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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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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확신의 자아

숙소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머리를 움켜쥐었다.

젠장할, 대가리가 터질 것 같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짐작조차 안 간다.

지금도 마력감지를 펼쳐 보면, 특유의 이상한 기척을 내는 사람들의 존재가 확실히 식별된다.

인파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그것은, 기척을 제외한 어떤 부분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던 거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분명히 나를 위협했다. 간만에 느껴보는 찌릿찌릿한 위기감에 저절로 몸이 움직였었다.

목적도 정체도 모르겠지만 적이라는 건 확실하고, 천천히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씨발, 거기서 뛰쳐나오면 안 됐는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정면에서 맞서야만 했다. 어차피 나는 어지간한 일로는 죽지 않으니, 확실하게 증거를 잡았어야만 했다.

그 이상한 기척의 정체가 무엇이든 내가 만나본 적 없는 종류의 적임은 분명하니, 정보를 수집했어야 하는 건데.

지금이라도 길거리에서 아무나 잡아와 심문 따위를 해 봐야 하나.

아니, 그랬다가는 내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페스티벌 내내 수배령이 떨어지겠지.

이게 탑의 스테이지였다면 또 모를까, 적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시점에서 너무 과감한 행동은 벌일 수 없다.

그리핀 길드의 간부 몇몇에게 이상한 인상이 박혔으니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지금 내가 뭘 해도 피해망상 환자 취급을 하겠지.

좋아, 일단 침착하게 정리해 보자. 지금도 이상한 기척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의 위협을 대형 길드에 알리려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같은 상황을 재현해 보는 건 어떨까.

증인이 되어줄 사람을 곁에 두고, 실제로 내게 가해지는 위협을 목격시킨다면- 조사를 의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게 가해질 위협의 수위를 모른다는 점이다. 당장 상대가 내가 손쓸 수 없을 만큼 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긴 내가 공략 중인 스테이지가 아니고, 1층부터 100층까지의 모든 약자와 강자가 모이는 페스티벌 맵이니까.

애초에 ‘상대’란 누구지? 누가 내 적이지? 이 기척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모두 내 적인가?

기척의 정체도 모르고, 상대가 소수인지 다수인지도 모르며, 제대로 상대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막말로.

“정말로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거라면……”

내가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확증은 있는 건가? 스트레스에 노출된 머리통이 맛이 갔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몇 년 동안은 실제로 반쯤 맛이 간 채로 살았고,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다.

애시당초, 내가 처해 있던 환경은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환경이었다. 거기에, 페스티벌에 오기 전에 본 ‘별의 영상’.

그렇잖아도 높았던 [정신 오염 내성]의 레벨이 상승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피를 쏟을 만큼 강력한 정신적 부하다.

그게 내 뇌를 망가트린 거라면, 내 정신적 문제가 망상장애를 일으킨 거라면, 사실 ‘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좋아, 검증해 보자.”

나는 고민을 멈추고 행동하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날카로운 단검 한 자루를 꺼내, 그 위로 강하게 오러를 둘렀다.

그 다음으로는 전신에 퍼져 있는 마력을 최대한 죽이고, 남은 HP의 잔량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푹!

있는 힘껏, 자신의 심장을 향해 단검을 찔러넣고 한 바퀴 비틀었다.

**

여러 패시브 스킬의 효과로 인해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몸뚱이도, 절대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몸에 흐르고 있는 마력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의 재생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최근에 찾아냈다.

물론 그럼에도 워낙 튼튼하고 생명력이 강한 몸뚱이인지라, 단순히 심장에 칼을 박는 걸로는 원하는 피해를 입을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오러까지 두르고 심장에 박아넣은 단검을 한 바퀴 비틀고 나서야, 제대로 삼도천을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다.

표시된 HP가 단번에 깎여나가 0가 되었다.

찢어진 심장이 피를 흘리고, 눈앞은 순식간에 깜깜해지며, 의식이 흐려진다.

차근차근 죽음이 다가온다. [사고 가속]을 발동하지 않았음에도, 주마등이 스치는 뇌는 멋대로 빠르게 사고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스트레스 반응, 그리고 나를 무엇보다 강하게 만드는 경험, 죽음.

“아……”

지금 내 몸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피를 철철 흘리며 침대에 엎어진 죽기 직전의 나는- 분명 웃고 있겠지.

그게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보여주는 일관된 반응, 심장이 반쯤 찢어져도 분명 이 새끼는 웃고 있을 거다.

차갑게 발밑을 침잠하는 죽음의 공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걸로 알았으니까.

내가 느끼는 죽음의 감각과 위기감은 무엇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을, 이 애매한 자살 시도로 깨달았다 이 말이다.

