 제어]로 어마어마한 수준까지 발달한 내 마력 지각력은,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정확하게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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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재생]의 효과가 발휘되어 HP가 조금씩 차오르고, 다시 밝아지기 시작한 여러 감각에 잡힌 것은 작은 기척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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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점멸하는 수상한 기척을 가진 누군가가, 숙소 창문에 얼굴을 댄 채 나를 엿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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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구나 이 새끼야, 내가 병신처럼 혼자 뒈지려는 걸 보고 마무리라도 지어주러 오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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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걸 어쩌나, 나는 심장에 칼 하나 박힌다고 뒈지는 몸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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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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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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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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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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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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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스킬을 동시에 발동한 내 손아귀가, 창문을 통째로 분쇄하며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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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달라붙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무언가’는 잽싸게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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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빠른 놈이다. 못해도 25층 랭커 수준은 될법한 순발력인가-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잡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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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로 범벅된 손아귀 안에는, 짧은 검정색 머리카락 몇 올이 쥐어져 있었다. 그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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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잘 보관해 두기는 하겠지만, 이 머리카락 몇 올로 뭔가 알아낼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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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각에 대한 확신과 함께, 나를 적대하고 있는 ‘무언가’가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음을 이걸로 확인한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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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훅……켁, 아, 아쉽네, 살점 몇 조각이라도 뜯었으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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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로 역류했는지 입안에 살짝 고인 피를 토해내고, 포션을 들이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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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아니라 다른 부위를 뜯어낸 거였으면, 살점에 남은 마력을 통해 추적을 벌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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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상태로는 좀 어려우려나. 계산대로 살긴 했는데, 계산대로 한 번 뒤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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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뭐야, 누가 실내에서 마법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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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사람 같은데…세상에,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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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 죽겠다! 힐 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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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숙소 바깥은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겠지, 난데없이 벽이 폭발하더니 피투성이인 사람이 나온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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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몇 명 있어서, 소란은 더욱 커질 분위기였다. 마침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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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 중에서 한 명쯤은 나를 창문에서 엿보던 놈을 목격했겠지, 이걸 이용해 길드 쪽에 조사를 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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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토너먼트 8강 진출자의 암살 미수다. 물론 피투성이가 된 건 내 자해 때문이지만, 그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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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뭣하면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그만이다. 본선 진출자는 특별히 신경 써서 보호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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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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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근처에서 순찰 중이던 그리핀 길드원 한 명이, 상황을 인지하고 부리나케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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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길드의 간부급 사이에도 기척이 이상한 놈이 몇 명 섞여 있기에, 길드를 쉽게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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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척이 이상한 녀석들의 존재를 알릴 방법은 직접 물증을 잡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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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나 말고도 이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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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마력감지가 가능한 랭커가 있다면,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채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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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쩌다 이런…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저희 길드 힐러가 도착할 겁니다. 포션 먼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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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이 건넨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그게 가능할 만한 랭커들의 면면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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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고 저놈이고 마력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마당에, 나와 동등한 감지가 가능한 사람이 전체 서버에 몇 명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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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몇 명쯤은 확실하게 있을 거다. 1~2세대 시절부터 탑에 체류하고 있는 괴물들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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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당신네 길마좀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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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형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우두머리, 길드 마스터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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