HP가 0이 되어도 몸뚱이는 잠시 살아남는다. 아스테리오스의 도끼에 반으로 잘려나갔을 때 그랬듯이.

나는 죽지 않는다. 이 꼴로도 살아 있다. 정확하게 내가 생각한 그대로다.

역시 내 사고는 틀리지 않는다. 내가 쌓은 경험은 나를 배신하지 않아.

그래, 나는 미치지 않았다!

-절그럭.

죽어가는 와중, 작은 소음이 귓가에 들렸다.

아니, 귓가가 아니다. 왜냐하면 내 귀는 지금 기능을 많이 상실했거든. 마력감지에 걸린 거다.

[마력 지배]와 [파동 제어]로 어마어마한 수준까지 발달한 내 마력 지각력은,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정확하게 기능한다.

[초재생]의 효과가 발휘되어 HP가 조금씩 차오르고, 다시 밝아지기 시작한 여러 감각에 잡힌 것은 작은 기척 하나.

희미하게 점멸하는 수상한 기척을 가진 누군가가, 숙소 창문에 얼굴을 댄 채 나를 엿보고 있었다.

딱 걸렸구나 이 새끼야, 내가 병신처럼 혼자 뒈지려는 걸 보고 마무리라도 지어주러 오셨나?

근데 이걸 어쩌나, 나는 심장에 칼 하나 박힌다고 뒈지는 몸이 아니거든.

[마력강화]

[불굴]

[혼신]

[도약]

-쾅!!

온갖 스킬을 동시에 발동한 내 손아귀가, 창문을 통째로 분쇄하며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

창문에 달라붙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무언가’는 잽싸게 도망쳤다.

상당히 재빠른 놈이다. 못해도 25층 랭커 수준은 될법한 순발력인가- 상태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잡았는데.

내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로 범벅된 손아귀 안에는, 짧은 검정색 머리카락 몇 올이 쥐어져 있었다. 그놈의 것이다.

마법으로 잘 보관해 두기는 하겠지만, 이 머리카락 몇 올로 뭔가 알아낼 수는 없을 거다. 그래도 괜찮다.

내 감각에 대한 확신과 함께, 나를 적대하고 있는 ‘무언가’가 분명한 실체를 갖고 있음을 이걸로 확인한 셈이니까.

“쿠훅……켁, 아, 아쉽네, 살점 몇 조각이라도 뜯었으면 좋았는데.”

대체 어디로 역류했는지 입안에 살짝 고인 피를 토해내고, 포션을 들이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머리카락이 아니라 다른 부위를 뜯어낸 거였으면, 살점에 남은 마력을 통해 추적을 벌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아니, 이 상태로는 좀 어려우려나. 계산대로 살긴 했는데, 계산대로 한 번 뒤지기 직전까지 다녀온 참이니까.

“으, 뭐야, 누가 실내에서 마법 썼어?”

“저기, 저 사람 같은데…세상에, 피!”

“미친, 사람 죽겠다! 힐 되는 사람!”

한편 숙소 바깥은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겠지, 난데없이 벽이 폭발하더니 피투성이인 사람이 나온 거니까.

그 와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몇 명 있어서, 소란은 더욱 커질 분위기였다. 마침 잘 됐다.

저 사람들 중에서 한 명쯤은 나를 창문에서 엿보던 놈을 목격했겠지, 이걸 이용해 길드 쪽에 조사를 넣어 보자.

무려 토너먼트 8강 진출자의 암살 미수다. 물론 피투성이가 된 건 내 자해 때문이지만, 그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지.

정 뭣하면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그만이다. 본선 진출자는 특별히 신경 써서 보호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괜찮으십니까!”

마침 근처에서 순찰 중이던 그리핀 길드원 한 명이, 상황을 인지하고 부리나케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대형 길드의 간부급 사이에도 기척이 이상한 놈이 몇 명 섞여 있기에, 길드를 쉽게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사실, 기척이 이상한 녀석들의 존재를 알릴 방법은 직접 물증을 잡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단순하게, 나 말고도 이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마력감지가 가능한 랭커가 있다면, 분명 이상한 점을 눈치채줄 테니까.

“세상에, 어쩌다 이런…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저희 길드 힐러가 도착할 겁니다. 포션 먼저 드세요.”

길드원이 건넨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그게 가능할 만한 랭커들의 면면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력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마당에, 나와 동등한 감지가 가능한 사람이 전체 서버에 몇 명이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몇 명쯤은 확실하게 있을 거다. 1~2세대 시절부터 탑에 체류하고 있는 괴물들이 있지 않은가.

“저기요, 당신네 길마좀 만날 수 있을까요?”

각 대형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우두머리, 길드 마스터들이라면.